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가은의 언니라는 사람이 심가은이 친엄마를 인정할 방법이 있다고 연락이 왔다는 것이었다.하이먼 스웨이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비서에게 전화를 걸었다.“그 사람 지금 어디래?”[지금 샹젤리에 92번 카페에 있다고 합니다. 만나고 싶으면 그곳에 가시면 됩니다.]“응, 알았어.”그녀는 황급히 큰길로 가서 택시를 잡아타고 카페로 향했다.머지않아 카페에 도착했다.하이먼 스웨이는 그녀가 자신의 위치를 알고 있다는 의심을 떨쳐 버릴 수 없었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렇게 가까운 곳을 골랐을 리 없다.카페에서 장희령을 본 하이먼 스웨이는 자신의 추측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당신이 내 비서에게 메시지를 보냈나요?” 하이먼 스웨이는 장희령 맞은편에 앉았다.장희령은 미소를 지으며 공손하게 하이먼 스웨이를 대했다.“네, 작가님, 저도 전해 들었습니다. 제 시누이 될 사람이 작가님의 친딸이라니. 사람 인연이라는 게 참 신기합니다.”하이먼 스웨이는 쓸데없는 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우리 본론으로 들어가죠. 정말 내 딸이 나를 인정하고 받아들이게 할 방법이 있나요? 설마 강압적인 수단은 아니겠죠?”그녀는 눈살을 찌푸리며 엄숙하게 말했다.“그 부분에 대해서는 결코 동의할 수 없습니다.”“그럴 리가요. 절대 아닙니다. 걱정 마세요. 가은이가 기꺼이 작가님과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하이먼 스웨이는 세상에 이런 좋은 일이 있을 거라고 믿지 않았다.그날 심가은의 태도가 아직까지 눈에 훤했다.“정말 할 수 있겠어요? 그럼 난 뭘 해드리면 되죠?”하이먼 스웨이의 단도직입적인 질문에 장희령은 잠시 할말을 잃었다.“아... 그런 뜻이 아니라... 제가 돕고 싶은 이유는... 작가님과 가까이 지내고 싶기 때문입니다. 절대 다른 뜻이 없습니다.”하이먼 스웨이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우리 서로 솔직해집시다. 원하는 거 얘기해요. 기회는 지금뿐입니다.”장희령은 더는 시치미를 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괜히 우물쭈물하다가 상대방을 기분 나쁘게 한다
‘나에게는 왜 이런 좋은 운이 없을까?’하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니 가은에게 얹어가는 게 이서에게 얹어가는 것보다는 백 배는 나았다. 그녀의 입꼬리가 다시 올라갔다....잠들기 전에 이서는 몸을 돌려 지환에게 물었다.“지환 씨, 엄마를 도울 방법은 없을까요?”억지웃음을 짓고 있는 하이먼 스웨이를 보고 있자니 이서는 마음이 아팠다.그녀의 허리를 휘감고 생각하던 지환은 고개를 저었다.“없어.”“당신의 비상한 머리를 좀 써 봐요. 좋은 방법을 생각해 낼 수 있을 거예요.”이서가 동경하는 얼굴로 지환을 바라보았다.지환은 어쩔 수 없이 쓴웃음을 지었다.“이렇게 날 믿어?”“물론이죠.”이서는 지환의 가슴에 딱 붙어있었다.“당신이라면 꼭 방법을 생각해 낼 거예요.”“정말 없으면...?”“그건 이번 일이 너무 어렵다는 얘기가 되겠죠. 당분간은 마땅한 해결책이 없겠지만, 가장 먼저 방법을 떠올릴 사람은 틀림없이 당신일 테니까요.”지환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자기가 이렇게 열심히 나에게 아부하는 이유가 뭘까?”자신의 계략이 들통나자, 이서는 헤헤 웃으며 일어나 앉았다.“사실 아무것도 아니에요. 당신의 도움이 필요해요.”이서는 벌써 며칠째 혼자만 속 끓이고 줄곧 지환에게 말하지 못했다.“말해봐.” 지환은 이서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나... 하은철 삼촌 한번 만나보고 싶은데 자리를 마련해줄 수 있어요?”비록 하은철 둘째 삼촌의 이름이 지환과 이름이 같다는 걸 알게 되었지만, 이서는 습관적으로 그를 하은철 둘째 삼촌이라고 불렀다.말을 마치고 이서는 지환을 조심스럽게 쳐다보았다. 혹시나 기분이 좋지 않을까 봐 걱정했다.“왜 그 사람 만나고 싶어?” 지환은 눈을 아래로 보며 낮은 소리로 물었다.심장 쪽 어딘가 좀 시큰거렸다.오랫동안 수많은 일을 겪으며, 이서가 그를 사랑한다는 걸 명명백백하게 알게 되면서 더는 질투 같은 건 하지 않을 줄 알았는데...이서는 고개를 살짝 뒤로 젖혔다.“그 사람 조금 지나친 곳이 없지 않지만, 우리
