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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4화

이서는 놀라 잠에서 벌떡 깼다. 그녀는 눈을 감는 것도 두려웠다.

눈만 감으면 할아버지가 선혈이 낭자한 채 피바다에 쓰러져 끊임없이 그녀에게 소리 지르는 게 보였다.

“이서야, 내가 너 때문에 죽었는데, 넌 어쩌면 양심도 없니?”

다음날 잠에서 깬 이서는 더욱 운이 없었다.

그녀는 일어나자마자 1층으로 내려와 커피를 한잔 내려 마셨다.

마침 하은철이 2층에서 내려왔다.

이서의 눈 밑에 생긴 다크서클을 보며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너 괜찮아?”

어제 밤에 이서의 방에서 들려오는 비명 소리를 듣고 가보고 싶었지만 전날 밤 이서의 반응을 생각하자 뒷걸음 치고 말았다.

이서는 그를 경계하는 듯했다.

마침내 깨달은 하은철은 초조해 마지 않았다. 침대에 누워 잠을 이루지 못하고 이서 쪽의 동정을 살피면서 밤새 엎치락뒤치락 잠을 설쳤다.

이서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안색이 너무 안 좋아 보였다.

“마침 잘 왔네. 할 말 있어.”

하은철은 이서가 할 말이 있다는 말을 듣고 바삐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뭔데?”

“어제 아저씨가 나더러 네 아내 신분으로 하관식에 나서라고 하던데, 알고 있었어?”

하은철은 왠지 모르게 심장이 움찔했다.

“아빠가 그러시던데, 너도 동의한 일이라고.”

“내가?!”

이서는 숨을 들이쉬었다.

“아저씨가 오해하시는 것 같은데?”

하도훈은 그녀에게 해명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미안하지만 네 와이프 신분으로 행사에 참석할 수 없어. 말도 안 돼는 일이야.”

이서는 하은철을 보며 가능한 말투를 늦추었다.

“내가 하관식 일을 돕는 건 할아버지 때문이야. 그러나 네 아내의 신분으로 참석하는 건 미안하지만 안되겠어. 나, 이미 결혼했어. 남편 있어. 유부녀라고. 난 그 사람에게 어떠한 오해의 소지를 만들고 싶지 않아. 입장 바꾸어 생각해 봐, 만약 너라면 이런 상황을 받아들일 수 있겠어?”

하은철은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가능하다면 정말 입장을 바꾸고 싶네.’

“알았어. 아버지에게 전할게. 다른 뜻은 없었을 거야. 다만 할아버지 마지막 소원을 풀어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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