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나는 네가 권세를 믿고 남을 업신여기는 걸 뻔히 알면서도 눈 감아 왔어!’‘개도 키워준 사람에 대한 은혜를 아는 법이거늘...’‘그런데 넌!’하이먼 스웨이가 팔걸이를 꽉 잡았다.이서가 천천히 다가오는 하이먼 스웨이를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묻고 싶은 말이 너무도 많아.’ 하지만 하이먼 스웨이는 그녀의 곁에 오래 머물지 않고 눈빛만 줄 뿐이었다. “스웨이 작가님... 대체 어떻게 된 일입니까?”놀란 크리스는 여기가 무대라는 것을 완전히 잊어버린 듯했다. 하이먼 스웨이가 크리스의 마이크를 뺏어 들었다.“어제부터 연락받지 않은 걸로도 모자라, 대회까지 늦게 참석해서 죄송합니다. 하지만 저도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습니다. 누군가가 스탠드로 제 머리를 두 번이나 내리쳤고, 기절한 저를 욕조에 방치한 바람에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했거든요.”비록 그녀의 말투는 나른하고 평온했지만,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끔찍한 장면이 그려지는 듯했다. “어떻게 그럴 수가! 도대체 얼마나 잔인한 사람이길래 겁도 없이 작가님을 다치게 했다는 겁니까? 그 사람은 살인미수범입니다! 혹시... 그 사람의 얼굴은 보셨습니까?”크리스가 모든 사람이 궁금해하는 것을 묻자, 천천히 손을 들어 올린 하이먼 스웨이가 심가은을 가리켰다. 그녀가 가리키는 방향을 본 사람들은 온통 수군거리기 시작했으며, 믿을 수 없다는 비명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이미 궤멸에 이르른 가은은 죽기 살기로 아랫입술을 깨물 뿐이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는다면 무대에 털썩 주저앉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이서도 믿기지 않다는 듯 가은을 바라보았다. ‘심가은이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건 나도 잘 알고 있던 사실이야. 이 여자는 항상 트집 잡는 걸 좋아했으니까.’‘하지만 딱 그 정도의 사람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자기 친어머니의 목숨까지 노리는 사람이었을 줄이야!’“스웨이 작가님, 뭔가 잘못 알고 계신 거 아닙니까?”크리스가 다시 한번 모두가 묻고 싶은 질문을 던졌다.“심
무대 아래의 사람들은 이 장면을 보고 깜짝 놀랐는데, 하이먼 스웨이와 2층에 있던 배미희 역시 덩달아 놀라서 재빨리 이서가 있는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그리고 그 순간, 2층에 있던 자격수도 예솔의 명령을 받았다. “사격하세요!”모든 것은 짧은 몇 초 안에 일어난 일이었다. “펑!”소란스러웠던 대회장을 삽시간에 조용하게 만든 총성은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것만 같았다.사람들이 총알이 어디에서 발사된 것인지 의아해하던 찰나, 또 한 번 펑 하는 총성이 울렸다. 하지만 이번에 사람들을 놀라게 한 것은 총성뿐만이 아니었는데, 이서의 앞에 서 있던 가은이 갑자기 쓰러졌기 때문이었다. 그녀의 이마에 맺힌 핏방울이 콧잔등을 타고 천천히 흘러내렸다. 놀란 심가은은 눈을 크게 떴는데, 온통 원한이 가득한 눈동자를 하고 있었다. 즉, 죽는 그 순간까지도 이서를 미워한 것이었다. 