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서는 팔을 뻗어 지환의 허리를 껴안았다.“안심해요, 저는 절대로 돌아와요. 설사 아무리 내가 오늘 죽을 운명이어도 당신과 한 약속은 꼭 지켜요.”지환은 이서를 껴안았던 팔을 살짝 풀고 이서의 빛나는 눈동자를 보며 웃었다.“들어와.”“네.”이서는 지환에게 안겨 방으로 들어왔다.“지환 씨…….”“응.”“지환씨는 어릴 때 있었던 일들 기억해요?”지환은 이서를 의자에 앉혀놓고 이서의 신발을 벗겨주다가 고개를 들어 그녀를 보았다.“어렸을 때라, 얼마나 어렸을 때를 말하는 건데?”“음, 대여섯 살쯤?”“기억하지.”이서의 눈이 반짝였다.“그 때 지환 씨는 뭐 했어요?”지환은 자신이 대여섯 살 때 이미 아버지를 따라다니면서 장사를 배웠던 기억을 떠올리며 웃었다.“보통 사람들과 똑같지. 유치원 다니고, 친구랑 함께 놀기도 하고, 가끔 아버지랑 놀이공원도 가고 그러는 거지…….”이서가 턱을 괴고 말했다.“부럽다. 나는 내가 대여섯 살 때 무엇을 했는지 하나도 기억이 안 나요. 참 이상하지 않아요? 분명 일곱 살 여덟 살 무렵은 기억나는데, 바로 그 전에는 뭘 했는지 기억이 전혀 없어요.마치 칼로 싹뚝 썰어서 잘라 내버린 것처럼 내 대여섯 살 이전의 기억이 없어요. 여덟 살 이후부터만 기억이 있어요.”지환은 이서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아마도…… 어렸을 때 머리통이 너무 작아서 옛날 일이 다 저장이 안된 건가?”이서는 웃으며 지환의 목을 껴안았다.“그럼 미래의 어느 날 당신이 늙고 두뇌용량이 다시 작아지면 지환씨도 나를 기억하지 못하는 거 아니예요?”“그럴 리가!”지환은 이서를 안고 침실로 걸어가며 자신있게 말했다.이서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말했다.“꼭 그렇지 않을 수도 있어요. 요새 알츠하이머나 치매가 있는 노인의 비율도 적지 않아요.” “나한테 만약은 없어.”지환은 이서의 입술을 가볍게 물고 가볍게 숨을 이서의 볼에 불었다.“나는 내 머리로 너를 기억하는 게 아니야. 이 가슴으로 너를 기억하는 거지.”이서의 속눈썹
이서는 일어나서 하이먼 스웨이의 말에 진심으로 기뻐했다.“정말 잘됐네요! 지금 어디 있대요?”하이먼 스웨이의 목소리는 순식간에 확 가라앉았다[아직 찾지는 못했대. 단지 아이가 H국의 한 부부에게 입양되었다는 것만 알아냈다고 하더라구. 그리고 그 부부는 바로 북성 사람이고. 이미 내 매니저랑 이야기 끝냈어. 바로 오늘 저녁에 북성으로 갈 거야.]이서가 시간을 확인했다.외국에 있는 하이먼 스웨이가 있는 곳은 지금 저녁 시간일 것이다.“비행기 도착 예정 시간을 말씀해 주시겠어요? 제가 마중나갈게요.”[됐어!] 하이먼 스웨이가 말했다. [이서야, 내 딸 찾으면 다 네 덕분이야. 신세 꼭 갚을게.]이서가 빙긋 웃으며 말했다.“그래요, 좋은 소식 기다리고 있을게요.”[이만 끊자. 나 곧 출발하려면 준비할 것들이 많겠어.]“네.”이서가 전화를 끊었다.지환이 마침 물이 담긴 컵을 들고 들어왔다. 질투심 가득한 말투로 이서에게 말했다.“누구 전환데 이렇게 좋아해?”이서가 웃으며 말했다.“하이먼 스웨이 작가님이요. 지환 씨는 여자한테도 질투해요?”지환은 순간 당황했다.그는 또 은철일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분이 이렇게 늦은 시간에 너한테 무슨 일로?”이서는 순식간에 눈썹을 치켜세웠다“작가님이 오래전에 유괴당한 딸 소식을 최근에 들으셨고, H국의 한 부부에게 입양되었다는 걸 막 알게 됐나봐요. 그것 때문에 지금 H국에 오신대요.”지환이 눈살을 찌푸리자 이서가 말했다.“왜요? 하이먼 스웨이 작가님 오시는데 기쁘지 않아요?”지환은 정신이 퍼뜩 돌아왔다.“기쁘지. 그냥…….”하이먼 스웨이는 지환이 누구인지를 안다.그리고 애초에 바다의 딸 시나리오를 MH그룹에게 넘기려 했던 것은 순전히 지환 때문이었다.‘그녀가 만약 H국에 도착한다면 곧 딸을 찾게 될 텐데.’시간이 걸리게 되면 하이먼 스웨이는 그 사이에 이서와 연락이 닿게 될 것이고 그때는…….지환은 이서가 물을 마시는 틈을 타 뒤돌아 이마를 짚었다.‘일이 왜 갈수록 이렇게 복잡
