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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화

“미안해요, 당신인 줄 몰랐어요.”

이서는 긴장한 표정으로 하지환을 끌어서 소파에 앉혔다. 불을 켜고 상처를 보니 심장이 아파왔다. 그녀는 곧 병실에서 재빨리 구급상자를 찾아냈다.

작은 상처이니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말하려 했지만, 하지환의 눈길은 상자 안에 널려 있는 속옷 쪽으로 갔다.

대뇌가 갑자기 다운된 것 같았다.

이 옷들은 그가 사람을 시켜 보내라고 한 것이다.

부하직원들이 골라서 바로 보낸 거라 확인할 길이 없었다.

그는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몸에서 오는 괴로움은 마치 곧 분출할 화산처럼 용암이 활활 타오르는 것 같았다.

하필 이때 이서는 구급상자를 들고 그의 옆에 찰싹 붙어 앉았다.

소녀 특유의 살냄새가 코끝을 간질이며 그의 이성을 끊임없이 자극하고 있었다.

이서는 자기도 모르게 알코올을 묻힌 면봉을 들고 하지환의 이마에 난 상처를 닦았다.

“좀 아파도 참아요.”

이서는 부드럽고 섬세한 동작으로 이마의 상처를 처치했다.

지환의 목젖이 힘겹게 미끄러졌다. 그의 시선은 눈앞의 풍경에서 고정되었다. 얼굴에서 시작된 홍조는 슬그머니 귓볼까지 빨개졌다.

뜨거운 시선에 윤이서는 동작을 멈칫했다. 고개를 숙이고서야 두 사람의 자세가 얼마나 야릇한 지를 깨달았다.

“아, 네…… 다 됐어요…….”

그녀는 얼굴을 붉히며 두 사람 사이의 거리를 벌렸다.

공기 중에는 여전히 이상야릇한 기운이 감돌았다.

이서는 아무 말이라도 해야 이 기괴한 분위기를 깨뜨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떻게 올라왔어요?”

윤이서는 베란다를 한 번 보았다. 여기는 2층이다.

‘설마 파이프를 타고 올라온 건 아니겠지?’

“타고 올라왔죠.”

“…….”

‘정말 그렇다.’

“여긴 2층인데요?!”

지환이 웃었다.

‘이 정도 높이는, 식은 죽 먹기지.’

“어때요? 발목은…….”

그는 윤이서의 발목을 보며, 소파에 널브러진 속옷을 애써 무시하려고 했다.

“아직은 좀 아프지만, 그래도 걸을 수 있어요. 이제 퇴원해도 될 거 같아요.”

매일 고액의 입원비를 지불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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