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좌석에 안전벨트를 하고 있는 이서는 불편한지 가만히 있지 못했다.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앞 좌석을 차고 손으로 휘둘렀다. 마치 에너지를 발산할 곳이 없어 아무 데서나 힘 자랑하는 떼쟁이 아이 같았다.지환은 부득이하게 차를 도로 옆에 정차했다.그는 차에서 내려 자신의 넥타이를 풀었다. 섹시한 쇄골이 셔츠 밖으로 드러났다.바람이 몸의 열기를 식혀주었다. 그는 그제야 몸을 숙여 차 문을 열고 뒷좌석에 앉아 있는 이서를 바라보았다.갑자기 누군가가 뚫어지게 쳐다보자, 술에 곤죽이 된 이서도 흐리멍덩한 눈빛으로 지환을 바라보았다.그녀의 빨간 입술은 마치 잘 익은 열매처럼 살짝 벌어져 있었다. 그는 먹고 싶다는 충동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지환의 목젖이 힘겹게 움직였다.그는 손가락으로 이서의 입술을 어루만지며 눈을 가늘게 떴다. “네가 이러는 게 얼마나 매혹적인지 알아?”지환은 다시 침을 삼켰다.그는 손을 뻗어 이서의 얼굴을 쓰다듬었다.멘붕 직전, 이성이 고삐가 살짝 풀렸다.그는 몸을 숙여 한 손으로 차 문을 받치고, 얇은 입술로 이서의 뜨거운 입술을 포갰다.순간 가슴이 철렁하며, 정신이 번쩍 들었다.그가 막 입술을 떼려는데, 이서의 팔이 덩굴처럼 그의 목을 되감았다.그녀의 적극적인 키스에, 지환은 하마터면 이성을 잃을 뻔했다.하지만 곧 이서를 진정시켰다.“자기야, 먼저 집으로 가자.”이서는 그의 말이 전혀 들리지 않았다.그녀는 지금 이 느낌이 너무 좋았다.지환에 의해 뒤로 떠밀린 이서는 불만을 품고 입을 삐죽 내밀었다. 마치 달콤한 사탕을 구걸하는 아이처럼. “나 줘.”지환은 피가 혈관에서 튀어나올 것 같았다.그는 주먹을 꽉 쥐었다. 이성 잃은 야생마가 되지 않으려고 무진장 애썼다.그러고는 재빠르게 손에 든 넥타이로 이서의 두 손을 묶은 후, 문을 닫고 앞자리로 돌아왔다.뒷좌석의 이서가 어떻게 애원하든 아랑곳하지 않았다.다행히도 10여 분 후에 마침내 이서의 집에 도착했다.지환에 안전벨트를 풀고 이서를 안고 엘리베이터를 탔다
불쌍한 세 영혼은 다시 수영장에 던져졌다. 물 먹이고, 들어올리고, 물 먹이고, 들어올리기를 반복하며…….지환이 올 때까지 계속되었다.지환이 오자, 세 사람 모두 동시에 죽음의 공포를 느꼈다.갑자기 물에서 나오는 게 무서웠다. 수영장이 이토록 안락하게 느낀 건 처음이었다.사물의 발전은 인간의 의지로 좌우지할 수 없다.세 사람은 여전히 무자비하게 물에서 끌어올려져 지환의 앞에 던져졌다.그는 손에 든 칼을 가지고 놀며 세 사람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그러나 세 사람은 전신에 소름이 끼쳤다. 그들은 손이 발이 되도록 미친 듯이 용서를 빌었다.“사장님, 저희가 눈깔이 삐었습니다. 한 번만 봐주세요. 앞으로 다시는 나쁜 짓 안 하겠습니다.”성의를 보이기 위해 세 사람은 머리를 바닥에 쿵쿵 박으며 머리를 조아렸다.곧 이마가 터졌다.지환은 칼날을 쓰다듬으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누가 보냈어?”세 사람은 단호하게 부인했다. “아닙니다, 그냥 예쁘장하게 생긴 여자가 술에 취했길래 나쁜 마음먹었던 겁니다. 예전…… 예전에도 바에서 예쁜 여자 몇 명을……, 하지만 저희는 정말 몰랐습니다. 그 여자가…….”