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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화

윤수정은 온몸에 냉기를 두른 것 같은 하지환이 그녀의 곁을 스쳐 지나가자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전에 성지영한테서 윤이서가 정신 나갔다며 평범한 남자와 결혼했다는 얘기를 들은 게 기억났다.

그때 윤수정은, 이서의 남편이 못생기고 지지리 궁상인 남자일 거로 생각했는데……, 글쎄 하은철보다 훨씬 잘 생겼다.

윤수정은 길쭉한 손톱으로 반대손 합곡 자리를 꾹 눌렀다. 눈동자는 질투로 인해 혈안이 되었다가 서서히 사라졌다.

‘흥!’

‘잘 생기면 뭐 해, 빚 좋은 개살구지!’

……

이서를 안은 지환은 그녀를 차 뒷좌석에 태웠다.

이서는 몰래 그를 훔쳐보고 있었다. 얇은 입술을 앙다문 것을 보니 화가 난 것 같았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미안해요, 제가…… 또 폐 끼쳤죠?”

원래 계획대로라면 무대에 오른 후, 하은철과의 결혼을 선포했어야 했다.

그러나 단상에 서자, 하지환과의 여러 가지 추억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에게 선물했던 별장 그리고 자기만의 집, 가정을 만들어 준 것……. 그녀는 더 깊이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 자리에서 모든 것을 사실 대로 고백해 버린 것이었다.

지환은 몸을 낮춰 그녀의 부은 복사뼈를 한 번 보았다.

“병원에 데려다 줄게요.”

이서는 붉은 입술을 벌리고 얘기했다.

“미안해요!”

지환은 고개를 들어 백미러로 고개를 숙이고 있는 이서를 바라보았다. 마치 잘못을 저지른 어린애처럼 안절부절못한 모습을 보니 안쓰러움이 밀려왔다.

그는 그녀에게 화난 게 아니라 뭐라고 해야 할지 몰라 침묵을 택했을 뿐이었다.

그는 자기 자신에게 화가 났다.

만약 일찍이 그의 정체를 말했더라면, 아마도 오늘 밤 발을 삐는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고, 사람들이 난처하게도 만들지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십여 분 뒤, 차는 북성 최고의 종합 병원에 도착했다.

규모는 그리 크지 않은 이 병원은 하씨 그룹 계열사 중 하나였다.

지환은 이서를 안고 응급실로 향했다.

두 사람의 등장에 사람들이 술렁이었다.

이서는 지환의 탄탄한 품속에 움츠렸다. 작은 얼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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