쓰러지는 그녀를 바라보던 이서는 달려온 하이먼 스웨이에게 손이 잡혔다.“이서야, 어서 가자!” 이서는 그제야 정신을 차린 듯했다.“네, 스웨이 작가님, 어서 가요.” 같은 시각, 무대 아래의 사람들은 혼비백산하여 비명을 질렀고, 허겁지겁 사방으로 몸을 숨기기 바빴다. 대회장에서는 도망치는 사람들의 발걸음 소리와 공포에 질린 욕설만이 난무했다.그리고 그 순간, 저격수는 다시 한번 이서를 주시했다. 예솔은 첫 번째 총알이 이서를 관통하지 않자 다소 화가 나서 말했다.“이러고도 당신이 저격수라고 할 수 있는 거예요? 어쩜 이렇게 짧은 거리도 못 맞출 수가 있냐고요!” 하지만 그 남자는 입꼬리를 치켜세우고 피에 젖은 미소를 지었다.“조급해하지 마세요, 이제 고작 한 발이었는걸요. 이번에는 반드시 저 여자를 맞출 수 있을 겁니다.” ‘방금 그 총알이 저 여자를 관통하지 않은 건 내가 집중하지 않았기 때문이야.’‘진정한 사냥은 이제부터란 말이지.’“펑!”두 번째로 발사된 총알은 이서를 향해 정확하고 빠르게 날아갔다. 예솔은 이제야 만족스러운 기색을 드러냈다. 하지만
그러나 한순간, 지환은 이서를 엄호하며 그녀의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졌다.왜인지 사라지는 지환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예솔의 마음은 텅 비는 듯했다. 그리고 그녀는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이 이서에게 한 모든 것을 지환이 알게 될 것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렇게 되면, 하씨 가문과 박씨 가문의 정은 없는 이야기가 되고 말 거야.’‘두 세대를 거치면서 20여년 간 이어온 감정이 한 여자 때문에 끊어지는 거라고!’ 예솔은 팔걸이를 죽도록 붙잡았지만, 힘이 풀려버린 다리를 이기지 못하고 천천히 주저앉아 버렸다....이서의 쿵쾅쿵쾅 뛰는 심장은 무대 뒤에 도착하고서야 많이 가라앉을 수 있었다. 그 순간, 그녀의 눈에 지환의 팔에 난 총상이 보였다.“H선생님, 팔에 상처가... 구급상자가 있는지 찾아볼게요.”이 말을 마친 이서는 몸을 돌려 구급상자를 찾으려 했다. “가지 마.”지환이 그녀의 손을 잡아당기며 말했다. 그의 허스키한 목소리는 짙은 피로감을 띠고 있어서 이서의 마음을 아프게 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선생님 손의 상처는...”“괜찮아.”지환이 아무렇지 않다는 듯 옆에 있는 소파를 두드렸다.“앉아봐. 네가 다친 곳은 없는지 한 번 봐야겠어.”잠시 머뭇거리던 이서는 이내 지환의 옆에 얌전히 앉았다. 지환의 다정한 시선을 느낀 그녀의 얼굴이 더욱 새빨개졌다.도저히 부끄러운 감정을 숨길 수 없었던 이서가 입을 열었다.“저는 다치지 않았어요...”하지만 지환의 뜨거운 시선은 줄곧 그녀를 향하고 있었다. 살짝 고개를 들어 올린 이서가 총애와 사랑을 뿜어내는 지환의 뜨거운 눈빛을 마주했다. 순간, 그녀가 온몸을 흠칫 흔들었는데, 외면할 수 없는 익숙한 느낌이 또 한 번 마음속에 퍼지는 듯했다. ‘이런 눈빛... 이미 천번이고 백번이고 본 적이 있는 것 같은데...’그녀는 미혹된 듯 자기도 모르게 지환을 향해 다가갔다. 두 사람의 입술이 맞닿는 순간, 부드러운 느낌을 받은 이서는 자신도 모르게 쫀득한 식감의 젤리를 떠올렸
