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699화

작가: 시해나
이서는 눈썹을 찌푸렸다.

“너 괜찮아?”

‘단지 서류를 준비하는 것뿐인데 왜 오버하는 거야? 뭔 큰 충격이라도 받은 줄 알겠어?’

‘그리고 지금은 단지 서류를 제출하는 단계일 뿐이잖아. 비록 네 삼촌의 지지가 있지만, 반드시 민씨 그룹을 인수한다는 보장이 있는 것도 아니고.’

‘하은철 설마 지금 윤수정이 질 거라고 맥이 빠진 거야?’

하은철은 힘겹게 고개를 들었다.

“배서는 누가 해주는 거야?”

이서는 의아해했다.

“너 몰랐어?”

‘이렇게 큰일을 조카에게 알리지 않았다니?’

‘하은철과 삼촌 사이가 그리 좋지 않은가 보네.’

“나... 모르는데...”

‘내가 알아야 하는 건가?’

이서는 어깨를 올렸다. 하은철의 삼촌이 말하지 않은 걸 그녀가 굳이 말할 필요가 있겠는가?

“아직 내 질문에 대답 안 했다. 대체 배서는 누가 하는 거야?”

“공시하면 알 수 있겠지.”

하은철은 이서를 응시했다.

이서는 태연하게 자리에 앉았다.

“째려봐도 소용없어. 너도 아는 사람이야. 그런데 네가 모르는 거 보니 너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건가 봐. 그럼 나도 굳이 너에게 말할 필요 없지.”

그녀는 하은철에게 분명하게 말했다.

괜히 여기로 자주 들락거리지 않게.

하은철은 얼굴이 살짝 변했다.

“설마...”

그는 머릿속에 예상 답안이 있었다.

하지만 믿고 싶지 않았다.

“궁금한 거 더 있어? 없으면 이만 가 봐.”

하은철은 천천히 몸을 돌려 문어귀로 걸어갔다. 그는 갑자기 몸을 돌려 단호한 눈빛으로 이서를 바라보았다.

“윤이서, 네 남편이 누구든 난 할아버지 마지막 소원을 이뤄드릴 거야. 누구도 날 막을 수 없어.”

이서의 미간이 있는 대로 찌푸렸다.

하은철이 나간 뒤 그녀는 한참 동안 그의 말속에 사로잡혀 멍하니 있었다.

“언니, 괜찮아요?”

심소희가 문을 밀고 들어왔다. 제자리에 앉아 창백한 얼굴로 멍하니 있는 이서를 보고 놀라서 물었다.

이서는 얼떨결에 정신을 차렸다.

“아, 아니야, 괜찮아!”

“언니...”

“무슨 일이야?”

심소희는 그제야 그가 들어온 목적을 떠올렸다.

“아,
잠긴 챕터
GoodNovel에서 계속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관련 챕터

  •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제700화

    뭔가 소중한 걸 잃은 것처럼.“네! 좋아요.” 이서는 애서 태연한 척 말을 이었다.“그럼, 우리 있다가 봐요.”[응. 그래.]하이먼 스웨이과의 전화를 끊고 이서는 실의에 빠져 휴대전화를 꺼냈다.사실 그녀는 하이먼 스웨이가 H 국을 떠날 것이라는 일찌감치 예감했다. 다만 이렇게 빠를 줄은 예상치 못했다.그녀는 지환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지환에게서 바로 답장이 왔다.지환이 보낸 문자를 보면서 이서는 고통스럽게 눈살을 찌푸렸다. 머릿속에는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직전의 모습이 다시 떠올랐다.‘할아버지는 그녀를 위해 돌아가셨다.’이 말이 줄곧 그녀의 머릿속에 새겨져 있다.할아버지가 유언으로 남긴 아쉬움이 이서의 뇌리에 깊이 박혀 있었다.만약 지환과 함께하지 않았다면, 그녀는 할아버지의 유언에 따라 벌써 하은철과 결혼했을 것이다.반평생을 꼭두각시처럼 사는 한이 있더라도.그러나 지금은 지환이 있다.그를 버릴 수 없다.이건 그에게 너무 불공평하다.이서는 다시 한번 숨을 깊이 내쉬었다.설령...하루하루 악몽을 꾸는 고통을 참더라도 그녀는 계속 지환의 곁에 있을 것이다.다른 방식으로 용서를 구할 수는 있지만 절대로 지환을 배신할 수 없었다.할아버지가... 싫어한대도.이서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다.퇴근한 후 이서는 1층으로 내려갔다. 임현태가 차를 회사 입구에 대기시켜 놓고 있었다.보나마나 지환이 차 안에 있을 것이다.차 문을 열자, 역시 지환이 눈에 들어왔다.“일찍 오셨네요?” 이서는 아무 일도 없는 척 태연하게 자리에 앉았다.그러나 지환은 이서의 기분이 다운되었다는 걸 단번에 알아차렸다.“방금 왔어. 뭔 일 있어?” 지환은 이서의 손을 잡고 걱정스레 물었다.“혹시 회사 일?”“아니요.”“그럼, 우리 자기 오늘 왜 이렇게 기분이 안 좋을까나?”“아니에요.” 지환에게 단번에 들켜 버리다니, 이서는 얼른 시선을 피하며 아닌 척했다.“엄마가 한동안 떠난대요, 좀 아쉬워서요.”그녀의 기분이 가라앉은 데는 확실히 이

