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과 ML국에 가기로 확정한 후 임하나와 이상언도 이서 네를 따라 가겠다고 의사를 밝혔다.“마침 나도 연차가 남아 있어서…….”임하나는 동경하는 표정을 지었다.“이서야, 우리 가서 스키도 타자! 내가 알아봤는데, 지금 ML국은 스키 타기 딱 좋은 계절이래.”이상언이 ML국에 가기로 한 건 온전히 임하나를 위해서였다.그는 사석에서 이서와 지환에게 얘기했다.“마침 수습시간 3개월이 곧 다 되어서…… 나, ML국에서 하나 씨한테 정식 남친으로 전환해 달라고 얘기해보려고…….”“제가 좀 도와드릴까요?”“그냥 모르는 척해주세요.”“네.”지환은 침묵했지만, 답은 이미 자명했다.남은 며칠 동안, 임하나와 이상언은 스키 장비를 준비하느라 바빴다. 이서는 회사 관련 일을 심소희에게 맡겼다.“혹시 뭔 일 있으면 바로 전화해. 시차 같은 거 신경 쓰지 말고. 24시간 핸드폰을 켜 둘 테니…….”이서는 자료 몇 부를 심소희에게 건네주었다.“지금 가장 중요한 사안은 채용이야. 채용할 때 경험의 유무 보다는, 상대방의 능력을 가장 우선적으로 생각해. 알았지?”“네.” 이서와 함께 일을 하게 된 심소희는 열의가 넘쳤다. 이서가 지환과 함께 웨딩 사진을 찍으러 간다는 것을 알고 그녀는 기대가 넘쳤다.“언니, 사진 나오면 저에게도 보여줘요.”그녀도 서우 직원들처럼, 이서의 남편이 궁금했다. 대체 얼마나 대단한 인물이길래, UFC의 무패 챔피언인 임현태도 무색하게 만드는지 말이다.“알았어.”이서가 말했다.“기회가 되면 소개시켜 줄게.”“정말이요?” 심소희는 흥분했다.이서는 심소희의 어깨를 두드렸다.“너무 기대하지 말고, 우리 남편…… 그냥 평범한 사람이야.”괜히 기대감만 높였다가 지환을 만났을 때 실망하면, 지환에게 상처가 될까 봐 걱정되었다. 그래서 서둘러 심소희의 예상 기대치를 낮췄다.심소희는 믿지 못하는 눈빛이었다.“언니 짝이라면, 분명 훌륭한 사람이겠죠.”이서는 하마터면 고개를 끄덕일 뻔했다.‘지환은 확실히 훌륭하다.’‘유일한 옥
이상언은 관자놀이를 눌렀다. 실은 이 전용기는 지환의 것이었다. 이서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기어코 그에게 ‘떠맡긴’ 것이었다. 하지환 네 전용기보다는 다소 못하지만 이상언 집에도 이와 비슷한 레벨의 전용기가 한, 두대 있었다.“나도 제대로 계산해 본 적은 없어요…… 나 자신도 모르는 산업이 많다 보니.”임하나는 입꼬리가 경직되었다. ‘재벌들은 역시 상상을 초월하는구나.’“하나 씨, 열심히 일하는 거 돈을 벌기 위한 거잖아요? 나랑 교제하면 내 게 곧 당신 게 돼요.”임하나는 두 눈을 가렸다.“내가 지금 비록 이 전용기에 눈이 멀었지만, 아직 이성은 남아있어요!”이서도 따라서 놀렸다.“하나야, 이제 그냥 받아들여.”임하나는 손을 놓고 이서의 곁에 앉아 팔짱을 끼고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흥, 너도 내가 전용기에 눈이 멀어 넘어갈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이서가 웃으며 답했다.“그럴 리가.”“역시 내 마음 아는 건 우리 이서뿐이야.”“두 대면 몰라……?”“…….”이 번 여정은 네 사람이 티격태격하는 사이 목적지에 도착했다.ML국에 도착하니 벌써 저녁시간이었다.