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시선을 무시하고 윤이서는 하이먼 스웨이를 바라보았다.방금 하이먼 스웨이는 계속 이동 중이어서 이서는 하이먼 스웨이를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이제 드디어 하이먼 스웨이를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익숙한 느낌은 더욱 강렬해졌다.하이먼 스웨이도 이서를 보고 있었다. 소녀의 눈매는 항상 자신에게 매우 친근한 느낌을 주었다.하이먼 스웨이는 자신도 모르게 약간 부드러운 못소리로 물었다.“아가씨, 당신의 이름은 무엇입니까?”이서가 대답했다.“윤이서입니다.”어째서인지 그 이름을 들은 하이먼 스웨이의 마음속으로 실망감이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곧 자애로운 목소리로 물었다.“당신은 왜 제 대본을 고치려고 한 겁니까?”“왜냐하면 저는 방은이가 딸로서 자신의 어머니가 몇 년 동안 포기하지 않고 줄곧 자신을 찾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마음이 움직이지 않을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하이먼 스웨이의 눈동자에 뭔가가 스쳐 지나갔다. 그러고는 부들부들 떨며 입을 열었다.“당신…… 당신은 방은이가 자신의 어머니를 미워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겁니까?”“미워하는지 안 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이서가 말했다.“하지만 딸로서 저는 방은이가 원한으로 가득 차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당신이 쓴 방은이라는 인물이 무정한 사람이 아니라면요.”“그러나 당신이 제시한 방은이는 정이 있고 의리가 있는 사람입니다. 정이 있고 의리가 있는데 어떻게 마음이 움직이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하이먼 스웨이는 천천히 일어섰고, 눈가에 이미 눈물이 가득했다.“아주 잘 고쳤습니다. 저는 이제야 마침내 이 대본의 문제가 어디에 있는지 알게 되었습니다.”이 대본은 초기의 대본이었다. 그 당시, 하이먼 스웨이의 딸은 유괴되었고, 자신은 슬픔에 잠겨서 마음속 번민을 풀기 위해 글쓰기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초기에 창작한 것으로 경험이 부족했기 때문에 이 대본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하이먼 스웨이도 어떻게 고쳐야 할지 몰랐다.이렇게 여러 해를 거쳐, 하
프로듀서는 돌아가는 상황을 보고 급히 말했다.“이분은 윤이서 씨입니다. 윤씨 그룹의 대표이사일 뿐만 아니라 저희 하 대표님과의 관계도 매우 좋습니다.”하 대표님의 전 조카며느리였다. 프로듀서는 거짓말을 한 것이 아니었다.하이먼 스웨이는 그런 것에 별로 관심이 없었다. 그녀가 진정으로 높게 평가한 것은 이서가 과감하게 권위에 도전했다는 것이다.하이먼 스웨이는 명함 한 장을 꺼내 이서에게 건네주었다.“이것은 제 명함입니다. 저는 지금 새 책을 쓰고 있는데, 당신을 저의 첫 독자로 초대하고 싶습니다. 제게 이런 영광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이서의 눈동자가 순간 빛났다.“아닙니다, 저야 말로 영광이죠.”“그럼 약속입니다. 그때 다시 연락 드릴게요. 제가 대본을 드리겠습니다.”“네.”이서는 고개를 끄덕였다.하이먼 스웨이는 또 무대 위의 서나나를 보았다.