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서의 마지막 말에, 윤아영을 열 받아 돌아가실 뻔했다.이서가 일부러 모두의 화와 분노를 그녀에게 쏠리게 한 거였다.한껏 신 났던 사람들은 그제야 일제히 윤아영을 바라보았다.“아영아, 우리 정말 수정이 회사에 입사되는 거지?”윤아영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단지 이서를 난처하게 하기 위해 아무 말이나 뱉었을 뿐, 정말 입사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확답할 수 없었다.사람들은 그제야 상황판단이 되었다.“아영아, 너 우리 속인 거 아니지?!”“그니까, 우리 너 말만 믿고 따라왔는데, 갑자기 일자리가 없다니……, 그럼 이번 달 월급은 누가 주는 거야!”“난 몰라, 아영아, 내가 너 때문에 직장을 잃었으니 네가 책임지고 새 일자리를 구해줘!”사람들이 윤아영을 물샐틈없이 에워쌌다.임현태는 저도 모르게 이서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대단해!’‘사모님은 처음부터 이 사람들을 회사에 둘 생각이 없었던 거야.’‘그들을 직접 해고하면, 틀림없이 소란을 피웠을 텐데, 지금 이렇게 되자 사람들의 원망은 모두 윤아영에게 옮겨졌네. 사모님과 아무런 관계가 없게 되고…….’‘손도 안 대고 이렇게 시원하게 코를 풀어 버리다니, 안 보이는 무형의 손으로 골칫거리를 깔끔하게 해결했어. 대단해.’회사에 남은 30~40명의 직원들은, 자신의 선택을 다행으로 생각했다.이서는 입구에서 소란스럽게 떠드는 사람을 보며 임현태에게 말했다.“현태 씨, 경비원을 불러 밖으로 내보내세요. 여기는 사무실입니다.”임현태는 웃으며 말했다.“경비원 필요 없습니다, 저 혼자서도 충분합니다.”말하면서 그는 사람들에게 다가갔다.“저기…… 밖에 나가서 얘기하세요. 여기서 시끄럽게 굴면…….”임현태가 소매를 걷어붙이자, 울퉁불퉁한 팔 근육이 드러났다.“저도 부득이하게 손을 쓰겠습니다!”임현태의 근육질 몸매를 본 사람들은 놀라서 얼굴이 하얗게 질려 분분히 떠났다. 순식간에 사무실이 조용해졌다.이서는 만족스러운 듯 임현태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눈길을 돌려 열심히 일하고 있는
이서는 흔쾌히 승낙하고, 준비한 자료들을 모두 우기광에게 넘겼다.우기광은 전화를 끊자마자 양전호의 전화를 받았다.[동생, 어때? 생각해 봤어?]우기광은 영문을 몰라 되물었다.[뭘 말하는 건지?][투자 철회말이야…….]양전호는 흥분해서 말을 이었다.[내가 자네한테만 알려주겠네. 수정 아가씨 쪽은 이미 하은철 대표의 투자를 받았네. 바로 24층에 의류 회사를 새로 오픈할 거고……. 그때가면…….]우기광은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전화를 끊어버렸다.양전호 말만 들어도, 윤수정이 새로 설립할 회사는 또 다른 윤재하의 회사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한 눈에 미래가 보였다.‘기왕 이렇게 된 이상, 차라리 이서한테 기대를 거는 편이 낫다. 적어도 관전 포인트라도 있으니…….’상대방이 전화를 끊어버리자, 양전호는 화가 나서 핸드폰을 던졌다.옆에 있던 구양태가 이를 보고 웃으며 말했다.“양 사장, 왜 그래?”