“귀국시킬 거야.”앤서니는 멍해졌다.“그럼 보스는요?”“나도 같이 돌아갈 생각이야.” “왜요?”앤서니는 조금도 이해할 수 없었다.‘이번 사건으로 하지호와 보스의 사이는 완전히 틀어지게 된 셈이야. 하지호는 예전에부터 YS그룹에 손을 뻗어 좌지우지하려 했지만, 앞으로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행동할 수는 없을 거란 말이지. 그런데 왜 하필 지금 같은 상황에 H국으로 돌아가시겠다는 거지?’지환이 옆에 있는 의자에 앉으며 말했다.“하지호는 내가 떠나자마자 경거망동한 행동을 취하지는 않을 거야. 그럼 나도 곧 H국의 비즈니스와 이쪽의 비즈니스를 통합할 수 있게 되겠지.”“이번에 보니까 내가 H국에서 비즈니스의 판도를 개척하는 동안 하지호도 아주 바삐 움직였더라고. 의외로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방면에서 더욱 깊숙이 침투해 있었던 거야.”“즉, 내가 줄곧 비즈니스의 길을 걷는 동안, 그는 각양각색의 방면에서 손을 써 놓았던 거지... 앞으로도 이런 식이라면 그의 권세가 YS그룹보다 강해지는 건 시간문제일 거야. 그렇게 되면 h국의 자회사가 본사 쪽에 수혈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될 거고...”“내가 H국에 돌아가기로 결정한 건, 이서뿐만이 아니라 YS그룹의 미래를 위한 거야.”“그리고 나는 M국에서 자라긴 했지만, 부모님은 모두 H국 사람이시잖아.”“가능하다면 나도 H국으로 돌아가고 싶어.”지환이 말했다.그가 부하들과 이렇게 많은 대화를 하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었다.지환을 바라보던 앤서니가 백스테이지를 한 번 쳐다본 후 천천히 몸을 웅크리고 앉았다.“보스, 저는 비즈니스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라요. 단지 보스가 M국에 머무르든, H국에 머무르든, 보스의 곁에 있어야 한다는 것만 알고 있을 뿐이죠.”지환이 고개를 숙이고 그를 흘겨보았다.“그건 다 이후의 일이잖아.”앤서니가 몸을 일으켰다.“그건 그렇죠.”이때 두 부하가 예솔을 끌고 지환과 앤서니 앞에 다다랐다.“보스! 2층에 있던 방에서 예솔 아가씨를 찾았는데, 저격수는 이
“H선생님, 방금 나누신 대화 다 들었어요. 밖이 그렇게 위험한데도 불구하고 나가시겠다면 말리지는 않을게요. 대신 한 가지 부탁은 꼭 들어주세요.”“물론이지.”지환이 말했다.그의 말투는 예솔을 대할 때와는 전혀 달랐다. 이렇게 뚜렷한 차이라면 바보라도 느낄 수 있을 것이었다. 많은 사람이 동정이 서린 눈빛으로 예솔을 한 번 보았다. 그들은 모두 지환의 주변 사람들이어서 지환을 향한 예솔을 사랑을 익히 알고 있던 참이었다. “우선 그 상처부터 치료하고 나가셨으면 좋겠어요.”이서가 지환을 팔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의 팔에 흐르던 선혈은 이미 응고되어 있었다. 그래서 이서는 제때 처치하지 않으면 감염될 위험이 있다고 우려한 것이었다.지환이 팔의 총상을 한 번 흘겨보며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그래.”그가 다시 고개를 돌려 앤서니에게 말했다.“하지호한테 내가 상처부터 처치해야 한다고 전해줘. 처치가 끝나는 대로 내가 직접 박예솔을 데리고 그를 만나러 갈 거라고도 덧붙여 주고.”“네.”앤서니가 대답했다. 지환은 그가 떠난 후에야 이서가 있는 백스테이지로 발걸음을 옮겼다. 처치하려던 의사 역시 그를 따라 들어가려 했으나, 지환에 의해 가로막히고 말았다. “밖에서 기다리시면 됩니다.”정신이 멍해진 의사는 감히 들어갈 생각을 하지 못했다. 무대 뒤에 있던 이서가 이 문제에 주목하며 물었다.“왜 의사 선생님을 못 들어오게 하는 거예요?” “난 네가 상처를 처치해 줬으면 해.”지환이 이서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실 지호를 만나러 가려던 지환의 마음은 대단히 복잡했다. 그래서 앞으로의 생사의 여부를 알 수 없었던 그는 지금 이 순간을 잘 보내고 싶었던 것이었다. 그는... 이서와 사랑했던 날들을 되새기고 싶었다. 이 순간만큼은... 이기적이고 싶었다. 다시 그의 뜨거운 눈빛을 마주한 이서는 어쩔 줄 몰랐다. 그녀가 중얼거리며 말했다.“방금, 방금 보니까... 여기 안에 구급상자가 있긴 하더라고요. 안에 알코올 솜도 있고