  •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제701화

    이서는 지환을 자기 뒤에 숨기고 싶었다. 하지만 키 차이가 많이 나는 지라 다 가릴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지환의 손을 꼭 잡고 주도권을 행사했다.“응.”장희령은 시큰시큰하게 말했다.“잘 생겼네. 하지만 얼굴이 밥 먹여 주나. 얼굴 뜯어먹고 살 것도 아니면서.”한 마디로 분위기를 깼다.심가은도 그제야 눈길을 거두었다.“아직도 이서 씨가 집안 가장이야? 남편 먹여 살리는 거야?”말을 마치고는 비아냥거리는 시선으로 이서를 쳐다보았다.이렇게 해서라도 평정심을 찾으려고 했다.그렇지 않으면 이서의 얼굴을 볼 때마다 짜증이 올라올 것 같았다.이서가 예쁜 걸 그녀도 인정한다. 하지만 소지엽이 그녀만 좋아하고, 자신을 거들떠보지도 않는 건 받아들일 수 없었다.이서는 다소 불쾌한 듯 얼굴을 길게 늘어뜨렸다. 오늘은 비록 하이먼 스웨이를 위해 식사 자리에 나온 것은 맞지만, 그러나 지환에게 함부러 하는 건 그 누구라도 절대 참을 수 없었다.“어떻게 내 일에 대해 그렇게 잘 알지? 우리 집 침대 밑에 숨어 사니?”심가은의 얼굴이 빨갛게 상기되었다.하이먼 스웨이도 심가은이 지나쳤다고 생각했다.“가은아, 이건 이서 언니 집안일이잖니, 다른 사람 얘기를 함부로 입에 올리는 거 아니다.”심가은이 반박하려고 들자, 장희령이 눈빛을 보냈다.“오늘 기분 좋은 날인데, 다들 흥분 좀 가리앉힙시다.”장희령은 일어나서 사람들에게 물을 따라주었다.하이먼 스웨이에게 잘 보이기 위한 게 아니라면, 장희령은 절대 물 따르는 잔일 같은 건 하지 않았을 것이다.“자, 물 한 잔 드시고 진정합시다.”이서와 지환은 그제야 자리에 앉았다.착석하자 하이먼 스웨이가 말을 꺼냈다.“오늘 내 딸과 한자리에 있게 되어 너무 행복하네요. 우선 이 자리를 빌려 이서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어요. 이서가 그동안 적극적으로 나를 도와 딸을 찾아주지 않았더라면 나는 아직도 가은이와 지금 이 자리에 없었을 겁니다. 그래서 이서야, 정말 고마워.”이서는 찻잔을 들어 올렸다.“엄마, 당

  •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제702화

    상황을 지켜본 심가은은 일부러 달콤하게 말했다.“이서 씨 이해해 줘서 고마워.”이서의 안색은 별로 변하지 않았다.“고맙긴, 이제부터는 가은 씨가 작가님을 잘 챙겨줬으면 좋겠어.”“당연한 걸.” 심가은은 하이먼 스웨이의 팔을 껴안았다.이서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식사가 끝나자, 이서의 마음은 더욱 우울해졌다.하이먼 스웨이가 일부러 쫓아와 사과했지만, 이서의 마음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그녀가 기분이 나쁜 건, 심가은이 하이먼 스웨이에 대한 호칭을 바꾸게 해서가 아니라하이먼 스웨이에 대한 심가은의 태도 때문이었다.그분의 친딸이라는 걸 믿고 제멋대로인 태도.오늘은 단지 수양딸이 싫다고 하지만, 앞으로는...?“자기야, 아직도 저녁 식사 때 일 생각하고 있어?”지환은 손을 들어 이서의 관자놀이를 살살 문질렀다.이서는 지환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었다.“응.”“심가은이 작가님의 사랑을 등에 업고 제멋대로 나댈까 봐... 지환 씨, 내가 너무 오지랖인가?”지환은 이서의 머리카락을 살며시 쓰다듬었다. 그녀가 좀 진정되자 입을 열었다.“자기야, 어떤 일이든 객관적이어야 해. 자신의 시각을 대입시키지 말고.”“하지만...” 이서는 고개를 들어 말했다.“나는 작가님이 방금 매우 불쾌해하신 걸 느꼈거든요.”왜 이렇게 마음이 아픈 건지 그녀도 모른다.그냥 하이먼 스웨이가 이런 취급받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그러나 그녀는 지금 기껏해야 하이먼 스웨이의 지인일 뿐, 다른 말할 자격이 없다.지환은 이서의 허리를 애틋하게 껴안았다.그의 아내는 다 좋은데 때로는 너무 착해서 탈이다.집에 돌아온 이서는 너무 피곤한 나머지 그대로 침대에 쓰러졌다.지환이 방에 들어와 보니 이서가 이불에 들어가 자신을 꽁꽁 싸매고 있는 것을 보았다.그는 가까이 다가가서야 이서의 안색이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얼굴이 빨갛고 얼굴,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자기야...”지환은 몸을 웅크리고 이서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었다.이서의 이

