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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3화

윤이서는 침묵한 채 하지환을 바라보았고 두 사람 사이에는 어떤 말도 오고 가지 않았다.

지환은 주먹을 꽉 쥔 채 숨을 죽였다. 마치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가는 것만 같았다.

잠시 후, 이서는 입을 열었다.

“이야기는 잘 엮었네, 논리도 뚜렷하고. 그런데…….”

지환을 바라보는 이서의 눈빛은 여전히 차가웠다.

“내가 또 속을 것 같아?”

지환은 돌아서는 이서를 가로막았다.

“네가 믿지 않는다는 걸 알아…….”

지환은 핸드폰을 꺼내 이서에게 건네주었다.

“너 전에 하 대표님의 핸드폰 발표회에 참가한 적 있지? 아직 그분의 목소리 기억하지? 나는 못 믿어도 그분 말은 믿지?”

이서는 주저하며 지환의 핸드폰을 바라보았다.

이서는 하은철의 둘째 삼촌의 목소리를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 목소리를 어떻게 잊을 수 있겠는가.

‘아니…… 내가 또 지환 씨 말에 휘둘리고 있잖아?’

“여보…….”

이서가 핸드폰을 건네받지 않자, 지환의 코끝에는 땀이 배기 시작했다. 하지만 모순적이게도, 지환의 두 눈동자에는 기대감이 만연했다.

“어차피 전화만 하는 거잖아.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을 거야. 안 그래?”

지환의 말이 맞다. 고작 전화 한 통으로 무슨 일이 일어나겠는가. 핸드폰을 받아 든 이서는 잠시 망설이다 비고에 있는 하 대표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는 곧 연결되었고, 수화기 너머에서는 하은철의 둘째 삼촌만의 독특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는 침착하지만 동시에 힘이 있었다. 이서가 발표회에서 들었던 바로 그 목소리였다.

[윤이서 씨, 맞죠?]

이서는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지환을 바라보았다.

이서를 바라보는 지환의 얼굴에는 옅은 미소가 번졌다.

이서는 핸드폰을 든 채 지환을 등지고서 수화기 너머의 사람에게 물었다.

“당신이 은철의 둘째 삼촌이십니까?”

“네, 맞습니다. 윤이서 씨와 지환의 일은 이미 전해 들었습니다. 정말 죄송하게 됐습니다. 제 개인적인 일로 두 분께서 이혼할 뻔하셨으니까요. 제 잘못이 큽니다.”

이서는 눈썹을 찡그렸다. 수화기 너머의 목소리는 하은철의 둘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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