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서 반쯤 깨어났을 때, 이서는 자신이 침대가 아니라 부드러운 꽃밭에 누워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꽃밭에서 그녀는 각양각색의 꽃향기를 맡았던 것 같았다.마침내 깨어난 이서는 손가락으로 지환의 턱을 가볍게 짚었다.지환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그녀의 손에 키스했다.“괜찮아?”“음, 근데 배고파요.”지환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이천에게 음식 좀 사오라고 할게.”“지금이 몇 시인데? 퇴근했겠죠…….”“아니야.” 지환은 핸드폰을 들고 이천에게 메시지를 보내고는 핸드폰을 침대 머리맡에 놓았다.“15분 뒤면 올 거야. 먼저 내려가서 빵이나 좀 가져올 게.”“아니요.” 이서는 얼굴을 붉혔다. 그는 일어나 지환의 눈을 바라보며 잠깐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나, 당신에게 할 말 있어요.”“무슨 일인데?”“임현태 씨…….” 이서는 고개를 살짝 옆으로 돌리며 말을 이었다.“임현태가 나를 짝사랑하는 일에 대해…….”여기까지 말하고, 그녀는 또 얼른 지환을 살폈다.“걱정 마요, 우리 다시는 안 만날 거예요.”지환은 볼에 달라붙은 그녀의 젖은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겼다.“나, 그렇게 속 좁은 남자 아니야. 이미 임현태랑 얘기 끝냈어. 앞으로 계속 자기 운전기사로 있어달라고 얘기했어.”이서가 눈을 깜박거렸다.지환은 계속해서 말했다.“게다가, 자기를 짝사랑하는 사람이 있는 것도 정상이지. 내 아내가 얼마나 훌륭한 사람인데…….”이서는 다시 눈을 깜박였다.“그런데…….”“그런데 뭐?”“상언 씨가…… 당신 열등감이…….”지난번에도 소지엽과 아무 사이도 아니었는데, 스캔들이 났다고 열등감에 달려가 술이 떡이 되도록 마셨었다.그런데 이번에는 임현태가 그녀를 짝사랑한다고 했다.지환은 잠깐 멍해 있다가 곧 이마로 이서의 이마를 받쳤다.“내가, 열등감이 있다고?”낮고 부드러운 목소리에 따스함이 느껴졌다.이서의 얼굴이 빨개졌다.지환은 손가락으로 이서의 손가락을 짚으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목소리에 왠지 희열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양전호와 구양태도 눈이 휘둥그레졌다.한차례 실랑이나 우여곡절이 있을 줄 알았는데, 이서가 이렇게 화끈하게 승낙할 줄은 몰랐다.그러자 그들은 이서가 무슨 음모가 있는 게 아닌지 의심했다.“정…… 정말 우리가 투자를 철회하는 거에 동의한다는 거지?”양전호가 물었다.“싫다는 사람 잡지 않습니다. 두분께서 윤씨 그룹과 함께 하는 걸 원하지 않는다면 저 또한 억지로 잡을 생각 같은 건 없습니다.”CEO 선출에 성공했을 때 그녀는 벌써 이런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구체적 절차는 담당직원이 안내할 겁니다. 혹시 또 다른 업무가 있을까요?”축객령이 떨어진 셈이다.“없네, 구체적 절차를 밟을 때도 이렇게 통쾌했으면 하네.”말을 마치고, 두 사람은 가버렸다.직원들은 양전호와 구양태가 이서의 코를 납작하게 해줄 거라고 기대했는데, 일이 뜻밖에도 이렇게 빨리 끝나니 왠지 시시하다고 느껴졌다.윤아영은 방금 발생한 일을 얼른 윤수정에게 문자로 보냈다.