“저는 아무래도 이 무대 위의 서나나양이 제 마음속의 방은이의 이미지와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이 말이 나오자 또 여기저기서 숨을 들이쉬는 소리가 났다.프로듀서는 급히 무대 위에 있던 나나를 바라보았다.“하지만…….”하이먼 스웨이는 살짝 미간을 치켜세웠다.“왜요? 제 대본인데 제가 여주인공을 정할 자격이 없습니까?”하이먼 스웨이는 국내 작가들과 달리 슈퍼 거물로서 일반 편집자보다 훨씬 많은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만약 하이먼 스웨이가 기분이 좋지 않다면, 직접 주인공을 대본에서 죽일 수도 있다.프로듀서는 이 큰 거물의 미움을 살 수 없어서 말했다.“네, 서나나는 바다의 딸의 여주인공과 이미지도 잘 어울리고 연기가 자연스럽고 유창해 여주인공으로 손색이 없습니다.”프로듀서가 이렇게까지 말하니 다른 심사위원은 더더욱 할 말이 없었다.이 반전은 현장에 있던 모든 힘 없는 배우들과 매니저들을 놀라게 했다. 그들은 이서가 정말 나나를 도와 서정의 입에서 이렇게 좋은 기회를 빼앗아 올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그리고 이 모든 것은 신분과 지위에 의지한 것이 아니라, 단지 이서가 나나
“이서 언니, 우리 성공했어요!”서나나는 자기도 모르게 윤이서를 껴안았다.사실, 나나는 자신들이 정말로 강력한 배후 세력을 가진 이서정을 물리치고, ‘바다의 딸’의 여주인공이 될 수 있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이서는 싱긋 웃으며 나나의 어깨를 토닥였다.나나가 살짝 고개를 들자, 이서 뒤로 마스크를 쓴 하지환의 모습이 보였다. 지환의 한 쌍의 눈은 마치 금방이라도 눈물이 떨어질 듯 어두웠다.나나는 금세 지환이 불쾌한 이유를 알아차렸고, 일부러 보란 듯이 이서를 더 꽉 끌어안았다.“…….”바로 이때, 나나가 갑자기 헉 소리를 내며 놀랐다.이서는 나나에게 물었다.“왜 그래?”나나는 심사위원석에서 일어난 한 사람의 뒷모습을 보고 말했다.“줄리 선생님? 혹시 에이 플라 줄리 선생님 맞으세요?!”줄리는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보았고, 나나와 함께 서 있는 이서를 보자마자 도망치듯 자리를 떠나버렸다.이서는 잠시 멍해졌으나, 이내 무엇인가 결심이라도 한 듯 부리나케 줄리의 뒤를 쫓았다.이서가 따라오는 것을 알아챈 줄리의 발걸음은 더욱 빨라졌다. 지환과 나나는 영문도 모른 채, 허둥지둥 극장을 떠나는 줄리와, 그런 줄리의 뒤를 쫓는 이서의 뒷모습을 바라볼 뿐이었다. “형부, 이서 언니…….”지환은 눈썹을 찡그렸다.“방금 그 사람, 이름이 뭐라고?”“줄리, 에이 플라…….”나나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지환은 서둘러 이서의 뒤를 쫓기 시작했다.“…….”‘대체 왜들 이러는 거지?’지환은 이서를 쫓으며 핸드폰을 꺼내 이천에게 전화를 걸었다.“줄리가 극장에 나타났어. 그 여자, 나가지 못하게 막아.”주차장에서 대기하던 이천은 지환의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네.”지환과의 전화를 마친 이천은 즉시 차에서 내렸다. 동시에, 극장에서는 지환이 이서를 붙잡았다.“여보, 가지 마.”“손 놔.”이서는 지환의 손을 힘껏 뿌리쳤다. 하지만 마치 올가미처럼 조여오는 지환의 힘을 뿌리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서는 조급해하며 말