호텔을 미리 예약해 놓아, 호텔에서 픽업 나왔다.호텔에 도착하자, 이서 네 사람은 직접 직원의 안내 따라 꼭대기 층의 로열 스위트 룸으로 향했다.로열 스위트 룸은 총 두 개뿐이었다.이서와 지환, 이상언과 임하나가 두 커플이 방 한 개씩 묵었다.임하나는 원래 따로 룸 예약을 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3개월의 수습기간이 곧 다가오고, 이상언과의 관계도 많이 가까워진 데다, 괜히 따로 룸 예약을 하는 게 도둑이 제 발 저린 듯 웃긴 거 같아서 이상언과 함께 묵기로 했다.‘이건 좋은 시그널이다.’이로써 이상언은 임하나의 정식 남친으로 전환하는 데에 대해 자신감으로 가득차 있었다.네 사람이 각자 방으로 가려고 할 때, 갑자기 복도에서 한 여자의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왔다.곧이어 또 다른 여자의 목소리가 저주처럼 들렸다.ML국어를 말하는 것 같았다.비록 언어는 통하지
지환이 갑자기 무언가를 깨달은 듯 입을 벌리고 웃었다.“예전에 ML국에 파견 갔다가 몇 마디 배워서 대략적인 건 알아들을 수 있어.”이서는 그제야 눈을 깜박였다.“그럼 세컨드가 또 다른 세컨드 잡으러 온 건가요?”“아니야.” 지환은 다투고 있는 두 여자를 바라보며 이서의 허리를 껴안았다.“둘 다 본처래.”임하나도 고개를 돌려 의아해하며 물었다.“어떻게 본처가 두 명일 수 있어요? 아, 알았다, 중혼이구나…….”이상언은 웃었다.“여기가 H국인 줄 아나 봐요? 흐흐흐.”임하나와 이서는 어리둥절했다.이상언이 친절하게 설명했다.“내가 듣기로는, 두 여자 모두 남자의 본처래요. 서로 다른 나라에서 혼인 신고를 했으니 두 아내 모두 합법적인 셈이죠.”이서와 임하나는 얘기를 듣고 아연실색했다.“어머, 이럴 수가?”“일부다처제를 폐지한 곳도 있지만, 이처럼 다른 나라에서 혼인 신고하는 방식으로 옛날 관습을 이어가려는 사람들도 있어. 뭐, 이런 결혼 여부와 같은 개인 정보까지 다 공유되는 글로벌 네트워크의 시대는 아니니.”“그래도 이건 너무…….”임하나는 한참을 생각하고서야 이에 해당하는 단어가 떠올랐다.“좀스럽고 치사하잖아요.”이쪽 상황은 호텔 매니저의 도래로 깨끗이 정리되었다.구경거리가 사라지자 이서 등 네 사람은 각자 방으로 돌아갔다.문이 닫히자마자 이서는 두 손을 문짝에 받쳤다.“…….”지환은 이서의 빨간 입술에 뽀뽀했다.“힘들지 않아?”“응, 괜찮아요.”비행기가 아주 편했다.지환은 또 이서의 입술에 키스를 했다. 이서는 지환이 진한 스킨십을 계속 할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곧 이서를 풀어주었다. “빨리 목욕하러 가자. 내일 일찍 일어나야 해.”이서는 지환을 보고 물었다.“확실해요? 괜찮겠어요?”지환은 웃으며 말했다.“괜찮아, 조금 있으면 괜찮아질 거야.”이서는 웃으며 욕실에 목욕하러 들어갔다.지환은 침대에 앉아 실눈을 뜨고 샤워기 물소리를 듣고 있었다.곧 이서가 나오고, 지환이 욕실로 들어갔다.지환은