“우기광, 이 사리분별 못하는 놈, 감히 내 전화를 끊다니?!”구양태는 웃었다.“왜 화를 내? 기뻐해야지.”양전호는 어리둥절했다.구양태는 껄껄거리며 웃었다.“우린 윤수정아가씨 따라 떼돈 벌고, 우계광은 윤이서 따라 손가락 빨고…….”그제야 양전호도 하하 웃었다. “맞네, 맞아.”이때.제로하트 바 룸 안.하은철은 착잡한 얼굴로, 아이처럼 울고 있는 조용환을 바라보며 말했다.“정말이에요? 그게 사실인가요?”“하 대표, 내가 왜 거짓말하겠어? 윤이서 그…… 그년이 내 아들 몰카를 찍어 협박했다니까. 자기를 지지하지 않는다면, 동영상을 폭로할 거라고……, 그러니 나도 어쩔 수 없이 윤이서를 뽑은 건데…….”조용환은 또 울기 시작했다.“하지만 누가 알았겠어? 윤이서가 한 입으로 두 말 할 줄을……. 내가 그녈 뽑았는데도, 그년이 증거를 경찰에게 넘겼고, 결국 내 아들이 잡혀 갔다네…….하 대표, 내 아들…… 내 목숨과도 같은 존재이니, 날 도와 내 아들을 구해 줘.”하은철의 얼굴이 더욱 어두워졌다.“조진명 사장이 건드
CEO 경선 날, 하은철은 화가 많이 났지만, 윤수정이 자살로 속죄하겠다고 협박하자, 곧 마음이 흔들렸다. 안 그랬으면 윤수정도 이 고비를 어떻게 넘어야 할지 막막했다.‘다 윤이서 때문이야!’윤수정의 눈에 서슬 퍼런 독기가 감돌았다.……이서는 몇몇 채용정보 전문업체와 상담 후 그 중에서 가장 믿음직한 회사에게 채용 관련 업무를 의뢰하고 곧이어 또 몇몇 대표들을 만나러 갔다.그들은 이서가 윤씨 그룹의 CEO가 된 걸 알고, 잇달아 그녀를 축하했다. 하지만, 그녀의 방문 목적이 투자 유치인 걸 알고, 바로 돈이 없다면서 다른 파트너를 알아보라고 선을 그었다.윤씨 그룹은 밑 빠진 독이니, 누가 감히 그들과 협력하려고 하겠는가?이서는 일찍이 이런 상황이 올 거라고 예상했다. 그녀는 조르거나 다그치지 않고, 시간이 다 되자 먼저 자리를 떴다.퇴근할 무렵, 그녀는 쿡의 전화를 받았다.[미스 윤, 요즘 시간 있어요? 우리 ML국에 가야 하는데……!]이서는 회사 자료를 뒤적거리며 말했다.“어떡하죠? 아마…… 힘들 거 같은데……, 일단 제가 남편이랑 상의하고 연락드릴게요.”[네.]쿡은 곧 전화를 끊었다.이서는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계속 회사 관련 자료를 보았다.윤씨 그룹은 의류패션 위주의 사업을 하는 회사이다.그러나 포지셔닝이 명확하지 않아 중저가 및 고가 제품이 모두 혼재되어 있어 업계에서 지명도가 전혀 없었다.게다가 출시한 신상도 시중의 천편일률적인 상품과 거의 동일하다 보니 전혀 특색이 없었다.현재 윤씨 그룹의 총체적 난국을 해결하려면, 소비자의 이목을 사로잡는 신상을 디자인한 뒤 유명 스타를 광고 모델로 발탁하여 홍보하는 것이다.이는 현재 상황으로 봤을 때, 가장 빨리 운영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이다.디자인 쪽은 이서가 자신 있지만, 광고 모델을 찾는 건…….이서는 눈살을 찌푸렸다. 갑자기 걸 맞는 브랜드 광고 모델이 떠오르지 않았다.퇴근길에도, 여전히 이 문제를 생각하고 있던 이서는 집에 도착했는지도 몰랐다.임현태가 얘기해
