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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7화

베란다에 나온 이상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지환은 인내심을 참아가며 물었다.

“뭔 얘기인데, 얼른 얘기해.”

이상언은 피식 웃었다.

지환의 안색이 더욱 어두워졌다.

“야, 너 거울 좀 봐, 너 지금 몰골이 어떤지...”

이상언은 웃으며 말했다.

“아마 일 년 365일 너 뒤꽁무니 따라다니는 이천 씨도 널 못 알아볼걸?”

지환은 입을 꾹 닫고 아무 말하지 않았다.

그러고는 잠시 뒤 정색하며 말했다.

“나 지금 농담할 기분 아니야.”

이상언은 난간에 기대어 먼 곳을 바라보았다.

“알아. 나도 지금 농담하는 거 아니거든. 어르신이 돌아가시기 전에 이런 시한폭탄을 던져주고 간 걸 안 뒤 너도 줄곧 초조하고 불안했잖아.

나도 다 지켜보고 있었어.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그렇다고 그게 사라지는 건 아니니까.”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야?”

이상언은 고개를 돌려 지환을 바라보았다.

“너처럼 똑똑한 사람이 내가 무슨 말 하는지 모르지는 않을 텐데?”

지환은 입술을 일직선으로 오므렸다.

한참 후에 다시 입을 열었다. 그의 말투는 더없이 무거웠다.

“나도 알아. 지금 가장 냉철해야 할 때인 거. 그런데 매번 내 옆에 누워 있던 이서가 이상 행동하는 걸 볼 때마다 내 마음은 갈기갈기 찢어지는 거 같아. 이서가 또 악몽을 꾸고 있는 걸 알면서도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 그런 무력한 느낌... 난 지금껏 내가 모든 것을 다 좌우지해 왔다고 생각했는데, 이서를 만나고서야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

이런 얻음과 불안의 교차점에 서 있는 느낌...

지환은 자신의 속마음을 그 누구에게도 털어놓은 적 없었다. 이상언 말고는.

이상언은 한숨을 내쉬었다

“사랑이 뭐길래 사람을 이리 힘들게 괴롭히나? 지환아, 친구로서, 나도 해줄 말은 별로 없네. 너나 나나... 도긴개긴이다. 하지만 의사로서 충고 하나 할게. 마이클 천은 세계 최고의 심리치료 전문가야. 만약 그조차도 이서의 병을 치료하지 못한다면 다른 사람들은 더욱 불가능해. 의사가 치료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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