“그래서 서인아, 내가 당신 마음속에서는 그저 사리 분별이 안 되는 그런 사람이야?”임유환은 냉소를 지었다.서인아는 그런 임유환을 보며, 임유환의 눈 속에 비친 자조의 모습을 보며 똑같이 가슴이 바늘에 찔린 듯 아팠다.서인아는 임유환이 자기 뜻을 오해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하지만 그것이 바로 서인아가 원하던 결과였다.서인아는 임유환에게 진실을 알려주면 안 되었다.입을 열어서 임유환이 더욱 물불 안 가리게 놔둘 수는 없었다.그래서 서인아는 자신을 더욱 쌀쌀맞게 보이게 할 수밖에 없었다.“당신도 이 결혼식이 나에게 있어서, s 그룹에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지 알잖아.”“더구나 이건 그저 우빈 씨의 자극 요법에 불과해.”“나도 정우빈의 자극 요법이란 걸 알아. 근데 그게 뭐 어때서?”임유환이 대답했다.임유환도 이건 일종의 음모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하지만 그에게는 정씨 가문을 부숴드릴 실력이 있었다.“당신도 참, 왜 자꾸 무리하는 거야!”하지만 서인아는 모르고 있었다. 임유환이 이렇게 고집을 부리는 것을 보고는 걱정이 되어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내가 무리를 하든 안 하든 다 서인아씨랑 상관이 없는 것 같은데?”임유환은 아주 냉담하게 서인아를 바라보았다.“그래, 확실히 나랑 상관이 없지. 내가 오지랖을 피웠네. 당신의 생사나 신경 쓰고!”서인아는 화가 나서 말했다.“그러니 서인아 아가씨는 얼른 돌아가 봐. 어차피 우린 더 이상 아무 관계도 아니잖아.”임유환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의 마음속에는 이름 모를 불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임유환의 아무런 관계도 아니라는 말에 서인아는 가슴이 크게 철렁이었다.서인아는 임유환의 심정을 느낄 수 있었다.근데 그녀의 고통은 임유환에 비해 조금이라도 적지 않았다.하지만 서인아도 다른 선택이 없었다.“미안해...”서인아는 깊게 한숨을 들이켜고는 말했다.“내가 전에 당신에게 나랑 정우빈의 관계를 속이면 안 되었어. 하지만 s 그룹의 발전은 정씨 가문의 힘이 필요하니 나도 어쩔 수 없었
임유환은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고 몸은 제자리에 굳어버렸다.그는 두 손에 주먹을 꽉 주었다가 다시 내려놓았다.그렇게 몇 번을 반복하고 나서 그제야 마음속에 맺힌 우울한 기분을 깨끗하게 다 털어냈다.그리고 그의 눈빛도 결국은 철저하게 냉랭해졌다.이 순간, 임유환은 서인아의 결심을 제대로 이해했다. 그리고 자기가 서인아의 마음속 위치도 알았다.마치 7년 전처럼...“그래서 서인아 씨, 당신은 그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여기까지 와서 그저 저에게 이 말을 하려고 왔어?”임유환은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확인했다.“맞아.”서인아의 대답은 이상할 정도로 단호했다. 마치 일말의 망설임도 있으면 임유환이 무엇을 알아챌까 봐.“알겠어.”임유환은 철저하게 체념했다.말투도 한없이 차가워졌다.“십 일 뒤의 결혼식에는 나타나지 않을게. 하지만 나랑 정씨 집안의 원한이 아직 남아있어. 훗날 내가 그 사람들에게 찾아가 귀찮게 하지 않는다고 장담은 못 해.”“그리고 결혼 축하해.”“고마워, 유환아.”서인아는 아픈 가슴을 억지로 누르며 대답했다.“천만에. 별일 없으면 난 이만 가볼게.”