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윤이서가 이서정과 계약하겠다고 나서지 않았다면, 하은철과의 관계를 이용하여 5억 원에 계약을 체결할 수 있었는데, 윤이서 때문에 족히 20억 원을 더 썼다.“윤이서!” 윤수정이 앞으로 돌진하며 이서의 옷깃을 잡았다.심소희가 막아서려고 하는데 이서가 저지했다.그녀는 무심코 주위의 카메라를 힐끗 쳐다보며 미소를 지었다.“용감한 거야, 무모한 거야? 촬영장에 카메라가 이렇게 널렸는데, 감히 손댄다고? 그래, 쳐 봐, 네 악행이 만천하에 드러나게…….”윤수정은 그제야 여기가 드라마 촬영현장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그녀가 이서를 괴롭힌다는 스캔들이 터지면 새 회사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줄 뿐만 아니라, 하은철과의 감정 회복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그녀는 이서를 놓아주며 이를 갈았다. “윤이서, 고작 20억 원으로, 우리 하윤을 이겼다고 생각하지 마! 내가 말해 두는데, 은철 오빠가 있는 한, 우린 자금 걱정 없어. 반면 너는? 윤씨 그룹이 얼마나 더 버티는지 두고 보자고……!” “투자자도 없으니, 윤씨 그룹은 조만간 도산하겠지.”이서는 가볍게 웃었다. “그래, 그럼 지켜봐.”말을 끝내고 그녀는 심소희를 불러 촬영현장을 유유히 빠져나났다.차에 탄 심소희는 그제야 상황 판단이 되었다. 그녀는 임현태가 옆에 있다는 것도 신경 쓰지 않고 재잘거리기 시작했다. “언니, 일부러 윤수정을 골탕 먹이는 거였어요?! 대박이야, 눈 깜짝할 사이에 20억 원을 잃다니…….”얘기를 듣던 임현태는 어리둥절했다. 심소희는 방금 전 윤수정이 이서에게 속아 이서정과 고액의 광고 모델을 계약한 걸 임현태에게 알려주었다.임현태도 듣고 나서 허벅지를 치며 감탄했다.“아가씨, 정말 대단하네요. 순식간에 20억원을 잃게 하다니, 앞으로 더는 우리 회사 직원에게 정보를 캐묻고 다니지 못하겠네요.”이서는 향후 후환까지 없애는 멋들어진 수법을 썼다.이서도 기분이 한껏 좋아졌다. “뭐 먹고 싶어? 오늘 내가 쏜다.”임현태와 심소희는 눈을 마주쳤다.“언니, 오늘 집에서
이서는 온몸에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혼란과 씁쓸함이 무수한 바늘처럼 그녀의 심장을 찔러댔다.그녀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그녀는 붉은 입술을 펴고 한참 후에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현태 씨, 사람은 다양한 모습이 있어요. 어떻게 제 남편에 대해 그렇게 확신해요?”임현태의 눈빛이 단호했다.“네, 사람은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있는 거 맞아요. 게다가 위장술도 뛰어나고요. 하지만 이 세상에는 숨길 수 없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바로 사랑과 기침입니다.”“아가씨,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하나만 기억해요. 남편분이 정말 많이 사랑하신다는 걸.”평소에 지환이 이서한테 당하는 모습을 재미있게 보고 있었지만, 그래도 임현태는 이서와 지환이 잘 되기를 바랐다. 지환의 곁을 여러 해 동안 따라다닌 그는 누군가한테 고개를 숙인 지환의 모습을 처음 보았다.그렇게 콧대 높은 사람이 고개를 숙인다는 건, 이서가 그에게 얼마나 소중한 사람임을 충분히 보여주고 있다.