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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화

방금 하지환에서 된통 당한 민예지는 이서를 보자 분풀이할 대상을 찾은 듯 두말없이 다짜고짜 이서의 팔을 잡고 물었다.

“네가 왜 여기 있어? 설마 하은철 둘째 삼촌한테 꼬리 치려는 거니?!”

이서는 고개를 옆으로 돌리며 민예지에게 잡힌 팔을 힐끗 쳐다보고 말했다.

“손 놔!”

미쳐 날뛰는 민예지한테 이서의 소리가 들리기 만무했다.

‘내가 못 가지는 걸 네가 뭔데 가져?’

그녀가 손을 놓지 않자, 이서는 민예지의 손을 덥석 잡았다. 그러자 손톱이 민예지의 살을 파고들었다.

강한 통증을 느낀 민예지는 이서를 밀어냈다. 손목에 생긴 손톱자국을 보고는 또 달려들었다.

이서는 재빨리 피하고, 고개를 들어 CCTV를 한 번 훑어보고는 말했다.

“민예지, 이미지 챙기는 게 좋을 걸?”

민호일도 이곳이 그들의 바운더리가 아니라는 것을 의식했는지 급급히 민예지를 막아섰다. CCTV가 폭로되어 민예지의 악행이 만천하에 알려지면 자기들에게 득이 되는 게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예지야.”

민호일은 경멸스러운 눈빛으로 이서를 바라보았다.

“이런 뜨내기들에게 손 더럽히지 마. 그건 네 신분을 깎아 먹는 거나 마찬가지다. 우리 가자.”

민예지는 내키지 않은 듯 얘기했다.

“그런데 아빠, 쟤가 뭔데 둘째 삼촌이랑 같이 밥 먹냐고?”

이미 엘리베이터에 들어온 이서는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하은철 둘째 삼촌도 오셨다고?’

엘리베이터 문이 천천히 닫혔다. 치덕대는 민씨 부녀가 눈앞에서 철저히 사라지자, 이서는 그제야 기분이 다소 홀가분 해지는 것 같았다.

하은철의 둘째 삼촌도 계신다고, 심지어 살짝 설레기도 하고 긴장되기도 하였다.

곧 3층에 도착했다.

이서는 가벼운 걸음으로 룸으로 향했다.

“할아버지…….”

문을 밀고 들어온 윤이서는 텅 빈 룸을 보고 얼떨떨했다.

그녀는 황급히 핸드폰을 꺼내 하지환에게 전화를 걸었다.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엘리베이터에서 나오는 하지환을 보았다.

그녀는 전화를 끊고 쏜살같이 달려가 긴장한 듯 하지환의 옷을 잡고 물었다.

“괜찮아요?”

하지환은 어리둥절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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