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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7화

이때 무대에서 이서정은 이미 연기를 끝냈다.

하이먼 스웨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히 서정의 연기에 만족한 편이었다.

사실이 그랬다.

서정이 낙하산이었기 때문에 하이먼 스웨이는 서정이 연기를 전혀 할 줄 모를거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

의외로 연기를 할 수는 있었다. 비록 잘하지는 않았지만, 뭐 적어도 꽃병보다는 훨씬 잘했다.

하지만 서정의 얼굴을 보자마자…….

하이먼 스웨이는 마음속의 온갖 트집을 억눌렀다. 어차피 이 대본은 흠이 너무 많아 나중에 다시 쓸 생각이었다.

‘그냥 내 친자식이 아니라고 생각하자.’

이렇게 생각하니 서정도 받아들일 수 있었다.

서정은 하이먼 스웨이가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고 눈 속에 희색을 띠며 허리를 깊게 굽혀 인사하고서야 물러났다.

다음은 바로 서나나였다.

이서는 고개를 들어 무대에 집중했다.

지환은 더 이상 아랑곳하지 않는 이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서의 시선을 따라 무대로 바라보았다.

무대 위에서 나나는 천천히 걸어 나왔다.

불빛이 나나의 얼굴을 비춘 순간 하이먼 스웨이의 미간이 한 번 뛰었다.

나나에게 있는 강인하면서 금방이라도 깨져버릴 것만 같은 분위기는 바로 하이먼 스웨이가 상상하는 방은이의 이미지였다.

나나가 고른 부분도 어머니와 처음 만나서 싸우는 장면이었다. 하지만 연기가 진행됨에 따라 하이먼 스웨이는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챘다.

나나의 연기 방식은 서정의 것과 완전히 달랐다.

서정이 연기한 은이는 친어머니를 만난 뒤 원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 두 사람의 말다툼도 어머니가 자신을 버린 것에 둘러싸여 있었다.

하지만 나나가 연기한 은이는 이 감정을 다루는 데에 결코 가볍고 거친 것이 아니라 겹겹이 전진하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원망스러웠던 마음에서부터 어머니가 일부러 고아원에 버린 것이 아니라 아버지의 부주의로 인해 유괴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은이의 감정은 복잡해졌다.

더 이상 단순한 원한이 아니라 사랑과 증오가 얽히고 설키다가 어머니가 은이의 어릴 적 장난감, 옷을 꺼내자 억눌렸던 감정이 완전히 무너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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