말을 마치고 이서는 일어났다.그런데 지환이 그녀의 손목을 잡아당겼다. 버림받은 아이처럼 눈에는 온통 긴장과 불안이었다. 이서는 미소를 지으며 지환의 눈동자를 바라보았다.“수건 좀 가져올 게요. 자기 등이 다 젖었어.”지환은 잠시 망설이다가 이서의 손을 놓아주었다.이서는 욕실에 들어가 마른 수건을 가지고 나와 지환의 몸을 닦아주었다.지환은 자신의 가슴을 누르고 있는 이서의 손을 잡으며 허스키한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할게.”이서는 그러라고 했다.“네, 그럼 난 하나와 상언 씨한테 다녀올 게요. 이따가 함께 아침 먹으러 가요.”“응.”이서가 임하나와 이상언을 깨웠다.어젯밤 두 사람은, 한 방 한 침대에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다만 밤새 귀를 쫑긋 세우고 상대방의 동정을 살피느라 둘 다 모두 불면의 밤을 보냈다.임하나는 미칠 것 같았다. 차라리 3개월이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다행히도 오늘이 그 마지막 날이었다.여기까지 생각하자, 그녀는 정신을 가다듬고 이서와 가볍게 아침 인사했다.“이서야. 잘 잤어?”기운 없는 임하나의 모습에 이서가 웃으며 물었다.“어젯밤에 잠 못 잤어?” 임하나는 즉시 말했다.“야리꾸리한 생각 금지!”“나 아무 얘기도 안 했거든.”“…….”“알았어, 안 놀릴게, 상언 씨는 일어났어?”“몰라.”“그럼 가서 깨워, 이따가 아침 먹으러 가자, 먹고 와서 다시 자.”“아냐, 나도 같이 촬영 현장 갈 거야. 쿡이 직접 촬영하러 왔다고 들었어. 천상계 포트그래퍼잖아. 내가 살아 언제 또 쿡 씨를 만나겠어…….”이서가 활짝 웃었다.네 사람은 식당에 모였다.호텔의 식당 음식은 모두 특식들이었다. 게다가 모두 ML국 특색 음식이었다.식자재도 귀한 것들이었다.그러나 네 사람은 첫 입을 뜨자마자 김치 맛이 그리워하기 시작했다.식사를 마친 그들은 호텔에서 준비한 차량을 타고 설산 기슭에 도착했다.오늘 선택한 촬영지는 ML국에서 가장 높은 설산이었다.차가 멈추자마자, 이서는 직원에게 끌려가
이서는 느릿느릿 메이크업 실에서 나갔다.그들이 지금 있는 곳은 산기슭에 위치한 민박집이었는데 밖에는 이미 작은 눈꽃이 흩날리고 있었다. 이미 적지 않은 스텝들이 민박집 홀에서 대기중이었다.이쪽의 소리를 듣고, 사람들은 분분히 고개를 돌렸다. 마치 비디오의 정지 버튼을 누른 것처럼 사람들의 표정이 순식간 굳었다.여기 스텝들은 오랜 기간 쿡과 함께 작업하면서, 연예인이며 유명인사들을 많이 봐왔었다. 그러나 처음이었다. 웨딩드레스를 입은 모습이 이렇게…….한참 동안 궁리해서야 마땅한 단어가 생각났다.‘우아한 신부는…….’마치 인간 세상에 잘못 내려온 공주 같았다.티 없이 맑고 깨끗했다.사람들의 눈빛에 이서는 더욱 긴장했다. 그녀는 저도 모르게 수많은 얼굴 중에서 지환의 모습을 찾았다.곧 그녀는 지환을 보았다.이서의 얼굴 표정이 굳어졌다.라이트 블루색 양복을 갈아입은 지환은, 마치 다른 사람이 변신한 것 같았다. 고급스러우면서도 고상하고 분위기 넘치는 것이 ‘만찢남’이 따로 없었다.이목구비가 뚜렷하고 멋스러운 것이 전혀 다른 수식어가 필요 없었다.그녀를 쳐다보는 눈매에 부드러움이 가득했다.모든 여자들은 어렸을 때, 자기만의 백마왕자를 상상해 적이 있다.이 순간, 이서 꿈속의 백마 왕자의 형상이 완성되었다.바로 지환이었다!지환도 이서를 보고 있었다.그의 얼굴에는 전혀 놀란 기색이 없었지만, 눈동자는 점차 커져갔다.힘차게 뛰던 그의 심장이 다시 뒤죽박죽이 되었다.악몽 뒤의 두려움이 아니라, 예쁜 꿈을 잡을 수 없는 두려움이었다.“자기야, 너무 예쁘다…….”지환은 자신도 모르게 이서로 향했다.그의 눈에 비친 놀란 모습을 보고서야, 이서도 마침내 긴장을 풀었다.“당신도, 오늘 너무 멋있어요.”“그럼 설마 평소에는 못 났다는 뜻인가?”지환은 손을 뻗어 이서의 턱을 매만지며 옅은 웃음을 띠었다.가벼운 한마디에, 이서는 순식간에 긴장이 풀렸다. 그녀는 얼굴을 붉히며 지환의 손을 잡았다.“우리 빨리 촬영가요. 다들 우리 기다리고 있