한 시간여 뒤 땀에 흠뻑 젖어 지환의 몸에 기대어 있던 이서는 집요하게 물었다.“그래서 자리 마련해주는 거 맞죠?”지환은 1초 동안 침묵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이서는 기뻐하며 그의 볼에 키스했다.“우리 자기 최고!”이서를 끌어안은 지환은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기막힐 노릇이었다.‘젠장.’‘내 꾀에 내가 넘어갔어.’‘대역할 사람을 찾아봐야겠군.’다만 이서가 그의 진짜 신분을 알게 됐을 때에는 이 일을 기억하지 못하기를 바랄 뿐이었다....하씨 본가.하경철이 죽은 후 하은철은 본가로 들어왔다.여기 있으면 할아버지가 가까이 있는 것 같았다.“죄송해요, 할아버지.”하은철은 하경철이 쓰던 책상을 쓰다듬었다.“할아버지, 나 정말 못났죠? 할아버지 마지막 소원도 못 이뤄 드리고... 하지만 두고 보세요. 반드시 이서를 할아버지 손자며느리로 들일 거예요.”“그리고... 이서의 남편이 둘째 삼촌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더 알아볼게요.”장례식이 끝난 뒤 하은철은 주경모에게 지환의 스케줄을 알아보라고 했다. 네팔 행 항공편의 탑승기록과 현지에서 찍힌 사진 등을 확인한 결과 장례식 때 해외에 있었던 건 확실한 듯했다.비록 희미하긴 하지만 하은철은 지환의 뒷모습을 한눈에 알아봤다. 그가 가장 좋아하고 따르던 삼촌이었다.“도련님.” 주경모가 노크했다. 오늘도 하경철의 서재에 있는 것을 보며 소리 없이 탄식했다.“아가씨 왔습니다.”“이서 왔어요?” 하은철은 몸을 돌려 문 쪽으로 걸어갔다.입구에 도착하기도 전에 문밖에 서 있는 윤수정이 보였다. 순식간에 표정이 굳어졌다.뒤따라오던 주경모가 겸연쩍게 입을 열었다.“이서 아가씨가 아니라 수정 아가씨입니다.”“가서 일 보세요.” 하은철은 주경모에게 일러두고는 윤수정에게로 향했다.윤수정은 하은철을 보자 불쌍한 태세를 취했다.“오빠, ...드디어 오빠 얼굴 보네.”하은철은 눈살을 찌푸렸다.“무슨 일로 찾아왔어?”“오빠, 내가 유치장 안에서 무슨 고생을 했는지 모를 거야.” 윤수정
윤수정의 말을 들은 하은철은 안색이 약간 변했다.“뭐라고?”이서에게 어음 배서를 해주려는 건 그가 내켜서였다. 게다가 이서는 전문 경영인으로의 충분한 능력과 자질이 있다. 그런데 윤수정은...지난번 회사 부도로 인한 손해를 생각하자, 하은철은 눈살을 찌푸렸다.“안 돼! 다른 건 다 들어줄 수 있는데 이것만은 안 돼. 그룹 하나 키우는 데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드는 줄 알아? 하윤컴퍼니를 말아먹은 지 얼마나 되었다고...?!”“오빠...” 윤수정은 손바닥을 꽉 쥐었다. 그 일은 그녀 마음속의 영원한 상처이고 고통이었다.“당연히 알고 있지. 그래서 민씨 그룹을 손에 넣으면 전문 경영인에게 맡길 거야. 오빠, 나 민씨 그룹 갖고 싶어. 4대 가문의 자리가 탐나서 이러는 게 아니라 나를 지켜주고 버텨줄 든든한 보호막이 필요한 것뿐이야. 나 오빠랑 헤어지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어. 막막해...”하은철은 매섭게 눈살을 찌푸렸다.‘절대로 마음 약해져서는 안 되.’‘수정이 민씨를 인수했다가 혹시라도 실적 부진에 경영 악화까지 겹치면 결국에는 하씨 그룹이 모든 부채를 감당해야 해.’‘리스크가 너무 커.’“오빠, 정말 내가 죽든 살든 상관없어?” 윤수정은 비통하게 울었다.“오빠랑 헤어지고 나서... 언니에게 기 눌리지 않으려면, 날 지켜줄 방패막 정도는 하나 있어야 할 텐데... 민씨 그룹은 나에게 안정감을 줄 수 있어.”하은철은 윤수정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마음속으로 십분 초조했다. 그는 문득 뭔가 생각이 난 듯 갑자기 눈을 들어 윤수정을 보았다.“너... 민씨 그룹 가지려는 거... 이서가 복수할까 봐 그런 거니?”윤수정은 잠깐 생각에 잠겼다가 얼른 확신에 찬 눈빛으로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응.”“그래, 그럼 내가 배서 해 줄게, 네가 민씨 그룹 인수하는 거 도와준다고.”하은철의 태도가 갑자기 바뀌자, 윤수정은 오히려 마음속으로 당황하여 어찌할 바를 몰랐다.“정말? 오빠, 거짓말 아니지?”“그럼.” 하은철은 다시
