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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화

그녀는 긴장해서 하지환의 옷깃을 붙잡고 두 눈에는 안개가 자욱했다.

하지환의 동작은 잠시 멈췄고 마음속의 불쾌함을 억누르며 일어나 옷을 정리하고 밖으로 나갔다.

문밖에서 하은철과 30분 정도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점점 멀어져 가는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윤이서는 이것이 하지환이 그녀를 위해 만들어 준 도망갈 기회라는 것을 알았다.

그녀는 얼른 옷을 챙겨입고 몰래 문을 열었다. 복도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그녀는 재빨리 화장실로 걸어갔다.

칸막이에 들어간 윤이서는 손거울을 꺼내 화장을 고쳤다. 거울 속의 여인은 두 눈이 흐릿하고 볼이 붉게 물들어 봄빛에 젖은 장미처럼 요염하게 피어난 것 같았다.

그녀의 볼은 약간 뜨거워졌고 귓가에는 아직도 하지환의 숨결이 스쳐 가는 것 같았다.

그녀는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일어나서 밖의 상황이 어떻게 되었는지 확인하려던 참에 문밖에서 갑자기 성지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수정아, 이 일은 다 너의 덕분이야. 너의 언니가 은철이 하고 결혼한다면 난 너를 푸대접하지 않을 거야.”

“숙모, 감사합니다.”

윤수정의 달콤한 목소리는 마치 쇠바늘처럼 윤이서의 심장 깊숙이 파고드는 것 같았다.

그녀는 한사코 팔뚝의 살을 꼬집고 나서야 소리를 내지 않았다.

밖에서 성지영의 말소리는 계속되었다.

“내가 너의 언니한테 무대에 올라 결혼 발표하라고 재촉할 테니 얼른 화장을 고치고 와. 이 좋은 기회를 놓치면 안 되지.”

“네, 알겠습니다.”

화장실 안은 금방 조용해졌다.

그리고 휠체어가 미끄러져 가는 소리가 들렸다.

윤이서는 팔을 꽉 부여잡았고 손등에는 핏줄이 솟았다.

순간, 윤이서는 더 이상 참지를 못하고 쾅- 하고 화장실 문을 열었다.

한창 화장을 고치고 있던 윤수정은 고래를 돌리자 걸어 나오는 윤이서를 보고 감짝 놀라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언니…….”

윤이서는 재빨리 윤수정 앞으로 다가가 뺨을 때렸다.

탁-

그 소리는 쟁쟁하고 우렁찼다.

윤수정의 얼굴은 순식간에 부어올랐다.

그녀는 미친 듯이 휠체어에서 일어나 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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