이서는 망연자실했다. “설령 그가 나를 속였다고 하더라도, 나를 사랑한다고 계속 믿어야 할까요?”임현태는 침묵했다.임현태가 할 말을 잃었다고 생각했을 때, 그는 다시 입을 열었다.“아가씨, 남편분께서 대체 뭘 속였는지 모르겠지만, 만약 정말 속인 거라면, 아마도 아가씨를 위해서일 거예요. 절 믿으세요.”지환이 이서에게 진짜 신분을 숨기기 위해 많은 인력과 물력을 동원하여 최선을 다하고 있다. 단지 그가 하씨 집안 사람이라는 걸 이서에게 알려주지 않게 위해서. 이것만으로도 많은 것을 설명하기에 충분했다.이서는 눈썹을 찌푸렸다. 그녀는 임현태의 말에 동의할 수 없었다. 하지만, 반박할 수도 없었다.“아가씨, 집으로 모시겠습니다.”임현태는 떠보듯 물었다.임현태를 보는 이서의 마음은 복잡했다. 한참 뒤, 그녀는 다시 임현태를 따라 차에 올랐다.사실 이서도 집으로 돌아가야 할지 말지 고민했다.그러나 별장 입구에 도착하여 별장에서 쏟아지는 아늑한 불빛을 보았을 때, 그녀는 문득 답을 알게
이서는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그 신비의 인물이 한 얘기가 모두 거짓말일 경우를 제외하고…….이 결론에, 이서는 저도 모르게 온몸이 떨렸다.그러나 그 신비의 인물이 왜 굳이 그런 사기극을 벌이는지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지환은 평범한 사람일 뿐인데…….’‘작은 회사 하나 있는 것 제외하고…….’‘게다가 그 회사도 아버지 거다. 지환이 대신 경영 관리만 담당하고 있을 뿐인데…….’지환이 작은 회사라고 한 것도 그녀는 믿었다. 대형 회사라면, 그가 굳이 직장생활을 할 필요가 없으니까. 직접 가족 회사를 물려받으면 되는데…….그래서 얻어진 결론은 지환은 평범한 직장인이라는 것이었다.‘이런 평범한 사람은 H 국에서 널리고 널렸다. 설령 신비의 인물이 한 얘기가 모두 거짓이라고 해도, 왜 굳이 지환을 겨냥할까?’이서는 다시 고개를 흔들었다.“왔어?” 지환의 웃는 목소리로 주방에서 흘러나왔다.다음 순간, 양복을 입은 지환이 부엌에서 나오는 걸 본 이서의 심장은 저도 모르게 쿵쾅거리기 시작했다.지환의 정장 입은 모습을 본 게 한두 번도 아닌데, 그녀는 여전히 익숙해지지 않았다.지환은 모든 양복을 자신만의 색깔로 표현하였다.“왜 그래? 무슨 일이야?” 지환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이서를 바라보며 웃었다.이서가 코를 움직여 냄새를 맡았다. 지난날과는 사뭇 다른 밥 냄새였다. 왠지 더 구수한 것 같았다.“뭐해요?” 그녀는 무슨 말이라도 해서 엉망진창인 머릿속을 비워내고자 했다.지환의 입술 라인이 위로 올라갔다.“잡채밥.” “잡채밥?”지환이 다가와 이서의 입술에 가볍게 뽀뽀했다.이서가 눈치채고, 손을 뻗어 지환을 밀어내려고 할 때, 그는 이미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응, 잡채밥 좋아한다며?” 이서는 화가 나기도 하고 놀라기도 했다.화가 나는 건, 지환의 손길이 조금도 싫지 않다는 것이다.그가 이중 결혼했을 수도 있음에도.놀란 건, 지난 번에 엉겁결에 잡채를 좋아한다는 걸 얘기했는데 그걸 지환이 기억하고 있었다.잡채는
