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그렇다니까…….”현태는 이천이 왜 이리도 흥분한 것인지 알 길이 없었다. 마치 낚시꾼이 큰 물고기를 낚은 듯해 보일 뿐이었다.이천이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감사합니다.]“아니, 너…….”전화는 이미 끊어진 후였다. “…….”‘도대체 다들 무슨 일이야. 누가 좀 알려줬으면 좋겠네.’ 소희에 이어 이천까지, 현태는 머릿속이 너무도 복잡했다.……하씨 고택.주 집사가 빠른 걸음으로 하경철의 서재로 향했다. 얼마나 급했는지 문을 두드리는 것도 잊었다.“어르신, 큰일 났습니다!”주 집사가 서재의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오자, 서예에 전념하고 있던 하경철은 손에 든 붓을 내려놓으며 주 집사를 바라보았다.“주 집사, 자네가 내 곁을 지킨지도 아주 오랜 시간이 흘렀네. 그런데 이제 보니 자네도 풋내기처럼 변해버렸어.”주 집사는 얼굴을 닦고 웃으며 말했다.“어르신, 정말 큰일입니다. 제 예상이 너무도 빗나갔어요.”“오, 자네가 의외라고 생각하는 일도 있다니. 말해보게, 도대체 무슨 일인지.”“방금 이서정이 외출하는 것을 봤다는 보고가 올라왔습니다.”“이서정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단 말인가? 그동안은 어째서 두문불출이었지?”“어르신, 너무 늦은 것 같습니다.”주 집사가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었다.하경철이 그런 주 집사를 바라보며 물었다.“왜 그러는 건가?”“부하직원들이 이서정이 한 식당에 들어갔다가 남자와 함께 나오는 걸 봤답니다. 두 사람은 서로를 껴안기도 하며 아주 친밀해 보였답니다.”“그리고, 이내 두 사람이 근처의 한 호텔로 들어갔다고 하더군요.”하경철이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그러니까 자네 말은, 이서정이 바람을 피운다는 건가?”“네, 확실하진 않습니다만. 하 대표님께서도 알고 계실까요?”주 집사가 하경철을 바라보았다.하경철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바람을 피운다…… 어떻게 감히?”설령 지환의 수단을 모른다 하더라도, 이서정과 같이 연예계에서 이토록 오랫동안 몸담고 있는 사람이라면 절대 다른 사람들의 미
주 집사는 하경철이 휴대전화를 쥔 채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하경철을 향해 다가갔다.“어르신…….”주 집사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린 하경철이 말했다.“지금 바로 차 대기시키게.”“어르신, 왜 그러세요?”하경철의 미간은 주름져 곧 응어리가 될 것만 같았다.“나도 잘 모르겠군, 다녀와서 다시 이야기하세.”주 집사가 바삐 몸을 돌려 외출할 차량을 대기시켰다. 몇 십 분 후, 하경철과 주 집사는 한 호텔에 다다랐다.호텔 안팎은 마치 통제된 것처럼 조용했다.하경철이 호텔에 들어서자, 이천이 웅장한 무리의 사람들과 함께 하경철을 맞이했다.이 장면을 본 하경철은 멍해지는 듯했다.이전에는 이런 모든 것들이 일 년 내내 최상위자의 자리를 지키던 하경철의 겉치레였다. 그러나 시간이 흐른 후, 다른 사람의 이런 모습을 보고 있자니, 다소 격세지감이라는 착각이 들었다.심지어는 주인이 바뀌었다는 느낌마저 들었다.“어르신, 이쪽으로 오시죠.”이천은 2층으로 하경철을 안내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하경철은 회장실 스위트룸의 입구에 도착했다.스위트룸에 들어선 하경철의 눈에는 무릎을 꿇은 이서정과 벌거벗은 남자가 보였다.그들의 맞은편에는 가죽 의자에 앉아 있는 지환이 있었다.지환의 얼굴은 금방이라도 물방울이 떨어질 듯 음침했고, 눈꼬리의 붉은 눈물방울은 노란색 난등 아래, 목숨을 건 악마처럼 무서웠다.“작은 아버지.”지환의 차가운 목소리가 방 안의 숨 막히는 침묵을 끊었다. 그러나 억눌린 분위기는 빙점을 향해 가고 있었다. 무릎을 꿇은 두 사람의 어깨가 움츠러들었다.“그래.”하경철이 지팡이를 짚은 채 지환의 곁으로 다가갔다.지환은 몸을 일으켜 하경철을 부축하여 의자에 앉혔다.하경철의 위엄 있는 시선이 이서정에게 떨어졌다. 하경철은 뻔히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입을 열었다. “이게 무슨 일이야?”“정말 죄송합니다, 작은 아버지. 이렇게 늦은 시간에 모시다니요. 하지만, 연락드릴 수밖에 없었습니다.”지환의 말투