  •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제703화

    “이서 씨.”이상언은 이서의 이름을 불렀다. 하지만 그녀의 눈은 마치 무엇에 홀린 듯 꼼짝도 하지 않았다.한참 뒤, 그녀는 무언가에 자극받은 듯 미친 듯이 소리쳤다.“윤이서, 너 왜 이렇게 양심 없는 애였어? 내가 누구 때문에 죽었는데?”평소에 간담이 크고, 식견이 넓은 임하나도 이서의 모습에 모골이 송연해졌다.그녀는 이상언의 손을 잡았다.“무슨 일이에요? 이서야, 너 왜 그래?”“해리성 장애 같아요.” 이상언이 고개를 들어 지환을 보았다. “지환아, 마이클 천 불러와야겠다.”지환의 입술은 경직되어 있었다.이상언은 지체하지 않고 바로 마이클 천에게 전화를 걸었다.통화를 마친 이상언은 지환에게 말했다.“지환아, 마음의 준비를 해두는 게 좋을 거 같다. 이서 씨 병세가 갑자기 악화되면 앞으로 약물이나 물리치료를 받아야 할 수도 있어. 그 과정은 고통스럽고 길어질 거야...”지환의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그는 차가운 손끝으로 이서의 손을 힘껏 잡았다.조용히 누워있던 이서는 갑자기 심하게 경련을 일으키더니 입에 거품을 물었다.“상언 씨!”임하나가 절박한 목소리로 소리쳤다.이상언은 몸을 돌려 부엌으로 가서 젓가락을 가져갔다.그가 돌아왔을 때, 이서가 지환의 팔을 물고 있는 것을 보았다.팔에는 이미 피가 배어 있었다.“지환아.” 이상언이 지환에게 젓가락을 건네주었다.지환은 고개를 저었다. 아무런 표정 변화도 없었다. 심지어 신음소리도 하나 내지 않았다.잠시 후 이서는 마침내 경련을 멈추고 점차 가라앉았다.지환은 그제야 천천히 손을 뺐다.임하나는 지환의 팔에 선명한 이빨 자국이 여러 개 있는 것을 보았다.지환에게 상처를 처리하라고 얘기하기도 전에 마이클 천이 도착했다.방에 들어서자, 마이클 천의 시선은 이서에게 떨어졌다. 그는 이서의 상황을 살피고는 곧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눈치챘다.그의 안색이 극도로 굳어졌다.“이렇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마이클 천이 한숨을 쉬었다.“대표님...”마이클 천이 말을 꺼내기 바쁘게

  •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제704화

    “합리적인 치료 방안을 제시해. 그렇지 않으면 내 인내심에도 한계가 있을 테니.”지환은 난간을 잡고 있었다. 그의 목소리는 극히 차가웠다.마이클 천은 전전긍긍하며 이상언을 바라보았다.이상언은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말해봐요, 이서 씨 상황이 왜 갑자기 이렇게 악화되었는지?”마이클 천은 고개를 저었다.“나도 모르겠어요. 대표님 얘기에 따르면 요 며칠 사모님은 민씨 그룹을 인수하는 데 모든 관심을 돌렸는데.”“이는 자가 치료에 아주 긍정적인 표현이거든요. 그런데... 어쩌다 이렇게 됐지요?”이상언은 지환을 바라보았다.“지환아, 오늘 무슨 특별한 일 있었어?”지환은 눈살을 찌푸렸다.“하이먼 스웨이가 딸을 찾았어.”이서의 집이 어떤 상황인지 이상언과 마이클 천은 잘 알고 있었다. 이 말을 들은 두 사람은 모두 확신의 기색을 드러냈다.“아마도 그 일로 스트레스를 받은 듯합니다.”마이클 천이 말했다.“대표님, 제가 전에 말씀드렸던 거 기억하시나요?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라면 외적 치료를 건의하지 않는다고. 이제는... 어쩔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지환은 가늘게 눈을 떴다. 목소리는 더없이 무거웠다.“치료 과정은... 얼마나 고통스러울까요?”“그건, 명확하게 대답하기 힘듭니다. 사람마다 받아들여지는 정도가 다릅니다. 그리고... 먼저 사모님과 상의하셔야 해요. 환자가 치료를 거부하면 과정은 더욱 고통스러워질 겁니다.”지환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마이클 천은 침묵하며 이상언을 바라보았다.이상언은 손을 흔들었다. 마이클 천이 잠깐 자리를 비울 것을 암시했다.마이클 천은 즉시 나갔다.이상언은 그제서야 지환의 뒤로 걸어갔다.“치료가 필요하다고 언제쯤 이서 씨에게 말할 작정이야?”지환은 차가운 난간에 이마를 대고 있었다. 그의 눈빛은 살인을 저지를 만큼 음험했다.아쉽게도 하경철은 이미 죽었고...“오늘 이서가 당한 고통을 하씨 집안 사람들한테 백배, 천 배로 돌려받을 거다!”이상언은 상황을 보고 어쩔 수 없이 지환의 어깨