그러나, 머릿속에는 그 여자가 보낸 마지막 사진이 갑자기 떠올랐다.유럽 궁정풍 드레스를 입은 소녀와 지환의 사진…….소녀의 반짝거리는 눈빛은 마치 바늘처럼 이서의 심장을 콕콕 찔러 댔다. 갑자기 정신을 차린 이서는 온 힘을 다해 지환을 밀어내려 했다. 이서의 저항을 본 지환은 마음속으로 상처를 입었지만, 곧 평소대로 회복되었다.“자기야, 왜 그래?” 이서는 그제야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깨달았다.그녀는 식탁을 부축하고 있었다. 머리가 뒤죽박죽되어 무엇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일단 진정하기로 했다.‘먼저 증거부터 찾아야 해.’‘절대로 경솔하게 행동해서는 안 돼!’숨을 몇 번 깊게 들이마시고서야 이서는 겨우 핑곗거리를 찾아 둘러댔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갑자기 피곤해서요. 먼저 올라가서 쉬고 싶어요.”지환이 입술을 살짝 오므렸다.“그래, 올라가 쉬어.”이 말을 들은, 이서는 사면받은 사람마냥 황급히 위층으로 올라갔다. 방문을 닫은 그녀는 온몸에 힘이 빠져 주저앉았다.방금 하마터면 지환에게 넘어갈 뻔했다. 이서의 마음이 복잡했다.그녀는 핸드폰을 꺼내서 다시 루나의 대화창을 켰다.그녀는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었다. 더는 잠시도 지체할 수 없었다.하지만…… 여전히 감감무소식이었다.현재 명품백은 아직 M 국에 도착 전이다.잠깐 생각을 마친 이서는 제일 하기 싫어하는 일을 했다.그녀는 백화점 점원에게 전화해 운송장 번호를 받아 루나에게 보냈다.[오늘 쇼핑하러 나갔다가, 가방 하나 봤는데, 너에게 잘 어울릴 것 같아 하나 샀어. 국제 우편으로 보냈으니까 확인해 봐.]이서는 무표정하게 메시지를 입력했다.그녀는 남의 비위를 맞추거나 아부하는 일을 극히 싫어했다.하지만 지금, 지환이 중혼인지 아닌지를 알기 위해 그녀는 자세를 낮추었다.하루빨리 이 고통 속에서 벗어나고 싶었다.메시지가 발송한 지 1분도 채 안 되어 루나의 문자를 받았다.[고마워. 친구 사이에 뭐 이렇게까지……, 암튼 고마워 살 쓸게.]말을 마치고, 그녀
모든 준비를 끝내고, 욕실에서 나온 이서는 아직 자고 있는 지환을 보며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아래층에 도착한 그녀는 혼자 운전하여 떠났다.다만 그녀가 차고에 들어가 차를 운전해서 나가는 순간, 지환이 2층 커튼 뒤에서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그는 이서의 차가 거리에서 사라지는 모습을 보고서야 피곤한 듯 눈썹을 꼬집고 다시 침대 옆으로 돌아갔다.깊은 무력감은, 그의 마음은 묵직한 돌을 올려놓은 것 같았다.무언가를 하고 싶지만, 뭐를 해야 할지 몰랐다.그는 핸드폰을 들어 이천에게 전화를 걸었다.[회장님.]요 며칠 지환의 기분이 좋지 않은 걸 알고 있는 이천은 늘 대기 상태에 있었다.핸드폰 벨 소리를 듣자마자 깼다.“뭐 알아낸 거 있어?” 지환의 목소리가 음침하고 무서웠다.이천은 하품 소리도 감히 내지 못하고 바로 답했다.[회장님, ML 국 호텔에 CCTV가 없어, 지금 투숙객을 통해 조사하고 있습니다만, 아직 수상한 인물은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지환이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며칠째지?”이천은 등을 꼿꼿이 세우고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3일 더 줄게. 그래도 아무것도 못 찾아낸다면, 다 꺼져!”[3…….]이천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전화가 끊겼다.핸드폰을 들고 있는 이천은 기가 막혔다.수사를 담당하는 다른 직원들도 잇달아 이천을 돌아보았다.다크 서클이 무릎까지 내려온 직원들을 보고 있지나, 이천도 참으로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지환의 명령이라 그도 어쩔 수 없었다. “회장님이 우리에게 3일 안에 결과를 내라고 하셨어. 