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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8화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몸은 사무실에 와있지만, 맘은 콩밭에 가 있다.

그는 역으로 마음은 사무실에 있지만, 몸은 콩밭에 가 있다.

지환은 입술을 치켜 올렸다. 지금 이서를 옆에서 볼 수 있는 것만으로 그에게는 크나큰 행복이었다.

업무 보는 게 조금 더 불편하고 비밀 공작하는 것처럼 조심해야 하지만 이러한 것들은 그에게 아무것도 아니었다.

이서만 옆에 있어 준다면.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한 것도 한 편으로는 확실히 하씨 집안과 거리를 두려는 것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이서랑 많이 있고 싶어서였다.

이서는 겉보기에 이미 하경철이 돌아가신 그늘에서 벗어난 거 같지만 그날의 트라우마는 시한폭탄과 같다.

그는 올라간 입술 꼬리를 내리며, 눈동자에는 차갑고 매서운 빛이 더했다.

이때 방 안의 하이먼 스웨이는 이서가 쓴 대본을 본 뒤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들어 이서를 바라보았다.

“이서야, 이거 정말 네가 쓴 거 맞아?”

“네! 왜요? 엄마, 너무 보잘것없죠?”

“아니야, 많이 늘었어, 장족의 발전이야, 혹시 집에 글 쓰는 사람 있니?”

이서는 잠깐 생각한 뒤 답했다.

“아니요. 없어요.”

윤재하든 성지영이든 그들의 일가친척들은 하나같이 남의 피를 빨아먹고 사는 거머리 같은 사람들이었다. 자신의 힘으로 살아가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네가 이 글쓰기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네. 나처럼.”

하이먼 스웨이는 눈 깜짝하지 않고 자화자찬했다.

“이서야, 잘 써봐. 탈고하면 출판사 연결해 줄게. 출판할 수 있으면 더욱 좋고.”

“아, 그냥 써 본 건데, 출판할 수 있을까요?”

“그냥 쓴 거라고? 그런데 이 정도 수준이면, 진지하게 마음먹고 쓴다면 노벨문학상도 노려볼 만하겠는데?”

“엄마, 농담 그만 해요.”

너무 지나친 칭찬에 이서는 어쩔 바를 몰랐다.

“어, 어떡하지? 농담 아닌데.”

하이먼 스웨이는 아주 진지하게 말했다.

“글쓰기 방면에 확실히 재능 있어. 마음잡고 쓴다면 틀림없이 좋은 작품을 쓸 수 있을 거야. 얼마나 위대한 작품을 써낼지는 뒷부분을 어떻게 끌고 나가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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