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들 눈을 크게 뜨고 자신의 귀를 의심하였다. 시선은 일제히 임현태에게 떨어졌다.이 덩치 큰 운전기사가 UFC의 무패 챔피언이라니.“윤 총괄님…….” 이미 윤 총괄이란 호칭에 익숙한 사람들은 습관적으로 이서를 윤 총괄이라 불렀다.“남편이 정말 대단한 분이네요. 와, 격투기 챔피언이었어.”“너무 로맨틱한 거 아니에요? 격투기 챔피언이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 기꺼이 격투기를 포기하고 매일 아내를 출퇴근시키다니…….”“와, 정말 몰랐어. 거친 남자인 줄 알았는데 이렇게 세심하다니.”“…….”임현태의 얼굴은 이미 땀투성이가 되었다.더워서가 아니라 추워서.사람들의 아부성 멘트를 들으며 이서는 의미 심장한 웃음을 지었다.“모두가 오해하셨어요. 임현태 씨는 제 남편이 아닙니다.”사람들은 어리둥절한 눈빛으로 장지완을 쳐다보았다.“그런데 부 총괄님이…….”그 때 장지완이 그럴싸하게 얘기해서 다 믿었는데.이서의 말을 듣고 장지완은 순식간에 정신을 차렸다. 그녀는 비웃으며 말했다.“그래, UFC 격투기 챔피언이 어떻게 네 남편이 될 수 있겠니?”그러고는 곧 의미심장한 웃음을 터뜨렸다.“설마 매일 출퇴근시키려고 돈 주고 고용한 건 아니겠지? 네 가난뱅이 남편이 고용할 능력은 안 될 테고……. 그런데 어쩜 좋아? 우리 회사에는 UFC에 관심 있는 사람이 없으니, 알아보는 사람도 없고…… 괜히 허세 부리려다 너 헛돈 썼어……. 하하하.”이서는 장지완의 상상력에 대해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어처구니없어 입을 열어 말하려고 하는데 마침 구태우가 한걸음 앞서서 말했다.“더는 눈 뜨고 볼 수 없네. 매일 출퇴근시키고 기사를 자처한 건 짝사랑하기 때문인 걸 모르셨나 봐?!”이 말이 나오자 임현태조차도 고개를 돌려 구태우를 보았다.‘뭐? 내가 사모님을 짝사랑한다고?! 죽고 싶어 환장했나?!’구태우는 땅바닥에 흩어진 자료들 속에서 서류 한 장을 찾아 이서에게 건네주었다.“임현태 씨는 H국 사람이지만, 오랫동안 외국에서 거주했어요. 해외에 가기전에 이
“연적의 인정을 받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 이미 최고의 평가이지?”“정말 점점 더 궁금하네, 윤 총괄님 남편은 대체 누굴까!”“…….”임현태의 방금 전 얘기를 듣고서야 이서는 비로서 긴장을 풀었다.곰곰이 생각해 보니, 임현태가 그녀에게 지나친 행동을 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또한 자기 감정도 드러낸 적도 한번도 없었다.‘진짜 다 내려 놓았나 봐.’그녀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그럼 됐어요.”근데 지금은 임현태와의 일을 처리할 때가 아니었다.이서는 고개를 돌려 눈이 풀린 채 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장지완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한손으로 사무 책상을 긁으며 입으로 중얼거렸다.“하하, UFC무패 챔피언이 윤이서를 짝사랑 한다니. 허허, 왜 다들 윤이서를 좋아하는 거야? 왜 아무도 날 좋아하지 않는 거냐고……? 왜……?”심한 외부적 자극으로 잠시 실성한 사람들을 이서는 텔레비전에서 본적이 있었다.그녀는 몸을 웅크리고 장지완의 눈동자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그리고 장지완이 핑크 리본 대자인대회 심사위원들에게 준 뇌물 증거를 꺼냈다.