“여보.”하지환은 윤이서의 어깨를 잡았다.“내 말 좀 들어봐. 나는 하은철의 둘째 삼촌이 아니야.”이서는 우스웠다.“당신이 하은철의 둘째 삼촌이 아니라고? 아직도 날 속이려는 거야? 하나만 묻자. 당신 외국에 있을 때, 이서정이 당신 아내였어?”지환은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확실한 증거 앞에서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하은철의 둘째 숙모가 이서정이야. 이서정은 당신의 아내고, 그런데도 당신이 하은철의 둘째 삼촌이 아니라고? 나도 이렇게 간단한 계산쯤은 할 수 있어.”“아니야, 일이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간단하지 않아.”지환은 미간을 세게 쥐며 말했다.“나는 정말 하은철의 둘째 삼촌이 아니야.”이서의 입에서는 헛웃음이 새어 나왔다. 그러고는 가소롭다는 듯 지환을 올려다보며 말했다.“그래, 당신이 하은철의 둘째 삼촌이 아니라면, 왜 이서정이 당신의 아내인지 설명해 봐.”배신감으로 가득 찬 이서의 눈을 본 지환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고, 마치 큰 결심이라도 한 듯 주먹을 불끈 쥐며 말했다.“일이 이 지경이 되었으니 이젠 나도 숨길 필요가 없어.”이서는 한치의 흔들림 없이 지환을 올려다보았다.이서는 지환이 어떤 변명을 늘어놓는지 들어나 볼 작정이었다. “내가 얼마 전에 회사 일을 처리하기 위해 출국했다고 말한 거 기억나?”이서는 눈썹을 치켜세웠다. 그 일은 이서에게 꽤나 인상적이었기 때문이다.“기억나, 왜?”“사실 그 회사…… SY 그룹의 대표, 하은철의 둘째 삼촌이 나에게 준 거야!”이서는 믿지 못하겠다는 듯 비웃었다. 하지만 지환은 조금도 개의치 않고 말을 이어 나갔다. “생각해 봐. 조금 이상하지 않아? 난 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인데 왜 국내로 도망왔는지?”이서는 몸을 곧게 펴고 자기도 모르게 물었다.“왜?”“그거야 내가 SY 그룹의 사람이니까 그렇지.”지환은 이서의 어깨를 천천히 놓았다.“처음 SY 그룹이 화영에 와서 시장을 개척하려 했을 때, 일을 크게 벌이기를 꺼렸어. 그래서 일부 사람들만 먼저
윤이서는 침묵한 채 하지환을 바라보았고 두 사람 사이에는 어떤 말도 오고 가지 않았다.지환은 주먹을 꽉 쥔 채 숨을 죽였다. 마치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가는 것만 같았다.잠시 후, 이서는 입을 열었다.“이야기는 잘 엮었네, 논리도 뚜렷하고. 그런데…….”지환을 바라보는 이서의 눈빛은 여전히 차가웠다.“내가 또 속을 것 같아?”지환은 돌아서는 이서를 가로막았다.“네가 믿지 않는다는 걸 알아…….”지환은 핸드폰을 꺼내 이서에게 건네주었다.“너 전에 하 대표님의 핸드폰 발표회에 참가한 적 있지? 아직 그분의 목소리 기억하지? 나는 못 믿어도 그분 말은 믿지?”이서는 주저하며 지환의 핸드폰을 바라보았다.이서는 하은철의 둘째 삼촌의 목소리를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 목소리를 어떻게 잊을 수 있겠는가. ‘아니…… 내가 또 지환 씨 말에 휘둘리고 있잖아?’“여보…….”이서가 핸드폰을 건네받지 않자, 지환의 코끝에는 땀이 배기 시작했다. 하지만 모순적이게도, 지환의 두 눈동자에는 기대감이 만연했다.“어차피 전화만 하는 거잖아.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을 거야. 안 그래?”지환의 말이 맞다. 고작 전화 한 통으로 무슨 일이 일어나겠는가. 핸드폰을 받아 든 이서는 잠시 망설이다 비고에 있는 하 대표에게 전화를 걸었다.전화는 곧 연결되었고, 수화기 너머에서는 하은철의 둘째 삼촌만의 독특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는 침착하지만 동시에 힘이 있었다. 