임유환은 말을 마치고 뒤돌아서 자리를 떴다.그의 결연한 뒷모습 때문에, 서인아는 몸서리를 쳤다.서인아는 임유환이 결혼 축하한다고 말했을 때의 결심을 알고 있다.앞으로, 서인아와 임유환은 옛정이고 뭐고 다 없이 진정으로 남남이 되는 것이었다.임유환이 코너를 돌고 없어질 때까지, 서인아는 점점 멀어져가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소리 없는 눈물들이 어느새 얼굴을 뒤덮였다.서인아는 힘이 풀려 바닥에 주저앉았다.심장이 한 조각 한 조각으로 산산이 부서진 것만 같았다.다른 한편, 임유환은 아파트 입구로 돌아왔다.기다리고 있던 윤서린과 수미는 임유환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차가운 기운을 선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유환 씨 괜찮아요?”윤서린은 걱정이 되어 물었다.“괜찮아. 우리 들어가자.”임유환은 애써 억지웃음을 지어냈다.“유환 씨, 정말 괜찮아요?:윤서린은 도통 마
“너 이 자식, 뭐라는 거야!”검은 옷을 입은 두 사람의 눈빛은 갑자기 분노로 가득했다.“당신들보고 꺼지라고 했어!”임유환은 낮은 목소리로 광포하며 말했다.이미 인내심을 잃기 일보 직전이었다!“죽음을 자초하는 놈!”두 사람의 눈에는 흉악한 기운이 서려 있더니 임유환에게 본때를 좀 보여주려고 나섰다.“너희 뭐 하는 짓이야! 감히 내 눈앞에서 손을 쓰다니, 우리 아가씨는 안중에도 없는 것이야!”수미는 형세가 심상치 않은 것을 보고, 차갑게 소리쳤다.수미는 정우빈이 그 말들을 어떻게 알아냈는지 몰랐다.‘분명 아가씨가 이미 김우현과 팔 장로에게 비밀을 지키라고 했는데!’보아하니 이 두 사람 중에 또 아가씨 몰래 소식을 전한 놈이 있는 것 같았다!수미는 마음속으로 화가 엄청나게 났다.이때 검은 옷을 입은 두 사람도 냉랭하게 입을 열었다.“수미 비서님도 보셨다시피, 저희가 비서님과 아가씨의 체면을 생각하지 않는 게 아니라 이 자식이 하도 버릇이 없게 굴잖아요.”“오늘 우리가 이 자식에게 본때를 보여주지 않으면 이놈은 정말 자기가 뭐라도 되는 줄 알아요!”“하지만, 이 사람은 우리 아가씨의 친구야!”수미는 아주 차갑게 말했다.“하지만 비서님, 저희도 우빈 도련님의 명을 받드는 거라서 어쩔 수 없어요. 오늘 우리가 이 사람을 혼내지 않으면 우리는 도련님을 볼 면목이 없어요!”두 사람은 정우빈을 내세워 조금이라도 수미의 말에 겁먹지 않았다.열흘 있으면 서인아도 그들 도련님의 사람이 된다.그렇지만 미래에도 모든 것들은 다 그들의 도련님의 말이 최우선이었다!“너희들...”수미의 얼굴에는 핏줄이 세워졌다.지금 아가씨가 정우빈에게 시집을 가기도 전인데 이 녀석들은 이미 아가씨를 안중에도 넣지 않았다.그럼, 이후에는 더 말이 안 될 게 뻔했다!“그래서 수미 비서님, 좀 옆으로 빠져주시기를 바랍니다. 조금 있다가 실수로 다치시면 안 되잖아요.”두 사람은 아주 덤덤하게 웃더니 득의양양한 표정이었다.“너희 두 놈!”수미는 화가 나서 가슴이
공기 속에는 정적이 흘렀다.남자는 바닥에 누운 채 숨이 간들간들했다.머리는 깊게 땅속에 박혀있었다.수미는 눈빛이 급속도로 흔들리더니 충격과 경악이 깃든 눈으로 임유환을 바라보았다.임유환은 무표정으로 두 번째 남자를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꿀꺽.남자는 세게 침을 삼키고 목젖을 꿀렁이었다.그는 바닥에 있는 형의 시체를 보면서 임유환을 바라보는 눈빛에는 놀람의 기색이 역력했다.“너... 가까이 오지 마!”임유환은 그의 말을 못 들은 체했다.“내... 내 뒤에는 정우빈 도련님이야! 날 죽이면 도련님이 당신을 가만히 놔두지 않을 거야!”