지환은 칼을 접고 그들의 말을 끊었다. “그래, 그럼 어느 쪽 눈으로 그 여자를 봤는지 말해 봐.”세 사람은 눈을 깜빡였다.지환은 칼을 세 사람 앞에 던졌다. “눈깔을 도려내면 봐줄게!”세 사람은 놀라서 얼굴이 하얗게 질려 또다시 미친 듯이 머리를 조아려 용서를 빌었다.지환은 그들의 애걸복걸에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부탁해.”“알았어.”수영장에서 나온 뒤에도, 지환의 짜증스러운 기분은 조금도 풀리지 않았다.지환을 따라 나온 이상언이 지환에게 시가를 건네며 비아냥거렸다. “왜 이렇게 빨리 왔어? 체력이 완전 저질인데?”지환은 이상언을 무시하고 시가에 불을 붙이고 한 모금을 들이마신 후에야 연기를 뿜었다.우윳빛 담배 연기가 그의 눈에 비친 무력감을 감쌌다.“이서 씨한테 뭐라고 해명할 거야
이서는 오후가 되어서야 차를 몰고 어젯밤 술 마셨던 바(bar)로 갔다.막 영업을 시작한 가게 내부에는 점원 몇 명만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이서가 어제의 CCTV를 요구하자, 직원들은 난색을 보였다.그녀는 눈썹을 치켜올렸다. “어제 낯선 남자들에게 끌려가 하마터면 큰 사고당할 뻔했거든요. 신고해도 괜찮겠어요?”“저…… 그럼 잠깐만요. 매니저한테 말씀드려 보겠습니다.”잠시 뒤 직원이 남자 한 명과 다시 나타났다.남자는 만면에 웃음을 띠며 말했다. “안녕하세요, 여기 매니저입니다. CCTV를 확인해 보고 싶으시다고요? 이쪽으로 오세요!”매니저는 이서를 보안실로 데려갔다.“혹시 어느 시간대의 영상을 보고 싶은가요?”이서는 시간을 알려주었다.보안실 직원은 즉시 해당 시간대의 CCTV 영상을 확인시켜 주었다.이서는 곧 CCTV에서 두 남자의 얼굴을 찾아냈다. 그러고는 두 남자의 얼굴을 캡처해 구태우에게 보냈다.[태우 씨, 이 두 사람 좀 찾아주세요.]소지엽과 함께 술을 마시던 구태우는 이서가 보낸 문자를 보며 웃었다.그는 소지엽에게 문자를 보여 주었다. “내가 뭐랬어? 진작부터 우리 이쪽 일 하자고 했지, 그랬으면 지금 윤이서가 내가 아닌 너에게 의뢰했을 텐데…….”소지엽은 이서 이름이 뜬 걸 보자 바로 구태우의 핸드폰을 빼앗았다.“야야야, 뺏지 마. 핸드폰 줘.”구태우는 갑자기 뭐가 생각난 듯 말했다.“지엽아, 너 증거조사하고 자료 수집하는 데 소질 있잖아…… 아마 그때 네 아버지가 반대하지 않았으면, 우리 지금 북성시 최고의 사설탐정사를 운영하고 있을 텐데. 그나저나 이번 일…… 네가 한번 해보는 건 어때?”소지엽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핸드폰 화면에 떠 있는 ‘윤이서’라는 이름에 고정되었다.구태우는 할 말을 잃었다. “도대체 할 거야, 말 거야?”소지엽은 한참 뒤에야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할게.”구태우가 웃으며 말했다.“어때? 그래도 네 마음 알아주는 건 나밖에 없지? 네가 다짜고짜 이
그녀는 한 편으로 그때 거절 의사를 표하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했다.‘고백이라도 했으면 자뻑이 심한 여자라고 생각했겠지? 생각만 해도 아찔해.’“물론이지, 얼른 들어와.”이서는 문 옆으로 비켜섰다. 소지엽이 집 안으로 들어왔다. 그녀는 소지엽에게 물을 한 잔 따라준 뒤, 그가 전해준 서류를 펼쳤다.이서가 서류를 보고 있을 때, 그는 이서의 집을 훑어보았다.집은 크지 않았지만, 깔끔하고 정리가 잘 되어 있었다. 아늑하고 심플했다. 