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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화

윤이서는 일부러 살짝 뜸을 들이며, 술잔을 들곤 가볍게 몇 번 톡톡 두드렸다.

연회장은 일순 조용해졌다.

모두의 이목이 이서에게 집중되었다.

이서는 삐끗한 한쪽 발목으로 절룩거리며, 단상에 올라 마이크 앞에 섰다.

“여러분, 오늘 할아버지의 생신날을 빌어 여러분께 좋은 소식을 하나 전할까 합니다.”

말하면서 하은철을 힐끗 보았다.

가벼운 동작이라고 해도 단상 아래 많은 사람들의 눈을 피하지는 못했다.

이심전심, 모두들 들뜬 마음으로 이서의 다음 발언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번 사건의 핵심 인물들의 표정은 제각각이었다.

특히 백스테이지에서 모니터링 중인 하지환의 얼굴은 무서울 정도로 어둡고 정색했다.

통제 불능의 느낌이 갈수록 강렬해지는 것 같았다.

“저에게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일입니다.”

이서는 추억에 빠진 듯 부드럽게 웃으며 얘기를 이어 나갔다.

“모든 소녀들이 그렇듯이 저 또한 어렸을 때부터 이날만을 손꼽아 기다려 왔습니다. 좀처럼 오지 않을 것 같았던 그 날이…… 드디어 왔습니다. 먼저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인사를 전하려고 합니다…….”

그녀는 또 한 번 눈을 들어 하은철을 바라보았다.

이 장면을 본 하지환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손등에 핏줄이 불끈 솟았다.

“그분은 제게…… 삭막한 요즘 세상에, 따뜻한 온정을 느끼게 해주었고, 모든 호의가 꼭 대가를 바라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그분은 등대처럼 어둡고, 갈길 잃은 제 인생을 밝게 비춰주었습니다…….”

이서의 진솔한 얘기에 많은 사람들이 감동했다.

하은철의 심장도 여러 번 움찔했다.

예의상 하는 멘트인지 알면서도…….

그러나 다음 순간, 하은철의 동공이 움츠러들었다. 어두운 얼굴로 무대 옆에 서 있는 하지환을 봤기 때문이다.

마치 어둠 속에 빠진 악마의 화신처럼 매섭고 날카로운 두 눈으로 하은철을 쏘아보고 있었다.

하은철은 돌연 극도의 불안에 휩싸였다.

하지환이 위치한 곳이 비교적 은폐된 데다 사람들의 이목이 모두 이서에게 쏠려 있어 아무도 그의 존재를 유의하지 않았다.

그는 불빛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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