안 그러면 다 끝장이야.”방 안에 울부짖는 소리가 퍼졌다.조사를 담당하는 팀장이 담배를 한 대 꺼내 들고는, 손을 들어 사람들에게 조용할 것을 표시했다. 그는 며칠째 감지 않은 엉겨붙은 머리를 손으로 쓸어 넘기고는 이천 앞으로 걸어갔다. “이 비서님, 이 기간에 투숙한 손님만 족히 300명이 넘습니다. 한 명씩 확인하려면 최소 보름은 걸립니다. 그것도 잠도 안 자고 2교대로 돌려야 가
“또 다른 문제 있나요?” 이서는 차분하게 물었다.조금 전보다는 기세를 살짝 누그러뜨렸다.사람들은 서로 쳐다보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냥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다가 슬그머니 빠져나갔다.밖으로 나온 사람들은, 하나같이 또 불평을 늘어놓았다.“뭔 일이래? 화약통을 삶아 먹었나?”“열이 안 받을 수가 있겠어? 나라도 그렇겠다. 마지막 희망인 이서정도 계약을 마쳤다고 하니 화가 안 날 수 있겠냐고!”“이게 바로 약자의 분노라는 거야. 에효, 내가 친구들에게 윤씨 그룹에서 일한다고 했더니, 다들 망하기 직전의 회사에 왜 들어가냐고 말렸는데, 지금 봐서는 다음 달 신제품이 출시되는 즉시 우리 모두 보따리 싸 들고 회사 나가야 할 판인데…….”“설마 그럴 리가요.”이서의 팬인 디자인부 팀장은 이서에 대해 나름 객관적이었다.“나는 우리가 위층과 겨뤄볼 만하다고 생각하는데…….”사람들은 이 말을 듣고, 마치 바보를 보는 눈빛으로 디자인팀 팀장을 바라보았다.……같은 시각.경찰이 막 떠나자, 비서가 우기광 사무실 문을 두드렸다. “사장님, 양 사장님 오셨습니다.”안 만난다고 얘기하려는데, 양전호는 이미 문에 도착했다.우기광은 어쩔 수 없이 말을 바꾸었다. “어쩐 일로……?”양전호는 우기광의 말에 대답은 하지 않고 대문 쪽을 보면서 말했다. “방금 경찰이 왔다 가는 것 같던데, 윤재하 사장 때문에 온 건가?”윤재하의 횡령 사건을 고소한 사람이 우기광이란 걸, 그도 며칠 전에야 알았다.우기광이 소리 소문 없이 이 많은 증거를 수집했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음.”양전호는 호기심에 가득 찬 표정으로 물었다. “그런데, 어떻게 그 많은 증거를 확보했대?”“윤이서 대표가 준 거네.”양전호는 못 믿겠다는 듯 손을 흔들었다. “불가능이지, 이서가 어떻게 장부를 손에 넣는다고?”“정말 윤이서가 준 거야, 양 사장, 우리의 옛정을 봐서 내가 충고 한마디 하겠네. 윤이서 보통내기 아니네, 절대 얕보지 마.”양전호는 차갑게 콧방귀를 뀌
우기동은 급한 마음에 손에 든 서류를 두고 양전호를 쫓아가려고 했지만, 우기광이 소리를 질러 제지했다. “그만 좀 해!”“형님, 이게 우리의 마지막 기회야. 지금 투자금을 철회하지 않으면, 우리 투자한 돈 다 날리는 거나 마찬가지라고!”“그래도 뒤에서 칼 꽂을 수는 없어!”“형님, 장사는 장사고, 도의는 도의야, 도의를 위해서 장사를 버릴 수는 없잖아!”우기동은 속이 타 죽을 것 같았다.우기광은 매섭게 눈썹을 비틀며 손을 흔들었다. “난 이미 결정했어. 그리고 너 단디 들어라. 만약 네가 감히 나 몰래 투자금을 철회한다면, 우리 그 날로 인연 끊는 거다. 알겠냐!”우기광의 단호한 태도를 본 우기동은 화가 나서 씩씩거리며 우기광 사무실을 뛰쳐나갔다.우기광은 회사 대문을 보며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투자금을 다 날려도 절대 뒤통수 쳐서는 안 된다니…….’