“이건 당신이 핑크 리본 디자인대회 심사위원들에게 송금한 기록들이야.”이서는 장지완의 귀에 다가갔다.“핑크 리본 대회는 해외에서 주최한 공모전이라 국내에서 이걸로 고소 고발할 수 없지만, 위 증거들은 당신이 자기 작품을 공모전에 제출했다는 증거인 셈이지…….”잠시 멈추었다가, 장지완의 흐리멍덩한 눈빛을 보며 이서는 계속 말했다.“그러니까 당신은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자신의 작품이 공모전에 출품했다는 것을 알고 있은 거야. 다시 말해서, 당신은 강수지가 내 이메일로 당신의 작품을 주최측에 보낸 것을 알고 있었다는 거지. 지난 번에는 누명을 강수지에게 덮여 씌웠지만, 이 증거들 앞에서 이제 발뺌하기 어려울 거야.”장지완의 손에 걸린 책상들이 연쇄반응이 일어난 것처럼 겹겹이 넘어지면서 바닥에 부딪혀 ‘쿵’ 하는 소리가 냈다.그녀의 얼굴에는 핏기가 하나도 없었다.30분 뒤, 출동한 경찰은 장지완을 데리고 갔다.이서는
“소희야, 왜 그래? 무슨 일이야?” 이서는 시종 입을 꾹 다물고 있는 심소희를 보며 참을성 있게 물었다.심소희는 고개를 들어 이서를 보았다. 이서의 격려의 눈빛을 보고서야 입을 열었다.“언니, 저도 윤씨 그룹으로 데려가면 안될까요?”이서는 그녀의 말을 듣고 웃었다.“나랑 같이 윤씨 그룹으로 가고 싶어?”심소희는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가 곧 다시 말했다.“언니, 저 절대 무임 승차하려는 게 아니고……. 어, 아니다. 저 언니 옆에 딱 붙어서 언니한테 일을 배우고 싶어요…….”말하면서 심소희도 혼란스러운지 얼굴이 빨개졌다.이서는 웃으며 말했다.“네 뜻을 알겠어.”이서의 따뜻한 목소리에 심소희는 단번에 진정되었다. 그녀는 감격스러운 눈빛으로 이서를 바라보았다.“언니, 저 입사한 뒤, 언니한테 정말 많이 배웠어요. 그래서 계속 언니 옆에 있고 싶어요. 절대 언니가 대표이사가 되어서가 아니에요.”이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심소희가 진심인 걸 알지만…….“소희야, 직장생활은 너무 감정적으로 대해서는 안 돼.”이서가 직설적으로 말했다.“윤씨 그룹 상황은 너도 이미 잘 알고 있지? 거긴 지금 난장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야. 네가 지금 날 따라가면 아마 고생을 많이 하게 될 거야.”윤씨 그룹은 현재 내우외환에 처해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앞으로 회사 운영이 생각만큼 쉽지는 않을 것이다.하지만 이 막중한 임무를 해결한다면, 그녀뿐만 아니라 함께 한 사람들에게도 비약적인 개인 발전을 가져올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심소희는 진지한 눈빛으로 이서를 바라보았다.“언니, 나 고생하는 거 두렵지 않아요. 고생한 보람이 있으면 돼요.”그녀는 이서 곁에만 있으면 자신의 고생이 헛되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다.“좋아.” 심소희의 진정성 있는 대답에 이서가 말했다.“그럼 나랑 가자.”심소희는 희색이 만면했다.“언니, 고마워요. 저 열심히 할 게요.”이서는 그녀의 어깨를 두드렸다.“서우 쪽 사직 절차가 마무리되면