문자를 막 보냈는데, 갑자기 이서의 냉랭한 목소리가 들려왔다.“현태 씨, 모든 사람을 집합시켜 주세요!”임현태는 고개를 끄덕이며 사무실 내의 모든 사람들을 불러냈다.반항하던 사람들도, 임현태의 울근불근한 근육질을 보고는, 순순히 홀에 나왔다.약 200여명의 직원이 다 모였다.이서는 뭇사람을 훑어보았다.방금 서류를 확인해 보니 윤씨 그룹 직원은 총 225명이었다. 고위층 관리직의 90%는 윤재하 부부의 친인척으로, 할 줄 아는 거 없이 자리만 지키는 허수아비들이었다. 전부 교체해야 하지만, 한꺼번에 큰 물갈이를 하는 것은 분명히 비현실적이라 조금씩 야금야금 진행할 수밖에 없다.일반 직원 중 윤씨 부부 친인척의 비중은 45%로 고위층 관리자에 비해 그리 높지 않았지만, 그래도 일반적인 가족 기업에 비해서도 매우 높은 비율이었다.오늘 이서가 할 일은, 먼저 이 45%의 비율을 낮추는 것이었다.200여 명의 직원 앞에 나선, 이서의 카리스마는 그 누구한테도 뒤지지 않았다.“여러분 중에 내가 윤씨 C
그럼에도 큰 파장을 불러왔다.제명된 홍보팀 팀장이 바로 윤아영의 엄마, 양춘매였다.윤아영을 겨냥한 결정은 아니었다. 이서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현재 기업 상태로 봤을 때, 홍보팀은 있으나 마나한 부서였기 때문이다. 할 일은 없고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부서였다.이서는 공밥을 먹는 사람을 그냥 두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래서 그 이 자리에 누가 앉았던 해고했을 것이다.그러나 양춘매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자신과 딸이 동시에 호명되자, 그녀는 즉시 울부짖었다.“세상에, 우리 모녀를 피 말려 죽일 셈이냐? 이게 무슨 회사 사장이고 대표이사야, 살인범이지! 살인범!”히스테리를 부리는 양춘매의 목소리가 쩌렁쩌렁하게 울렸다.울고불고 난리 부르스를 떨어도 이서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호명되신 분들은 권고사직으로 처리되어 3개월의 임금을 위로금으로 지불할 예정입니다. 만약 소란을 피운다면 징계 해고로 처리하겠습니다.”그녀의 말이 떨어지자, 소란에 가담하려던 사람들도 가만히 잠자코 있었다.얼굴이 창백해진 윤아영은 윤수정에게 다시 문자를 보내고자 했다. 휴대폰을 확인해보니, 어느새 윤수정의 답장이 와 있었다.윤아영의 눈동자가 반짝였다.그녀는 갑자기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여러분, 윤이서의 속임수에 넘어가지 마세요. 여러분 오늘 호명된 사람들 모두 윤씨 집안 사람들입니다. 우리 윤씨 사람들을 쫓아내고, 회사를 자기 주머니에 넣으려는 수작이 틀림없습니다.”이서가 윤아영을 바라보았다.논리가 분명한 것이 배후에 틀림없이 조언자가 있을 거라고 짐작했다.이서도 이런 상황을 일찌감치 예상했다.어쩌면 윤씨 집안 친인척들에게 일부러 보여 주기식 작전이었을 지도 모른다.“우리 함께 힘을 합칩시다!”윤아영은 밖으로 나와 전체 직원들을 향해 팔을 휘두르며 소리쳤다.“우리 윤이서에게 맞섭시다. 안 그랬다간 앞으로 틀림없이 회사를 제멋대로 주무르려고 할 겁니다.”사람들은 이서와 윤아영을 번갈아 보며 소곤소곤 속삭였다.결국 인사팀의 윤재기가 나섰다.윤재하와
