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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0화

주 집사는 하경철이 휴대전화를 쥔 채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하경철을 향해 다가갔다.

“어르신…….”

주 집사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린 하경철이 말했다.

“지금 바로 차 대기시키게.”

“어르신, 왜 그러세요?”

하경철의 미간은 주름져 곧 응어리가 될 것만 같았다.

“나도 잘 모르겠군, 다녀와서 다시 이야기하세.”

주 집사가 바삐 몸을 돌려 외출할 차량을 대기시켰다.

몇 십 분 후, 하경철과 주 집사는 한 호텔에 다다랐다.

호텔 안팎은 마치 통제된 것처럼 조용했다.

하경철이 호텔에 들어서자, 이천이 웅장한 무리의 사람들과 함께 하경철을 맞이했다.

이 장면을 본 하경철은 멍해지는 듯했다.

이전에는 이런 모든 것들이 일 년 내내 최상위자의 자리를 지키던 하경철의 겉치레였다. 그러나 시간이 흐른 후, 다른 사람의 이런 모습을 보고 있자니, 다소 격세지감이라는 착각이 들었다.

심지어는 주인이 바뀌었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어르신, 이쪽으로 오시죠.”

이천은 2층으로 하경철을 안내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하경철은 회장실 스위트룸의 입구에 도착했다.

스위트룸에 들어선 하경철의 눈에는 무릎을 꿇은 이서정과 벌거벗은 남자가 보였다.

그들의 맞은편에는 가죽 의자에 앉아 있는 지환이 있었다.

지환의 얼굴은 금방이라도 물방울이 떨어질 듯 음침했고, 눈꼬리의 붉은 눈물방울은 노란색 난등 아래, 목숨을 건 악마처럼 무서웠다.

“작은 아버지.”

지환의 차가운 목소리가 방 안의 숨 막히는 침묵을 끊었다. 그러나 억눌린 분위기는 빙점을 향해 가고 있었다.

무릎을 꿇은 두 사람의 어깨가 움츠러들었다.

“그래.”

하경철이 지팡이를 짚은 채 지환의 곁으로 다가갔다.

지환은 몸을 일으켜 하경철을 부축하여 의자에 앉혔다.

하경철의 위엄 있는 시선이 이서정에게 떨어졌다. 하경철은 뻔히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입을 열었다.

“이게 무슨 일이야?”

“정말 죄송합니다, 작은 아버지. 이렇게 늦은 시간에 모시다니요. 하지만, 연락드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환의 말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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