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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3화

시간이 꽤 흘렀지만 은철은 자신이 내린 결론이 맞는지에 대해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

16세가 되던 해에 이서가 귀국하자 아름답고 여린 그녀의 모습에 많은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이서는 전에 겪었던 사고에 대해서는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이것 때문에 은철은 대단히 화가 나서 자신을 구한 사람이 수정일거라고 더욱 확신했다.

이 역시 은철이 이서를 그렇게나 싫어하는 이유이다.

그는 여전히 꿈 속에서 그 때의 일들을 떠올리고 힘들어하지만 이서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했다.

그는 이서에게 수차례 그 때 일이 기억나는지 물었지만, 그녀는 항상 고개를 저으며 그런 일이 있었는지조차 알지 못한다고 했다.

그러기를 수차례, 은철은 오늘도 운전석에서 고개를 돌려 다시 이서에게 물었다.

“너는 내가 일곱 살 때쯤, 그러니까 네가 다섯살 때 우리가 납치당했던 일을 기억하니?”

이서는 알 수 없다는 듯 은철을 쳐다봤다.

은철은 이미 여러 차례 이서에게 이 질문을 해왔다.

그녀가 16살 되던 해에 외국에서 돌아와 처음 만났을 때 은철은 이 문제를 물었다.

후에 은철은 이서와 만날 때마다 집요하게 같은 질문을 반복했다.

그리고 매번 모진 눈빛으로 이서를 원망하는 것 같았다.

‘이 배신자.’

“이미 수없이 너에게 대답한 것 같은데? 어렸을 때의 기억이 완전히 뒤죽박죽되어서 전혀 기억 안나.”

이서 자신도 스스로 왜 기억을 잃었는지 모른다.

그냥 예전 일들이 기억나지 않을 뿐이다.

이서의 아버지 윤재하 부부는 이서가 매우 불행한 일을 겪었고, 그 때문에 심한 충격을 받아 어린 시절의 일을 기억하고 싶지 않는 것 같다고 했었다.

은철은 피식 웃었다.

“만약 네가 그 사고에 대해 기억해낸다면, 내가 왜 이렇게 수정이를 싸고 도는지 알게 될거야.”

말이 끝나자 그는 머리를 뒤로 젖혀 헤드레스트에 가볍게 대고 앞을 바라보았다.

“다 왔어.”

이서는 아직 좀 전의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망연히 창밖을 내다보다가 갑자기 도착했다는 은철의 말을 듣고 확실히 집에 도착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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