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좋은 것을 보고 나면, 다른 것들은 눈에 차지 않는 법이다.실눈을 뜨고 웃는 쿡은 지환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지환, 네 와이프는 너보다 훨씬 사랑스러워.”지환은 눈썹을 치켜 세우며 일언반구도 안 했다.세 사람은 또 앉아서 촬영지에 대해 토론했다.그들은 일반 신혼부부들이 하는 실내 배경을 이용한 웨딩 촬영이 아닌 현지 촬영방식에 대해 논의했다. 비용이 걱정이 됐지만 그래도 평생 한 번뿐인 촬영이니 이서도 잠자코 있었다.이서는 보는 곳마다 다 가고 싶었다.눈, 낙엽, 해변, 잔디…… 모든 배경이 아름답고 낭만적이었다.어디를 골라야 할지 결정장애가 발동된 것 같았다.“음……, ML국에 가서 촬영하는 건 어때요?!”이서는 한참을 고민하다가 설경이 가득한 모로코에 손가락을 짚었다.쿡이 지환을 쳐다보았다.지환은 한 손은 이서의 허리를 감고, 다른 한 손은 책상을 탁탁 두드렸다.“다른 곳은 별로야?”“다 너무 마음에 드는데…….” 고개를 돌리자 지환의 시선과 마주쳤다. 이서는 심히 고민되는 듯 말했다.“하나만 골라야 하니까 힘들어요.”“왜 하나만 골라야 돼?” 지환은 입술을 올리며 손을 들어 이서의 머리를 비볐다.“마음에 들면 다 고르면 되지.”이서는 눈을 크게 뜨고 쿡의 방향을 한 번 보고서는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당신 미쳤어요. 다 고른다니? 여기에 적어도 30여 개 나라가 있는데, 항공료만 해도 수천만 원이 들겠어요. 쿡이 무료로 촬영해준다고 해도 웨딩드레스에, 해외 나가서 먹고 마시는 것도 다 돈이라고요.”지환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그는 돈 문제가 아니라 이서에게 그의 정체를 들킬까 봐 걱정이었다.이서가 여기 있는 모든 곳을 다 가고 싶어하는 걸 알기에 남편으로서 당연히 그녀를 만족시켜 주고 싶었다.그러나 정말 그렇게 하려면 이서가 의심하지 않도록 합리적인 이유를 찾아야 한다.이서를 속이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그럼 먼저 ML국으로 하자.”지환은 이서를 끌어안고 일어섰다.“시간이 늦었네. 우리
이서는 잠깐 넋을 잃고 지환의 가슴에 기대어 허리를 꼭 껴안았으며 가슴으로 파고 들었다.“지환 씨…….”긴장하게 팽팽히 당겨진 활시위가 이서의 행동으로 무너지는 것 같았다. 지환은 이를 악물었다.“자기, 지금 나를 죽일 셈이야?”차는 30분 후에 별장에 도착했고, 이서는 1분 뒤에 침대에 눕혀졌다.그의 키스가 그녀의 입술을 사정없이 뭉갰다. 이서는 끊임없이 솟구치는 화산을 마주하는 것 같았다.그의 사랑처럼 뜨겁고 강렬했다.그녀는 주동적으로 두 손을 뻗어 지환의 목을 껴안았다.다음 날은 마침 휴일이어서, 이서는 잠을 푹 잘 수 있었다.지환은 아무 일 없는 사람처럼 아침 일찍 출근했다.오후까지 잠을 자고 일어난 이서는 그제야 움직일 힘이 좀 생긴 것 같았다. 그는 구태우에게 전화를 걸어 박도양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물었다.[빅토리아 병원 입구에서 병원장을 기다리고 있습니다.]구태우는 키보드를 두드리며 말을 이었다.[오늘 오후 3시에 병원장이 특강이 있거든요.]“감사합니다.”말을 마치고, 전화를 끊은 그녀는 곧 이상언에게 전화를 걸었다.“상언 씨, 혹시 빅토리아 병원장 알아요?”[알죠.]이상언은 맞은편의 지환을 흘겨보며, 한가로이 다리를 꼬고 물었다.[왜요, 이서 씨?]그는 고의로 ‘이서’ 두 글자를 강조해서 말했다.역시나! 맞은 편에서 컴퓨터에 집중하던 남자가 고개를 들어, 이글이글한 눈빛으로 이상언을 바라보았다.