  •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제705화

    임하나의 몸은 더욱 심하게 떨렸다. 그는 이상언의 품에 기대었다.“왜? 도대체 왜? 이제야 가까스로 하씨 집안을 벗어났는데 또 그 불구덩이에 빠지다니.”이상언은 임하나의 등을 가볍게 다독이 소리 없이 탄식했다.밤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다들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이상언과 임하나도 밤새 이서를 지켰다.이튿날 잠에서 깬 이서는 집안에 한가득한 사람들을 보고 의아했다.“어떻게 다 여기 있지?”어제 일어난 일에 대해 이서는 전혀 기억이 없었다.임하나는 이서가 깨어나는 것을 보고 눈물을 참지 못하고 먼저 달려갔다.“이서야, 드디어 깨어났구나. 좀 어때?”침대에서 일어나 앉은 이서는 의아한 눈빛으로 지환을 봤다가 다시 임하나한테 떨어졌다.“내가 왜?”이서는 땀을 흠뻑 흘린 것 같았다.온몸이 끈적하고 찝찝했다.임하나의 눈시울이 또 붉어졌다. 그녀는 재빨리 고개를 돌려 이상언을 쳐다보았다.이상언은 이서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그리고 지환에게 말했다.“우리 먼저 갈게. 이서 씨 잘 챙겨.”말을 마치고는 임하나와 집을 나섰다.방 안에는 순식간에 이서와 지환만 남았다.이서는 의아한 듯 지환을 바라보았다. 입가에 옅은 웃음을 띠고 있었다.“지환 씨, 다들 왜 그래요? 안색은 왜 이렇게 굳었어?”이서 옆에 앉은 지환은 밤새 잠을 자지 못한 관계로 눈 밑에는 청회색 다크서클이 진하게 나타났다.지환의 안쓰러운 모습을 보니 이서의 심장이 아파왔다.“어르신 돌아가시기 전에 한 말, 나도 알고 있어.”이서의 안색이 돌변했다.“그동안 자기가 자꾸 악몽을 꾸는 것도 알고 있었고...”이서는 급히 입을 열었다.“지환 씨, 걱정 마요. 나 당신 없으면 안 돼, 당신 떠날 생각 없어요.”지환은 가볍게 웃었지만, 눈 밑에는 애처로운 마음이 가득 담겨 있었다.“자기야, 내 말 좀 들어봐.”이서는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나, 자기 위해 정신과 의사를 섭외해 놓았어.”이서는 지환을 바라보며 순순히 뒷말을 기다렸다.한참 뒤 뒷말이 없다고 여겼을

  •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제706화

    “자기는 이 세상에서 가장 착한 사람이야. 자기만의 가족 울타리를 만들겠다는 건데 이 작은 소원도 들어주지 않네. 자기가 얘기해 봐. 하늘이 무심한 거야, 자기가 이기적인 거야?”이서는 또 참지 못하고 눈물을 쏟았다.“지환 씨 그만해요.”얘기할수록 자기 마음을 알아주는 지환에게 미안한 마음이 더욱 강하게 들었다.지환은 가볍게 웃으며, 이서의 코를 살짝 내리 쓸었다. 그녀의 기분이 좀 진정되자, 계속 입을 열었다.“자기야, 앞으로 무슨 일 있으면 바로 나한테 얘기해, 지금은 자기 자신만 생각해. 내 생각은 나중에... 알았지?”이서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당신은... 내가 떠날까 봐 걱정되지 않아요?”이서가 말하지 않았던 이유가 바로 지환이 오해할까 봐서였다.“아니.” 지환은 이서의 손가락에 키스했다.“우린 평생 함께할 거니까.”드디어 이서의 얼굴에 웃음이 돌았다.“당신이 방금 말한 심리치료...”그녀는 얼굴의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그거 뭐예요?”“약물치료나 물리치료를 병행하는 치료인데... 치료 과정이 많이 힘들대.”말을 한마디 뱉을 때마다 지환의 심장은 칼로 에는 것 같았다.“자기야...”이 험난한 과정을 겪지 않게 하려고지환은 마이클 천에게 고통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치료할 것을 요구했었다.그러나 지금 보니 그의 이런 결정이 오히려 이서의 고통을 가중시키지 않았나 싶기도 했다.그녀의 병세가 악화되었으니.이성적으로는 치료받는 게 가장 최선의 방법이라고 알고 있으면서도, 마음속으로는 줄곧 결심을 내리지 못했다.이서가 고통받는 모습을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어서.지환이 걱정하는 바를 이서도 잘 알고 있다.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나 괜찮아요. 치료받고 싶어요. 당신 곁에만 있을 수만 있다면, 어떤 치료도 다 받을 수 있어요.”말하고 나니 오히려 그녀의 죄책감도 줄어드는 것 같았다.지환은 이서의 손을 꼭 잡았다.두 사람은 묵묵히 마주 보며 아무 말하지 않았다. 모든 것은 무언의 침묵 속에 녹아 있었다.

  •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제707화

    베란다에 나온 이상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지환은 인내심을 참아가며 물었다.“뭔 얘기인데, 얼른 얘기해.”이상언은 피식 웃었다.지환의 안색이 더욱 어두워졌다.“야, 너 거울 좀 봐, 너 지금 몰골이 어떤지...”이상언은 웃으며 말했다.“아마 일 년 365일 너 뒤꽁무니 따라다니는 이천 씨도 널 못 알아볼걸?”지환은 입을 꾹 닫고 아무 말하지 않았다.그러고는 잠시 뒤 정색하며 말했다.“나 지금 농담할 기분 아니야.”이상언은 난간에 기대어 먼 곳을 바라보았다.“알아. 나도 지금 농담하는 거 아니거든. 어르신이 돌아가시기 전에 이런 시한폭탄을 던져주고 간 걸 안 뒤 너도 줄곧 초조하고 불안했잖아.나도 다 지켜보고 있었어.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그렇다고 그게 사라지는 건 아니니까.”“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야?”이상언은 고개를 돌려 지환을 바라보았다.“너처럼 똑똑한 사람이 내가 무슨 말 하는지 모르지는 않을 텐데?”지환은 입술을 일직선으로 오므렸다.한참 후에 다시 입을 열었다. 그의 말투는 더없이 무거웠다.“나도 알아. 지금 가장 냉철해야 할 때인 거. 그런데 매번 내 옆에 누워 있던 이서가 이상 행동하는 걸 볼 때마다 내 마음은 갈기갈기 찢어지는 거 같아. 이서가 또 악몽을 꾸고 있는 걸 알면서도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 그런 무력한 느낌... 난 지금껏 내가 모든 것을 다 좌우지해 왔다고 생각했는데, 이서를 만나고서야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이런 얻음과 불안의 교차점에 서 있는 느낌...지환은 자신의 속마음을 그 누구에게도 털어놓은 적 없었다. 이상언 말고는.이상언은 한숨을 내쉬었다“사랑이 뭐길래 사람을 이리 힘들게 괴롭히나? 지환아, 친구로서, 나도 해줄 말은 별로 없네. 너나 나나... 도긴개긴이다. 하지만 의사로서 충고 하나 할게. 마이클 천은 세계 최고의 심리치료 전문가야. 만약 그조차도 이서의 병을 치료하지 못한다면 다른 사람들은 더욱 불가능해. 의사가 치료할 때