쿡과 ML국에 가기로 확정한 후 임하나와 이상언도 이서 네를 따라 가겠다고 의사를 밝혔다.“마침 나도 연차가 남아 있어서…….”임하나는 동경하는 표정을 지었다.“이서야, 우리 가서 스키도 타자! 내가 알아봤는데, 지금 ML국은 스키 타기 딱 좋은 계절이래.”이상언이 ML국에 가기로 한 건 온전히 임하나를 위해서였다.그는 사석에서 이서와 지환에게 얘기했다.“마침 수습시간 3개월이 곧 다 되어서…… 나, ML국에서 하나 씨한테 정식 남친으로 전환해 달라고 얘기해보려고…….”“제가 좀 도와드릴까요?”“그냥 모르는 척해주세요.”“네.”지환은 침묵했지만, 답은 이미 자명했다.남은 며칠 동안, 임하나와 이상언은 스키 장비를 준비하느라 바빴다. 이서는 회사 관련 일을 심소희에게 맡겼다.“혹시 뭔 일 있으면 바로 전화해. 시차 같은 거 신경 쓰지 말고. 24시간 핸드폰을 켜 둘 테니…….”이서는 자료 몇 부를 심소희에게 건네주었다.“지금 가장 중요한 사안은 채용이야. 채용할 때 경험의 유무 보다는, 상대방의 능력을 가장 우선적으로 생각해. 알았지?”“네.” 이서와 함께 일을 하게 된 심소희는 열의가 넘쳤다. 이서가 지환과 함께 웨딩 사진을 찍으러 간다는 것을 알고 그녀는 기대가 넘쳤다.“언니, 사진 나오면 저에게도 보여줘요.”그녀도 서우 직원들처럼, 이서의 남편이 궁금했다. 대체 얼마나 대단한 인물이길래, UFC의 무패 챔피언인 임현태도 무색하게 만드는지 말이다.“알았어.”이서가 말했다.“기회가 되면 소개시켜 줄게.”“정말이요?” 심소희는 흥분했다.이서는 심소희의 어깨를 두드렸다.“너무 기대하지 말고, 우리 남편…… 그냥 평범한 사람이야.”괜히 기대감만 높였다가 지환을 만났을 때 실망하면, 지환에게 상처가 될까 봐 걱정되었다. 그래서 서둘러 심소희의 예상 기대치를 낮췄다.심소희는 믿지 못하는 눈빛이었다.“언니 짝이라면, 분명 훌륭한 사람이겠죠.”이서는 하마터면 고개를 끄덕일 뻔했다.‘지환은 확실히 훌륭하다.’‘유일한 옥
이상언은 관자놀이를 눌렀다. 실은 이 전용기는 지환의 것이었다. 이서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기어코 그에게 ‘떠맡긴’ 것이었다. 하지환 네 전용기보다는 다소 못하지만 이상언 집에도 이와 비슷한 레벨의 전용기가 한, 두대 있었다.“나도 제대로 계산해 본 적은 없어요…… 나 자신도 모르는 산업이 많다 보니.”임하나는 입꼬리가 경직되었다. ‘재벌들은 역시 상상을 초월하는구나.’“하나 씨, 열심히 일하는 거 돈을 벌기 위한 거잖아요? 나랑 교제하면 내 게 곧 당신 게 돼요.”임하나는 두 눈을 가렸다.“내가 지금 비록 이 전용기에 눈이 멀었지만, 아직 이성은 남아있어요!”이서도 따라서 놀렸다.“하나야, 이제 그냥 받아들여.”임하나는 손을 놓고 이서의 곁에 앉아 팔짱을 끼고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흥, 너도 내가 전용기에 눈이 멀어 넘어갈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이서가 웃으며 답했다.“그럴 리가.”“역시 내 마음 아는 건 우리 이서뿐이야.”“두 대면 몰라……?”“…….”이 번 여정은 네 사람이 티격태격하는 사이 목적지에 도착했다.ML국에 도착하니 벌써 저녁시간이었다.호텔을 미리 예약해 놓아, 호텔에서 픽업 나왔다.호텔에 도착하자, 이서 네 사람은 직접 직원의 안내 따라 꼭대기 층의 로열 스위트 룸으로 향했다.로열 스위트 룸은 총 두 개뿐이었다.이서와 지환, 이상언과 임하나가 두 커플이 방 한 개씩 묵었다.