……같은 시각, 식당에서 소지나를 기다리고 있는 이서는 우기광 쪽의 상황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계약을 다시 한번 확인해보고 별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 다시 서나나의 자료를 뒤져 보았다.연극영화과를 졸업한 서나나는 노래와 춤뿐만 아니라 무술도 잘 했다. 하지만, 그녀의 진가를 알아보지 못하고 이전 소속사는 그녀에게 액션 대역과 엑스트라만 시켰다.그래서 데뷔한 지 7년이 넘었지만 이렇다 할 인기는 전혀 없었다.그녀가 넋을 놓고 보고 있는데 갑자기 눈앞에 갑자기 그림자가 드리워졌다.귓가에 갑자기 떨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이, 이서?!”이서는 고개를 들었다. 웬 야인이 눈에 들어왔다.잠깐 주저하다 물었다. “소지엽?!”눈앞의 소지엽은 딴사람이 되어 있었다. 이마 앞의 잔머리가 미간을 덮었고, 몸에 아무렇게나 걸친 와인색 긴 셔츠에, 운동화를 신고 있는 모습이 뭔가 큰 충격을 받은 사람 같았다.하지만 그의 눈은 보석처럼 반짝반짝 빛났다.소지엽은 타임머신이 아직 발명되지 않은 게 한스러웠다. 그는 지금 당장이라도 집을 나서기 전으로 돌아갔으면 했다.오늘 아침
“잠깐만…….”이서는 일어서서 창가 쪽을 바라보았다.소지엽은 20여 년간 가슴에 묻고 있던 마음을 털어놓고 싶어졌다.“이서야, 나…….” “하나?”창가 쪽에 앉아 있는 사람이 임하나인 걸 확인한 이서는 소지엽에게 미안하다고 얘기하고는 창가 쪽으로 걸어갔다.“하나야? 여기 어쩐 일이야? 이건…….”테이블 위에 술병이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었다. 이서는 임하나 손에 든 술잔을 빼앗았다.“도대체 얼마나 마신 거야?” 이미 술이 곤죽이 된 임하나는 눈앞의 이서조차도 알아보지 못했다.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임하나는 술잔을 찾으려다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다행히 눈치 빠른 소지엽이 바로 타이밍 적절하게 그녀를 부축했다.그러나 임하나는 꼬리 밟힌 고양이처럼 소지엽을 확 밀쳐냈다. “꺼져, 이 사내놈들아!” 식당 안 손님들이 고개를 돌려 이쪽을 쳐다보았다.“…….”임하나를 부축하며 이서가 소지엽에게 사과했다.“미안, 하나가 술이 많이 취했네.”그러고는 식당 직원을 불러 계산서를 달라고 했다.“내가 결제할게.”“아냐, 내가 미안하잖아.”“친구 사이에, 술 한 잔 못 사니?”말을 마치고, 그는 임하나를 부축했다. “술을 진짜 많이 마셨나 봐, 내가 부축할게.”임하나를 잡는 순간, 그녀는 소지엽을 또 확 밀어 버렸다.이서는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 “고마워. 그냥 내가 데려가는 게 낫겠어. 오늘 정말 미안해. 오늘 계약 건으로 할 얘기 있었는데…….”소지엽은 눈빛에 비친 허탈감을 애써 감추고자 했다. “괜찮아.”그는 걱정 어린 말투로 다시 물었다. “정말 혼자 괜찮겠어?”이서가 이리저리 비틀거리는 임하나를 잡아당겼다.“걱정 마, 먼저 간다.”말을 마치자 이서는 임하나를 부축하여 식당을 나섰다.멀어져가는 이서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소지엽은 잠시 망설이다가 급하게 따라나섰다. “그래도…… 내가 데려다주는 게 낫겠어!”말하면서 그는 이미 자발적으로 택시 한 대를 잡았다.이서는 멀지 않은 곳에서 대기 중인 임현태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