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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화

이서는 경쾌한 발걸음으로 하지환에게로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서류는요?”

하지환은 눈앞의 백설같이 하얗고 기다랗게 쭉 뻗은 이서의 손을 보고는 자기도 모르게 손을 내밀어 슬쩍 쓰다듬었다.

“차 안에 있어요.”

“네.”

윤이서는 손이 찌릿찌릿 전기가 통하는 것 같았지만 굳이 손을 빼지 않고 웃으면서 물었다.

“서류 받으러 오는 분은 어떻게 생겼어요?”

“코 하나, 눈 두 개, 입 하나.”

이서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장난 그만 해요, 혹시라도 서류 전달이 잘못되면 안 되잖아요.”

“걱정마요. 당신을 잘 찾아올 거예요. 그쪽에서 당신을 알아볼 테니까.”

하지환은 이서에게 차 키를 건넷다.

“먼저 올라갈게요. 서류 전달하고, 이서 씨도 올라와요.”

“네.”

이서는 얌전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하지환이 시야에서 멀어지자 차에 타서 참을성 있게 기다렸다.

……

엘리베이터가 3층에서 멈추자, 하지환은 걸음을 내디디며 룸 방향으로 걸어갔다.

지금껏 이렇게 긴장해 본 적은 없었다.

그는 자조하며 웃었다.

과거 수조, 수십조에 이르는 거래를 해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던 그가, 오늘은 왠지 조심스럽고 긴장되었다.

‘도대체 왜 이러는 거야?’

룸 앞까지 간 하지환은 문을 두드렸다.

문이 열렸다.

주경모는 밖에 서 있는 사람이 하지환인 것을 확인하고 한참 동안 멍해 서 있었다.

“누구냐?”

뒤에서 하경철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꿈에서 깨어난 듯 문 입구에서 자리를 비켜주었다.

“큰 집 도련님이요.”

하지환은 룸에 들어갔다.

하지환을 보고 놀란 건 하경철도 마찬가지였다.

“네가 어쩐 일이냐? 오늘 일이 있어서 못 온다고 하지 않았나? 왔네?”

하지환의 표정이 복잡했다.

“확실히 일이 있긴 하죠.”

“그럼 어떻게 온 거야?”

하지환은 옷매무시를 바로잡고는 예쁜 손목을 드러냈다.

“왜냐하면, 작은 아빠께 말씀드려야 할 일이 있어서요…….”

“설마 이서 남편 정보를 찾은 거야?”

하경철이 흥분해서 말했다.

하지환이 막 입을 열려고 할 때, 문밖에서 갑자기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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