임하나는 원래 따로 룸 예약을 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3개월의 수습기간이 곧 다가오고, 이상언과의 관계도 많이 가까워진 데다, 괜히 따로 룸 예약을 하는 게 도둑이 제 발 저린 듯 웃긴 거 같아서 이상언과 함께 묵기로 했다.‘이건 좋은 시그널이다.’이로써 이상언은 임하나의 정식 남친으로 전환하는 데에 대해 자신감으로 가득차 있었다.네 사람이 각자 방으로 가려고 할 때, 갑자기 복도에서 한 여자의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왔다.곧이어 또 다른 여자의 목소리가 저주처럼 들렸다.ML국어를 말하는 것 같았다.비록 언어는 통하지
지환이 갑자기 무언가를 깨달은 듯 입을 벌리고 웃었다.“예전에 ML국에 파견 갔다가 몇 마디 배워서 대략적인 건 알아들을 수 있어.”이서는 그제야 눈을 깜박였다.“그럼 세컨드가 또 다른 세컨드 잡으러 온 건가요?”“아니야.” 지환은 다투고 있는 두 여자를 바라보며 이서의 허리를 껴안았다.“둘 다 본처래.”임하나도 고개를 돌려 의아해하며 물었다.“어떻게 본처가 두 명일 수 있어요? 아, 알았다, 중혼이구나…….”이상언은 웃었다.“여기가 H국인 줄 아나 봐요? 흐흐흐.”임하나와 이서는 어리둥절했다.이상언이 친절하게 설명했다.“내가 듣기로는, 두 여자 모두 남자의 본처래요. 서로 다른 나라에서 혼인 신고를 했으니 두 아내 모두 합법적인 셈이죠.”이서와 임하나는 얘기를 듣고 아연실색했다.“어머, 이럴 수가?”“일부다처제를 폐지한 곳도 있지만, 이처럼 다른 나라에서 혼인 신고하는 방식으로 옛날 관습을 이어가려는 사람들도 있어. 뭐, 이런 결혼 여부와 같은 개인 정보까지 다 공유되는 글로벌 네트워크의 시대는 아니니.”“그래도 이건 너무…….”임하나는 한참을 생각하고서야 이에 해당하는 단어가 떠올랐다.“좀스럽고 치사하잖아요.”이쪽 상황은 호텔 매니저의 도래로 깨끗이 정리되었다.구경거리가 사라지자 이서 등 네 사람은 각자 방으로 돌아갔다.문이 닫히자마자 이서는 두 손을 문짝에 받쳤다.“…….”지환은 이서의 빨간 입술에 뽀뽀했다.“힘들지 않아?”“응, 괜찮아요.”비행기가 아주 편했다.지환은 또 이서의 입술에 키스를 했다. 이서는 지환이 진한 스킨십을 계속 할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곧 이서를 풀어주었다. “빨리 목욕하러 가자. 내일 일찍 일어나야 해.”이서는 지환을 보고 물었다.“확실해요? 괜찮겠어요?”지환은 웃으며 말했다.“괜찮아, 조금 있으면 괜찮아질 거야.”이서는 웃으며 욕실에 목욕하러 들어갔다.지환은 침대에 앉아 실눈을 뜨고 샤워기 물소리를 듣고 있었다.곧 이서가 나오고, 지환이 욕실로 들어갔다.지환은
말을 마치고 이서는 일어났다.그런데 지환이 그녀의 손목을 잡아당겼다. 버림받은 아이처럼 눈에는 온통 긴장과 불안이었다. 이서는 미소를 지으며 지환의 눈동자를 바라보았다.“수건 좀 가져올 게요. 자기 등이 다 젖었어.”지환은 잠시 망설이다가 이서의 손을 놓아주었다.이서는 욕실에 들어가 마른 수건을 가지고 나와 지환의 몸을 닦아주었다.지환은 자신의 가슴을 누르고 있는 이서의 손을 잡으며 허스키한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할게.”이서는 그러라고 했다.“네, 그럼 난 하나와 상언 씨한테 다녀올 게요. 이따가 함께 아침 먹으러 가요.”“응.”이서가 임하나와 이상언을 깨웠다.