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이서가 떠난 후 병실에는 서나나와 하지환만 남았다.어색해도 너무 어색했다.나나는 침대 가장자리에 걸터앉아 지환이 눈을 감고 쉬고 있는 것을 보고 몰래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솔직히 말해서 지환은 정말 잘생겼지만, 나나는 그와 함께 지내는 것이 너무 힘들다는 것을 알게 됐다.그의 강렬한 카리스마에 상대는 어쩔 수 없이 항상 긴장해야 했다.‘이서 언니는 어떻게 견딘 거야?’그녀는 코를 쓸었다.눈을 뜬 지환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나나는 휴대폰을 꺼내 혼자 대본을 읽기 시작했다.이건 어제 받은 대본이었다.세계적으로 명성이 자자한 유명한 작가 하이먼 스웨이의 작품으로, 새 드라마인 ‘바다의 딸’의 여주인공을 찾기 위해 한국에 왔다.‘바다의 딸’은 한국 소녀가 타국에서 진정한 사랑을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한국 소녀는 무술을 익혀 아름답고 용감해야 했기에 최근 인기를 끌었던 나나가 프로듀서의 눈에 띄어 그녀에게 대본이 전달된 것이었다.나나는 대본 내용을 읽자마자 반했으며 ‘바다의 딸’의 여주인공은 자신을 위해 만들어졌다고 느껴졌다.어린 나이에 고아가 된 것도 똑같고, 자신을 지키기 위해 고난을 이겨내며 무술을 연마하고, 대도시에서 홀로 힘겹게 싸우는 것도 똑같지만, 타국의 여주인공은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해주는 남자를 만났고 나나는 그녀의 귀인, 이서를 만났다.이러한 공통점으로 나나는 여주인공으로 뽑히고 싶었다.하지만 그녀는 하이먼 스웨이 작품을 놓고 많은 여배우들이 도전할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이제 막 뜨기 시작한 나나가 그런 대선배들과 경쟁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그래서 나나는 병문안을 겸해 이서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싶었다.……이서는 집에 돌아온 뒤 분주하게 요리하기 시작했다.마지막 음식이 완성되고 포장을 끝내고 나서야 비로소 숨을 돌리며 물을 한 모금 마신 뒤 휴대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했다.바로 그때 뜻밖의 메시지가 도착했다.바로 루나가 보낸 메시지였다.오랫동안 연락이 없었던 루나의 메시지에 이서의 심장
서나나가 화면을 쳐다보니 하지환의 배경화면은 윤이서였다.그녀는 마음속으로 한숨을 쉬지 않을 수 없었다.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은 숨길 수 없다.사랑하는 것은 작은 행동에도 드러나기 마련이다.“형부, 왜 계속 휴대폰을 확인하세요? 급한 일 있어요?”지환은 몸을 일으켜 앉았다.“거의 한시간이 지났어.”“네?”“원래 지금쯤이면 돌아오거든.”나나는 그의 시선을 따라 문을 쳐다보고 그제야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차렸다.“형부, 너무 집착하시는 거 아니에요? 언니가 나간지 아직 한 시간밖에 되지 않았잖아요.”지환은 차가운 눈으로 나나를 바라봤다.나나는 급히 휴대폰을 보는 척했다.“크흠, 오래 걸리네요. 얼른 전화해 볼게요.”지환은 입술을 오므린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나나는 그의 얼굴이 살짝 상기된 모습을 보고 지환의 기분이 좋은 걸 알 수 있었다.‘참 츤데레야, 분명 언니가 뭘 하는지 알고 싶은 것 같은데 나한테 전화하라고 빙빙 돌려 말한 거잖아.’