한복은 우아한 여성미를 과시하기 가장 좋은 의복이다.이서는 거울 속의 아리따운 자태를 보고 귓불이 빨개졌다.거울 속의 지환은 실눈을 뜨고 두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고 몸을 가볍게 흔들었다.그의 코는 천천히 이서의 목에 이르렀고, 그녀의 몸에서 나는 은은한 향기를 맡았다.이서는 점점 호흡이 가빠졌다.지환은 그걸 느꼈는지 한 손으로 이서의 허리를 안아 그녀를 화장대에 앉혔다.이서의 등은 화장대에 밀착했다.방안에는 따뜻한 히터 바람이 불고 있지만, 허리에서 느껴지는 냉 기운이 척추를 따라 천천히 올라왔다. 몇 분이 지나자, 차가운 기운은 사라지며 방안의 열기가 이서의 백옥같은 피부를 조금씩 물들였다. 온몸의 피부가 야릇한 핑크색으로 변하며 거울 속에 비친 사람의 그림자와 점점 분리되었다.마지막에 이르자, 이서는 눈이 희미해지면서 모든 것이 흐리멍덩해졌다.‘밖에, 정말 얼음과 눈으로 뒤덮인 빙설 천지일까?’저녁에 이서는 쿡이 보낸 사진을 받았다.한 장밖에 없었다.아직 미처 보정작업이 끝나지 않았다.하지만 보정하지 않아도 고급스러움이 물씬 풍겼다.잡지에 바로 탑재해도 될 정도의 A컷 화보 사진이었다.이서는 사진을 임하나에게 보내주었다.임하나는 보자마자 즉시 답장했다.[와우, 역시 쿡은 쿡이구만. 바로 사진 공모전에 내도 수상하겠다!][그리고, 이서야, 너 너무 예쁘다. 이목구비는 똑같은데 왠지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어. 모델이 훌륭한 건지 쿡의 촬영기술이 훌륭한 건지, 뭐라고 얘기해야 할지 모르겠네.]이서는 웃었다. 곧 답장하려는데, 갑자기 휴대폰에서 메시지가 하나 들어왔다.이서는 촬영 스텝이 보낸 메시지인 줄 알고 별 생각없이 클릭했다.그런데 메시지 내용이 이상했다.[저는 하지환의 아내입니다.]이서는 장난 문자인 줄 알고, 상대방을 차단하려는데 상대방이 또 메시지를 보냈다.[우선 차단하지 마세요. 우리 혼인 신고도 했어요.]이서는 동작이 멈칫했다.곧이어 상대방이 파일을 한 장 보내왔다. 혼인 신고서였다.물론 H국
사진 속에는 고작 18~19세 정도로 보이는 젊고 아름다운 소녀가 있었다. 곱슬머리에 우아한 티아라를 쓰고, 유럽풍 궁중복을 입고 있는 모습이 청순하고 아름다웠다.사진 속 또 다른 한 사람은 바로 지환이었다.언제 찍었는지 알 수 없지만, 현재의 지환 모습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입술을 오므리고 무뚝뚝한 표정으로 서있는 그와 대조적으로 옆에 있는 여자는 환하게 웃고 있었다.어딘가 부자연스러운 것 같았지만, 그렇다고 꼭 집어 어디가 이상하다고 얘기할 수는 없었다.다시 대화방으로 돌아왔을 때 사진은 이미 삭제되었다.상대방이 또 메시지를 보내왔다.[제가 얘기해줄 수 있는 건 여기까지입니다. 믿고 안 믿고는 당신 몫입니다만, 부탁하 건데 제발 이 일을 당신 남편에게 얘기하지 말아 주세요. 내가 당신에게 그의 비밀을 알려준 걸 알면, 나를 가만두지 않을 겁니다.]