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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화

윤이서는 별로 개의치 않는다.

하경철을 제외한 다른 사람에게 그 어떤 감정도 없다.

“그래, 알았어. 나중에 얘기해. 나 대리 불러야 해.”

이서는 전화를 끊고 대리운전 기사를 불렀다.

다행히 아직 시내를 벗어나지 않아, 대리기사가 바로 출발했다.

이서가 북성으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오후 5시가 넘는 시간이었다.

붉게 물들어 가는 서쪽 하늘, 석양이 산꼭대기에 조금씩 멀어져가고 있었다. 만물이 고요하고 아름다웠다.

그러나 그녀의 마음은 평온하지 않았다.

집에 돌아와 신발 선반 위에 놓인 남성 슬리퍼를 보니 더욱 심란해졌다.

그녀는 아예 신발을 신발장에 넣어버렸다.

앉자마자 주경모 집사한테서 전화가 걸려 왔다.

“아저씨, 무슨 일이세요?”

“아가씨, 북성에 돌아오셨나요?”

“네, 방금 도착했어요.”

“어르신께서 병원에 잠깐 들르라고 합니다.”

이서는 방금 임하나가 했던 말이 떠올라 심장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할아버지 괜찮으세요?”

“어르신이 아닙니다.”

주경모는 그녀가 무슨 소문을 들었는지 알아차린 듯 굳이 숨기지 않았다.

“도련님이 교통사고를 당해서 지금 병원에 있습니다.”

가기 싫었지만, 하경철의 체면을 봐서 가겠다고 승낙했다.

병원에 도착하니, 입원병동 앞에 고급세단이 줄지어 서 있었다.

윤이서는 곧 정문에 도착했다.

정문을 지키고 있던 경호원은 윤이서를 보자 막아 서지도 않고, 그녀가 들어가도록 내버려 두었다.

이서는 자기집 드나들 듯 쉽게 하은철의 병실을 찾아냈다.

‘참, 세상도 요지경이다. 지난번에는 그녀가 하마터면 여기서 죽을 뻔했는데, 이번에는 거꾸로 그녀가 하은철을 병문안 왔다.’

하은철은 크게 다치지 않았다. 분쇄성 골절로, 한쪽 다리를 통깁스하고 침대에 누워 있었다.

이서를 보자 하은철은 심기가 불편한 듯 콧방귀를 뀌었다.

“할아버지.”

이서는 얌전하게 하경철 앞으로 다가갔다.

이서의 얼굴을 보자 하경철 얼굴에 근심이 사라지고 환하게 웃었다.

“이서야, 널 여기까지 불러서 미안타.”

“할아버지, 이게…… 뭔 일이래요?”

하경철은 못마땅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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