이서가 발표회에서 들었던 바로 그 목소리였다.[윤이서 씨, 맞죠?]이서는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지환을 바라보았다.이서를 바라보는 지환의 얼굴에는 옅은 미소가 번졌다.이서는 핸드폰을 든 채 지환을 등지고서 수화기 너머의 사람에게 물었다.“당신이 은철의 둘째 삼촌이십니까?”“네, 맞습니다. 윤이서 씨와 지환의 일은 이미 전해 들었습니다. 정말 죄송하게 됐습니다. 제 개인적인 일로 두 분께서 이혼할 뻔하셨으니까요. 제 잘못이 큽니다.”이서는 눈썹을 찡그렸다. 수화기 너머의 목소리는 하은철의 둘째
[하하, 마음이 편치 않은가요?]하은철의 둘째 삼촌은 이서의 속이 훤히 내다보인다는 듯 말했다.[마음이 편치 않다면, 이혼은 없던 일로 하시죠.]“둘째 삼촌!”수화기 너머로 박장대소가 터져 나왔다. [됐어요. 그만 놀릴게요. 지환이는 정이 아주 깊은 사람입니다. 그런데 저로 인해 두 분의 감정에 흠이 생겼으니 2억의 배상은 받지 않는 걸로 하죠. 잘못을 물어야 할 사람은 저니까요.][이서정에 관한 문제도 잘 처리할 겁니다. 다시는 두 분께 어떠한 번거로움도 끼치지 않을 거예요.]이서는 어떠한 대꾸도 하지 않았다.이서는 수화기 너머의 상대가 일부러 목소리를 바꿔 위장하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수화기 너머의 목소리는 하은철의 둘째 삼촌임이 분명했다.이서의 흔들리던 마음도 드디어 제자리를 찾았다. 모든 것이 지환의 말대로였다.하은철의 둘째 삼촌과 이서정은 거짓 혼인 증명서를 위해 지환과 이서정이 실제로 혼인신고를 감행하도록 했다.그렇다면, 이 모든 것은 이서정의 계략이 아니겠는가.이서와 지환의 사이가 안정된 것을 알게 된 서정이 일부러 이서에게 문자를 보내 지환과의 갈등을 부추긴 것이 틀림없었다.이서는 출국 전, 웨딩드레스로 인해 서정과 얼굴을 붉혔던 일이 떠올랐다.다시 생각하니 모든 퍼즐이 들어맞기 시작했다.“여보…….”지환은 핸드폰을 내려놓고 조심스레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이서를 바라보았다.“이제 내 말을 믿을 수 있겠어?”이서는 어쩔 줄 모르는 지환의 모습이 짠하게 느껴졌지만 한편으로는 웃음이 터질 것만 같았다.“못 믿겠어…….”지환의 표정이 순식간에 얼어붙었다.“여보…….”이서는 옅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그런데 완전히 믿지 않는 것은 아니야.”이서의 입가에 미소가 번지는 것을 본 지환은 드디어 긴장이 풀리는 듯했다.“내가 지환 씨를 믿느냐 안 믿느냐는 앞으로의 지환 씨의 행동에 달렸어.”이서는 몸을 돌려 극장으로 걸어 들어갔다. 서나나가 아직 극장 안에 있기 때문이다.지환은 그제야 어깨를 짓누
남자의 두 눈은 무서울 정도로 어두웠다. 마치 큰 산이 몸을 짓눌러 숨을 쉴 수 없게 하는 것만 같았다.이서정의 인생에서 이토록 강한 카리스마를 가진 사람은 여태껏 딱 한 사람뿐이었다.그 사람은 바로…… 하 선생님, 서정의 가짜 남편이었다.서정은 자신의 가짜 남편을 떠올리자 그 무엇도 두렵게 느껴지지 않았다. 심지어는 눈앞의 이 남자까지도.“당신 누구야? 내가 누군지 알아? 당신이 뭔데 날 막아!”지환은 담담한 눈빛으로 서정의 손을 뿌리쳤다. 지환은 금방이라도 서정을 찢어버릴 수 있을 것 같았다.서정은 마스크를 쓴 지환을 위아래로 훑으며 말했다.“아,당신, 윤이서의 남편이지?”서정이 이를 언급하지 않았다면 모를 일이지만, 말이 끝나기 무섭게 서정을 노려보던 지환과 이서의 눈빛은 독기로 가득해졌다.하지만 서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빈정대며 말을 이어 나갔다.“난 당신을 알아. 당신이 바로 윤이서의 그 형편없는 남편이지. 