나나는 휴대폰을 들고 창가에 가서 이서에게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그녀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나나는 의아한 마음에 다시 전화를 걸었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그녀는 미간을 찌푸렸다.이때 나나의 뒤에서 지환의 긴장된 목소리가 들렸다.“무슨 일이야?”나나는 솔직하게 말했다.“전화를 안 받아요.”지환은 자신의 휴대폰을 들고 이서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곧바로 끊어졌고, 다시 전화를 해보니 이미 차단된 상태였다.그는 병상에서 일어나 신발을 신고 밖으로 나갔다.나나가 그를 잡았다.“지금 어디 가시는 거예요?”지환은 입을 굳게 닫고 있었으며 그의 표정은 정말 험악했다.나나는 분주하게 선글라스와 마스크를 꼈고 그를 따라 병원 아래층으로 내려가 지환이 차를 세우고 운전자를 끌어내리는 모습을 지켜봤다.운전자는 겁에 질려 있었고 나나는 재빨리 신용카드를 운전자의 손에 밀어 넣었다.“죄송해요, 카드에 몇 천만원 정도 들어 있어요, 비밀번호는 6688입니다. 잠시 차 좀 빌릴게요. 나중에
윤이서의 층에 도착했을 때 서나나는 그 소리가 하지환 때문에 난 소리라는 것을 알게 됐다.그는 실제로…… 문을 직접 부수고 맨손으로 열었다.나나는 너무 충격을 받아 이미 침실로 걸어가고 있는 지환을 바라보았다.그는 손을 들어 굳게 닫힌 침실 문을 두드리며 외쳤다.“여보!”지환의 말투에 담긴 다정함과 부드러움은 나나가 봤던 지환과 전혀 달랐다.이때 방 안에서 이서의 떨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나가! 당신 얼굴은 보기도 싫어!”나나는 순간적으로 멍해졌다.‘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아까는 멀쩡했는데 어떻게…….’그녀는 지환을 바라봤다.지환은 이마를 문에 대고 인내심 있게 이서와 대화를 했다.“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말해주면 안 돼?”방안에서는 더 이상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지환이 다시 문을 부수려 할 때, 나나가 얼른 그를 붙잡았다.“형부……, 형부가 이렇게 막무가내로 들어가면 언니가 얘기해 줄 것 같아요? 이러면 일이 더 꼬일 뿐이에요.”나나와 이서는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여자의 직감으로 이서가 지환을 만나고 싶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이렇게 쳐들어가면 이서는 더 반감을 가질 것이었다.지환은 미간을 짚으며 나나를 봤다.붉게 충혈된 눈은 나나의 심장을 빠르게 뛰게 만들었다.하지만 그녀는 피하지 않고 단호하게 말했다.“형부, 언니를 걱정하는 건 알지만 이렇게 서두를 필요는 없어요, 형부도 이서 언니와의 갈등을 빨리 해결하고 싶잖아요.”나나의 마지막 말에 이성을 잃었던 지환은 점차 진정됐다.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차가운 어조로 말했다.“그럼 방법이 있어?”“먼저 병원으로 돌아가세요. 제가 언니 옆에 있으면서 무슨 소식이 있으면 알려드릴게요, 어떻게 생각하세요?”지환은 미간을 찌푸리고 닫힌 문을 바라보며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나나는 지환과 번호를 교환한 뒤 엘리베이터를 태워 보냈다.부엌을 지나갈 때 나나는 식탁 옆 바닥이 어질러져 있는 것을 보고 침실 문을 올려다봤다.나나는 어질러진 것을