같은 시각, 관제실에서 이 모든 걸 지켜보고 있던 이상언은 옆의 지환에게 한마디 했다.“지환아, 이서 씨 표정이 이상한데.”지환과 CCTV 속 이서의 시선이 한 곳으로 떨어졌다.이상언은 혀를 내둘렀다.“역시! 이서 씨를 잘 알아.”CCTV 속의 남자는 자리에서 일어섰다.“안녕하세요, 윤이서 씨.”모든 신경과 주의력을 CCTV 화면에 두고 있는 이상언은 지환이 자기 말에 대꾸할 생각이 없다는 걸 알고 조용히 화면만 쳐다보았다.이서는 망설이며 남자 앞으로 다가갔다. 그녀는 의구심을 갖고 물었다.“혹시... SY 그룹... 대표님이신가요?”남자는 코를 만지며 웃으며 말했다.“윤이서 씨 오해하셨습니다. 저는 그분의 비서입니다.”그제야 이서의 표정이 약간 자연스러워졌다.“그럼, 대표님은요?”남자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이서 씨,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곧 도착할 것입니다.”“네.”“대표님께서 먼저 주문하라고 하셨습니다.”이서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꼼짝하지 않았다. 상대방이 오면 주문하겠다는 쵸시였다.여러 번 바람을 맞은 지라 이번에도 또 헛걸음할까 봐 한편 걱정도 되었다.남자는 이서가 주문할 의사가 없는 걸 알고 곧 물러났다.룸을 나온 남자는 바로 옆의 관제실로 들어갔다.“대표님, 임무를 완수했습니다.” 남자는 지환을 향해 공손하게 입을 열었다.지환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이천에게 전화를 걸었다.“사람 왔어?”[아래층에 와 있습니다.]지환은 전화를 끊고 남자에게 말했다. “그래. 가봐.”“네.”부하가 자리를 비우자, 이상언은 그제야 참지 못하고 물었다.“이서 씨가 너랑 만난 적도 있고, 너의 모든 것을 다 기억하고 있을 텐데 왜 굳이 이런 ‘쇼’를 하는 거야?”지환이 소파 뒤로 누웠다.그는 코를 잡으며 피곤한 듯 입을 열었다.“우리가 여러 번 만난 건 맞지만, 내 얼굴은 보지 못 했어. 이서는 눈치 빠른 사람이야. 내가 아닐까 생각 안 해본 건 아닐 거야. 다만, 당분간은 사랑에 눈이 멀어 나를 더
남자는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네.”이서는 얼른 입구 쪽으로 걸어가 복도 끝 쪽에서 걸어오는 남자를 한눈에 보았다. 큰 키에 트렌치코트를 걸친 모습이 기억 속 그의 모습과 비슷했다.이서는 기뻐하며 남자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남자는 아주 반듯하게 생겼다. 이서가 상상했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탄탄한 근육질 몸매의 소유자인 그도 지환처럼 차도남의 얼굴을 하고 있을 줄 알았다.“삼...”점점 가까워지는 ‘하지환’을 보면서 이서는 호칭을 바꿔 불렀다.“대표님.”‘지환’의 시선은 이서의 얼굴에 떨어졌다. 쳐다보기도 그렇고 안 보기로 그렇고 난처하기 그지없었다.“안녕하세요.”두 사람은 룸으로 들어가 자리에 앉았다.이서는 ‘지환’의 맞은편에 앉았다. 왠지 눈앞의 사람이 낯설게 느껴졌다. 전에 본 느낌과는 완전히 달랐다.“대표님, 바쁜 와중에 오늘 자리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처음의 기대가 사라지자, 이서는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오늘 뵙자고 한 건, 여쭤볼 게 있어서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이번에 대표님께서 배서를 해주신다고 하셨는데... 민씨 그룹을 인수하려면 약 30조가 필요합니다. 북성시 1년 예산에 가까운 금액입니다. 제가 회사를 제대로 운영하지 못한다면 SY에서 모든 채무를 떠안아야 합니다. 그러니까... 대표님은 왜 저를 이렇게 신임하는지, 왜 저에게 배서를 해주시는 건지 그 이유가 궁금합니다.”‘지환’은 몸을 곧게 펴고 확신에 찬 말투로 대답했다.“이유는 아주 간단합니다. 과거의 윤씨 그룹이 어떤 상황인지, 그리고 지금은 얼마나 발전했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안심하고 어음 배서를 해주는 겁니다. 이서 씨가 잘 해낼 거라 믿습니다.”“그냥... 이게 다인가요?”이서는 믿을 수 없었다. 이렇게 서둘러 결정하게 내리기엔 너무 큰 금액이 걸려 있었다.SY 그룹이라면 이서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실력 있고 훌륭한 CEO를 찾을 수 있다.‘지환’은 살짝 웃었다.“그럼 무슨 이유라고 생각하세요? 사업가로서 내가 중요하게 생각