윤재기는 심장이 철렁했다.그러나 이미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자, 꼬리 내리고 물러나기에는 자존심이 허락치 않았다. 그는 몸을 돌려 직원들에게 말했다.“나를 따르고 싶은 사람은 나오세요!”상황을 보고 윤아영이 제일 먼저 그녀의 어머니 양춘매를 끌고 나섰다.두 모녀는 주위 사람들을 계속 부추겼다.“여러분 두려워할 거 없어요. 수정언니가 지금 새 회사 설립 중입니다. 그것도 바로 위층에서요. 여기서 나가서 바로 수정언니 새 회사에 입사할 수 있습니다.”위층에 새 회사가 들어온다는 건 다들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윤수정이 새로 회사를 설립한다는 얘기에 다들 마음이 흔들렸다.윤아영과 양춘매의 뒤로 다가가는 사람이 점점 많아졌다.얼마 지나지 않아 200여 명의 직원 중 절반 이상이 윤아영 쪽에 모였다.이서 쪽에는 90여 명만 남았다.남은 사람들도 저쪽으로 가야 할지 말지 망설이고 있었다.윤아영이 다시 선동했다.“이쪽으로 오세요. 내가 장담하는데, 여길 그만 두면 위층 회사로 갈 수 있어요. 거긴 수정언니 회사에요. 분명히 하은철 대표가 자금을 지원했을 겁니다.”하은철이라는 이름을 언급하자, 또 절반정도가 넘어갔다.그러나 윤아영은 이에 만족하지 않았다. 그녀는 이서를 독불장군으로 만들 심산이었다.“설마 아직 망설이는 분 있는 건가요? 윤씨 그룹이 윤이서 손에서 잘 될 거 같아요?”눈 깜짝할 사이에 또 수십 명이 넘어갔다.처음부터 끝까지 이서는 시종일관 지켜만 볼 뿐,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윤아영이 승리의 여신마냥 득의양양한 시선으로 이서를 째려보았다. 이서는 마침내 입을 열었다.“또 있습니까? 있다면 빨리 가세요. 기회는 이번뿐입니다.”이서의 말이 떨어지자, 또 몇 명이 넘어갔다.이 상황을 지켜본 임현태는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사람들 앞에서 뭐라고 말하기가 뭐해 조용히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이직할 사람은 와서 이직절차를 마치시고, 남고 싶은 사람들은 자기 자리로 돌아가기 바랍니다.”이서의 말이 떨어지자, 이직하고 싶지
이서의 마지막 말에, 윤아영을 열 받아 돌아가실 뻔했다.이서가 일부러 모두의 화와 분노를 그녀에게 쏠리게 한 거였다.한껏 신 났던 사람들은 그제야 일제히 윤아영을 바라보았다.“아영아, 우리 정말 수정이 회사에 입사되는 거지?”윤아영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단지 이서를 난처하게 하기 위해 아무 말이나 뱉었을 뿐, 정말 입사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확답할 수 없었다.사람들은 그제야 상황판단이 되었다.“아영아, 너 우리 속인 거 아니지?!”“그니까, 우리 너 말만 믿고 따라왔는데, 갑자기 일자리가 없다니……, 그럼 이번 달 월급은 누가 주는 거야!”“난 몰라, 아영아, 내가 너 때문에 직장을 잃었으니 네가 책임지고 새 일자리를 구해줘!”사람들이 윤아영을 물샐틈없이 에워쌌다.임현태는 저도 모르게 이서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대단해!’‘사모님은 처음부터 이 사람들을 회사에 둘 생각이 없었던 거야.’‘그들을 직접 해고하면, 틀림없이 소란을 피웠을 텐데, 지금 이렇게 되자 사람들의 원망은 모두 윤아영에게 옮겨졌네. 사모님과 아무런 관계가 없게 되고…….’