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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화

주경모는 즉시 호텔 직원에게 다기와 차를 준비하라고 했다.

이서는 이 기회를 틈타 하지환에게 문자를 보냈다.

[할아버지는 이미 도착하셨어요. 오시는 데 얼마나 걸릴까요?]

하지환은 답장하지 않았다.

호텔 직원이 다기 세트를 가져왔다.

이서는 부득이하게 먼저 마음을 다잡고 온 정신을 집중하여 하경철에게 드릴 차를 끓이고자 준비했다.

다도에도 순서와 예절이 있으니 절대로 소홀히 해서는 안 되었다.

직원이 가져온 것은 보이숙차였다.

자사 다관에 찻잎을 넣고 끓는 물로 우리자, 찻잎이 동동 떠오르면서 차 향기가 룸 안에 가득 퍼졌다.

이서는 재빨리 찻물을 퇴수기에 따라 버렸다.

이렇게 두 번을 반복하고 세 번째가 되어서야 찻잔에 차를 부었다.

검붉은 차탕에 차 향이 모락모락 피어났다.

“할아버지, 어서 드세요.”

하경철은 빙그레 웃으며 찻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시고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역시 이서가 우려낸 차야, 맛있어.”

이서는 겸손했다.

“과찬이세요. 할아버지는 늘 저를 놀리시는 걸 좋아하신다니까요.”

할아버지는 손을 흔들었다.

“영감쟁이가 할 일 없어서 널 놀리겠냐? 얘야, 할애비는 널 잘 알고 있다.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지. 이 다도만 봐도 그래. 네가 웬만한 다도가들보다 훨 낫다.”

“할아버지…….”

그러고는 한숨을 쉬었다.

“아쉽게도…… 은철이 녀석이 복이 없어서…….”

이서가 고개를 숙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자, 하경철은 웃으며 하은철 얘기는 그만했다. 그의 시선은 이서의 손목의 착용한 팔찌에 가 있었다.

“남편이 준 것이냐?”

이서가 차를 우려낼 때부터 눈여겨봤다.

윤이서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이 팔찌는 오늘 자리를 위해 특별히 찬 것이다.

하지환이 그녀에게 잘해 주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하경철에게 점수를 좀 더 따게 해주려고.

하경철은 두어 번 훑어보고는 아무 말없이 차를 한 모금 마셨다.

방안은 침묵으로 조용했다. 하경철의 속마음을 알 리 없는 이서는 하지환이 늦어서 화가 난 줄 알았다.

그녀는 곧 핑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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