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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화

이서의 갑작스러운 발언에 장내가 술렁이기 시작했다.

“뭐라고?! 이서가 결혼했다고? 게다가 결혼 상대가 하은철이 아니야?!”

“그럼, 이서가 하씨 가문의 사모님 자리를 포기한 건가? 에이, 설마, 그럴 리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탐내는 자리인데, 그렇게 멍청한 짓을 할 리가?”

“윤이서가 일반가정의 평범한 남자와 결혼했다는 소문이 있긴 하던데, 설마 그게 사실이었던 거야?”

“…….”

하지환은 어둠과 빛을 사이에 두고, 눈부신 조명 아래 서 있는 소녀를 실눈으로 바라보았다.

어둠을 뚫고 나와 그녀를 품에 꼭 안고 싶은 욕망이 지금처럼 강렬한 적은 없었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그도 하씨 집안 사람이니까.

단상 아래 손님들의 수군거림이 거센 파도처럼 끊임없이 밀려왔다.

이어 이서는 손을 들어 조용히 하라는 제스처를 취하고는 계속 말을 이어갔다.

“제 남편은 평범한 사람입니다. 4대 가문도 아니고 상류층, 재벌가 자제도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는 행복합니다. 잘 살 거예요. 그러니…… 앞으로 저와 하은철 씨를 더는 엮지 말아 주세요.”

말을 마친 이서는 하은철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하은철 씨, 지금까지 저랑 함께한다고 고생 많았습니다. 앞으로 자유를 마음껏 느끼면서 행복하게 사세요.”

하은철의 얼굴이 새파래졌다.

과거, 그는 윤이서라는 꼬리표를 떼어내고 싶어 안달 났었다. 오늘, 드디어 소원을 이루었는데 무거운 짐을 벗어 던진 홀가분함보다는 뭔가 소중한 걸 잃어버리는 헛헛한 마음이 더욱 강했다.

연회장은 삽시간 바늘 떨어지는 소리도 들릴 정도로 조용해졌다.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사람은 집사 주경모였다. 그는 앞으로 나가 하씨 집안 어른인 하경철에게 지시를 청했다.

“어르신…….”

하경철은 한 손으로 명치를 누르고, 한 손으로 손을 흔들었다.

“먼저 손님들을 모셔라.”

“네.”

주경모는 황급히 사람을 시켜 하객들을 다른 곳으로 안내했다.

눈 깜짝할 사이, 큰 연회장에는 윤씨 가문과 하씨 가문 사람들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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