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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화

윤이서의 두 눈은 빨갛게 충혈되었고 윤수정을 무섭게 노려보았다.

그 눈빛은 마치 윤수정을 생으로 삼킬 것만 같았다.

윤수정은 놀라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처음으로 대갓집 규수의 몸에서 무서운 살기를 느꼈다.

“윤이서, 너 뭐 하는 짓이야?”

윤이서는 차갑게 웃으며 잡고 있던 윤수정의 머리카락을 천천히 풀었다.

“좋아, 너는 내가 하은철과 결혼하기를 그렇게 바라는 거지? 그럼 오늘 내가 바로 발표해 줄게. 나는 네가 내 들러리가 되어서 다이아몬드 결혼반지를 고르는 것부터 결혼까지, 하 씨 가문의 작은 부인만이 이룰 수 있는 행복이 어떤 건 지 보여 줄 거야. 그리고 이러한 행복은 네가 평생 바래도 얻을 수 없는 것이야.”

“너는 이미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맹세했으니 만약 네가 감히 하은철과 결혼한다면 할아버지께서 제일 먼저 승낙하지 않으실 것이야.”

윤수정의 하얗게 질린 얼굴빛이 설상가상으로 더욱 하얗게 변했고 손가락은 매끄러운 바닥을 힘없이 긁으며 윤이서의 발목을 잡으려 했다.

“윤이서, 너 이 독한 년!”

윤이서는 아랑곳하지 않고 떠났다.

화장실을 나와 빠른 걸음으로 복도를 지나 외진 곳에 서 있자 팽팽한 두 어깨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한순간에 무너져 내렸다. 두 손은 허약하게 금빛 유리 거울을 누르고, 의기소침하게 고개를 들고 거울 속의 눈동자가 붉고 머리가 헝클어진 여인을 쳐다보았다.

눈을 깜빡이자 눈앞의 거울은 안개가 낀 듯 흐미해져 왔다.

거울에 반사된 불빛은 검은 먹구름이 되어 그녀를 향해 무겁게 내려왔다.

윤이서의 세계는 여태껏 암담했다.

부모님은 그녀를 전혀 신경 쓰지 않았고 단지 하 씨 가문의 부인으로 되기를 발했다.

하은철은 그녀를 혐오했다.

윤수정은 그녀가 죽기를 원했다.

그녀는…….

이때, 갑자기 문이 열리더니 백열등의 눈 부신 빛이 문틈으로 쏟아져 나왔다. 강한 빛에 윤이서는 고개를 들자 한 쌍의 간절한 눈동자와 부딪혔다.

하지환도 윤이서를 알아보았고 그녀의 눈가에 맺힌 눈물을 보고 심장이 멈추어 설 것만 같았다.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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