지환은 몸을 곧게 펴고 앉아 머릿속에서 방금 전의 작은 디테일 하나하나를 빠르게 복기하면서 별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물었다.“왜?”“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냥 아닌 것 같아서요, 내 느낌상...”지환은 그제야 긴장했던 마음이 스스로 풀렸다. 그는 미소를 지었다.“그럼 SY 대표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데?”“나도 뭐라고 콕 집어서 말은 못 하겠어요. 하지만 확실히 아닌 것 같아요.”말하면서 이서의 시선은 갑자기 지환의 몸에 떨어졌다.“내 생각에... SY의 대표는... 당신 같은 느낌일 거로 생각했어요.”지환은 갑자기 동작을 멈칫했다. 하지만 곧 자연스럽게 이서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말했다.“자기야, 자기 눈에 콩깍지가 제대로 씌었는데? 내가 그리도 좋아?”이서는 지환의 허리를 껴안았다.“난 당신이 최고라고 생각해요.”앞좌석에서 운전하던 임현태는 자기도 모르게 헛기침을 했다.이서는 그제야 차 안에 제3자가 있다는 것을 눈치채고 얼굴이 빨개졌다.집에 돌아온 이서는 몰래 찍은 ‘지환’사진을 단톡방에 올렸다. 서나나를 포함한 여러 사람들의 공통적인 생각은 마음속으로 상상했던 이미지와 너무 다르다는 것이었다.[에이, 간지 철철 나는 ‘차도남’일 줄 알았는데 그냥 평범하네.]임하나가 단톡방에서 먼저 투덜거렸다.이서도 웃으며 말했다.“잊지 마. 그래도 세계 최고 갑부다.”임하나도 키득거렸다.[돈이 아무리 많으면 뭐 해? 난 잘생긴 남자가 최고더라. ‘만찢남’ 사랑한다!]단톡방의 사람들도 모두 웃었다.그룹 콜로 수다를 떨고 있던 맴버들은 핸드폰을 보고 있던 심소희가 ‘헐’하는 소리에 다들 깜짝 놀랐다.다른 사람도 관심을 가지고 물었다.[왜? 무슨 일인데?] [방금 뉴스 떴는데요, 하은철 대표가 윤수정에게 어음배서를 해준다네요. 윤수정이 민씨 그룹을 인수하려나 봐요.][뭐?] 임하나는 듣자마자 욕설을 퍼부었다.[완전 돌아이네. 아니, 돈이 썩어나나? 어찌 윤수정에 투자할 생각을 하니?”[정말이네요.]서나나도 뉴스를
임하나는 이 8년간 하은철이 어떻게 이서를 대했는지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그리고 꾀병을 부려 이서의 신장까지 떼어내려고 했던 일까지.심소희는 다소 걱정이 되는 듯 조심스레 물었다.[하은철 대표가 직접 나섰으니, 민씨 그룹은 틀림없이 윤수정의 손에 들어가겠네요?지난번에 우리가 하윤컴퍼니를 밀어냈으니, 윤수정은 분명히 앙심을 품고 있을 거예요. 민씨 그룹을 손에 넣으면, 저희에게 보복하는 게 그녀의 첫 행보가 되겠죠?]그때와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그때의 하윤컴퍼니는 하나의 작은 언덕이었다면,민씨 그룹을 인수하게 되면 큰 산을 하나 얻는 것과 마찬가지인 셈이다. 즉 웬만한 기업은 그녀에게 개미 한 마리 죽이는 것처럼 간단한 일이 될 것이다.이서는 아직 하은철 둘째 삼촌이 배서를 해준다는 얘기를 아무에게도 하지 않았다.설사 하은철의 둘째 삼촌이 어음 배서를 해주더라도 자기가 반드시 민씨 그룹을 손에 넣을 수 있을 거라 100% 장담하지 않았다.그래서 굳이 말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마음 편하게 가져.”이서는 심소희를 위로했다.“그리고 아직 최종 결론이 난 것도 아니잖아. 은행 쪽 승인이 떨어져야 하는데, 은행 측에서 대출을 거부하면 누가 배서를 해줘도 소용없어. 게임 끝!”심소희도 스스로 괜찮다고 자신을 위로했다.그러나 여전히 불안한 마음은 떨칠 수 없었다. 윤수정이 하루아침에 득세하여 윤씨 그룹이 불리해질까 봐......심씨 본가.장희령은 닭고기 수프 한 그릇을 들고 심가은의 방문을 두드렸다.밖에 서 있는 사람이 장희령인 걸 확인한 심가은은 화가 나서 옆에 있는 쿠션을 던졌다.“꺼져, 꺼져!”‘내가 모를 줄 알아? 나 놀리려고 온 거...’장희령은 가볍게 날아온 쿠션을 피하고 비꼬며 말했다.“방에 틀어박혀 있다고 문제가 해결되니?”심가은은 눈을 부릅뜨며 장희령을 노려보았다.“내 일에 신경 꺼.”장희령은 웃었다.“난 네 일에 관심 없거든. 그래도 우리가 한때 연적이었는데... 그 정을 봐서 온 거지.”심가
심유인이 말하지 않자, 심근영은 소민찬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소민찬은 선물에 대해 전혀 몰랐던 터라, 값싼 선물들을 보고 당황하여 얼른 설명했다.“저, 저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그 선물들은 제가 산 게 아니라, 전부 유인이가 산 거예요. 저는 아무것도 모른다고요.” “애초에 유인이는 저한테 몸만 오면 된다고 했습니다.”“여러분, 그런 눈으로 보지 마세요. 저는 정말 아무것도 모릅니다...”소민찬이 뒷걸음질 치며 말했다.“답례 선물은 안 받는 걸로 하겠습니다. 그럼 되겠죠?” 소민찬은 이 말을 끝으로 도망치듯 심씨 가문의 저택을 떠났다. 심유인은 그의 뒤를 쫓아가려다가 심근영에게 가로막히고 말았다.“유인아, 우리가 알아듣게끔 설명을 해야 하지 않겠니?”심유인은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삼촌, 숙모, 저... 저는...”“차마 말이 안 나오는 모양이네요.”소희가 심유인의 곁으로 다가가 냉소하며 말했다.