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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화

임하나는 피식 웃었다.

“지환 씨에 대해 아무 느낌이 없다면서, 벌써 그 사람 쪽으로 팔이 굽는 거야?”

“하나야…….”

이서의 얼굴이 붉어졌다.

임하나는 정색하며 말했다.

“그래, 알았어, 내가 널 봐서 그냥 놔둔다. 휴우, 잘생긴 남자를 잃었으니, 뭐로 날 보상해 줄 거야?”

이서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원하는 게 뭐야? 말만 해. 네가 원하는 건 내가 다 해줄게.”

두 사람은 웃고 떠들며 룸으로 돌아왔다.

이서가 들어가자 지환의 시선이 이서에게 쏠렸다.

이상언은 상황을 보고 일어섰다.

“시간도 아직 이른데 영화나 보러 갈까요?”

“아니요.”

임하나는 이상언과 얽히고 싶지 않아 태도를 분명하게 했다.

“나와 이서는 쇼핑하러 갈 거에요. 오늘 맛있게 먹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상언의 눈동자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그럼 우리도 같이 가요. 쇼핑하면 들어줄 사람이 필요하잖아요.”

말을 마치자, 그는 후회했다.

지환이 언제 여자들의 가방 들었다고?

하지만, 뜻밖에도 지환은 별말없이 순순히 양복을 들고 일어났다.

그리하여 이날, 이상언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손에 쇼핑백을 가득 든 하지환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양손 가득 쇼핑백만 들려 있지 않았더라면, 이상언은 필히 지금 이 모습의 하지환을 찍어 SNS에 업로드했을 것이다.

아마도 폭발적 센세이션을 일으켰을 것이다.

저녁이 되자, 이서와 임하나는 발바닥이 아플 정도까지 쇼핑을 하고서야 집으로 돌아갔다.

이상언은 임하나를 책임지고 데려다주고, 이서는 못 이기는 척 지환의 차에 올라탔다.

차가 달리고 있지만, 두 사람 사이에는 정적만 흘렀다.

별장에 도착하자, 이서는 차에서 내려 뒷좌석의 쇼핑백을 꺼내려고 했다.

하지환이 한발 앞서 쇼핑백을 들었다.

“가요.”

이서는 두 벌만 샀다. 나머지는 전부 임하나의 전리품이었다.

이서는 쇼핑백을 한 번 보고는 지환의 뒤에서 걸었다.

달빛에 비친 두 사람의 그림자는 마치 목을 감고 뒤엉켜 있는 사람 보였다.

그림자를 살펴본 이서는 얼굴을 붉히며 좀 더 천천히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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