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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4화

이서는 팔을 뻗어 지환의 허리를 껴안았다.

“안심해요, 저는 절대로 돌아와요. 설사 아무리 내가 오늘 죽을 운명이어도 당신과 한 약속은 꼭 지켜요.”

지환은 이서를 껴안았던 팔을 살짝 풀고 이서의 빛나는 눈동자를 보며 웃었다.

“들어와.”

“네.”

이서는 지환에게 안겨 방으로 들어왔다.

“지환 씨…….”

“응.”

“지환씨는 어릴 때 있었던 일들 기억해요?”

지환은 이서를 의자에 앉혀놓고 이서의 신발을 벗겨주다가 고개를 들어 그녀를 보았다.

“어렸을 때라, 얼마나 어렸을 때를 말하는 건데?”

“음, 대여섯 살쯤?”

“기억하지.”

이서의 눈이 반짝였다.

“그 때 지환 씨는 뭐 했어요?”

지환은 자신이 대여섯 살 때 이미 아버지를 따라다니면서 장사를 배웠던 기억을 떠올리며 웃었다.

“보통 사람들과 똑같지. 유치원 다니고, 친구랑 함께 놀기도 하고, 가끔 아버지랑 놀이공원도 가고 그러는 거지…….”

이서가 턱을 괴고 말했다.

“부럽다. 나는 내가 대여섯 살 때 무엇을 했는지 하나도 기억이 안 나요. 참 이상하지 않아요? 분명 일곱 살 여덟 살 무렵은 기억나는데, 바로 그 전에는 뭘 했는지 기억이 전혀 없어요.

마치 칼로 싹뚝 썰어서 잘라 내버린 것처럼 내 대여섯 살 이전의 기억이 없어요. 여덟 살 이후부터만 기억이 있어요.”

지환은 이서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아마도…… 어렸을 때 머리통이 너무 작아서 옛날 일이 다 저장이 안된 건가?”

이서는 웃으며 지환의 목을 껴안았다.

“그럼 미래의 어느 날 당신이 늙고 두뇌용량이 다시 작아지면 지환씨도 나를 기억하지 못하는 거 아니예요?”

“그럴 리가!”

지환은 이서를 안고 침실로 걸어가며 자신있게 말했다.

이서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말했다.

“꼭 그렇지 않을 수도 있어요. 요새 알츠하이머나 치매가 있는 노인의 비율도 적지 않아요.”

“나한테 만약은 없어.”

지환은 이서의 입술을 가볍게 물고 가볍게 숨을 이서의 볼에 불었다.

“나는 내 머리로 너를 기억하는 게 아니야. 이 가슴으로 너를 기억하는 거지.”

이서의 속눈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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