이서가 다시 메시지를 보내려고 하는데, 상대방은 이미 그녀를 차단했다.문자를 보낼 수도 없었고 친구추가도 되지 않았다.이서는 눈썹을 힘껏 찡그렸다.문밖에서 노크하는 소리가 들려왔다.“자기야.”지환의 얼굴이 문 뒤에서 나타났다.그녀에게 무한한 에너지를 주었던 그 얼굴이 낯설게 보이기 시작했다. 이서는 심란했다. 그 여자의 말을 100% 믿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전혀 간과할 수 있는 부분도 아니었다.“자기 왜 그래?”지환이 긴장해서 들어왔다. “안색이 너무 안 좋은데?”이서는 입술을 깨물고 지환의 터치를 피했다. “괜찮아요.”“오늘 촬영할 때 너무 추웠지? 어디 아파, 내가 약 사올까?”“아니에요, 정말 괜찮아요.”이서는 숨을 크게 들이쉬고, 지환이 의심할까 봐, 또 다른 핑계를 댔다.“회사 쪽에 문제가 조금 생겼어요.”지환은 곧이곧대로 믿었다. 그는 손을 들어 이서의 목을 쓰다듬었다. “너무 힘들면 회사 그만 둬. 내가 자기 충분히 먹여 살릴 수 있어.”그가 진심에서 우러러 나온 걱정이라는 걸 이서는 알 수 있었다.그가 이럴수록 그녀는 호흡이 더욱 어려워졌다.“응.”
눈치 빠른 이서는 바로 이해했다.“정말?”“응, 아까 민박집 주인에게 물어봤는데, 매년 이맘때면 밤 10시에서 3시 사이에 오로라를 볼 수 있대.”“오우, 이런 이벤트가 있을 줄은 몰랐네.” 의서는 의미심장하게 웃었다.임하나는 이서의 말 속에 담긴 다른 뜻을 알아듣지 못했다.“밥 먹고 밖에 나가서 기다리자!”“그래요.” 기대에 찬 두 사람의 표정을 보면서, 이서의 입가에 저도 모르게 옅은 웃음이 일었다. 고개를 돌리자, 사랑스럽게 그녀를 쳐다보다는 지환과 눈이 마주쳤다. 그의 눈빛을 보는 순간, 이서의 마음속에 남아있던 일말의 의심은 깨끗이 씻겨졌다.‘왜 낯선 사람을 믿고 내 남편을 의심하는 거야?’“무슨 생각해?” 웃으며, 이서의 볼에 붙은 머리카락을 뒤로 넘기며 물었다.이서는 고개를 저었다.저녁을 먹고 나니 9 시가 넘었다. 그들은 배불리 먹고 홀에서 서성거렸다.홀에 아직 적잖은 사람들이 있었다. 아마 오로라를 기다리는 사람들 같았다.10시가 지나자, 어두웠던 하늘에 마법이 일어났다. 초록색 띠가 나타나더니 그 띠가 곧이어 오색찬란한 불꽃처럼 피어오르며 다채로운 색으로 변했다.도시 전체를 뒤덮은 아우라는 후광처럼 신비롭고 아름다웠다.이서와 임하나는 핸드폰을 꺼내 들고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주위 사람들도 모두 카메라를 꺼내 들었다.사진을 찍던 임하나가 고개를 돌려 이상언을 불렀다. “상언 씨.”그제야 그녀는 이상언이 곁에 없다는 것을 눈치챘다.그가 보이지 않자, 당황해서 몸을 돌려 살피려고 하는데, 마침 이상언이 아름다운 장미꽃 한 다발을 들고 호텔에서 나오는 걸 보았다.두 사람의 눈이 마주면서 사랑의 불꽃이 활활 타올랐다.한 걸음 다가온 이상언을 본 임하나는 심장이 쿵쿵 뛰었다.이상언이 그녀 앞까지 왔을 때, 임하나는 심장이 몸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았다.“아니…….”이상언은 미소를 지으며 임하나를 바라보았다. 지적이면서 차분한 이미지의 얼굴이 오로라 불빛 아래서 더욱 부드러워 보였다.임하나는 핸드폰을 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