소지엽이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여기에 전혀 남자의 기운 같은 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이 두 사람 실종됐어?”이서의 목소리가 들리자, 소지엽은 그제야 머릿속의 잡생각을 떨쳐냈다.그는 정색하며 말했다. “응, 어제저녁에 바에 들어간 후, 나오지 않았어.”그러고는 궁금한 듯 물었다. “그런데, 왜 갑자기 저 사람들을 조사하는 거야?” 그 두 사람의 자료를 살펴본 소지엽은 패거리가 한 명 더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화려한 전과를 자랑하는 세 사람은 술에 취한 여자를 성폭행하고, 동영상과 사진을 찍어 유포한다며 피해 여성들을 협박해 경찰에 신고하지 못하도록 막았다.이서는 미간을 꾹꾹 눌렀다. “그들이 술집에서 나오는 CCTV 영상은 없어?”“응, 없는데.” 소지엽이 고개를 저었다.이서가 눈썹을 찌푸렸다.‘아닌데? 어제 분명 두 남자가 날 차에 태웠는데?’‘설마 내가 착각했나?’“무슨 일이야?” 소지엽은 걱정 어린 말투로 물었다.“아니야, 실종됐으면 어쩔 수 없지 뭐.”“왜 그들을 뒷조사하는지 아직 얘기 안 했다?” 소지엽이 부드러운 말투로 물었다. 그는 이 일을 계기로 이서에 대해 좀 더 알아보고 싶었다.이서는 소지엽이 어젯밤 상황을 전혀 모르고 있다는 걸 눈치채고 눈썹을 찡그리며 말했다.“어젯밤에 술 먹다가 만났어.”“괜…….” 소지엽은 긴장해서 얼굴빛이 하얗게 되었다.“괜찮아. 안전하게 집에 갔어.”소지엽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눈썹을 찌푸렸다. “설마 혼자 술
소지엽은 아직 가고 싶지 않았다. 모처럼 이서와 같은 곳에 있을 수 있는 기회였다.구태우는 소지엽이 지금 이서의 집에 있다는 것을 알고 영상전화를 걸어왔다.[오우, 제법인데? 이렇게 빨리 상대방의 진영으로 들어갔어?] “조용히 해!”소지엽이 긴장한 듯 이서의 방 문을 한 번 쳐다보고는 움직임이 없자 그제야 화면 속 구태우를 보았다.“일이 잘못되면 가만 안 둘 거야.”구태우는 경멸의 눈빛을 보냈다.[아이고, 딱 봐도 결혼하면 공처가 될 놈이네.]“뭔 상관이야? 네 앞가림이나 잘해.”[왜? 여지가 좀 보이니까 세상 밝구나? 잊지 마, 윤이서 아직 유부녀거든. 이혼 안 했다고.]소지엽이 입을 열려고 할 때, 문밖에서 문고리가 돌아가는 소리가 났다.“누가 왔어. 나중에 통화해.”소지엽은 전화를 끊고 문 쪽으로 가서 문을 열었다.마침 문을 열려고 하던 지환과 정면으로 부딪쳤다.눈이 마주친 두 사람은 서로 노골적인 적대감을 드러냈다.“당신이 어떻게 여기에 있지?”거실에 들어온 지환은 한 바퀴 둘러보았지만 이서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걱정했던 마음이 조금 안심되었다.“이서가 초대했어요.” 소지엽은 눈도 깜짝하지 않고 지환을 똑바로 바라보았다.지환을 볼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분명 어딘가에서 본 적이 있다. 기억이 나진 않지만…….“이서가 초대했다고?” 고개를 돌려 지엽을 바라보는 지환의 눈에 비웃음이 서렸다. “난 모르는 일인데?”“둘이 싸웠잖아요!” 소지엽은 허리를 곧게 펴고 말했다. “그러니까 모를 수도 있죠.”지환이 눈을 가늘게 뜨고 소지엽의 옷깃을 잡아서 들어 올렸다. “부부 싸움은 칼로 물 베기인 거 몰라?”