‘손도 안 대고 이렇게 시원하게 코를 풀어 버리다니, 안 보이는 무형의 손으로 골칫거리를 깔끔하게 해결했어. 대단해.’회사에 남은 30~40명의 직원들은, 자신의 선택을 다행으로 생각했다.이서는 입구에서 소란스럽게 떠드는 사람을 보며 임현태에게 말했다.“현태 씨, 경비원을 불러 밖으로 내보내세요. 여기는 사무실입니다.”임현태는 웃으며 말했다.“경비원 필요 없습니다, 저 혼자서도 충분합니다.”말하면서 그는 사람들에게 다가갔다.“저기…… 밖에 나가서 얘기하세요. 여기서 시끄럽게 굴면…….”임현태가 소매를 걷어붙이자, 울퉁불퉁한 팔 근육이 드러났다.“저도 부득이하게 손을 쓰겠습니다!”임현태의 근육질 몸매를 본 사람들은 놀라서 얼굴이 하얗게 질려 분분히 떠났다. 순식간에 사무실이 조용해졌다.이서는 만족스러운 듯 임현태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눈길을 돌려 열심히 일하고 있는
이서는 흔쾌히 승낙하고, 준비한 자료들을 모두 우기광에게 넘겼다.우기광은 전화를 끊자마자 양전호의 전화를 받았다.[동생, 어때? 생각해 봤어?]우기광은 영문을 몰라 되물었다.[뭘 말하는 건지?][투자 철회말이야…….]양전호는 흥분해서 말을 이었다.[내가 자네한테만 알려주겠네. 수정 아가씨 쪽은 이미 하은철 대표의 투자를 받았네. 바로 24층에 의류 회사를 새로 오픈할 거고……. 그때가면…….]우기광은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전화를 끊어버렸다.양전호 말만 들어도, 윤수정이 새로 설립할 회사는 또 다른 윤재하의 회사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한 눈에 미래가 보였다.‘기왕 이렇게 된 이상, 차라리 이서한테 기대를 거는 편이 낫다. 적어도 관전 포인트라도 있으니…….’상대방이 전화를 끊어버리자, 양전호는 화가 나서 핸드폰을 던졌다.옆에 있던 구양태가 이를 보고 웃으며 말했다.“양 사장, 왜 그래?”“우기광, 이 사리분별 못하는 놈, 감히 내 전화를 끊다니?!”구양태는 웃었다.“왜 화를 내? 기뻐해야지.”양전호는 어리둥절했다.구양태는 껄껄거리며 웃었다.“우린 윤수정아가씨 따라 떼돈 벌고, 우계광은 윤이서 따라 손가락 빨고…….”그제야 양전호도 하하 웃었다. “맞네, 맞아.”이때.제로하트 바 룸 안.하은철은 착잡한 얼굴로, 아이처럼 울고 있는 조용환을 바라보며 말했다.“정말이에요? 그게 사실인가요?”“하 대표, 내가 왜 거짓말하겠어? 윤이서 그…… 그년이 내 아들 몰카를 찍어 협박했다니까. 자기를 지지하지 않는다면, 동영상을 폭로할 거라고……, 그러니 나도 어쩔 수 없이 윤이서를 뽑은 건데…….”조용환은 또 울기 시작했다.“하지만 누가 알았겠어? 윤이서가 한 입으로 두 말 할 줄을……. 내가 그녈 뽑았는데도, 그년이 증거를 경찰에게 넘겼고, 결국 내 아들이 잡혀 갔다네…….하 대표, 내 아들…… 내 목숨과도 같은 존재이니, 날 도와 내 아들을 구해 줘.”하은철의 얼굴이 더욱 어두워졌다.“조진명 사장이 건드
CEO 경선 날, 하은철은 화가 많이 났지만, 윤수정이 자살로 속죄하겠다고 협박하자, 곧 마음이 흔들렸다. 안 그랬으면 윤수정도 이 고비를 어떻게 넘어야 할지 막막했다.‘다 윤이서 때문이야!’윤수정의 눈에 서슬 퍼런 독기가 감돌았다.……이서는 몇몇 채용정보 전문업체와 상담 후 그 중에서 가장 믿음직한 회사에게 채용 관련 업무를 의뢰하고 곧이어 또 몇몇 대표들을 만나러 갔다.그들은 이서가 윤씨 그룹의 CEO가 된 걸 알고, 잇달아 그녀를 축하했다. 하지만, 그녀의 방문 목적이 투자 유치인 걸 알고, 바로 돈이 없다면서 다른 파트너를 알아보라고 선을 그었다.