“그래, 기다릴게, 지환 씨가 나타날 때까지.”“내가 계속 나타나지 않는다면?”“계속 기다릴게.”침묵을 지키던 지환은 한참이 지나서야 이서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이제 그만 자.”“내 대답이 마음에 안 들었나 봐?”이서는 지환의 손을 잡고 지환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자신을 바라보는 이서의 모습에 지환은 이서를 향한 욕망이 끓어오르는 듯했다.“계속 안 자면 나…….”“아, 잘못했어!”이서가 재빨리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지환은 번데기가 된 듯한 이서를 바라보며 가볍게 웃었다. 하지만 그런 지환의 눈빛은 너무 고요하고도 쓸쓸했다.‘신분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이런 행복한 나날들은 꿈이 되고 말 거야…….’3일째 되던 날, 이서는 또 한 번 하이먼 스웨이 여사의 전화를 받았다.함께 식사를 하자는 연락이었다. 이서는 두말없이 하이먼 스웨이 여사의 제안을 승낙했다.하이먼 스웨이 여사는 북성에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에 식당을 예약하는 일은 자연스레 이서의 일이 되었다.이서가 또 하이먼 스웨이 여사와 만남을 가진다는 소식을 들은 소희는 감격에 겨워 이서에게 물었다. “이서 언니, 하이먼 스웨이 작가님의 사인을 좀 부탁해도 될까요?”“소희 씨도 하이먼 스웨이 작가님의 팬이야?”“아니면 어때요. 하이먼 스웨이 작가님은 지금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작가이시잖아요. 하이먼 스웨이 작가님의 사인을 가지고 있으면 정말 많은 사람들이 저를 부러워할 거예요.”소희가 대답했다.이서가 이마를 짚으며 물었다.“내일 현태 씨랑 데이트할 때 뭐 입을지는 생각해 봤어?”소희의 얼굴이 순식간에 빨개졌다.“이서 언니!”“놀리기만 하면 얼굴이 빨개진다니까. 소희 씨, 하나한테 뻔뻔함을 좀 배워야겠어.”소희가 웃었다.“그건 그래요. 맞다, 하나 언니랑 이 선생님은 어떻게 됐어요? 며칠 전에도 같이 계신 거 봤는데, 아마 샤브샤브를 먹은 다음날이었던 것 같아요.”이서는 잠시 침묵하다가 화제를 돌렸다.“소희 씨, 나 아직 대답 못 들었
“4대 가문이요?”이서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4대 가문 중 입양된 아이가 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 없어요.”“물론, 어떤 가문에서는 아무도 모르게 아이를 하나 더 낳기도 해요.”“사람들은 체면을 위해서 그 아이가 친척 집 아이라고 하기도 하고, 아내가 시골에서 낳았다고 하기도 해요. 절대 사생아라고는 인정하지 않는 거죠.”“그런데 입양이라니…… 그건 불가능에 가까워요.”“4대 가문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바로 혈연이거든요.”“어떻게 남의 핏줄에게 4대 가문을 맡기겠어요?”“그래도…… 한번 알아봐 주겠니?”하이먼 스웨이 여사가 이서를 바라보았다.“이제야 겨우 내 딸아의의 소식을 들었는데…….”“작가님, 너무 걱정 마세요. 