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80화

윤이서는 고개를 돌려 그를 힐끗 보았다.

“왜? 용건은?”

“할아버지가 날 돌봐 주라고 했잖아.”

하은철은 긴장한 표정으로 윤이서를 쳐다보았다.

“설마 고새 마음이 바뀐 건 아니겠지?”

윤이서는 그를 상대하고 싶지 않아 문을 나서서 경호원에게 주방이 어디에 있는지 물었다.

경호원은 이서를 주방으로 안내했다.

주방에는 각양각색의 채소와 육류, 생선 등이 가득 쌓여 있었다. 모두 깨끗이 손질해 두어서 조리하기만 하면 됐다.

이전에는 하루 삼시 세끼를 다 이서가 챙겼기에 당연히 하은철의 입맛에 대해 똑똑히 알고 있다. 그러나, 지금 이서는 굳이 하은철의 입맛에 맞는 음식을 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자기 입맛에 맞는 음식을 할 예정이었다.

30분 뒤, 경호원이 요리 두 접시를 내왔다.

하나는 김치찜, 다른 하나도 김치찜이었다.

하은철은 안색이 좋지 않았다.

“그리고?”

“없는데…….”

이서는 김치찜을 테이블 위에 놓고, 혼자 소파에 앉아 느릿느릿 먹기 시작했다.

점심밥도 제대로 먹지 못했고, 실은 지금도 별로 입맛은 없었다. 그래서 가볍게 김치찜을 2인분 만들었던 것이다.

하은철은 화가 나서 젓가락을 내던지며 말했다.

“나 환자야, 이런 김치 쪼가리 먹으라고?!”

예전의 이서는 이렇지 않았다.

윤이서는 고개를 들지도 않고 중얼거렸다.

“먹든가 말든가…….”

“…….”

하지환 거주 아파트.

이상언은 단정하게 앉아 필사적으로 긴장한 모습을 연출하려고 했지만, 이 노력은 0.1초를 유지하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하하, 네가 윤이서한테 ‘섹파’라고 얘기했다고? 하하하…….”

하지환의 얼굴이 어둡다 못해 탁해 보였다.

웃음 코드가 뭔지 도무지 이해가 안 가는 눈빛이었다.

‘계약 규정에 따르면, 그들은 서로를 사랑할 수 없다.’

‘그렇다면, 섹파 관계로 둘 사이를 정의하는 것이 가장 적절하지 않은가?’

‘육체적으로 연결된 사이라면, 한 장의 종이 쪼가리로 연결된 계약관계보다 훨씬 나을 거 같은데?’

하은철의 베프인 이상언은 그가 무엇을 생각하는지 너무 잘 알기에 가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