최신 챕터

  •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제1336화

    차가 심씨 가문의 고택에 다다르자, 이서는 가장 먼저 지엽을 발견했다.지엽 역시 차에서 내리는 지환을 보고 얼굴이 굳어 버렸는데, 특히 이서가 자연스레 지환의 팔짱을 낀 순간, 지엽의 눈썹이 몇 번이나 심하게 떨렸다. “두 사람...” 지엽이 무언가 말을 꺼내려던 찰나, 고택의 대문이 열리며 소희가 나왔다. “오셨네요!” 몇 초 후, 두 사람이 팔짱을 낀 모습을 본 소희는 깜짝 놀라 입을 틀어막았다. “두 분... 화해하신 거예요?” 이서는 지엽의 반응을 슬쩍 살피더니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렇게 됐어.” 더 이상 자세히 설명할 수는 없었다. 지엽이 떠난 뒤에야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소희는 갑자기 핸드폰을 꺼내며 말했다. “하나 언니는 아직 모르죠? 지금 바로 알려줘야겠어요!” 이서는 다급하게 소희의 손에서 핸드폰을 빼앗으며 말했다. “잠깐만! 그 얘기는 나중에 하고 먼저 소희 씨 얘기부터 하자. 지엽아, 얼른 조사한 결과부터 소희 씨한테 보여줘.” 지엽은 여전히 이서와 지환이 함께 있다는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했고, 이서가 다시 한번 그의 이름을 부르고 나서야 정신을 차리고 소희에게 조사 결과를 건넸다. “소희 씨에게 누명을 씌운 건 심태윤이었어요. 소희 씨가 여태 친동생인 줄 알았던 그 사람이요.” 지엽은 여전히 이서와 지환 쪽에 신경이 쏠려 있었다. “자세한 내용은 그 안에 다 적혀 있으니까 잘 읽어보면 돼요...” 지엽이 고개를 돌려 이서를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 “이서야, 잠깐 나랑 따로 얘기할 수 있을까?” 그 순간, 잠깐의 침묵이 흘렀다. 이서는 지환을 한 번 바라보고 나서야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이서가 지환의 팔에서 손을 빼내려 하자, 지환은 더욱 강하게 이서의 손을 잡았다. 이서는 당황한 표정으로 지환을 올려다보며 눈빛으로 놓아달라는 신호를 보냈다. “하 대표님, 제가 이서랑 단둘이 이야기를 나누면

  •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제1335화

    이서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하다가 겨우 입을 열었다. “정말... 같이 먹고, 같이 잔다고요?”지환은 그 말에 이서의 마음이 바뀌었다는 걸 눈치채고 슬며시 입꼬리를 올렸지만, 일부러 천진난만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응, 어쩔 수 없잖아. 어둠의 호리병을 반으로 나눌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 이서는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어쩔 수 없네요. 당분간은 같이 지내야겠어요.” 지환의 미소는 더 깊어졌는데, 그 미소가 사라지기도 전에 이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근데, 하도훈은 언제 처리할 수 있어요? 설마 아이가 태어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건 아니죠?” 지환은 깊은숨을 내쉬며 대답했다.“어둠의 호리병이 다크 웹의 1위와 2위의 위치만 알아낸다면, 하도훈과 정면 승부를 가릴 수 있을 텐데 말이지...”“어둠의 호리병은 그 둘의 위치를 모르는 거예요?” “그 사람들이 어디 있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어둠의 호리병도 순위에 올라 있는 킬러일 뿐, 그 사람들과 친구는 아니거든.” “단서도 전혀 없어요?” 지환은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 “실망하게 해서 미안하지만, 지금은 없어.” 이서는 실망이라기보다는 하도훈이라는 골칫거리를 빨리 해결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그럼, 우린 이제 어디로 가요?” “회사로.” 고개를 끄덕인 이서는 더 이상 묻지 않았고, 두 사람이 탄 차는 윤씨 그룹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이서는 지엽의 전화를 받았다. “소희 씨에 대한 일은 어느 정도 해결된 거야?”이서는 기쁜 목소리로 물었다. “그럼 얼른 가서 소희 씨한테 알려줘. 분명히 엄청나게 기뻐할 거야.” 수화기 너머의 지엽은 잠시 침묵하다가 천천히 말했다.[이서야, 난 소희 씨랑 이제 막 알게 된 사이라 조금 어색한데, 네가 같이 가주면 안 될까?] 이서는 곁눈으로 지환을 한 번 바라보며 생각하다가 말했다. “알았어.” 그 순간, 이서를 태우고 있던 지환은 잠시 핸들을 놓칠 뻔했