제가 알아볼게요.”“그래, 정말 고맙다, 이서야.”“아니에요, 작가님. 제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인 걸요.”세 사람이 대화를 나누는 사이, 세 사람을 싣은 차량이 c시 요리 전문점에 다다랐다.하이먼 스웨이 여사는 아주 오랫동안 Y국에 돌아가지 않았기에 매운 음식을 접한 것 역시 아주 오래되었지만, 매운 음식에 대한 참을성은 조금도 달라지지 않은 듯했다. 이서와 소희는 얼음 물을 벌컥벌컥 들이켜기 바빴지만, 하이먼 스웨이 여사는 조금의 흔들림도 보이지 않았다. “하하하, 두 사람 다 매운 걸 잘 못 먹는구나.”하이먼 스웨이 여사가 미소를 지었다. “다음번에는 특별히 내 입맛을 고려하지 않아도 된단다.”“저희는 괜찮아요, 정말 괜찮습니다.”이서가 연신 손부채질을 하며 말했다.“작가님께서 좋아하신다면 된 거예요.”하이먼 스웨이 여사가 이서를 향해 눈웃음을 지어 보였다. ‘보면 볼수록 참 예쁘고 친절한 아이야. 꼭 오랫동안 알고 지냈던 것만 같아. 이서가 내 딸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이서를 볼 때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친근한 감정을 느끼던 하이먼 스웨이 여사였다.“참, 이서야, 부모님은 뭐 하는 분들이셔? 들어본 적 없는 것 같아서.”하이먼 스웨이 여사는 잃어버린 딸을 찾아 예전의 4대
이서와 소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묵묵히 밥만 먹었다.그렇게 식사를 마친 세 사람은 길가의 한 가게에서 커피를 샀다. 하이먼 스웨이 여사를 알아본 한 점원이 하이먼 스웨이 여사와 함께 사진 찍기를 원했다.평소 독설을 퍼붓는 하이먼 스웨이 여사였지만 팬 앞에서는 한없이 친절하고 다정했다.팬이 요구하는 바는 모두 들어주려 했다.이서와 소희는 가게에서 하이먼 스웨이 여사를 기다렸다.하이먼 스웨이 여사가 팬과 사진을 다 찍은 후에야, 세 사람은 인근 백화점으로 향해 소희의 옷을 살 수 있었다. 가게에 들어선 소희는 주눅이 든 듯했다.“이서 언니, 여기 너무 비싼 것 같아요.”소희는 가게 입구의 인테리어만 보고도 이 가게가 터무니없이 비쌀 것임을 알아차렸다.그렇지 않다면 어찌 가게 입구에 페리시아만의 카펫이 깔려 있을 수 있겠는가!이서가 입을 떼려 하자 하이먼 스웨이 여사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돈 걱정은 말아요. 내가 살게요.”“아니에요, 아니에요. 어떻게 작가님께 신세를 지겠어요.”“소희씨가 만족스러운 C시 요리를 대접해줬으니 당연히 보답해야죠. 부담스러워 말아요.”이서가 웃으며 말했다.“작가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니 제가 원래 소희 씨 주려던 보너스는 현금으로 줄 수밖에 없겠네요.”소희는 그런 두 사람을 보면서 한동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는 듯했다.소희는 정말 운이 좋은 사람이었다. 이서 같은 상사를 만났으니 말이다.이서는 모든 방면에서 소희에게 큰 도움을 주었다.“이서 언니…….”“괜찮아.”이서 역시 소희를 너무도 아꼈다. 이서에게 있어서 소희는 여동생과 다름없는 존재였다.“빨리 들어가자.”소희가 고개를 끄덕였다.이내 세 사람은 함께 가게로 들어섰다.점원이 밝은 미소로 세 사람을 맞이했다.이서가 소희를 가리키며 말했다.“데이트에 어울릴만한 옷이 있을까요?”풍부한 경험을 가지고 있던 점원은 이서의 말에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그럼요, 맡겨만 주세요.”말이 끝나기 무섭게 점원은 소희를 데리고 옷을 입