임유환이 반응이 없는 걸 보자 남자는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 하는 수 없이 정우빈을 내세웠다.“정우빈이라.”임유환은 웅얼웅얼했다.그리고 다음 순간, 눈빛은 더욱 날카로워졌다.슉!임유환은 손을 내밀어 남자의 놀란 눈빛 속에서 상대방의 목덜미를 단번에 확 잡고는 그를 바닥에서부터 천천히 치켜들었다.“윽!”남자는 임유환에게 목을 졸려 순간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쿵!남자는 있는 힘껏 몸속의 진기를 폭발하면서 임유환의 팔을 떨쳐내려고 했다.하지만 아주 충격적인 걸 발견했다.상대방의 몸 심지어 팔은 정말 강철같이 한치도 흔들리지 않았다!이건 실력상의 절대적인 진압이었다!그리고 지난번에 이런 압박을 받은 건 정우빈, 우빈 도련님의 손에서였다!“날 죽이지 마!”남자는 미친 듯이 발버둥 치며 두 발을 벌름거렸다.딸깍!임유환은 아주 차가운 눈빛으로 손에 든 사람을 보며 남자의 목을 잡은 손에 점점 힘을 가했다.“윽...”남자는 얼굴에 핏대가 치솟고 두 눈이 하얗게 질렸다.“유환 씨, 안 돼요!”이때 반응을 한 윤서린이 크게 소리쳤다.임유환은 그녀의 소리에 마음이 흔들려 그제야 손을 놓았다.“후후...”남자는 땅에 주저앉아 두 손으로 목을 부둥켜 주고는 미친 듯이 크게 호흡했다.이렇게 저승문까지 갔다 온 느낌 때문에 그는 심장이 엄청나게 빨리 뛰며 등은 이미 식은땀으로 흠뻑 젖었다.임유환은
“나 괜찮아... 내 걱정하지 마.”서린아는 눈가의 눈물자국을 살살 닦아내면서 다시 싸늘해진 표정으로 바뀌었다.수미는 가슴이 철컹했다.‘역시 방금 아가씨는 울고 계셨어!”임유환이 아까 돌아왔을 때의 냉랭한 모습을 떠올리자, 수미는 임유환이 아가씨를 괴롭힌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아가씨, 혹시 임유환 그놈이 방금 아가씨를 괴롭혔나요?”수미는 순간 화가 머리 꼭대기까지 치밀어 올랐다.“아니야.”서인아는 살래살래 머리를 저으며 천천히 눈을 감았다.아까 자기가 임유환에게 했던 말들이 떠올라 서인아는 갑자기 가슴이 콕콕 찌르는 것처럼 아팠다.하지만 서인아도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그녀는 그저 계속해서 냉담하고 정이 없는 척 연기를 해야 했다.“그 사람과 상관이 없어.”서인아는 눈을 뜨면서 다시 냉랭한 말투로 돌아왔다.“그리고 방금 본 거 아무한테도 얘기하지 마.”“알겠습니다. 근데 아가씨...”수미는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비록 아가씨의 말투는 이미 전과 같이 냉랭해졌지만, 수미는 선명하게 아가씨의 감정의 이상함을 감지할 수 있었다.분명히 임유환과 관계는 있어 보였다.“수미야, 우리 돌아가자.”서인아는 입을 열어 수미의 말을 끊었다.“네. 아가씨...”돌아가는 길 내내, 차 안의 분위기는 다소 조용했다.수미의 손은 치맛자락을 꼭 쥐고 있었다.서인아의 옆에서 다년간 있었으니, 수미도 오래전부터 아가씨를 자기의 제일 친한 사람으로 생각했다.하지만 수미도 서인아의 이런 감정은 본 적이 없었다.이유를 묻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으나 또 이 주제가 서인아의 아픈 곳을 더 아프게 할까 봐 두려웠다...“수미야, 묻고 싶은 게 있으면 물어봐.”서인아는 말하려다 그만두는 수미를 보며 말했다.그동안 서인아도 마친가지로 수미를 자기의 여동생처럼 생각했다.“저기 아가씨... 조금 전에 임유환이랑 무슨 얘기를 나누셨길래 임유환이 돌아온 후로 몸이 얼음장같이 얼어 있었어요...”수미는 결국 궁금한 거를 입 밖에 내고 물었다.