그는 일부러 ‘부부’라는 단어에 힘을 주어 말했다.지환의 아우라는 점차 놀라울 정도 강해졌다. 소지엽의 눈에도 은근 비아냥거리는 표정이 나타났다. “부부싸움 칼로 물 베기죠. 하지만, 부부 싸움이 이혼의 지름길인 건 모르나 봐요.” 지환은 전신의 힘을 다해 소지엽의 옷깃을 꽉 잡았다. 하지만 잠시 뒤 소지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맞은편에 앉아 있던 지환의 안색이 극도로 어두워졌다.하지만 이서는 두렵기보다는 오히려 보복의 쾌감을 느꼈다.그러나 기쁨도 잠시, 그녀는 곧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어색하게 소지엽을 바라보았다.소지엽도 놀란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마 그녀가 그렇겠노라고 답할 줄은 그도 미처 생각지 못했던 거 같았다.공기 중에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얼굴이 화끈거리는 이서는 고개를 숙이고 죽을 먹었다.세 사람 사이의 분위기가 점점 미묘해졌다.밥을 다 먹고 이서는 핑계를 대고 방으로 들어갔다.소지엽도 계속 머무르고 싶은 생각이 없어졌다. 그는 일어나 문 쪽으로 걸어갔다.그가 문고리를 돌리고자 할 때, 뒤에서 지환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소씨 가문 이랬지?” 소지엽은 의아한 눈빛으로 고개를 돌려 지환을 바라보았다.지환은 이미 몸을 돌려 설거지하러 부엌으로 갔다.이 모든 게 너무 짧은 순간에 일어났다. 소지엽은 이 모든 상황이 환각이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였다.지환이 배달 용기를 쓰레기통에 버리고 나왔을 때, 문은 이미 닫혀 있었다. 그는 숨을 들이마시고는 이서 방 쪽으로 걸어갔다. “자기야, 나 간다.”안에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잠시 침묵하던 지환은 몸을 돌려 집을 나갔다.집을 나선 지환은 핸드폰을 꺼내 이천에게 전화를 걸었다. “소씨 가문의 둘째 아들을 외국에 보낼 방법 생각해 봐.”……다음날 침대에서 일어난 이서는 어젯밤 죽 먹을 때의 어색한 장면이 머릿속에 맴돌았다.낙담한 표정을 한 그녀는, 계속 엉뚱한 생각을 하지 않기 위해 스스로 할 일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무슨 일 하지?’이서가 턱을 괴고 있다.회사 쪽에서는 지금 1차 생산물량을 대기하고 있고, 서나나는 웹드라마와 방영을 앞두고 있다. 즉 현재로선 회사에서 그녀가 할 일은 마땅히 없는 상태였다.하지만 곧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하나의 결백을 증명해 줄 증인을 아직 못 찾았지?’‘마침 요 며칠
이서와 임하나는 일제히 고개를 들어, 말소리가 나는 쪽을 보았다.소지엽인 걸 알고, 이서는 깜짝 놀랐다. “여기 어떻게?”“출장 가려고.”소지엽이 손을 뻗어 이서의 손에 든 큰 캐리어를 받았다.“가자, 내가 부치는 거 도와줄게.”이서와 임하나는 한 손에 각각 하나씩 끌고 소지엽의 발걸음을 따라갔다.임하나는 소지엽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작은 소리로 물었다. “타이밍 죽인다. 근데 정말 출장 가는 거 맞아?”“우연이겠지, 우리가 해외 나가는 걸 소지엽이 사전에 알 리 없잖아.”