“그럼 좀 드실래요?”서나나는 국수를 침대 머리맡에 놓았다. 그러나 윤이서는 여전히 고개를 저었다.“안 드시면 어떡해요.”나나가 달랬다.“이서 언니, 몸은 혁명의 밑천이에요. 하늘이 무너져도 음식을 좀 드셔야죠.”이서는 머리를 한쪽으로 하고 나나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시선은 초점이 없었고 입술은 움직였지만 한 마디도 나오지 않았다.나나는 걱정하며 카펫 위에 무릎을 꿇고 고개를 들어 이서를 바라보았다.“이서 언니,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저에게 알려줄 수 있어요?”이서는 입꼬리를 잡아당겼지만 웃지 않았다. 나나는 그 모습을 보고 이서의 손을 꼭 잡았다.“괜찮아요, 이서 언니. 말하고 싶지 않으면 말하지 않아도 되고 드시고 싶지 않으면 안 드셔도 돼요. 제가 여기서 함께 있을 테니 원하는 것이 있으면 저한테 말해주세요. 알겠죠?”이서는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나나는 안심하고 일어나 침대 옆으로 가서 커튼을 쳤다.조금 어두운 공간은 이서를 조금 더 안전하게 해주었다. 이서는 이불 속에 웅크리고 누워 눈을 감자 속눈썹이 촉촉하게 젖기 시작했다.나나는 소리 없이 이서를 바라보며 하지환이 올 때 목숨을 걸고 운전한 것을 떠올리며 문자를 보냈다.[이서 언니가 문을 열었으니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문자를 보내고 난 뒤 나나는 잠시 생각한 후 또 문자를 보냈다.[비록 언니와 형부 사이에 무슨 일이 일었는지 모르지만, 이서 언니는 일찍이 저에게 형부가 밖에 다른 여자가 있다고 말한 적이 있어요. 제 생각에 이서 언니는 바로 이 일 때문에 이렇게 된 것 같아요.][비록 제가 언니와 형부를 안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형부가 정말 이서 언니를 좋아한 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이서 언니를 좋아한다면 왜 다른 여자의 일을 잘 처리하지 못하는 건가요?][죄송합니다. 외부인으로서 저는 언니와 형부 사이의 일에 끼어들 자격이 없습니다. 하지만 이서 언니가 저를 도와준 적이 있어서 저는 언니가 이렇게 괴로워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습니다.]나
오후가 다가오자 윤이서의 안색은 어느 정도 괜찮아졌다. 하지만 여전히 입맛이 없고 밥도 먹지 않아서 서나나는 이서가 이대로 가다가는 쓰러질까 봐 걱정했다.하지만 나나는 이서가 심소희의 전화를 받을 수 있고 논리적으로 분명하게 조언을 하는 것을 보고 이서는 때려잡아도 죽지 않는 바퀴벌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게다가 업무 중의 이서는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열정적이었다. 전혀 사랑의 상처를 받은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하지만 핸드폰을 내려놓자 이서는 온몸의 힘이 빠져나간 듯 힘없이 침대에 엎드렸다.나나는 상황을 보고 마음이 흔들리자 대본을 꺼내 이서에게 보여 주었다. 역시나 대본을 받은 이서는 바로 다른 사람으로 바뀌었다. 이서는 대본에 집중하여 대본의 세계에 완전히 빠져들었다.나나는 이서가 이렇게 몰입하는 것을 보고 더 이상 방해하지 않고는 살금살금 거실로 가서 매니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조상님이시여, 드디어 답장을 줬구나.]