“제가 대신 말씀해 드릴게요.” “제 남자 친구가 운전기사라는 걸 알고, 일부러 소민찬 씨를 찾아가서 남자 친구 역할을 해달라고 한 거죠?” “소민찬 씨는 남자 친구인 척만 하면 되니까, 이 선물들도 소민찬 씨가 샀을 리 없어요.”“전부 다 언니 사비로 사신 거죠?” 심유인의 안색이 아주 어두워졌다.“그런 거 아니야...!”심유인은 아직도 변명하고 싶었지만, 아무도 그녀의 말을 듣고 싶어하지 않았다.“소민찬 씨가 선물을 준비한 게 아니라면, 그 많은 돈은 어디서 난 거니?”이지숙이 물었다. ‘다른 세 가지 선물은 전혀 가짜가 아니었어. 확실히 수십억은 되는 것들이었다고.’‘회사에서 근무하지도 않는 유인이가 어떻게 그렇게 많은 돈을 모을 수 있었겠어?’심유인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심근영은 심유인의 반응을 살피다가 집사를 불렀다.“당장 조사해, 당장!”심유인은 체면을 구기고 싶지 않아 ‘털썩’ 소리를 내며 심근영 앞에 무릎을 꿇었다.“삼촌, 제가 다 설명해 드릴게요. 그 선물들은... 전부
심유인과 소민찬은 그제야 제자리에 얌전히 섰다.“유인아, 네가 먼저 말해봐,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심유인은 소민찬의 핸드폰을 못마땅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더 많은 비밀이 폭로되는 건 막아야 해! 어느 정도는 인정해야겠어.’ “사, 사실 민찬 씨는 제 남자 친구가 아니에요. 하지만 민찬 씨가 제 남자 친구가 되길 바랐고, 제가 먼저 그 말을 꺼내기는 부끄러워서 제 남자 친구인 척해달라고 한 거예요. 이번 일로 잘 지내면서 감정을 키우고 싶었거든요.” “절대 다른 뜻은 없었어요. 맹세할게요!” 심유인이 마지막 말을 하지 않았다면, 소희는 심유인을 믿었을 것이었다. 하지만 심유인의 마지막 말은 소희의 의심을 더욱 확고히 했다.‘심유인, 일부러 그런 거구나?’ ‘소민찬을 남자 친구인 척 데려온 건, 현태 오빠에게 망신을 주기 위한 거였어.’ “감정을 키우고 싶었다면서, 왜 저렇게 많은 선물을 사 오라고 한 거예요?”소희는 일부러 모르는척하며 물었고, 단번에 덜미를 잡힌 심유인은 말을 잇지 못했다. 주방에 있던 모든 사람의 시선은 소민찬과 심유인을 향하고 있었다. 모두의 시선을 한 몸에 받던 소민찬은 특히 소지엽의 시선에 정신이 나갈 것만 같았다. “그... 그건...”“민찬 씨는 저를 좋아하지 않지만, 소씨 가문은 아무래도 명문가 집안이잖아요. 그런 분들을 뵈러 오려면 선물 정도는 가져와야 하지 않겠어요?”심유인이 먼저 입을 열었다. “가정 교육이 잘 되어 있어서 남의 집에 방문할 때 선물을 챙기는 건 아주 훌륭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2억도 아닌 몇십억짜리 선물을 준비하는 건 너무 과하지 않을까요?”소희는 비웃으며 선물 더미 옆으로 향했고, 상자 중 하나를 집어 들었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이 안에도 아주 비싼 게 들었겠죠?” 심유인은 곧장 소희를 막으려 했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소희는 선물 상자를 뜯기 시작했고, 이내 안에 있던 선물이 바닥에 나뒹굴었다.그 선물을 확인한 소희는 놀라서 멍해질 수밖에 없었다.
“형, 안녕.”소민찬은 소지엽의 질문을 피하며 애써 미소를 지어 보였다. 하지만 소지엽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고, 계속해서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소민찬을 바라보았다.“민찬아, 아직 내 질문에 대답 안 했잖아. 네가 왜 여기 있냐니까?” 소민찬은 이제 마냥 대답을 회피할 수 없었다. 더 이상 대답하지 않으면 분명히 실마리가 드러날 것이니 말이다. ‘여기 있는 모든 사람이 나만 보고 있어...’소희는 소민찬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모습을 보며 의문을 제기했다.“모르셨어요? 소민찬 씨는 유인 언니의 남자 친구예요. 오늘 여기 온 이유도 사실상 저희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러 온 거죠.” “심유인 씨랑 사귄다고?”지엽이 눈살을 찌푸렸다.“며칠 전에 우리 집에 와서 밥을 먹은 여자는 심유인 씨가 아니었잖아?” 소민찬과 심유인의 얼굴이 삽시간에 굳어졌다. “형, 아무래도 잘못 기억하는 것 같아. 그날 같이 밥을 먹은 사람도 유인이었어.” 소지엽은 지난번에 집에서 함께 식사한 여자가 심유인이 아니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 ‘그 여자의 성이 뭔지는 기억 안 나지만, 어떻게 생겼는지는 어렴풋이 기억나.’