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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2화

아파트로 돌아온 이서는 줄곧 소파에 앉아 있었다.

그녀는 아무 생각도, 아무 행동도 하지 않았다. 그저 멍하니 천장만 바라보고 있었다.

심장은 칼로 에이듯이 아프고 쓰라렸다.

무수히 많은 칼날이 심장을 찌르고 도려내고, 다시 뒤집어서 또 찌르고 잘라내는 것 같았다…….

여러 번, 그녀는 아파서 숨조차 제대로 쉴 수가 없었다.

심지어 심적인 고통으로 사람이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까지 했다.

하지만 그녀는 아직 잘 살아 있다.

몸에 피가 흐르고, 폐로 호흡할 때마다 전해지는 고통을 똑똑히 느끼면서.

그녀는 무릎을 꼭 껴안고 웅크리고 앉았다. 지난달 하은철과 헤어졌을 때의 고통으로 지금의 고통을 잊으려고 애썼다.

하지만 그 모든 노력은 헛수고였다. 그녀는 이미 하은철에게 받은 고통과 상처를 잊은 지 오래되었다.

마음에서 오는 고통을 억제할 수 없자, 이서는 술로 자신을 마비시키는 방법이 생각했다.

그녀는 무거운 몸을 끌고, 택시를 타고 바(bar)로 갔다.

오색찬란한 조명 아래 사람들은 거리낌 없이 자신의 가면을 벗어버리고 분위기를 마음껏 즐기고 있었다. 여기에서는 그녀가 마음 놓고 울어도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것이다.

이서는 이런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그녀는 술을 여러 잔 시켜놓고 바 테이블에 앉아 한 잔씩 연거푸 들이켰다.

어둠 속에서 두 쌍의 눈이 그녀를 주시하고 있다는 것을 전혀 알아채지 못한 채.

여섯 번째 잔을 들이켰을 때 이서는 머리가 띵하기 시작했다.

발은 땅을 밟고 있지만, 더 이상 아무것도 느낄 수 없었다. 통증도 기적적으로 심장에서 머리로 옮겨갔다.

그녀는 턱을 괴고 천장의 오색 찬연한 불빛을 바라보았다.

점차, 그 빛들이 모여 선이 되면서 지환의 모습을 그려냈다.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든 이서는 놀란 나머지 얼른 고개를 숙였지만, 술잔에 다시 지환의 모습이 아른거렸다.

그녀는 황급히 다른 곳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그녀의 눈길이 닿는 곳마다 지환의 얼굴이 눈앞에 선명하게 나타났다.

마치 걸음마다 따라다니는 악마처럼, 한 걸음씩 그에게 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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