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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화

하은철은 심장이 멎을 것만 같았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불끈 쥐었다.

하경철이 다시 물었다.

“그 남자가 정말 너한테 잘해 줘?”

윤이서는 고개를 숙이고 ‘네’ 하고 대답했다. 백옥 같은 피부에 복숭아 꽃물이 들었다.

이서의 모습을 살핀 하경철은 이서가 한 얘기가 진심이라는 걸 대번에 알아차렸다. 슬픔이 몰려오며 갑자기 호흡이 가빠지기 시작했다.

“아버지!”

하도훈은 얼른 앞으로 나가 하경철이 숨쉬기 편하도록 등을 쓰다듬었다.

윤이서도 절룩거리며 앞으로 나아갔다:

“할아버지…….”

하경철의 호흡이 서서히 되돌아왔다. 그는 쪼글쪼글한 손을 들어 윤이서의 뺨을 쓰다듬었다.

“할애비 괜찮다, 괜찮아…….”

이서는 눈시울을 붉혔다.

“할아버지, 죄송해요……. 흑흑, 제 잘못이에요. 저를 때리고 혼내셔도 괜찮아요. 저 때문에 화병 걸리시면 안 돼요…….”

하경철이 웃으며 말했다.

“아이고, 바보 녀석아, 그래도 이 할애비에게 솔직하게 얘기해줘서 고맙다. 넌 내가 가장 아끼는 애야. 알지? 그래서 말인데 너랑 결혼한 사람을 할애비에게 보여줄 수 있겠니? 내가 사람을 직접 눈으로 봐야 마음이 놓일 거 같구나…….”

그녀가 결혼한 사실을 너그러이 받아들이는 하경철을 보며 이서는 기뻐서 흔쾌이 승낙하려다 곧 뭔가 떠오른 듯 붉은 입술을 다물었다.

“왜, 싫어?”

“아니요, 할아버지.”

이서는 얼굴이 빨개지며 땅만 쳐다보았다.

“먼저 그 사람 의사를 물어보고 나중에 말씀드려도 될까요?”

하경철은 이서를 바라보며 눈빛에 복잡함이 스쳐 지났다. 하지만 곧 허허 웃으며 답했다.

“그래, 먼저 당사자에게 물어봐야지. 이 못된 늙은이 만나러 올런지?”

이서와 하은철이 함께 있는 것을 가장 바라던 하경철마저 마음이 돌아서자, 가장 당황한 사람은 성지영과 윤재하였다.

“어르신, 절대 이서 말 곧이듣지 마세요! 그 남자, 저희도 본 적 있는데, 멀끔하게 생기긴 했지만, 별볼일 없는 평범한 사람이에요. 어렸을 때부터 하씨 집안 손자며느리로 점 찍어 놓았던 이서가 일반사람이랑 결혼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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