  •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제1334화

    “고이서를 바로 내쫓으면 분명 편하긴 하겠죠. 하지만 내 손에 있는 윤씨 그룹의 자산 중 일부는 원래 윤씨 가문의 것이었어요.”“그 인간들의 만행이 제대로 폭로되지 않으면, 과거 윤씨 그룹에 몸담았던 몇몇 내부 인사들은 고이서와 손을 잡고 말 거예요. 그런 일이 생기지 않으려면 반드시 그 인간들이 얼마나 이기적이고 탐욕스러운지 모두에게 보여줄 필요가 있어요.” “그래서 일부러 고이서를 회사의 대표 자리에 앉힌 거야? 그 여자가 빨리 본색을 드러내도록 하려고?” “네.”짧게 대답한 이서는 무심코 거울 속 자신을 보았고, 활짝 웃고 있는 자기 모습에 잠시 멍해졌다. ‘하지환 씨 앞에 서면 점점 자유로워지는 것 같아.’두 사람이 함께 있으면 자연스럽게 대화가 이어졌는데, 이서에게 더 난감한 것은 지환이 자신의 정체를 속였던 일조차 잊고 있다는 점이었다. ...“왜 내려오라고 한 거예요?”아래층으로 내려온 이서는 지환의 차에 올랐다. “하도훈이 이렇게 오랫동안 잠적한 이유가 뭔지 알아?”“자식을 만드느라 바쁜 거겠죠.” “맞아.”“그동안 꽤 많은 여자를 만났고, 그중 한 여자가 진짜로 임신했다더라.” 이서의 얼굴에 미묘한 변화가 스쳤다. “그럼 이제 하도훈이 다시 우리한테 신경 쓸 여유가 생겼다는 거네요?” 지환은 묘한 미소를 지으며 아무 말 없이 이서를 바라보았다. 이서는 지환의 표정을 보고 의아하게 물었다. “그 표정은 또 뭐예요? 설마... 예전에 내가 하도훈한테 여자를 붙여보라고 했던 그 작전을...” 지환은 고개를 끄덕였다. “설마 그 임신했다는 여자, 하지환 씨가 보낸 사람이에요?” “아니었으면 한 번에 임신했을 리가 없잖아.” 이서는 입을 살짝 벌리고 당황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 그럼 그 아이는 하도훈의 아이가 아닌 거예요?” 지환은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고, 이서는 한숨을 내쉬었다. “하도훈은 그 사실을 알면 미쳐버릴 거예요.” “미치면 더 좋지 않아?” 지환은 담담하게

  •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제1333화

    모두 반대의 목소리뿐이었지만, 이서는 공식적인 입장을 밝혔다.“불만 있으면 사직서 쓰세요.” 이 한마디에, 회사 고위층들은 아무리 불만이 있어도 더 이상 말을 이어갈 수 없었다. 이서는 핸드폰을 내려놓고 고이서를 바라보며 말했다. “자, 오늘부터 고 팀장님이 아닌 고 대표님이 된 거예요.”‘고 대표’라는 말을 듣는 순간, 고이서는 애써 입꼬리를 올리지 않으려고 했지만, 새어 나오는 기쁨을 억누를 수 없었다. 너무나 큰 기쁨에, 아무리 억제하려 해도 입가에 미소가 번졌으니 말이다.“저는 이만 가 볼게요.” 이서는 그 한마디만 남기고 사무실을 떠났고, 고이서는 문이 닫힌 후에도 몇 초간 멍하니 서 있었다.5분이 지나도 마치 꿈을 꾸고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고이서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이서의 책상으로 다가가 나뭇결을 쓰다듬었다. ‘이제 이 모든 건 다 내 거야...!’ 고이서는 마치 꿈속을 걷는 사람처럼 대형 의자로 다가가 앉았다. 의자에 몸을 깊이 파묻는 순간, 마치 가죽 의자가 아니라 구름 위에 앉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 자리만 차지하면... 다시 예전처럼 호화로운 삶을 즐길 수 있을 거야. 원하는 대로 화려한 드레스를 사고, 반짝이는 보석도 망설임 없이 살 수 있고... 돈 걱정 따위는 안 해도 되겠지! 아, 내가 좋아하는 남자도 내 마음대로 만날 수 있을 거야.’ 고이서의 마음이 격렬히 요동치던 그때, 문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고이서는 마치 제 발 저린 도둑처럼 깜짝 놀라 벌떡 일어섰고, 몇 초가 지나서야 겨우 목소리를 가다듬고 말했다. “들어오세요.”문을 열고 들어온 김하늘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고 팀장님, 회의 시간이 다 됐습니다.” ‘고 팀장’이라는 호칭에 고이서는 속으로 불쾌감을 느꼈고, 마음속으로 조용히 ‘김하늘’이라는 이름을 새겨 두었다.‘며칠만 지나면 내가 정식으로 대표가 될 텐데, 그때 가장 먼저 잘라버릴 사람은 바로 네가 될 거야.’ 아무것도 모르는 김하