윤씨 그룹은 밑 빠진 독이니, 누가 감히 그들과 협력하려고 하겠는가?이서는 일찍이 이런 상황이 올 거라고 예상했다. 그녀는 조르거나 다그치지 않고, 시간이 다 되자 먼저 자리를 떴다.퇴근할 무렵, 그녀는 쿡의 전화를 받았다.[미스 윤, 요즘 시간 있어요? 우리 ML국에 가야 하는데……!]이서는 회사 자료를 뒤적거리며 말했다.“어떡하죠? 아마…… 힘들 거 같은데……, 일단 제가 남편이랑 상의하고 연락드릴게요.”[네.]쿡은 곧 전화를 끊었다.이서는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계속 회사 관련 자료를 보았다.윤씨 그룹은 의류패션 위주의 사업을 하는 회사이다.그러나 포지셔닝이 명확하지 않아 중저가 및 고가 제품이 모두 혼재되어 있어 업계에서 지명도가 전혀 없었다.게다가 출시한 신상도 시중의 천편일률적인 상품과 거의 동일하다 보니 전혀 특색이 없었다.현재 윤씨 그룹의 총체적 난국을 해결하려면, 소비자의 이목을 사로잡는 신상을 디자인한 뒤 유명 스타를 광고 모델로 발탁하여 홍보하는 것이다.이는 현재 상황으로 봤을 때, 가장 빨리 운영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이다.디자인 쪽은 이서가 자신 있지만, 광고 모델을 찾는 건…….이서는 눈살을 찌푸렸다. 갑자기 걸 맞는 브랜드 광고 모델이 떠오르지 않았다.퇴근길에도, 여전히 이 문제를 생각하고 있던 이서는 집에 도착했는지도 몰랐다.임현태가 얘기해
쿡과 ML국에 가기로 확정한 후 임하나와 이상언도 이서 네를 따라 가겠다고 의사를 밝혔다.“마침 나도 연차가 남아 있어서…….”임하나는 동경하는 표정을 지었다.“이서야, 우리 가서 스키도 타자! 내가 알아봤는데, 지금 ML국은 스키 타기 딱 좋은 계절이래.”이상언이 ML국에 가기로 한 건 온전히 임하나를 위해서였다.그는 사석에서 이서와 지환에게 얘기했다.“마침 수습시간 3개월이 곧 다 되어서…… 나, ML국에서 하나 씨한테 정식 남친으로 전환해 달라고 얘기해보려고…….”“제가 좀 도와드릴까요?”“그냥 모르는 척해주세요.”“네.”지환은 침묵했지만, 답은 이미 자명했다.남은 며칠 동안, 임하나와 이상언은 스키 장비를 준비하느라 바빴다. 이서는 회사 관련 일을 심소희에게 맡겼다.“혹시 뭔 일 있으면 바로 전화해. 시차 같은 거 신경 쓰지 말고. 24시간 핸드폰을 켜 둘 테니…….”이서는 자료 몇 부를 심소희에게 건네주었다.“지금 가장 중요한 사안은 채용이야. 채용할 때 경험의 유무 보다는, 상대방의 능력을 가장 우선적으로 생각해. 알았지?”“네.” 이서와 함께 일을 하게 된 심소희는 열의가 넘쳤다. 이서가 지환과 함께 웨딩 사진을 찍으러 간다는 것을 알고 그녀는 기대가 넘쳤다.“언니, 사진 나오면 저에게도 보여줘요.”그녀도 서우 직원들처럼, 이서의 남편이 궁금했다. 대체 얼마나 대단한 인물이길래, UFC의 무패 챔피언인 임현태도 무색하게 만드는지 말이다.“알았어.”이서가 말했다.“기회가 되면 소개시켜 줄게.”“정말이요?” 심소희는 흥분했다.이서는 심소희의 어깨를 두드렸다.“너무 기대하지 말고, 우리 남편…… 그냥 평범한 사람이야.”괜히 기대감만 높였다가 지환을 만났을 때 실망하면, 지환에게 상처가 될까 봐 걱정되었다. 그래서 서둘러 심소희의 예상 기대치를 낮췄다.심소희는 믿지 못하는 눈빛이었다.“언니 짝이라면, 분명 훌륭한 사람이겠죠.”이서는 하마터면 고개를 끄덕일 뻔했다.‘지환은 확실히 훌륭하다.’‘유일한 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