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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6화

“자기는 이 세상에서 가장 착한 사람이야. 자기만의 가족 울타리를 만들겠다는 건데 이 작은 소원도 들어주지 않네. 자기가 얘기해 봐. 하늘이 무심한 거야, 자기가 이기적인 거야?”

이서는 또 참지 못하고 눈물을 쏟았다.

“지환 씨 그만해요.”

얘기할수록 자기 마음을 알아주는 지환에게 미안한 마음이 더욱 강하게 들었다.

지환은 가볍게 웃으며, 이서의 코를 살짝 내리 쓸었다. 그녀의 기분이 좀 진정되자, 계속 입을 열었다.

“자기야, 앞으로 무슨 일 있으면 바로 나한테 얘기해, 지금은 자기 자신만 생각해. 내 생각은 나중에... 알았지?”

이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당신은... 내가 떠날까 봐 걱정되지 않아요?”

이서가 말하지 않았던 이유가 바로 지환이 오해할까 봐서였다.

“아니.”

지환은 이서의 손가락에 키스했다.

“우린 평생 함께할 거니까.”

드디어 이서의 얼굴에 웃음이 돌았다.

“당신이 방금 말한 심리치료...”

그녀는 얼굴의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그거 뭐예요?”

“약물치료나 물리치료를 병행하는 치료인데... 치료 과정이 많이 힘들대.”

말을 한마디 뱉을 때마다 지환의 심장은 칼로 에는 것 같았다.

“자기야...”

이 험난한 과정을 겪지 않게 하려고

지환은 마이클 천에게 고통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치료할 것을 요구했었다.

그러나 지금 보니 그의 이런 결정이 오히려 이서의 고통을 가중시키지 않았나 싶기도 했다.

그녀의 병세가 악화되었으니.

이성적으로는 치료받는 게 가장 최선의 방법이라고 알고 있으면서도, 마음속으로는 줄곧 결심을 내리지 못했다.

이서가 고통받는 모습을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어서.

지환이 걱정하는 바를 이서도 잘 알고 있다.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나 괜찮아요. 치료받고 싶어요. 당신 곁에만 있을 수만 있다면, 어떤 치료도 다 받을 수 있어요.”

말하고 나니 오히려 그녀의 죄책감도 줄어드는 것 같았다.

지환은 이서의 손을 꼭 잡았다.

두 사람은 묵묵히 마주 보며 아무 말하지 않았다. 모든 것은 무언의 침묵 속에 녹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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