  •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제1332화

    고이서는 이서가 진지하게 말하는 모습을 보며 문득 성지영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윤이서는 사실 아주 멍청한 사람이야.”“정말 똑똑한 사람이었으면, 하은철처럼 좋은 조건을 가진 사람을 두고, 굳이 가난한 남자를 택했겠니?” 고이서는 예전에는 그 말을 믿을 수 없었다. ‘윤이서가 정말 그렇게 멍청하다면, 누구도 살리지 못했던 회사를 그렇게 짧은 시간에 다시 일으켜 세우고, H 국의 4대 가문 중 하나로 만들진 못했을 거야.’‘그것도 혼자만의 힘으로.’‘하지만 이제 와서 보니, 윤이서는 정말 멍청한 것 같아. 사람을 너무 쉽게 믿는다니까?’‘이 회사의 대표가 된 것도 전부 운 덕분이었던 것 같아.’ “고 팀장님?”이서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고이서는 정신을 차렸다. “네, 대표님.” 이서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정말 큰 일이에요. 오늘은 제가 한 말을 잊어버린 정도로 끝났지만, 앞으로는 계약서 서명 같은 중요한 일을 잊어버릴지도 모르잖아요.” “고 팀장님 말이 맞는 것 같아요. 잠시 쉬어야 할 것 같긴 한데... 제가 쉬는 동안 회사 일은 누구한테 맡겨야 할까요?”이서는 갑자기 고이서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그래요, 고 팀장님! 고 팀장님이라면 믿고 맡길 수 있을 것 같아요!”고이서는 당황하며 물었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이서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고 팀장님이 꼭 저를 도와줘야 해요. 고 팀장님이 도와주지 않으면, 이 회사에는 저를 도와줄 사람이 아무도 없어요.” 고이서는 일부러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하지만 제가 어떻게 감히...”“별거 아니에요. 제가 쉬는 동안 회사 운영만 도맡아주면 돼요. 저는 회복하는 대로 다시 돌아올게요.” 고이서는 겉으로는 고개를 저으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건 좀 어려울 것 같아요. 이렇게 큰 회사를 저한테 맡기셨다가 큰 문제라고 생기면 어떡하시려고요.” 비록 이렇게 말했지만, 고이서는 속으로 이미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드

  •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제1331화

    하지만 한 회사의 대표는 곧 하늘과도 같았다. “아직도 억울하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이서가 여전히 납득하지 못한 듯한 김하늘의 표정을 보며 물었다. “그 사무실에도 CCTV가 있을 거 아니에요. 당장 영상 자료를 가져와 보라고요!” 김하늘은 당황하며 말했다. “대표님, 굳이 그럴 필요까지 있을까요?”‘굳이 대표님께서 무안해지는 상황은 만들고 싶지 않아.’ 이 정도의 생각은 김하늘도 하고 있었으나, 이서는 아주 단호했다.“됐고, 당장 가져오세요.” 김하늘은 난처한 표정을 지었고, 고이서는 의아해졌다. ‘보통 이런 경우에는 비서가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어. 그렇게 해서 얻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을 테니까.’‘그럼 설마...’ ‘그 꽃차가 효과를 나타낸 건가?’이 가능성이 떠오르자 고이서는 속으로 흥분했지만, 곧 침착함을 되찾고 말했다. “대표님께서 CCTV를 보자고 하신다면 봐야죠. 만약 저희가 오해한 부분이 있다면, 대표님께서도 정확하게 설명해 주실 겁니다. 그렇죠, 대표님?”이서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이건 작은 일이 아니니까요.” “만약 김 비서가 잘못 전한 거라면 엄하게 처벌하고, 정말 내가 말해놓고 잊어버린 게 맞다면, 그땐 분명히 사과할게요.” 이쯤 되니 김하늘은 더 이상 어찌할 수 없었다. 김하늘은 결국 CCTV 영상을 가져왔고, 영상 속에는 이서가 몇 번이나 김하늘에게 지시하는 장면이 찍혀 있었다.“고 팀장님을 불러주세요.”심지어 몇 분 간격으로 반복해서 지시하는 모습도 있었다. 이서는 그 영상을 보고 충격을 받은 듯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진짜... 내가 한 말이 맞다고...? 그런데 왜 하나도 기억이 안 나는 거지?”“김 비서, 미안해요. 정말 기억이 안 나서 그랬어요. 일부러 그런 건 절대 아니에요.”“너무 미안해서 가방을 하나 선물로 주고 싶은데, 오늘 퇴근하기 전에 나한테 와서 받아 가요, 알겠죠?”김하늘은 이서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도 애매하고 거절하기도

  •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제1330화

    “진짜예요? 거짓말하는 거 아니죠?” 이서의 이 말을 듣는 순간, 지환은 묘한 씁쓸함을 느꼈다. 이서는 언제부터인가 이런 말을 단순히 의례적인 질문으로 하지 않고, 정말 진심을 담아 묻곤 했다. 지환은 한동안 말없이 이서를 바라보다가 침을 한 번 삼키고 나서야 조용히 입을 열었다. “진짜야. 생각해 봐. 네가 너희 가족 이야기를 고이서와 나눈 거잖아. 고이서 입장에선 너와 더 가까워졌다고 느꼈을 거야.” 이서는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일리 있는 말이야.’ 그 후, 두 사람은 더 이상 대화를 나누지 않았고, 병원 앞에 도착할 때까지 차 안에는 고요한 침묵만 흘렀다. “고마워요. 오늘 하루 정말 즐거웠어요.” 이서는 진심으로 말했고, 지환은 잠시 이서를 응시하다가 짧게 대답했다.“응.” “그럼 나 먼저 들어갈게요.” 이서는 문을 열고 잠시 망설이다가 차에서 내렸다. ...이서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꽃차를 들고 의사를 찾아갔고, 의사는 꽃차를 검사한 뒤 말했다. “지난번과 성분이 똑같아요. 하지만 이번에는 양이 더 많네요. 그렇게 오래 걸리지도 않겠어요.” 의사는 몇 번 더 종이에 뭔가를 적더니 고개를 들었다.“3일이에요. 이 차를 마시면 3일 후에 치매 증상을 보이기 시작할 거예요.”이서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고이서, 생각보다 더 조급했구나?’ 이서는 병실로 돌아가 꽃차를 우린 후, 그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SNS에 올렸다. [고 팀장님이 주신 꽃차 덕분에 불면증이 해결됐어요. 요즘 정말 잘 자고 있답니다.]문구와 함께 사진을 올리자, 고이서는 핸드폰을 보며 모든 걱정을 덜어냈다. 이제 남은 건 이서가 언제 증세를 보이기 시작하느냐였다. ‘그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어!’ 고이서는 간절하게 속으로 외쳤다. ‘나는 하루라도 빨리 윤씨 그룹의 CEO 자리에 앉고 싶다고.’특히 이서가 회사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주목받고 있는 모습을 볼 때마다, 고이서의 질투심이 극에 달했다.