‘그 여자는 절대 심유인 씨가 아니었어.’ “아니, 그 여자는 심유인 씨가 아니었어!” 소지엽이 눈살을 찌푸렸다.“그리고 그 여자가 우리 집에 와서 밥을 먹은 건 불과 며칠 전의 일이잖아. 지금은 왜 또 심유인 씨와 사귄다는 거지?” 소민찬은 한참 동안 우물쭈물하며 말하지 못하다가 한참 후에야 다소 역정을 내며 말했다.“형, 이건 내 사적인 일이라, 형이 왈가왈부할 일이 아닌 것 같아. 부모님도 내가 여자 친구를 몇 명을 사귀는지 신경 쓰지 않으시는데, 형이 무슨 자격으로 이러는 거야?”“그래, 나는 네 사적인 일에 왈가왈부할 자격이 없어. 하지만 계속 본사에 들어가고 싶다고 하지 않았나?”“본사에 들어가고 싶다면 절대 스캔들을 만들면 안 돼! 그런 일은 큰 파장을 일으킬 거라고!” 소민찬은 당황하기 시작했다.‘아버지는 나를 좋아하지
소민찬이 비웃으며 말했다.“허, 천재다운 모습이 조금이라도 있습니까?” 심근영이 말했다.“겉모습으로 사람을 판단하는군요.” “천재답게 생긴 게 따로 있다고 생각하는 겁니까? 그런 규칙은 누가 정한 거죠?” “어차피 임현태 씨는 허풍을 떠는 거지 않습니까? 시험에 합격에서 하버드에 들어갔을 리가 없다는 말입니다.”“두 사람, 문맹이거나 눈에 문제가 있는 거 아니에요?”소희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현태 오빠의 소개란에 당시 오빠의 성적을 적어둔 게 있잖아요. 클릭해서 좀 보세요. 현태 오빠는 수석으로 하버드에 들어갔다고요.”“그리고 오빠에게 추천서를 써준 사람은 하버드에서 공정하기로 유명한 물리학 교수라고요.”“설마 그 교수님보다 두 사람이 더 대단하다고 말하려는 건 아니죠?” 소민찬과 심유인은 그제야 상세 내용을 확인하고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가 또 빨갛게 달아올랐다.두 사람은 확인도 하지 않고 성급하게 큰소리를 친 것을 후회했다.‘처음부터 제대로 확인했다면, 임현태를 다른 방식으로 비웃을 수 있었을 텐데.’“그게 뭐 어떻다고 그래? 공부를 잘하는 사람들은 보통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잖아. 하지만 우리 민찬 씨는 달라. 단순히 해외 유학파일 뿐만 아니라, 자동차 경주, 승마, 골프도 할 줄 안다니까?” “소희야, 네 남자 친구는 그렇게 고상한 취미는 즐길 줄 모르지?” 현태가 말했다.“하 대표님의 곁에 있는 경호원에겐 기본인 것들입니다. 만약 그것도 할 줄 모른다면, 하 대표님은 저를 곁에 두지 않으시겠죠.”‘기본’이라는 말은 소민찬의 마지막 남은 자존심마저 완전히 짓밟는 것이었다. 자동차 경주, 승마, 골프...이런 것들은 흔히 ‘재산을 낭비하며 점차 타락하는 부잣집 도련님들의 기본 패키지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훌륭한 실력을 갖추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는데, 이 모든 것들이 현태에게는 그저 기본일 뿐이었다.‘감히 날 모욕해?’소민찬이 일어서서 자리를 떠나겠다고 말하려던 참에 고용인이 뛰어와 말했다.“윤 대표님
심유인과 소민찬의 얼굴이 삽시간에 어두워졌다. ‘가까스로 하버드에 합격했다고?’‘허풍 떠는 거 아니야?’ “정말 하버드 대학교 졸업생이라고요? 하버드 학원 출신이 아니고요?” 현태는 진심 어린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저는 하버드 대학교 졸업생이 맞습니다. 믿지 못하시겠다면, 직접 조사해 보셔도 되고, 홈페이지에서 확인해 보셔도 됩니다.” 두 사람은 이곳이 어떤 장소인지는 아랑곳하지 않고, 곧장 핸드폰을 꺼내 하버드 대학교 홈페이지를 검색했다.두 사람은 약간의 시간이 걸릴 거라고 생각했으나, 홈페이지 링크를 누르자마자 우수한 동문의 행렬에 있는 현태의 얼굴을 발견했다.이를 믿을 수 없는 것은 이지숙도 마찬가지였다.‘정말... 사진 속의 사람이 현태 씨라고?!’ ‘말도 안 돼!’‘소민찬이 어느 대학교에 다녔는지는 모르겠지만, 틀림없이 Y국에 있는 대학교 출신일 거야. 학문도, 능력도 없는 재벌 2세들이 어디서 신분 세탁을 하는지는 불 보듯 뻔한 거니까.’ Y국의 학위는 이수하기가 가장 수월해서 누구나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외부 사람은 분명히 알지 못해서 겁을 먹기 일쑤였다.심유인은 원래 소민찬의 학력을 빌미로 현태를 놀라게 하려 했다.하지만 놀래키기는커녕 본인이 놀라게 된 셈이었다. 심유인은 곧 문제점을 발견했다.“... 하버드 대학교에 체육생으로 입학한 게 아니네요? 전공은 물리학이랑 관계가 있는 것 같은데... 아니, 임현태 씨는 체육에 타고난 거 아니었나요? 왜 물리학을 전공한 거죠?”“아, 시험 봐서 들어간 게 아니라, 부정 입학이었나 보네요, 그렇죠?” 소민찬은 심유인의 말을 듣고, 혈색을 띠며 현태의 학력을 비웃었다.“하하, 유인아, 그런 건 부정 입학이나 비리가 아니라 기부라고 하는 거야.”“임현태 씨, 입학하는 데 얼마가 필요하던가요?”“하하, 하 대표님과 대체 무슨 사이길래 그렇게 아낌없이 돈을 쓰는 거죠?” “저는 학력을 산 적도, 학력을 위해서 돈을 쏟아부은 적도 없습니다. 정당하게 시험으로 합