이서는 결코 구경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었기에 계속해서 쿡에게 질문을 이어나가려 했다. 바로 그때, 쭈뼛쭈뼛 사과하는 소리가 들려왔다.“죄송합니다!”이서는 그 여자의 목소리에 눈살을 찌푸렸다.틀림없는 소희의 목소리였기 때문이었다. 이서는 몸을 일으켜 소리가 나는 방향을 향해 걸어갔다.얼마 지나지 않아, 피팅룸 입구에서 머리를 풀어헤친 채 손에 옷을 들고 서있는 소희의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피팅룸에서 약간 떨어진 소희의 맞은편에는 발을 밟힌 길고양이처럼 분노한 얼굴을 한 한 여자가 소희를 바라보고 있었다.그 여자의 뒤에는 키가 크고 이목구비가 뚜렷한 또 한 명의 여자가 서있었다.이서는 그 여자를 단번에 알아보았다.국제적으로 유명한 스타, 장희령.장희령은 H국 최초로 M국의 연예계에 진출한 스타로, H국의 자랑이었다.그러나 장희령이 M국 국적을 취득하여 M국 사람이 된 이후로 장희령을 언급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하지만 이서가 그런 장희령을 잘 알고 있는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몇 년 전, H국에 돌아온 장희령은 다시금 H국 내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심씨 가문의 가주의 아들, 심동과도 교제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때문에 이서는 장희령을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장희령의 앞에 선 채 기세등등한 여자는 장희령의 비서임이 틀림없었다. 그 여자는 여전히 길길이 날뛰며 소희를 저주하고 있었다.“죄송하다는 말 한마디로 용서를 받겠다? 말 한마디로 모든 일이 해결될 것 같으면 경찰은 왜 있겠어?”“당신 말대로라면, 죽음으로 사죄하라는 건가요?”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었던 이서는 기세등등한 그 여자의 앞을 막아서며 말했다.“그 여자, 장희령의 비서가 확실해! 이름이…… 에이미던가?”누군가 그 여자를 비난하고 나섰다. 그러나 에이미라는 그 여자의 기세는 조금도 꺾이지 않았고, 오히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기 시작했다.“어서 죽을 기세로 사과하지 못해?”이서는 잠시 눈썹을 찡그린 뒤 가볍게 웃으며 손을 들어
여전히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장희령이었다.이서는 이것이 장희령에게 하찮은 일이라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장희령처럼 작품도, 연기력도 있는 사람들은 유출 따위는 전혀 걱정하지 않는 법이었다.연기가 바로 자신만의 가장 좋은 통행증이기 때문이었다.그럼에도 이서가 이렇게 말한 것은 단지 장희령을 떠보기 위한 것이었다.“빨리 경찰에 신고하시죠, 저희도 시간이 많지는 않아서.”이서가 눈썹을 치켜 올렸다.“이따가 경찰이 오면 울지나 마!”에이미는 의기양양한 이서의 모습에 약이 올라 직접 112를 눌렀다.전화가 연결되는 순간, 이서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걱정 마세요, 저는 울지 않을 테니. 단지, 장희령 씨와 깊게 연관되어 있는 심씨 가문이 울지는 않을까 걱정이네요.”장희령의 안색이 크게 변했다.이내 장희령은 에이미의 손에 있는 핸드폰을 빼앗아 발로 세게 밟았다.