결혼한 지 그렇게 오래되었는데도 대중 앞에 나타나지 않는 것을 보면, 면목가증함이 틀림없어!”이서는 어이가 없어 말이 나오지 않았다. 다른 것도 아니고 면목가증이라니.지환이 면목가증 한 것이라면 그들은 뭐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괴물?“이서정 씨, 말 돌리지 마세요.”이서는 나나를 서정 앞으로 끌고 갔다.“나나는 왜 때린 겁니까?”“맞을 짓을 했으니까! 서나나가 내 여주인공 자리를 꽤 찬다는게 가당키나 해?”이서는 우스웠다.“바다의 딸은 하이먼 스웨이 여사님께서 창작하신 거예요. 투자는 민 씨 그룹과 하 씨 그룹이 맡았고요. 그런데 어째서 그게 당신 것이라 말할 수 있죠?”“내가 바로 하 대표님의 아내니까!”서정은 당당하게 두 손을 허리 위에 올렸다.이서는 정말이지 서정이 하은철의 둘째 삼촌의 아내가 아니라는 사실을 만천하에 까발리고 싶었다. 하지만 비밀을 지키기 위해 온갖 고생을 다 한 하은철의 둘째 삼촌을 생각하면 그럴 수 없었다.둘째 삼촌의 도움을 받은 적 있는 이서이기에 더더욱.이서는 은혜를 원수로 갚
두 손을 버둥거리며 저항하는 이서정의 얼굴은 두려움으로 가득 찼다. 이를 본 이서는 음모가 들통난 서정이 두려워하는 것이라 생각했다.지환이 이서의 남편이라는 사실을 두려워한다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다.‘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여태 진짜 앞에서 위세를 떨쳤던 거야? 이제 정말 끝인가?’서정이 겁에 질려 머리가 새하얘질 무렵, 이천이 숨을 헐떡이며 뛰어 들어왔다.“대표님.”이천은 눈앞의 복잡한 상황에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줄리가 잡혔습니다.”지환은 이천을 힐긋 보더니 서정을 내팽개쳤다.“이 여자 데려가. 하 대표님께서 말씀하셨어, 직접 처리하시겠다고!”이천은 지환이 이미 위험에서 벗어났다는 것을 깨닫고 마음이 놓였다.‘정체를 들키지 않으셨구나.’이천은 더 이상 지체하지 않고 서정을 끌고 떠났다. 서정은 차에 내팽개쳐질 때까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극장에서의 일은 이렇게 일단락되었다.이서는 서나나를 뒷문까지 부축했다. 뒷문에서는 매니저 여은아가 나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나가 바다의 딸의 여주인공이 되었다는 소식에 한달음에 달려온 것이었다.은아는 벌겋게 부어오른 나나의 뺨을 보고 놀라 물었다.“어머, 어쩌다 이렇게 된 거야?”나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이서가 나나를 대신해 입을 열었다.“이서정 짓이에요.”서정의 이름을 듣자, 은아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또 그년이야. 자기가 은철 도련님의 둘째 숙모라는 것만 믿고 설치잖아. 확 이혼해버렸으면 좋겠어!”“은아 언니, 그만하세요. 전 괜찮아요.”“너도 참.”나나는 괜히 서정의 미움을 사 연예계 활동이 힘들어질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걱정이 앞섰다. 그리고 은아는 그런 나나가 안타까웠다.“너무 속상해 마. 이미 이서정은 작지만 큰 벌을 받았어.”“그게 무슨 뜻이에요?”나나가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 되물었다.“참.”은아는 서정을 향한 조롱 섞인 웃음을 쏟아냈다.“이서정은 당연히 자기가 바다의 딸의 여주인공이 될 거라 생각했어. 그래서 섣불리 자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