심근영이 얼른 말했다.“그래, 내가 경솔했군. 하지만 현태는 내 말의 뜻을 알 거야.” “우리 소희는 어깨를 들지도, 손을 쓰지도 못해. 이 아이와 서로 보완될 수 있는 사람을 찾았으니, 아주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는군.” 모두 화기애애한 웃음을 짓는 반면, 옆에 있던 심유인과 소민찬만이 웃지 못했다. 더욱이 소민찬은 창피해 죽을 것 같았다. 사실, 소민찬이 여기에 온 것은 심유인이 돈을 주면서 자신의 남자 친구 역할을 요구했기 때문이었다. 즉, 소민찬은 여기에 와서 사람들의 관심을 받기만 하면 된다는 것. 하지만 지금의 소민찬은 웃음거리로 전락했으니, 그가 화가 나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이렇게 생각한 소민찬은 몸을 돌려 떠나려 했다.하지만 심유인은 곧장 가서 소민찬을 끌어당겼다.“어디 가요?” 소민찬은 이미 주방에 도착한 심근영 일가를 힐끗 보았는데, 그들은 소민찬과 심유인이 따라오지 않는 것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한 듯했다. 소민찬이 목소리를 낮추었다.“당연히 가야지! 왜, 계속 남아서 네 사촌 동생의 남자 친구한테 굴욕이라도 당하라는 거야?!” “저는... 저 사람이 그저 운전기사인 줄 알았다고요.”“일단 진정해 봐요. 어쨌든 민찬 씨는 소씨 가문의 사람이잖아요.” “소씨 가문의 도련님이 한낱 경호원보다 못하겠어요?” 소민찬은 분명 소씨 가문의 사람이지만, 소태성 같은 사람은 아니었다.더군다나 소지엽이야말로 소태성 같은 사람인데, 소민찬이 어떻게 명함을 내밀 수 있겠는가? 이것은 소민찬이 가족들에게 따돌림을 당하고, 외국으로 내몰린 이유이기도 했다. 심지어 이번에는 돌아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또 소태성에게 즉시 떠나라는 지시를 받았다. 하지만 심유인이 시선과 체면이 하늘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에, 소민찬은 난감해하며 입을 열었다. “그래봤자 나는 소씨 가문의 도련님일 뿐이야. 사람을 죽일 듯이 때리는 사람은 당해낼 수 없다고.” 심유인은 그제야 웃음을 터뜨렸다.“가요, 저 사람들의 기세를 제대로 꺾어놓자고요.”
“엄마, 뭔가 오해하신 것 같아요. 현태 씨가 왜 그 돈을 은행에서 대출받았다고 생각하세요? 현태 씨의 돈일 수도 있는 거잖아요.” 소희의 말을 듣고 가장 먼저 웃음을 터뜨린 사람은 심유인이었다.“소희야,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운전기사가 어떻게 그렇게 많은 돈이 있겠어?” 소희도 심유인을 따라 웃기 시작했다.“언니, 현태 오빠가 누구의 운전기사인 줄 알고나 말하는 거예요?” “뭐?”심유인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이서 언니예요.”“이제 이해가 좀 되세요?”소희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심유인의 표정을 보고 말을 덧붙였다.“현태 오빠가 운전기사인 건 명백한 사실이에요. 하지만 또 다른 직업도 있어요. 그건 바로 이서 언니를 보호하는 거죠.” “운전기사일 뿐만 아니라, 경호원이란 말이에요.” 심유인은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곧 시큰둥하게 말했다.“흥, 그게 뭐 어쨌다고 그래? 기껏해야 운전기사나 경호원을 하는 사람인 거잖아. 우리 집에도 경호원이 있어. 경호원이라 해봤자 한달에 몇백만원을 버는 게 전부일 텐데, 90억짜리 헤어샵을 사는 게 말이나 돼?” 소희는 일부러 자랑하는 것 같아서 망설였지만, 현태의 진짜 과거를 털어놓기로 했다.“허, 몇 년 동안 UFC의 챔피언 자리를 지킨 사람한테, 몇십억이 무슨 대수라고 그러세요? 혹시 꿈이라도 꾸는 거예요?” “UFC?!”심유인은 격투기 분야에 전혀 관심이 없어서, UFC가 무엇인지 전혀 몰랐다.소희는 설명하기도 귀찮다는 듯 말했다.“모르면 인터넷에 찾아보시던가요.”“언니, 제가 언니의 속셈을 모를 줄 알아요? 현태 오빠가 평범한 운전기사라고 생각해서 일부로 언니의 남자 친구도 부른 거잖아요.” “저희 부모님께는 남자 친구를 소개하고 싶다고 했지만, 사실은 언니의 남자 친구와 제 남자 친구를 비교하고 싶은 거잖아요, 안 그래요?” “이런 말까진 하고 싶지 않았지만, 언니가 지나치게 신경 쓰는 것 같아서 말씀해 드릴게요. 제 남자 친구가 언니의 남자 친구보다 돈이 더 많을