임현태가 이렇게 말하자 이서는 오히려 부끄러워했다.“그러나 드릴 건 드려야지요.”“아니요, 이미 받았습니다.”이서는 개인적인 성장이나 발전 등 정신적인 보상을 얘기하는 줄 알았다. 임현태가 방금 말한 별장과 체육관은 전혀 연관 짓지 않았다.임현태가 이렇게까지 얘기하자, 이서도 더 이상 따지지 않았다.“그래요, 고마워요, 임현태 씨.”임현태는 이서를 집까지 바래다주었다. 지환은 이미 집에 와있었다.이서가 돌아오는 것을 보고 웃으며, 그녀의 개미허리를 한 팔에 껴안았다.“우리 자기는 시간을 철저하게 지키는구나. 시간 딱 맞게 왔네.”이서는 지환의 가슴을 밀었다. 이전에 임현태가 그를 짝사랑한다는 걸 몰랐을 때는 아무런 거리낌 없이 지환과 껴안고 뽀뽀하는 등 친밀한 동작을 했지만, 그러나 지금은…….지환은 이서의 마음을 알아차린 듯 이서를 풀어주며 임현태에게 말했다.“우리 얘기 좀 하지.”이서는 깜짝 놀랐다. 긴장한 나머지 지환의 넥타이를 잡고 눈빛으로 임현태가 짝사랑하는 일을 알고 있는지 물었다.한편으로는 지환이 어떻게 알았는지 궁금하기도 했다.이서의 손을 잡은 지환은 괜히 마음이 찔렸다. 그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걱정 마. 별일 없을 거야.”이서는 지환의 넥타이를 힘껏 움켜쥐었지만, 그의 깊은 눈동자에서 점점 길을 잃고 곧 넥타이를 서서히 풀어줬다.두 사람이 문 쪽으로 걸어가는 것을 보고 이서는 긴장한 나머지 침을 꼴깍 삼켰다.“지환 씨, 빨리 와요.”소녀는 촉촉한 눈을 하고 있었다. 황혼 녘 햇살의 부드러운 빛이 그녀의 몸에 드리우며 그 모습이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처럼 몽환적이고 신비해 보였다.지환은 입술을 올리며 말했다.“응.”별장을 나서자 임현태는 황급히 얘기했다.“회장님 걱정 마세요. 사모님께 이제는 다 내려놓았다고 말씀드렸어요. 그리고 앞으로도 절대 사모님께 다른 마음을 없을 거라고 약속했어요.”‘편히 사는 게 싫다면 모를까나…….’지환은 손에 든 라이터를 가지고 놀며 웃는 듯 마는 듯한 표정을 지었
꿈에서 반쯤 깨어났을 때, 이서는 자신이 침대가 아니라 부드러운 꽃밭에 누워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꽃밭에서 그녀는 각양각색의 꽃향기를 맡았던 것 같았다.마침내 깨어난 이서는 손가락으로 지환의 턱을 가볍게 짚었다.지환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그녀의 손에 키스했다.“괜찮아?”“음, 근데 배고파요.”지환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이천에게 음식 좀 사오라고 할게.”“지금이 몇 시인데? 퇴근했겠죠…….”“아니야.” 지환은 핸드폰을 들고 이천에게 메시지를 보내고는 핸드폰을 침대 머리맡에 놓았다.“15분 뒤면 올 거야. 먼저 내려가서 빵이나 좀 가져올 게.”“아니요.” 이서는 얼굴을 붉혔다. 그는 일어나 지환의 눈을 바라보며 잠깐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나, 당신에게 할 말 있어요.”“무슨 일인데?”“임현태 씨…….” 이서는 고개를 살짝 옆으로 돌리며 말을 이었다.“임현태가 나를 짝사랑하는 일에 대해…….”여기까지 말하고, 그녀는 또 얼른 지환을 살폈다.“걱정 마요, 우리 다시는 안 만날 거예요.”지환은 볼에 달라붙은 그녀의 젖은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겼다.“나, 그렇게 속 좁은 남자 아니야. 이미 임현태랑 얘기 끝냈어. 앞으로 계속 자기 운전기사로 있어달라고 얘기했어.”이서가 눈을 깜박거렸다.지환은 계속해서 말했다.“게다가, 자기를 짝사랑하는 사람이 있는 것도 정상이지. 내 아내가 얼마나 훌륭한 사람인데…….”이서는 다시 눈을 깜박였다.“그런데…….”“그런데 뭐?”“상언 씨가…… 당신 열등감이…….”지난번에도 소지엽과 아무 사이도 아니었는데, 스캔들이 났다고 열등감에 달려가 술이 떡이 되도록 마셨었다.