“아니.”수미의 눈빛이 흔들리더니 긴장한 서인아를 보며 말했다.“게다가... 임유환 씨가 그자들을 전부 때려눕혔어요.”그러자 서인아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이어서 물었다.“그럼 정우빈은 왜 사람을 보낸 건데?”“우빈 도련님은... 아마 임유환 씨가 결혼식에 간다는 것을 알고 사람을 보낸 것 같아요.”“그럴 리가!”서인아는 깜짝 놀랐다.하지만 이내 그 이유가 생각나자 안색이 갑자기 어두워졌다.“김우현 짓이네. 정우빈이 보호해준다고 함부로 나대고 있어.”이 일은 오직 김우현과 팔 장로만 알고 있었다. 가문의 큰아가씨로서, 서인아는 팔 장로의 됨됨이를 잘 알고 있었고 그가 그럴만한 배짱이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그럼 남은 건 오직 김우현뿐이었다.“수미야, 돌아가면 내 명령부터 전달해. 김우현을 우리 가문에서 영원히 내쫓으라고!”서인아의 말투는 극도로 차가웠다.“네, 아가씨!”수미는 속으로 생각했다.‘역시 아가씨는 임유환에 관계되는 일이면 유달리 신경을 쓰시지. 그런데 임유환 그 바보는 돌대가리 아니야? 왜 아가씨 마음을 모르냐고!’‘아가씨가 자기를 그렇게 신경 쓰지 않으면 왜 이 머나먼 S시까지 달려와 직접 그런 말을 했겠냐고! 걱정되니까 그런 거잖아!’수미는 서인아에게서 먼저 돌파구를 찾으려고 떠보듯 말했다.“아가씨, 사실 모든 걸 임유환 씨에게 비밀로 붙일 필요 없어요.”“그분 실력 꽤 대단해요. 우빈 도련님이 보낸 무왕 후기 고수를 단숨에 제압했으니 아마 우빈 도련님과 비겨도 승산이 있을지도 몰라요.”“그래?”서인아는 약간 놀라는 듯했지만 곧 평온을 되찾았다.그녀는 늘 임유환의 실력이 약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렇지 않았다면 애초에 그녀를 데리고 총알이 빗발치는 상황을 누비지 못했을 것이다.수미는 생각에 잠긴 듯한 서인아를 보고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여 임유환에 대한 불만을 슬쩍 털어놓았다.“흥, 근데 평소에는 실력을 꼭꼭 숨기고 전혀 티를 내지 않잖아요.”“아가씨, 혹시 다른 수단이나 신분을
서인아가 임유환에 대한 마음을 알게 된 수미는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지만 속으로는 이미 결심했다.절대 서인아가 혼자 이 고통을 견디게 할 수 없었다!반드시 서인아의 억울함을 벗겨주어야 했다. 그녀의 마음속에 늘 임유환이 존재하고 그를 걱정하고 있었다는 것을.임유환이 더이상 서인아를 차갑고 무정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미워하지 않도록!수미는 반드시 기회를 잡아 임유환 그 돌대가리에게 진실을 알려야 했다....“유환 씨, 괜찮아요?”침실에서 윤서린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임유환을 보고 있었다.방금 임유환이 돌아왔을 때 온몸이 차가웠던 모습을 떠올리며 윤서린은 서인아가 대체 그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 알고 싶었다.“나 괜찮으니까 걱정하지 마.”임유환은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윤서린을 바라보았다.“지금 몸이 이 지경인데 괜찮다니...”윤서린은 힘껏 입술을 깨물며 원망스러운 눈빛을 보였다.“휴...”임유환은 깊은 숨을 내쉬며 눈에는 죄책감이 가득했다.“미안, 또 걱정시켰네. 하지만 이미 지나간 일이야.”