어젯밤 두 사람은, 한 방 한 침대에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다만 밤새 귀를 쫑긋 세우고 상대방의 동정을 살피느라 둘 다 모두 불면의 밤을 보냈다.임하나는 미칠 것 같았다. 차라리 3개월이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다행히도 오늘이 그 마지막 날이었다.여기까지 생각하자, 그녀는 정신을 가다듬고 이서와 가볍게 아침 인사했다.“이서야. 잘 잤어?”기운 없는 임하나의 모습에 이서가 웃으며 물었다.“어젯밤에 잠 못 잤어?” 임하나는 즉시 말했다.“야리꾸리한 생각 금지!”“나 아무 얘기도 안 했거든.”“…….”“알았어, 안 놀릴게, 상언 씨는 일어났어?”“몰라.”“그럼 가서 깨워, 이따가 아침 먹으러 가자, 먹고 와서 다시 자.”“아냐, 나도 같이 촬영 현장 갈 거야. 쿡이 직접 촬영하러 왔다고 들었어. 천상계 포트그래퍼잖아. 내가 살아 언제 또 쿡 씨를 만나겠어…….”이서가 활짝 웃었다.네 사람은 식당에 모였다.호텔의 식당 음식은 모두 특식들이었다. 게다가 모두 ML국 특색 음식이었다.식자재도 귀한 것들이었다.그러나 네 사람은 첫 입을 뜨자마자 김치 맛이 그리워하기 시작했다.식사를 마친 그들은 호텔에서 준비한 차량을 타고 설산 기슭에 도착했다.오늘 선택한 촬영지는 ML국에서 가장 높은 설산이었다.차가 멈추자마자, 이서는 직원에게 끌려가
이서는 느릿느릿 메이크업 실에서 나갔다.그들이 지금 있는 곳은 산기슭에 위치한 민박집이었는데 밖에는 이미 작은 눈꽃이 흩날리고 있었다. 이미 적지 않은 스텝들이 민박집 홀에서 대기중이었다.이쪽의 소리를 듣고, 사람들은 분분히 고개를 돌렸다. 마치 비디오의 정지 버튼을 누른 것처럼 사람들의 표정이 순식간 굳었다.여기 스텝들은 오랜 기간 쿡과 함께 작업하면서, 연예인이며 유명인사들을 많이 봐왔었다. 그러나 처음이었다. 웨딩드레스를 입은 모습이 이렇게…….한참 동안 궁리해서야 마땅한 단어가 생각났다.‘우아한 신부는…….’마치 인간 세상에 잘못 내려온 공주 같았다.티 없이 맑고 깨끗했다.사람들의 눈빛에 이서는 더욱 긴장했다. 그녀는 저도 모르게 수많은 얼굴 중에서 지환의 모습을 찾았다.곧 그녀는 지환을 보았다.이서의 얼굴 표정이 굳어졌다.라이트 블루색 양복을 갈아입은 지환은, 마치 다른 사람이 변신한 것 같았다. 고급스러우면서도 고상하고 분위기 넘치는 것이 ‘만찢남’이 따로 없었다.이목구비가 뚜렷하고 멋스러운 것이 전혀 다른 수식어가 필요 없었다.그녀를 쳐다보는 눈매에 부드러움이 가득했다.모든 여자들은 어렸을 때, 자기만의 백마왕자를 상상해 적이 있다.이 순간, 이서 꿈속의 백마 왕자의 형상이 완성되었다.바로 지환이었다!지환도 이서를 보고 있었다.그의 얼굴에는 전혀 놀란 기색이 없었지만, 눈동자는 점차 커져갔다.힘차게 뛰던 그의 심장이 다시 뒤죽박죽이 되었다.악몽 뒤의 두려움이 아니라, 예쁜 꿈을 잡을 수 없는 두려움이었다.“자기야, 너무 예쁘다…….”지환은 자신도 모르게 이서로 향했다.그의 눈에 비친 놀란 모습을 보고서야, 이서도 마침내 긴장을 풀었다.“당신도, 오늘 너무 멋있어요.”“그럼 설마 평소에는 못 났다는 뜻인가?”지환은 손을 뻗어 이서의 턱을 매만지며 옅은 웃음을 띠었다.가벼운 한마디에, 이서는 순식간에 긴장이 풀렸다. 그녀는 얼굴을 붉히며 지환의 손을 잡았다.“우리 빨리 촬영가요. 다들 우리 기다리고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