그런데 이번에는 임현태가 그녀를 짝사랑한다고 했다.지환은 잠깐 멍해 있다가 곧 이마로 이서의 이마를 받쳤다.“내가, 열등감이 있다고?”낮고 부드러운 목소리에 따스함이 느껴졌다.이서의 얼굴이 빨개졌다.지환은 손가락으로 이서의 손가락을 짚으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목소리에 왠지 희열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양전호와 구양태도 눈이 휘둥그레졌다.한차례 실랑이나 우여곡절이 있을 줄 알았는데, 이서가 이렇게 화끈하게 승낙할 줄은 몰랐다.그러자 그들은 이서가 무슨 음모가 있는 게 아닌지 의심했다.“정…… 정말 우리가 투자를 철회하는 거에 동의한다는 거지?”양전호가 물었다.“싫다는 사람 잡지 않습니다. 두분께서 윤씨 그룹과 함께 하는 걸 원하지 않는다면 저 또한 억지로 잡을 생각 같은 건 없습니다.”CEO 선출에 성공했을 때 그녀는 벌써 이런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구체적 절차는 담당직원이 안내할 겁니다. 혹시 또 다른 업무가 있을까요?”축객령이 떨어진 셈이다.“없네, 구체적 절차를 밟을 때도 이렇게 통쾌했으면 하네.”말을 마치고, 두 사람은 가버렸다.직원들은 양전호와 구양태가 이서의 코를 납작하게 해줄 거라고 기대했는데, 일이 뜻밖에도 이렇게 빨리 끝나니 왠지 시시하다고 느껴졌다.윤아영은 방금 발생한 일을 얼른 윤수정에게 문자로 보냈다.문자를 막 보냈는데, 갑자기 이서의 냉랭한 목소리가 들려왔다.“현태 씨, 모든 사람을 집합시켜 주세요!”임현태는 고개를 끄덕이며 사무실 내의 모든 사람들을 불러냈다.반항하던 사람들도, 임현태의 울근불근한 근육질을 보고는, 순순히 홀에 나왔다.약 200여명의 직원이 다 모였다.이서는 뭇사람을 훑어보았다.방금 서류를 확인해 보니 윤씨 그룹 직원은 총 225명이었다. 고위층 관리직의 90%는 윤재하 부부의 친인척으로, 할 줄 아는 거 없이 자리만 지키는 허수아비들이었다. 전부 교체해야 하지만, 한꺼번에 큰 물갈이를 하는 것은 분명히 비현실적이라 조금씩 야금야금 진행할 수밖에 없다.일반 직원 중 윤씨 부부 친인척의 비중은 45%로 고위층 관리자에 비해 그리 높지 않았지만, 그래도 일반적인 가족 기업에 비해서도 매우 높은 비율이었다.오늘 이서가 할 일은, 먼저 이 45%의 비율을 낮추는 것이었다.200여 명의 직원 앞에 나선, 이서의 카리스마는 그 누구한테도 뒤지지 않았다.“여러분 중에 내가 윤씨 C
그럼에도 큰 파장을 불러왔다.제명된 홍보팀 팀장이 바로 윤아영의 엄마, 양춘매였다.윤아영을 겨냥한 결정은 아니었다. 이서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현재 기업 상태로 봤을 때, 홍보팀은 있으나 마나한 부서였기 때문이다. 할 일은 없고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부서였다.이서는 공밥을 먹는 사람을 그냥 두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래서 그 이 자리에 누가 앉았던 해고했을 것이다.그러나 양춘매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자신과 딸이 동시에 호명되자, 그녀는 즉시 울부짖었다.“세상에, 우리 모녀를 피 말려 죽일 셈이냐? 이게 무슨 회사 사장이고 대표이사야, 살인범이지! 살인범!”히스테리를 부리는 양춘매의 목소리가 쩌렁쩌렁하게 울렸다.울고불고 난리 부르스를 떨어도 이서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호명되신 분들은 권고사직으로 처리되어 3개월의 임금을 위로금으로 지불할 예정입니다. 