이서가 숨을 쉴 수 없을 때쯤, 지환이 마침내 자비를 베풀어 주었다. 이서는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은 채 볼이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는데, 마치 잘 익은 감이 가지에 매달린 것처럼 유혹적인 모습을 하고 있었다. 지환이 엄지손가락으로 이서의 입술을 닦았다. 그의 눈빛은 꽁꽁 감긴 실처럼 그녀를 단단히 묶는 듯했다. ‘내가 이런 나날을 얼마나 그리워했는데...’ “여기서 조용히 기다려줘.”몸을 일으킨 지환이 단호하게 몸을 돌렸다. 그는 이서의 곁에 조금이라도 더 머물면 떠나지 못할까 봐 두려웠다. 이서가 지환의 뒤를 쫓으며 말했다.“H선생님, 여기서 조용히 기다리고 있을게요. 대신 꼭 무사히 돌아오셔야 해요, 아셨죠?” 그녀는 ‘무사히’라는 세 글자를 유독 강조했다. 지환은 끝내 이서를 돌아볼 수 없었다. 문을 나선 지환의 눈빛이 금세 차가워졌다. “두 사람만 여기 남아서 이서의 안전을 지켜보도록 해. 나머지는 나랑 같이 나가자.”지환이 매우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곧 매서운 비바람이 몰아치려는 듯하자, 조직원들의 마음이 무거워졌다.모두가 자기도 모르게 숙연한 표정을 지었고, 예솔을 언급하는 지환의 눈에서도 지난날의 부드러운 정을 찾아볼 수 없었다. 그가 대회장의 입구에 도착하자, 계단 아래에 수많은 차가 주차된 것이 보였다. 길을 지나가는 사람들은 이상한 낌새를 알아차릴 수 없었지만, 이미 그곳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 지환이 모습을 드러내자, 차 안에 있던 지호가 걸음을 내디뎠다. 높은 곳에서 내려오는 한 사람과 낮은 곳에서 올라오는 또 다른 한 사람... 두 사람은 여전히 2, 3미터 떨어진 곳에서 약속이나 한 듯이 발걸음을 멈추었다.지호가 고개를 살짝 들고 지환을 바라보았다. “우리... 오늘 정말 바삐 움직이는 것 같네?”그가 입가의 피를 닦아내며 말했다. 그것은 방금 그가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진 상처였다. 지호는 지환의 팔을 감싸고 있는 거즈를 보고는 마음의 평안을 되찾는 듯했다. 지환이 옆
“그래.”지호가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윤이서랑 다른 사람들을 먼저 보내도록 해. 하지만... 지환아, 이건 분명히 하자. 이번이 꼭 마지막 조건이어야 해. 네가 나중에 또 다른 조건을 제시한다면, 그 이후에 일어나는 일들은 나를 탓하지 말아야 할 거야!”마지막 문장을 말하던 그의 말투는 갑자기 음산하고 공포스러워졌다. 지환은 시종일관 그를 상대하지 않았는데, 그가 지금 생각하고 있는 것은 오직 단 한 가지였기 때문이었다. ‘그래, 이서부터 상언이네 집으로 돌려보내는 거야.’ ‘지금 이 상황에서는 이씨 가문만이 가장 안전한 곳일 테니까.’ “앤서니!”“네!”“여기는 너한테 맡길게. 만약 누구라도 경거망동한 행동을 보인다면, 곧바로 때려죽여도 좋아.”지환은 이 말을 끝으로 몸을 돌려 대회장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곧, 그는 무대 뒤에 도착했다. 