일찍이 하경철이 동의하지 않을 것을 예상했던 지환이었다. 지환이 고개를 돌려 하경철을 바라보았다.“왜 동의하지 못하시겠다는 거죠?”하경철 역시 자신의 반응이 다소 과격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러니까 내 말은…… 이렇게 이혼하는 것은 너무 경솔한 거 아니겠니?”“서정이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 좋을 것 같구나.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똑똑히 물어보도록 하거라. 좋은 사람에게 누명을 씌우면 안되는 거란다.”“작은 아버지, 이미 범인을 붙잡고 장물까지 압수했는데, 또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하겠습니까?”하경철이 이서정을 바라보았다. 하경철은 이서정이 너무도 원망스러웠다. 이서정은 마치 나무토막처럼 자신을 변호할 줄 모르는 듯했다. 하경철은 절대로 이서정과 지환을 이혼시키지 않으리라 결심했다. 두 사람이 이혼하지 않는다면, 지환이 정정당당하게 이서에게 구애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었다. 일단 지환이 이혼을 하게 된다면, 지환은 충분히 강탈의 수단을 써서 이서가 남편과 이혼하도록 협박할 수 있을 것이었다. 그렇게 된다면, 하경철의 손자, 하은철은 경쟁력이 없어질 것이었다. 하경철은 이전 세대의 아쉬움을 다음 세대로 잇고 싶지 않았다.“아무래도 오해가 있는 것 같으니, 확실히 물어보는 게 좋을 것 같구나.”지환이 말했다.“아무리 오해가 있다 하더라도, 이서정이 외도를 한 것만큼은 명백한 사실입니다. 방금 작은 아버지께서도 말씀하셨듯이 이건 저희 집안일이니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어떠한 핑계를 대더라도 외도는 외도입니다!” 하경철이 지팡이를 꽉 쥐었다.“그러니까, 꼭 이혼을 해야겠다는 건가?”“예.”지환의 목소리는 단호하고 우렁찼다.하경철은 화가 나서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하경철은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이서정을 바라보았다.“서정아, 넌 하고 싶은 말이 전혀 없는 게냐?” 이미 크게 놀란 탓에 간담이 서늘해진 이서정이었다. 그런 이서정이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 한참의 시간이 흘러도 이서정의 대답을 듣지 못한 하경철
대학시절, 세 사람은 같은 여학생 사랑하게 되고 말았다. 처음에는 세 사람 역시 이 사실을 몰랐기에, 서로 조언을 해주기도 했다.그러던 어느 날, 어느 공연장에서 무대 위에 있는 여학생을 가리켰을 때, 세 사람은 자신들이 같은 여학생을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이었다.“그때, 우리 세 사람이 같은 여자를 사랑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지. 정말 죽고 싶은 심정이었단다.”옛일을 떠올리는 하경철의 얼굴에서는 예전의 위엄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심지어는 나이가 든 탓에 표정이 굼뜬 것 같기도 했다.“다른 두 사람은 당시에 어떻게 생각했는지 모르겠다만, 후에 우리 모두가 관계를 끊은 것을 보면 그 친구들도 그렇게 생각했던 게 아닌가 싶구나.”같은 여학생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 세 사람의 관계는 대단히 삐걱거리기 시작했다.처음, 세 사람 사이에서는 공정한 경쟁이라는 말도 오고 갔었다. 하지만 서로 몰래 그 여학생에게 선물공세를 퍼붓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 세 사람은 신사협정이 깨져버렸다는 이유로 공개적인 싸움을 시작했다. 하경철은 첫 번째 싸움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 단지, 세 사람이 운동장에서 많은 학우들의 조롱과 야유를 들으며 크게 싸웠다는 사실만 기억할 뿐이었다. 그러나 그 싸움은 세 사람의 관계를 조금도 바꾸지 못했다. 오히려 그때를 기점으로 세 사람 사이의 우정은 완전히 산산조각 나고 말았다.게다가 세 사람이 자신 때문에 싸운다는 것을 알게 된 그 여학생은 학교 내의 소문을 견디지 못하고 휴학하여 집으로 돌아가고 말았다.“그 소식을 들은 나는 반드시 여름 방학 때 그 여자를 찾아가야겠다고 결심했단다.”하경철의 눈에서 빛이 났다.“그런데 네 아버지 역시 그런 생각을 했던 모양이구나. 그렇게 우리 둘은 공항에서 마주치게 되었고, 또 한 번 상대방을 막기 위해 싸움을 벌였단다.”“그때는 모든 선생님과 학우들이 우리의 신분을 알고 있는 학교에서 싸운 것과는 상황