“내 친구가 그 병원에서 시험관 시술을 받고 싶어하는데, 그 집 사정이 그렇게 넉넉치 못해요. 혹시 다른 방법을 통해서 그 병원에서 치료받게 할 수 있을까요?”[물론이죠.]이상언 일가도 빅토리아 병원의 투자자 중 하나였다. 따라서 그가 한마디만 하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친구가 언제쯤 간대요? 나도 그 때 같이 갈게요.]“급하지 않아요, 친구와 이야기 나눠보고 다시 전화할 게요.”[그래요.]이상언은 전화를 끊었다.고개를 들자 맞은편에 앉아있는 지환이 눈살을 찌푸리며 마치 극악무도한 악인을 쳐다보는 눈
그는 차에 앉아 수시로 고개를 들어 병원 입구 쪽을 바라보았다. 아마도 병원장이 오는지 지켜보고 있는 듯했다.이서는 하이힐을 밟으며 차 옆으로 걸어갔다.박도양은 한눈에 이서를 알아보았다.“큰아가씨.”이서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얘기 좀 할 수 있을까요?”“저 지금 누구 좀 기다리고 있는 중입니다.”“알고 있어요.”이서는 자료를 꺼내 박도양에게 던졌다.“매년 이 고액의 치료비는 어디서 왔는지 설명해 줄 수 있습니까?”박도양은 서류들을 한 번 쓱 훑어보고 당황했다. 그래도 감방에 한 번 다녀온 사람이라 곧 침착함을 되찾고,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세게 나왔다.“내 친척이 빌려준 건데, 뭔 문제라도 있나요?”“윤재하가 당신 친척이던가요? 난 왜 몰랐을까?”이서는 말하면서 그에게 두 번째 서류인 계좌 이체 기록을 던졌다.매번 이체할 때마다 다른 계좌 번호를 사용하지만, 이 계좌들은 결국 모두 다 윤재하를 가리켰다.박도양의 안색이 보기 흉해졌다. 그는 자리를 뜨고 싶었지만 너무 긴장한 나머지 시동조차 걸리지 않았다.그는 손을 뻗어 이마의 땀을 닦았다.“큰아가씨, 당신은 제 상사가 아닙니다. 당신의 질문에 대답할 의무가 없어요!”이서는 입꼬리를 올렸다.“제게 진상을 알려주면 제가 진 받을 수 있게 해 드릴 게요.”말하면서 그녀는 고개를 돌려, 뒤에 있는 빅토리아 병원을 쳐다보았다.이서의 말을 들은 박도양은 비웃듯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내가 뭘 믿고? 큰 아가씨, 설마 아직도 자기가 그 옛날 아가씨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요? 여기 이 빅토리아 병원, 최소 100억 원 이상의 자산을 가진 사람들만 출입가능한 자격이 주어진다고요. 빅토리아 앞에서 아가씨나 나나 출입이 안 되는 건 마찬가지라고요.”이서는 눈썹을 치켜세웠다.“난 내 입으로 뱉은 건 지키는 사람입니다.”박도양은 허허 냉소를 지었다.“만약 하은철과 결혼했더라면, 이 말을 믿을 수도 있겠죠……. 그런데 당신 아버지의 얘기를 들으니, 남편이 흙수저라며? 돈 없고 백도 없는
그제야 사람들은 주차장에 그들 외에 사람이 한 명 더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김 원장은 이서를 쳐다보고는, 두 사람이 한통속인 줄 알고 경호원에게 호령했다.“저 여자도 같이 치워버려!”“잠깐만요, 김 원장님…….” 이서가 김 원장 앞으로 다가가 말했다. “원장님께서 저는 몰라도 이상언 의사 선생님을 알고 계시죠?”김 원장은 금테 안경을 잡고는 무시하듯 말했다.“당연히 알죠. 왜요? 이 선생 친구라고 하려고요?”.“저 이상언 씨 친구 맞습니다.”김 원장은 웃음이 터져 나왔다.“아가씨, 내가 매일 이곳을 지나다닐 때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상언 선생 친구라고 사칭하면서 나한테 접근하는지 알아요? 사기꾼들 같으니라고, 이상언 선생이 이 병원의 최대 주주라는 소식은 어디서 알아가지고? 