누군가의 발소리를 들은 이서는 소파 뒤로 몸을 숨겼는데, 그 발소리의 주인공이 지환이라는 것을 똑똑히 확인하고서야 환한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달려들었다. 온 힘을 다한 포옹을 받은 지환은 가슴이 철렁했다.그가 손을 들어 이서의 머리카락을 하염없이 쓰다듬었다.하지만 이런 행복은 오래 가지 못했다. 잠시 후, 문밖에서 발소리가 났다.“H선생님, 배미희 여사님과 스웨이 작가님을 이미 아래층으로 모셨습니다.”바깥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은 지환이 천천히 이서를 놓아주었다. “이서야, 내 말 잘 들어.”“이제 우리는 안전해. 하지만 아직 처리하지 못한 일이 좀 있어서 두 분과 먼저 돌아가 있으면...” 이서가 지환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정말... 안전한 거예요?”“응.”지환이 아련한 표정으로 이서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정말이야.” “그럼 저도 선생님이랑 같이 남을래요!”‘H선생님을 홀로 여기에 남겨둘 순 없어!’ “바보야.”지환이 이서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그렇게 간단한 일도 아닐뿐더러, 네가 남아봤자 나한테는 도움이 안 돼. 두 분이랑 먼저 돌아가 있
예솔 역시 이서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그녀를 갈기갈기 찢어버리지 못하는 게 한스럽다는 눈빛을 하고 있었다. 이서는 이 두 사람이 모두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느낄 수 있었기에 그저 고개를 숙인 채 두 사람의 곁을 빠르게 지나치고 싶었다.그러나, 이서가 지호의 곁을 스쳐 지나갈 때쯤 지호가 그녀를 불러 세웠다. “윤이서 씨?”이서가 발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지호를 바라보았다. 지호는 그녀를 위에서 아래로 꼼꼼히 훑어보더니 웃음을 터뜨렸다.“정말 아름답네요. 그래서 내 동생이...” “하지호!”“지환아, 너무 예민하게 구는 거 아니야? 말 한 번 걸었을 뿐인데 왜 그렇게 화를 내고 그래?” 지환이 지호를 아랑곳하지 않은 채 이서를 향해 말했다.“어서 가!” 이서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발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세 사람은 지환이 마련한 차에 몸을 실었고, 차는 이내 훌쩍 떠나버렸다. 이 장면을 보던 지환이 끝내 웃음을 터뜨렸다.“하하하하, 부부는 원래 숲속에 사는 새와 같다잖아. 큰 어려움이 닥치면 각자 살길을 찾아서 날아간다지? 지금 윤이서 꼴이 딱 그러네. 지환아, 여태 저런 여자를 사랑했던 거야? 쯧쯧쯧, 정말 가치가 없는 짓을 했었구나?” 지환은 지호가 하는 말 한마디 한마디를 아랑곳하지 않으려 했으나, 유독 이 말을 들었을 때는 냉소를 터뜨렸다.“너도 사람의 감정이라는 걸 아는 사람이었어?”순간, 지호의 안색이 약간 변하였으나, 그는 하고 싶은 많은 말을 끝내 삼키려는 듯했다. 잠시 침묵하던 지호가 말했다.“이제 예솔이를 풀어줘.”“아직은 안돼.”지환이 말했다. 지호는 화가 날 법도 했으나, 오히려 웃으며 입을 열었다.“봐, 내가 그랬잖아. 너는 조건 하나를 들어주면 둘을 원할 거라고. 네 조건을 승낙하고 윤이서를 놓아주는 게 아니었는데...” “윤이서가 없으면 너는 미친개나 다름없잖아. 상대가 누구든 거칠게 물어 뜯어버리는 개말이야.”“아, 내가 윤이서한테 숨 쉴 틈을 줘서 고맙다고 해야 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