여은아가 곧 전화를 걸었다.[지금 어디에 있어? 빨리 회사로 돌아와.]“무슨 일 있어요?”[회사는 너에게 새로운 대본을 하나 계약해 줄 예정이야. 현재 웹드라마 천해의 열기를 틈타 너에게 같은 유형의 드라마를 제작할 거야.]나나는 눈살을 찌푸렸다.“은아 언니, 제가 전에 말씀드렸잖아요. 같은 장르의 소재는 두 번 다시 만지지 않겠다고요. 이러면 제 필모그래피를 제한하게 될 거예요.”[나나야, 네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아. 너는 극작가 하이먼 스웨이 여사님의 “바다의 딸”의 여주인공을 하고 싶어 하잖아. 근데 내가 말하는데 너는 생각할 필요가 없어.]“왜요?”이렇게 부정당하자 나나는 달갑지 않았다.“저는 이전에 연극배우였어요. 그러니 연극 무대는 여전히 견딜 수 있어요.”[나나야, 나는 너의 매니저야. 네가 이전에 연극배우였다는 것을 내가 모르겠어? 그런데 나는 방금 소식을 받았어.]은아는 꽤 어쩔 수 없어하며 말했다.[이서정이 이 배역을 마음에 들어 하고 있어.]“그 사람이…… 어떻게 이 배역을 마
“이거 정말 그분이 쓰신 거야?”이서가 말했다.“이건 그분의 스타일 같지 않은데.”하이먼 스웨이의 작품은 날카로운 풍자와 신랄한 비판으로 잘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은 따뜻한 정감이 넘쳐흐르고 있어 전혀 그분이 쓰신 것 같지 않았다.“네, 게다가 그분은 H 국에 오셔서 여주인공을 뽑으려 합니다. 그런데…….”나나는 애써 숨기려 했지만 이서는 나나의 눈 속에서 깊은 상실감을 보았다.“아마 선택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 그분이 오시면 결정될 것 같아요.”이서는 침대에서 일어나 앉았다. 하루 종일 밥을 먹지 않았기 때문에 머리가 무겁고 발이 가벼웠다. 그리고 지금 막 일을 마쳤기 때문에 정력을 좀 분산시켰고 마음속에 타오르는 분노도 그렇게 왕성하지 않았다.이서는 자신에게 모든 주의를 나나에게 기울이도록 강요했다.“왜?”“왜냐면…… 이미 내정됐기 때문이에요.”나나는 이서를 보고 일어나 물었다. “이서 언니, 배고프시죠? 국수 끓여 드릴게요.”이서는 나나를 눌렀다.“서두르지 마. 이 배역은 누구한테 주었는데?”“이서정이요.”이서의 얼굴은 눈에 보이는 대로 하얗게 질렸다. 나나가 왜 그러냐고 묻자 이서는 직접 나나를 밀치고 욕실로 돌진했다.욕실에 들어가자 이서는 더 이상 메스꺼움을 참지 못하고 와- 하고 토해냈다. 이서는 거의 하루 종일 밥을 먹지 않아서 아무것도 토하지 않았다. 하지만 속은 계속 울렁거렸다.한참을 토하고서야 그 메스꺼운 느낌이 마침내 가라앉았다.이서는 변기를 끌어안고 걱정스러운 얼굴을 한 나나를 올려다보며 겨우 힘을 내어 달래주었다.“난 괜찮아.”나나는 걱정되어 물었다.“이서 언니, 제가 보기에는…….”이서는 변기를 받치고 일어나려다가 발에 힘이 풀려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 다행히 나나는 눈치가 빨라서 이서를 부축했다.“이서 언니.”이서는 창백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배고파.”나나는 그제야 마음이 놓여서 이서를 부축하여 침대 옆으로 가서 앉았다.“제가 국수를 끓여 드릴게요.”이서는 고개를 살