“네가 그걸 어떻게 아니? 네 아버지가 말해준 거니? 네 아버지가 또 무슨 말을 해줬니?”지환은 자신의 눈앞에서 쩔쩔매는 하경철을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그 누구도 지환의 앞에서 쩔쩔매는 이 노인이 하씨 가문의 어르신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할 것이었다. “딱 한 번, 이름만 말씀해 주셨습니다.”“제가 기억력이 좋아서 기억하고 있을 뿐입니다.”하경철은 꽤 실망한 듯했다.“네 아버지는 입이 정말 무거운 사람이란다. 말하는 것은 원하지 않아 하지.”“내가 방금 어디까지 말했더라? 아, 그래. 이서의 할아버지와 결혼한 상대가 바로 나와 네 아버지가 평생을 그리워하는 사람이란다.”“두 사람의 결혼식이 있던 날, 우리 둘은 또 한 번 말다툼을 벌였단다. 서로의 잘못이라고 탓하면서 말이야.”“그날, 우리는 꼬박 두 시간이 넘게 싸웠단다. 사실, 나는 우리가 싸워서 서로를 거들떠보지 않는다 하더라도 한 지붕 아래에서 함께 살 줄 알았어.”“다음 날 네 아버지가 가출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었지.”“우리는 H국 전체를 다 뒤졌지만, 네 아버지를 다시 만날 수 없었단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네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바로 그 해, 네 아버지가 연락을 해오더구나. 우리는 그제야 네 아버지가 H국을 떠나 다른 나라에서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단다.”지환은 하경철의 말을 다 들은 후에도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지환의 아버지는 자신이 왜 출국해야만 했었는지 거의 언급하지 않았었다. 게다가 지환은 가십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지환은 집안의 사업을 이어받고 나서야 H국에 친척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때로는 네 아버지를 존경한단다. 내가 네 아버지의 안목을 반이라도 닮아 외국으로 나갔더라면 평생을 고통 속에서 살지는 않았겠지.” “네 아버지는 H국을 떠나 고통에서 벗어났지만, 나는, 여기 남아 있었단다.”“평생을 이서의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행복하게 사는 걸 지켜보면서 말이다.”“두 사람은 연이어 여러 명의 아이를 낳았단다.” “사람들도
하경철이 지환의 말에 다시 한번 미간을 찌푸렸다. “지환아, 뻔히 알면서 묻는 게냐? 은철이는 느릅나무 덩어리야. 내가 족히 10년이 가까운 시간을 들여서 마침내 은철이가 이서를 좋아할 수도 있게 만들었는데, 네가 끼어든다면 은철이 그 녀석은 물러나고 말 거야!” ‘은철이가 어떻게 지환이를 이길 수 있겠는가.’지환이 웃으며 말했다.“사랑이 아닌 다른 일이었더라면 제가 얼마든지 양보할 수 있었을 겁니다.” 하경철은 이 말이 너무도 귀에 익어 거슬리는 듯했다.“꼭 은철이와 싸워야겠다는 게냐?”하경철은 화가 나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네.”지환이 당당하게 하경철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하경철이 화가 나서 큰 소리로 외쳤다.“주 집사!”입구에서 대기하고 있던 주 집사가 문을 밀고 들어왔다.“예, 어르신!”“돌아가자꾸나!”“예.”주 집사는 금세 두 사람이 이야기가 틀어졌다는 것을 알아차렸고, 바삐 하경철을 부축하여 자리를 떠났다.하경철이 떠난 후, 천천히 의자에 앉는 지환의 눈빛은 너무도 냉업했다.옆방에 있던 상언이 걸어 들어와 지환의 어깨를 두드렸다.“어르신께서 네가 이서 씨의 남편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으시겠지?”지환이 권태로운 표정을 지었다.“한동안 숨길 수밖에 없겠어. 계속 우리를 의심하면서 조사하실 거야.” “에이, 그러게 내가 처음부터 이서 씨에게 네 정체를 말했으면 좋겠다고 했건만, 왜 지금까지 이러고 있어.”지환은 바보처럼 구는 상언을 바라보았다. 상언이 멋쩍어 하며 머리를 긁적였다.“맞다, 이서정은 어떻게 처리할 생각이야?”지환은 문 앞을 힐끗 쳐다보았다.“당연히 그대로 되갚아줘야지.”“무슨 말인지 알겠어.”이서정의 끝은 그날 이서가 절벽에서 떨어질 것으로 기대했던 것과 같은 방식이 될 것이라는 뜻이었다.발을 헛디뎌 추락한 것으로 꾸며져 며칠 후에나 발견될 것이었다.“언제 갈 거야?”볼거리가 없었던 상언은 몸을 일으켜 자리를 떠나려 했다.지환이 담배에 불을 붙였다. “잠시만.”“처리하지 못한