현태는 설명하기 시작했다,“제가 그 헤어샵을 인수하긴 했지만, 사모님께 드릴 거거든요.” “앞으로는 사모님께서 그 샵의 사장님이십니다. 미용은 하고 싶을 때 하시면 됩니다.”심씨 가문에는 전속 미용사가 있었지만, 꽤 복잡한 절차가 필요했다.게다가 이지숙이 미용 기계를 사는 것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지만, 어떤 시술을 두세 달이나 반년 정도 지나야 다시 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미용 기계에 먼지만 앉지 않겠는가?결국 이지숙은 헤어샵에 가서 시술받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헤어샵에 가는 것에도 문제가 있었는데, 그것은 시간을 예약해야 한다는 것이었다.가끔 일이 생겨서 시간을 놓치면, 다시 예약을 잡아야만 했다.이지숙은 진작에 헤어샵을 인수하려고 했는데, 줄곧 자신에게 적합한 헤어샵을 찾지 못했다.이지숙은 현태가 선택한 헤어샵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하지만 그 샵의 사장은 돈이 많은 사람이었다. 게다가 외국에서도 적지 않은 명성을 떨치던 터라 온 가족이 외국으로 이사하기도 했다. 이지숙은 이미 그 사람과의 연락을 시도했지만, 끝내 연락이 닿지는 않았고, 모든 일은 흐지부지되었다. 그런데 바로 오늘, 생각하던 일이 이루어진 것이었다.심유인은 ‘말도 안 돼’ 라는 말만 연신 해댔다.“말도 안 돼요! 임현태 씨는 그냥 운전기사잖아요. 대통령을 위해 운전한다고 해도 헤어샵을 살 수는 없을 거라고요!”그 헤어샵은 심유인도 아는 곳이었다.‘거긴 적어도 100억은 있어야 인수할 수 있는 곳이라고!’ 이지숙도 마음속에 품었던 호기심을 드러냈다.“이 샵의 사장이 계속 외국에 있다고 들었어요. 어떻게 그 사람하고 연락한 거죠?” “아, 그 부분은 하 대표님께서 힘써주셨습니다. 마침 하 대표님께서 그 샵의 사장님과 구면이라고 하시더군요. 제가 하 대표님의 곁에서 일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사장님께서 흔쾌히 샵을 양도하겠다고 하셨습니다.” 이지숙이 물었다.“하 대표가 이 일에 직접 나섰다고요?” “네, 그렇지 않았다면 이렇게 순조롭
심유인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말했다.“고작 한 세트가 다예요?”“그래도 이해는 해드릴게요. 이게 능력 범위 내에서 고를 수 있는 가장 좋은 제품이었을 테니까요. 800만원, 900만원을 저축하려면 몇 개월은 걸려야 하잖아요, 그렇죠?” 이지숙이 곧장 입을 열었다.“유인아, 그게 무슨 말이니? 선물은 금액이 아니라 마음이 중요한 거란다.” “그래.”심근영도 현태의 체면을 지키기 위해 입을 열었다.“네 숙모를 위해 스킨케어 제품을 골랐다는 건, 충분히 마음을 썼다는 증거란다.”심유인이 입을 삐죽거리자, 현태가 웃으며 말했다.“아무리 값비싼 선물보다 마음이 중요하다지만, 조금 쑥스러워서 다른 선물도 준비해 왔습니다.”심유인이 비아냥거리며 말했다.“그 선물도 화장품은 아니겠죠? 또 몇백만원짜리인 건가요?”“유인아!”이지숙은 다소 불쾌해졌지만, 성격이 좋은 현태는 여전히 미소를 띠고 있었다,“아닙니다, 이번 선물은 스킨케어 제품보다 조금 비싼 거거든요.”현태는 이 말을 끝으로 작은 선물 상자를 꺼냈다.심유인이 목을 길게 빼며 재촉했다.“숙모, 어서 열어보세요. 목이 빠질 것 같은데, 대체 뭐예요?” 이지숙은 손에 쥔 작은 상자를 묵묵히 바라보았다.‘꽤 가벼워. 아무래도 큰 선물은 아닌 것 같아.’“밥부터 먹고 열어보자꾸나.” “지금 열어보시죠. 심유인 씨도 그 안에 뭐가 들었는지 궁금하신 모양인데요.” 현태가 이지숙을 향해 다정한 미소를 지어 보이자, 심유인이 경멸스럽다는 듯 입꼬리를 올렸다.‘방금 그 스킨 케어 제품보다 조금 더 비싼 선물을 꺼내면, 내가 감탄한 거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지?’ ‘허, 정말 웃겨.’‘저것도 고작 몇백 만원짜리 선물일 뿐일 거야.” “숙모, 선물한 사람도 저렇게 말하잖아요. 어서 열어보세요!”이지숙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선물 상자를 열자마자 넋을 놓을 수밖에 없었다. ‘이건... 스킨케어 제품이 아니라...’‘작은 증서?’상자를 또 한 번 확인한 이지숙은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이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