“서인아가 대체 무슨 일로 유환 씨를 찾은 거예요? 그리고... 방금 정우빈이 사람을 보낸 것도 서인아와 관련된 거죠?”윤서린은 머릿속에 온통 남자에 대한 걱정으로 가득 찼다.여자의 예감이 그녀에게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특히 정우빈이 보낸 사람들!“아니야. 인아는 결혼하는 일 때문에 날 찾아온 거야.”임유환은 아무렇지 않은 듯 웃으며 답했다.“그럼 정우빈은요? 그 사람은 왜 사람을 보내 유환 씨를 귀찮게 하는 건데요?”윤서린은 계속 물었다.“아마 지난번 축제 때 내가 미움을 사서 사람을 보내 복수하는 것 같은데?”임유환은 윤서린이 자신을 걱정하는 것이 싫어 사실을 숨겼다.“우연의 일치라고요?”윤서린은 믿기지 않았다.서인아와 비서가 임유환을 보러 S시에 왔는데 마침 또 정우빈의 사람이 임유환을 상대로 사람을 보냈다니.기가 막힌 타이밍이었다.“아마 정우빈이 알았겠지. 인아가 날 찾으러 S시에 왔다는
“결혼식에?”임유환은 흠칫 놀라더니 피식 웃었다.“인아는 나 결혼식에 초대하러 온 게 아니라 오지 말라고 했어.”“네?”윤서린은 화들짝 놀랐다.서인아가 S시에 온 것이 임유환을 자신의 결혼식에 직접 초대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했다.그런데...그들의 사이로 봤을 때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왜요?”윤서린은 이해할 수 없는 듯 물었다.“내가 나타나는 게 창피하겠지.”“아, 미안해요.”윤서린은 미안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그녀가 이 일을 언급한 것은 임유환의 상처에 소금을 뿌린 것임이 틀림없었다.“괜찮아. 어차피 이제 나한테 별로 중요하지도 않아.”임유환은 소탈하게 웃더니 말했다.“마음이 정말 불편하지 않아요?”윤서린은 다정하게 물었다.자신이 깊게 사랑했던 여자에게 이런 사실을 직접 들으면 분명 마음이 아플 것이다.“별로.”임유환은 침실 천장을 올려다보며 말했다.강씨 집안의 일이 없었다면 그는 서인아의 결혼식에 참석하려 하지 않았을 것이다.정우빈에게 시집가는 것은 서인아가 저울질한 끝에 선택한 행복이었다.지난번 축제가 끝났을 때, 서인아는 이미 그에게 답을 주었다.임유환도 자연스럽게 그 선택을 존중했다.하지만... 강씨 집안의 일이 있고 난 뒤, 어머니의 죽음에 가장 먼저 연루된 사람이 바로 정씨 가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앞으로 계속 조사하면 반드시 정씨 가문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임유환은 반드시 정씨 가문을 평정하여 어머니의 복수를 해야만 했다.하지만 그는 서인아가 이것 때문에 생과부가 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고 더욱이 그녀가 그렇게 권모술수가 깊은 집안으로 시집가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그렇다면, 그녀의 미래는 필연적으로 끝없는 고통과 속박에 갇힐 것이고 또 함께 연루될 것이다.그런데 뜻밖에도 서인아가 그에게 그런 말을 할 줄은 몰랐다.그 순간, 서인아에게서 전에 없던 차가움과 생소함을 느꼈다.그들의 지난날의 인연도 한순간에 물거품이 된 것 같았다.만약 서인아가 그에게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면, 임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