“근데 난 왜 소지엽이 우연을 가장한 필연을 연출한다는 생각이 들지? 이렇게 타이밍 적절하게 공항에 나타나기가 그렇게 쉬워?”“내가 말했잖아, 여자 친구 있다고.”반박하려던 임하나는 소지엽이 큰 짐을 부치고 또 돌아서서 이서의 캐리어를 건네받는 걸 보며 입을 다물었다.“어디 가는 거야?” 소지엽이 물었다.“ML 국.” 임하나가 먼저 대답했다. “너는?”소지엽이 웃었다. “와아, 이럴 수가?! 난 ML 국에서 경유하는데?”임하나는 눈을 깜박였다.“정말? 이게 우연의 일치?”소지엽은 안색 하나 변하지 않고 말했다. “그치? 이런 우연이……? 누가 보면 미행한 줄 알겠어?”임하나도 소지엽의 얘기가 거짓말이라는 증거가 없다. 그녀는 작은 목소리로 이서에게 말했다. “설마 우리 같은 비행기 타고 가는 건 아니겠지?” 소지엽이 웃었다. “항공편 명이 뭐야?”임하나는 항공편을 얘기해주었다.소지엽의 얼굴에 웃음이 더욱 찬란해졌다.“와아, 대박!”“…….”이서는 이런 우연의 일치가 잘 이해되지 않았지만, 어쨌든 ML 국은 작은 나라라, 항공편이 한 주에 두 번밖에 없었다.따라서 같은 항공편을 타는 것도 이상하지는 않았다.“우리 들어가서 기다리자.” 이서가 제안했다.“먼저 가, 나 아직 처리해야 할 일이 좀 있어.”“그래.”세 사람은 이내 갈라졌다.이서와 임하나가 공항 출국장 쪽으로 들어가는 걸 본 소지엽은 바로 휴대전화를 꺼내 소지나에게 전
소지엽은 그 사람 얘기를 하고 싶지 않았다. “나도 모르겠어, 지금까지 하은철 둘째 삼촌에 관한 정보가 전혀 없었잖아. 그런데 민씨 그룹이 그쪽과 손잡고 엔터 사업 쪽에 진출한다고 하니까…….”하은철 삼촌 얘기를 꺼내자 소지나는 잠시 숙고했다. [정말 신비주의 컨셉 제대로 잡았어. 지금까지 하씨 집안 사람들 빼고는 아무도 그 사람 모습을 본 사람이 없어. 지난번 화장품 회사 인수 합병 건으로 완전 세간의 이목을 끌었던 터라 사람들은 하 회장이 나서기 좋아하고 주목받는 걸 좋아하는 사람인 줄로 알고 있었거든. 그래서 다들 다음 투자는 어떤 분야로 진행할지 공식 발표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이렇게 소리 소문 없이 엔터 쪽 사업을 진행할 줄은 몰랐지.]앞서 이루어진 몇 건의 투자에 대해 은밀히 소씨 그룹 내부에서 SY의 종적을 포착했으니 망정이지, 하마터면 SY과 민씨 그룹이 협력하고 있다는 정보를 놓칠 뻔했다.“지난번 인수 합병을 대대적으로 크게 벌인 것조차가 수상했어. 하은철 삼촌은 그렇게 나대는 스타일은 아니거든. 오히려 아주 신중하고 진중한 스타일이지…….”[맞아.]소지나도 그의 말에 찬성했다. [그래서 사람들이 그때 왜 그렇게 대놓고 일을 크게 벌였는지 추측이 난무했거든.]공항 라운지로 들어간 소지엽은 바로 이서의 그림자를 찾았다.“아마도 내가 M 국에 가면 알게 될지도…….”소지엽이 몇 걸음 빨리 걸었다. 이내 말투도 빨라졌다.“누나, 먼저 끊을게. 맞다. 내 스케줄 비밀로 해줘. ML 국 일 처리 끝나는 대로 M 국으로 갈 거야.”[알았어, 행운은 빈다.]이서 옆에 도착하자, 소지나와의 통화도 끝났다.이서가 웃으며 물었다. “여자 친구랑 통화했어?”소지엽의 얼굴에 비친 웃음이 살짝 경직되었다. 하지만, 이서의 경계심을 내려놓게 하기 위해 고개를 끄덕였다.“소지엽, 네 여자 친구 얘기나 좀 해 봐?”소지엽의 시선이 임하나한테 떨어졌다. 얼굴에 어색한 웃음을 하고.등잔 밑이 어둡다고, 이서의 친구, 만만치 않다.“응, 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