방 안에 십여 초 간의 정적이 흐른 후, 이천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아니면…… 대표님, 지금 당장이라도 하이먼 스웨이 여사의 거처를 색출하라고 할까요?”‘만약 여기가 M국이었더라면, 조금도 어렵지 않은 일이었을 거야. 그러나 H국에서는…….’‘하지만 대표님의 행복한 삶을 위해서라면!’지환이 덤덤하게 말했다. “시간 괜찮겠어?”이천은 멋쩍다는 듯 머리를 긁적거렸다.지환이 몸을 일으켰다.이천이 놀라 바삐 지환의 뒤를 따랐다.“대표님, 하이먼 스웨이 여사를 찾지 않으시는 겁니까?”지환이 담배를 눌러 끄며 말했다.“네 생각은 어떤데?”이천이 어리둥절한 듯 머리를 긁적였다.“…….”이천은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듯했다. “그럼, 계속 조사해야 할까요?”지환이 고개를 돌려 이천을 흘겨보았다.이천 역시 불안해하며 지환을 바라보았다.지환이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몇 걸음 걷다가 고개를 돌려 말했다.“네가 끼어들 필요 없겠어.”갑자기 이천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이천이 지환의 발자취를 따르며 아첨했다.“대표님, 역시 대표님이십니다, 이렇게 빨리 방법을 찾아내시다니요. 대표님께서 생각하신 방법이 무엇인지 말씀해 주시겠습니까?”지환이 고개를 돌려 이천을 보았다.“정말 내 방법이 무엇인지 알고 싶어?”이천이 절구로 마늘을 찧듯 고개를 끄덕였다.지환이 가볍게 웃었다.“하늘에 너를 제사 지내려고.”웃음기가 만연하던 이천의 표정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네?”당황하여 안색이 변한 이천을 뒤로 한 채 이미 방을 떠나버린 지환이었다. ……다음 날 이른 아침, 이서가 잠에서 깼다.이서는 충분히 조심조심 몸을 일으켰으나, 이서의 기척을 느낀 지환 역시 잠에서 깼다.“좀 더 자.”이서가 외투를 두른 채 아주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아직 이른 시간이야.”어젯밤, 지환은 아주 늦은 시간이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왔다. 아직도 지환에게서는 담배 냄새가 짙게 나고 있었다. 비록 지환이 아무 말도 하지는 않았지만, 이서는 지
지환은 충분히 조씨 그룹에서 활개를 칠 수 있었다.지환은 비즈니스 방면에서 아주 명석했다.“여보.”지환이 미소를 지은 채 이서의 옆모습을 바라보며 거리낌 없이 물었다. “정말 회사를 바꿀 생각은 없는 거야?”이서가 말했다.“생각은 해봤는데…… 문제는 일시적으로 기대에 부합하는 회사를 찾는 것도 그렇게 쉽지는 않다는 거야.”“나, 좋은 목표가 하나 있어.”지환을 바라보는 이서의 마음속에 갑자기 불길한 예감이 솟아올랐다.“설마, 외국에 있는 그 회사를 말하는 건 아니지?”이전에 이서가 생각했던 것이 바로 이것이었다. ‘지환 씨가 사직을 한다면, 가장 좋은 건 지환 씨가 돌아가서 그 회사를 경영하는 거야.’‘그렇지만, 그렇게 된다면 나는 지환 씨와 장거리 부부 생활을 해야 한다는 건데…….’일 년에 겨우 몇 번만 지환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이서는 마음이 편치 않았다.지환은 이서의 눈가에 번진 긴장을 놓치지 않았다.“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그 회사는 우리 아버지께 드리는 거야. 내가 상속받는 것을 동의한다고 해도, 우리 아버지께서 동의하지 않으실 거야. 게다가 아주 작은 회사잖아. 나를 원한다 해도, 내가 가지 않을 거야.” 지환의 마지막 말은 이서의 마음을 완전히 놓이게 했다.“그럼, 당신이 말하는 건…….”“MH 그룹.”“콜록…… 콜록…….”이서는 하마터면 사레가 들려 죽을 뻔했다.“뭐, 뭐라고?”이서의 목표 중 하나는 윤씨 그룹을 정상으로 복귀시키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 이서는 절대 말을 꺼낼 수 없었다.지환이 자상하게 이서를 대신하여 물 한 병을 비틀어 열었다.이서가 진정하자 지환이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MH그룹은 지금 YS 그룹의 압박으로 인해 그 누구와도 협력할 수 없어. 지금이 바로 우리가 틈을 타서 들어갈 수 있는 좋은 기회야.”“MH그룹이 압박을 받고 있다고?”이서가 물었다.이서가 지체 없이 차를 갓길에 세웠고, 휴대전화를 꺼내들어 MH그룹에 관한 뉴스 기사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처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