  •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제1329화

    고이서는 얼굴에 흐르는 땀을 참으며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듣고 있었어요. 대표님의 부모님께서 그렇게 하신 건, 뭔가 사정이 있으셨던 거 아닐까요?” 이서는 즉시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런 짓을 할 만한 이유가 있다는 거예요? 어떤 부모가 자기 딸의 신장을 빼앗으려는 남자에게 딸을 내줄 수 있다는 거죠?” 고이서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이서는 혼자서 말을 이었다. “어쩌면 제가 두 사람의 친딸이 아니라서 그렇게 아무렇지 않게 행동한 걸지도 모르죠.” 고이서는 숨이 잠시 멎는 듯했고, 이마에서 흐르던 땀은 이미 목덜미까지 흘러내려 고이서의 옷을 적시기 시작했다. “왜 그렇게 생각하세요? 이 세상에 다양한 부모가 있듯이, 부모의 형태도 여러 가지인 거잖아요.” “그러니까...” 이서는 이미 땀에 젖어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고이서를 보며 살짝 입꼬리를 올렸다. 하지만 곧 미소를 지운 뒤, 사과하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 미안해요. 이렇게 더운 날씨에 괜히 말을 길게 했나 봐요. 이만 돌아가 보세요. 더 있다가 더위 먹으면 안 되잖아요?” 고이서는 마치 구원을 받은 듯 서둘러 고개를 숙인 후 떠났고, 이서는 그녀의 젖은 등 뒤를 바라보며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지환은 이서의 눈가에 깃든 장난기 어린 표정을 보며 조용히 웃었다. “웃고 싶으면 그냥 웃어. 아무한테도 말 안 할 테니까.” 그제야 이서는 참지 않고 활짝 웃음을 터뜨렸다. 이서가 지환의 정체를 알게 된 이후 처음으로 진심 어린 웃음을 짓는 순간이었다. 지환은 이서를 조용히 바라보다가 핸드폰을 꺼내 재빨리 사진을 찍었다. 이서는 그제야 눈치를 채고 물었다. “뭐 하는 거예요?” “오랜만에 네가 그렇게 웃는 걸 보니까 기록해 두고 싶어서. 혹시라도 불편하면 바로 지울게.” 이서는 잠시 고민하다가 황급히 말했다. “잠시만요!” 사진 속 이서의 얼굴은 오랜만에 활짝 핀 미소로 가득했다. ‘그러게, 이렇게 웃

  •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제1328화

    “그럼요, 지금 바로 갈게요.” 이서는 전화를 끊고 지환을 바라보았다. “바쁘면 나 혼자 택시 타고 가도 돼요.” 하지만 지환은 이미 핸들을 돌리고 있었다. “난 괜찮아.” 이서는 입술을 살짝 깨물며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십여 분쯤 지나, 두 사람은 고이서를 마주했다.이서에게 꽃차를 건네주던 고이서는 지환을 발견하고 순간적으로 멈칫했다. 물론 지환의 존재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실제로 마주한 지환은 자료 속의 남자와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었다. 왠지 모르게 지환의 분위기에서 느껴지는 품격이 있었다. 그 품격은 마치 높은 자리에 있는 왕처럼 다가왔고, 고이서는 알 수 없는 질투심이 피어오르는 걸 느꼈다. 성지영과 윤재하는 분명 여러 번 말했었다. “윤이서 남편은 돈도 없는 놈이야.” 그런데도 고이서는 확신할 수 있었다. ‘이 남자는 아주 훌륭한 사람이야. 하은철보다 훨씬 뛰어나다고.’ “안녕하세요.” 고이서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지환에게 인사를 건넸고, 이서의 차가운 시선이 자신을 향하고 있다는 걸 깨닫고 나서야 서둘러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 “윤 대표님, 꽃차가 더 필요하시면 언제든 말씀해 주세요.” 이서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서가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자, 고이서는 이곳에 더 머물렀다가 의심을 살까 싶어 서둘러 자리를 뜨려 했다. “그럼, 별일 없으시면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하지만 고이서가 돌아서려는 순간, 이서가 그녀를 불렀다. “고 팀장님.” 고이서는 발걸음을 멈추고 돌아보며 물었다. “네, 대표님. 무슨 일이세요?” “물어보고 싶은 게 하나 있는데, 고 팀장님이라면 대답해 줄 수 있을 것 같아서요.”고이서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이서가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는 알 수 없었지만 묘한 불안감이 스며들었다. 아마 자신이 꺼림칙한 일을 꾸미고 있다는 죄책감 때문일 것이었다. 이서는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고 팀장님이 준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