만약 소란을 피운다면 징계 해고로 처리하겠습니다.”그녀의 말이 떨어지자, 소란에 가담하려던 사람들도 가만히 잠자코 있었다.얼굴이 창백해진 윤아영은 윤수정에게 다시 문자를 보내고자 했다. 휴대폰을 확인해보니, 어느새 윤수정의 답장이 와 있었다.윤아영의 눈동자가 반짝였다.그녀는 갑자기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여러분, 윤이서의 속임수에 넘어가지 마세요. 여러분 오늘 호명된 사람들 모두 윤씨 집안 사람들입니다. 우리 윤씨 사람들을 쫓아내고, 회사를 자기 주머니에 넣으려는 수작이 틀림없습니다.”이서가 윤아영을 바라보았다.논리가 분명한 것이 배후에 틀림없이 조언자가 있을 거라고 짐작했다.이서도 이런 상황을 일찌감치 예상했다.어쩌면 윤씨 집안 친인척들에게 일부러 보여 주기식 작전이었을 지도 모른다.“우리 함께 힘을 합칩시다!”윤아영은 밖으로 나와 전체 직원들을 향해 팔을 휘두르며 소리쳤다.“우리 윤이서에게 맞섭시다. 안 그랬다간 앞으로 틀림없이 회사를 제멋대로 주무르려고 할 겁니다.”사람들은 이서와 윤아영을 번갈아 보며 소곤소곤 속삭였다.결국 인사팀의 윤재기가 나섰다.윤재하와
윤재기는 심장이 철렁했다.그러나 이미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자, 꼬리 내리고 물러나기에는 자존심이 허락치 않았다. 그는 몸을 돌려 직원들에게 말했다.“나를 따르고 싶은 사람은 나오세요!”상황을 보고 윤아영이 제일 먼저 그녀의 어머니 양춘매를 끌고 나섰다.두 모녀는 주위 사람들을 계속 부추겼다.“여러분 두려워할 거 없어요. 수정언니가 지금 새 회사 설립 중입니다. 그것도 바로 위층에서요. 여기서 나가서 바로 수정언니 새 회사에 입사할 수 있습니다.”위층에 새 회사가 들어온다는 건 다들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윤수정이 새로 회사를 설립한다는 얘기에 다들 마음이 흔들렸다.윤아영과 양춘매의 뒤로 다가가는 사람이 점점 많아졌다.얼마 지나지 않아 200여 명의 직원 중 절반 이상이 윤아영 쪽에 모였다.이서 쪽에는 90여 명만 남았다.남은 사람들도 저쪽으로 가야 할지 말지 망설이고 있었다.윤아영이 다시 선동했다.“이쪽으로 오세요. 내가 장담하는데, 여길 그만 두면 위층 회사로 갈 수 있어요. 거긴 수정언니 회사에요. 분명히 하은철 대표가 자금을 지원했을 겁니다.”하은철이라는 이름을 언급하자, 또 절반정도가 넘어갔다.그러나 윤아영은 이에 만족하지 않았다. 그녀는 이서를 독불장군으로 만들 심산이었다.“설마 아직 망설이는 분 있는 건가요? 윤씨 그룹이 윤이서 손에서 잘 될 거 같아요?”눈 깜짝할 사이에 또 수십 명이 넘어갔다.처음부터 끝까지 이서는 시종일관 지켜만 볼 뿐,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윤아영이 승리의 여신마냥 득의양양한 시선으로 이서를 째려보았다. 이서는 마침내 입을 열었다.“또 있습니까? 있다면 빨리 가세요. 기회는 이번뿐입니다.”이서의 말이 떨어지자, 또 몇 명이 넘어갔다.이 상황을 지켜본 임현태는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사람들 앞에서 뭐라고 말하기가 뭐해 조용히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이직할 사람은 와서 이직절차를 마치시고, 남고 싶은 사람들은 자기 자리로 돌아가기 바랍니다.”이서의 말이 떨어지자, 이직하고 싶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