“이서 언니.”서나나는 재빨리 국수를 들고 들어왔다.“비교적 담백하게 삶아서 입맛에 맞을지 모르겠어요.”“맛있어.”이서는 몇 입 먹고 칭찬했다.“그래요?”나나는 기뻐서 미간을 구부렸다.“좋아하시면 냄비에 더 있어요.”이서는 나나를 보며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러자 나나가 물었다.“왜요, 이서 언니?”“내가 전에 약속했던 거 기억나?”나나는 잠시 생각한 후에야 머뭇거리며 말했다.“저를 국제적으로 유명한 여자 스타로 만드시겠다는 그 일 말입니까?”“응.”이서는 몸을 곧게 펴고 나나를 보며 말했다.“하이먼 스웨이 여사님은 국제적으로 유명한 극작가야. 이번에 그분께서 H 국에 오셔서 바다의 딸을 위해 여주인공을 뽑는 것은 매우 좋은 계기야.”“하지만…….”이서는 손을 흔들었다“난 네가 잘 알고 있으리라 믿어. 이서정은 전혀 이 배역에 어울리지 않고 연극을 연기할 능력이 없어. 하이먼 스웨이 여사님께서 이 대본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게 아닌한, 그분께서는 이서정을 바다의 딸 여주인공으로 선택할 정도로 어리석지 않을 거야.”“그리고 내가 방금 알아봤는데, 너는 연극을 한 적이 있고 인생 경력도 극본 속의 여주인공과 매우 비슷해. 자신의 마음의 역정과 같은 배역을 맡으면 더욱 뜻대로 될 거야.”“그런데 너의 유일한 문제는 영어야. 영어 실력은 어때?”“겨우 교류할 정도예요…….”나나는 자신도 모르게 이서의 생각을 따라갔다.“그건 안 돼.”일에 대해 이야기하자 이서는 엄숙하고 진지해졌다.“그동안 영어를 잘 연습해야 해.”말하면서 이서는 웹 브라우저를 누르고 검색하기 시작했다.“하이먼 스웨이 여사님께서는 다음 주 월요일에 H 국에 도착할 예정이시고 아마도 캐스팅은 화요일에 시작될 것 같아. 즉, 너한테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뜻이여. 너는 일주일 안에 대본 내용을 익혀야 하고 적어도 영어로 대본을 유창하게 외울 수 있어야 해. 괜찮지?”나나는 이서의 말을 듣고 온몸의 피가 끓기 시작했다.“괜찮아요!”“그래, 그럼
“하이먼 스웨이 여사님도 지환이의 체면을 봐서 그런거야.”박예솔은 술잔을 높이 들고 말했다.“말하자면, 그래도 지환이한테 감사해야 한다는 거지. 자, Cheers!”두 사람은 가볍게 잔을 부딪쳤다. 거실이 잠시 조용해지자 줄리는 예솔에게 물었다.“참, 내가 이번에 H 국에 갈 때 너도 같이 갈래? 가는 김에 지환이도 만나고?”예솔의 눈 밑의 웃음기는 순식간에 식어버렸지만, 곧 줄리를 보며 빙그레 웃었다“아니야, 나는 곧 지환이를 볼 수 있을 거야.”“응. 지환이가 그 여자랑 이혼했어?”이에 대해 말하자 예솔의 눈매가 날아갈 것 같았다.“아직 아니, 근데 곧 할 것 같아.”“어?”줄리는 순간 흥미를 느꼈다.“말해봐.”“그 바보 같은 년이 드디어 지환이의 정체를 알게 됐어. 그래서 곧 지환이랑 이혼할 거야.”“왜? 지환이가 갑부라는 것을 알고도 이혼을 하겠다고?”줄리는 이서의 생각을 잘 이해가 안 됐다.“그 사람을 누가 알겠어.”예솔의 기분은 아주 좋았다.“아무튼 윤이서는 틀림없이 지환이랑 이혼할 거야.”줄리도 웃으며 말했다.“하긴, 그럼 난 너의 축하주를 마시기를 기다릴 게.”예솔은 다시 술잔을 들었다.“네가 대 공신이라는 걸 난 잊지 않을 거야.”“아니야, 아니야. 앞으로 헤이먼 스웨이와 같은 거물을 많이 소개해 주시면 돼.”예솔은 말을 하지 않고 눈살을 찌푸리며 눈 속의 비웃음을 감추었다.“아, 그리고 또 한 가지 일이 있어.”줄리의 얼굴에 웃음이 사라졌다.“만약 지환이가 너라는 걸 알아내면…….”그러나 예솔은 입꼬리를 치켜세우며 말했다.“괜찮아, 난 이미 희생양을 찾았어.”“?”예솔은 많이 설명하지 않았다. 하여 줄리도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두 사람은 잠시 더 술을 마셨고 줄리는 시간을 보았다.“나는 친구의 파티에 가야 해서 다음에 시간 나면 또 이야기하자.”예솔은 줄리를 문 앞까지 바래다주었다.차에 오를 때, 줄리는 무슨 생각이 났는지 빙그레 웃으며 예솔에게 물었다.“예솔아, 만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