에이미는 놀란 탓에 얼굴이 하얗게 질려 웅얼거렸다.“령아.”장희령이 차가운 얼굴로 이서를 쏘아보았다.“당신, 누구야?”“내가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당신들이 내 친구에게 사과해야 한다는 게 중요할 뿐이죠!”소희가 이서의 귓가에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이서 언니.”소희는 국제적으로 유명한 영화배우가 자신에게 고개를 숙이고 사과하게 할 수는 없었다. 장희령이 자신에게 고개를 숙여 사과한다면 각종 커뮤니티에서 장희령의 팬들이 울며 불며 소희를 향한 폭동을 일으킬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장희령은 여전히 하찮은 기색을 유지하고 있었다.“당신이 뭔데?”장희령이 거만하게 입을 열었다. 장희령의 밝은 이목구비와 어투는 조금도 어울리지 않았다.이서가 고개를 젖혔다. “다 봤어요, 제 친구가 먼저 피팅룸 입구에 서있는걸요. 당신들이 새치기하려던 거지, 제 친구가 새치기하려던 게 아니잖아요? 그렇지, 소희 씨?”고개를 끄덕이는 소희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맞아요, 분명 제가 먼저 왔는데도, 저 사람들이 새치기하려 했어요.”‘멍청한 사람들이야.’‘이서 언니에게
하이먼 스웨이의 얼굴에는 웃음기가 가득했으나 장희령을 보는 순간 표정이 굳어졌다.“누구세요? 제가 아는 분인가요?”장희령은 목이 메는 듯했다.“안녕하세요, 장희령입니다. 작가님의 팬입니다.”하이먼 스웨이 여사는 장희령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하이먼 스웨이 여사는 사람을 보는 눈이 너무도 정확했기에 장희령이 어떤 사람인지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하이먼 스웨이 여사는 더 이상 장희령과 말을 섞고 싶지 않은 듯했다. 하이먼 스웨이 여사가 이서에게 다가가 다정하게 물었다.“이서야, 무슨 일이야?”휴게실에 있던 하이먼 스웨이 여사 역시 누군가 맞는 소리를 들었다. 하지만 이서가 나가는 것을 보고도 따라 나가지는 않았다.‘나는 유명인이잖아, 일을 크게 벌일 뿐이야.’ ‘게다가 외국에서 왔으니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을 거야.’ ‘일단 여기서 이서를 기다려보자.’그러나 한참의 시간이 흘러도 이서가 돌아오지 않자 마음이 조급해진 하이먼 스웨이 여사가 직접 이서를 찾아 휴게실 밖으로 나온 것이었다.“아무것도 아니에요, 작가님. 그냥 이상한 두 사람을 만났을 뿐이에요!”에이미는 이서의 말에 즉시 화를 냈다.“누가 이상한 사람이라는 거야?!”장희령은 이서의 말에 놀라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하이먼 스웨이 작가님과 저렇게나 친하다고?!’‘두 사람, 도대체 무슨 사이야?!’에이미를 밀쳐낸 장희령이 깊게 숨을 들이 마신 후 믿을 수 없다는 듯 이서에게 물었다. “작가님과 아는 사이에요?”이서가 눈썹을 찌푸렸다.“불만 있어요?”장희령은 다시 하이먼 스웨이 여사를 바라보았다.하이먼 스웨이 여사는 여태껏 본 적 없는 부드러운 눈빛으로 이서를 바라보고 있었다. 딸을 바라보는 어머니의 눈빛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이먼 스웨이 작가님과 사이가 꽤 좋아 보이는데, 무슨 관계죠?”하이먼 스웨이 여사 역시 이서를 따라 눈썹을 찌푸렸다.두 사람의 표정과 태도가 비슷해서였는지 생김새가 아주 닮아 보였다. “당신, 방금 우리 이서를 못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