다들 친구래? 뭐, 이상언 선생을 알 수도 있겠죠? 하지만 중요한 건 이상언 씨가 아가씨 알아요?”이 병원의 최대 주주가 이상언이라니, 이서는 생각지도 못했다.그녀는 지금까지 이상언이 비교적 유명한 외교의사인 줄로만 알았다.“이상언 씨가 나를 아는지 모르는지는 김원장이 직접 확인해보면 되겠네요.”이서는 휴대전화를 꺼내 이상언의 전화번호로 입력하고 전화를 걸어 김 원장에게 건네주었다.반신반의하며 휴대전화를 넘겨받은 김 원장은 전화번호를 한 번 보고, 긴장한 나머지 땀을 뻘뻘 흘렸다. 전화기 너머로 이상언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얼굴색이 급변하면서, 고개를 들어 이서를 바라보는 눈빛도 순식간에 공손해졌다.“네, 네, 반드시 그 친구를 잘 치료하겠습니다!”통화를 마친 김 원장은 공손하게 휴대전화를 이서에게 돌려주었다.“윤이서 씨, 제가 눈이 멀었습니다. 당신이 이상언 의사 친구라는 것도 못 알아보고…… 정말 미안하게 됐습니다!”이서는 휴대전화를 들고 담담하게 말했다.“뭐 그럴 수도 있죠. 상언 씨 친구라고 사칭하는 사람이 한 둘도 아니고……. 저 오늘 원장님 특강을 들으러 왔어요. 가능하죠?”“그럼, 당연히 가능하죠.”옆에 있던 박도양은 멍해서 두 사람
김 원장은 이서의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대답했다.“이서 씨 친구이니, 당연히 가능하죠. 지금 바로 산아내과에 전화해서 등록할 수 있도록 조치하겠습니다.”이서는 김원장에게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바로 고개를 돌려 박도양을 쳐다보았다.“부디 다른 수작 안 부리길 바랍니다.”박도양은 쓴웃음을 지었다.“윤 회장을 도와 분식회계 한 것도 아이 때문이었어요. 장부, 옥살이…… 이런 건 나한테 결코 중요하지 않아요.”이서는 일순 박도영이 불쌍하게 느껴졌다.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오직 아이를 갖기 위해 모든 위험을 감내하는…… 이는 미친 짓이었다.그녀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30분 뒤 박도양의 아내는 비밀 장부를 들고 병원 입구에 도착했다. 빅토리아 병원에서 진료 가능하다는 얘기에 두 사람은 기뻐서 부둥켜안고 통곡했다.나중에야 비밀 장부를 이서에게 넘기는 조건사항이 있다는 걸 알고, 그녀는 망설였다.“여보, 이서 씨에게 줍시다. 이서 씨 도움 없이 우리 여기서 진료 못 받아요.”“그런데…….”박도양 아내는 뭔가 입을 열려다 다시 다물었다.“괜찮아요, 줘요.”박도양 아내는 잠깐 망설이다가, 큰 맘 먹은 듯 입술을 꽉 물고 장부를 이서에게 건넸다.이서는 건네받은 장부를 펼쳐 보았다. 몇 페이지를 넘겨보니 진짜 장부가 맞았다.그녀는 몸을 돌려 김 원장에게 말했다.“원장님, 가시죠.”두 사람이 몇 걸음 못 갔는데 박도양 아내가 뒤에서 쫓아왔다.“아가씨, 부탁 하나 해도 될까요?”“뭔데요? 얘기하세요.”“이 장부를 경찰이나 검찰에 넘기지 말아 주세요.”박도양 아내가 눈물을 흘리며 말을 이었다.“이 모든 건 윤재하 회장이 시킨 일입니다. 우리 남편은 아이 때문에 부득이하게 하게 되었고요…….”그녀의 눈물을 보면서도 이서는 이상하게도 전혀 안쓰러운 생각이 들지 않았다. “상황 봐서요…….”말을 마치고, 그녀는 김 원장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병원에 들어갔다.박도양과 아내도 곧 산아내와 간호사의 안내에 따라 검사를 받으러 들어갔다.
집에 돌아온 지환은 오늘 따라 집안 분위기가 좀 가라앉았다는 걸 직감했다.그는 웃으며 요리하고 있는 이서를 뒤에서 안았다.“누가 우리 애기, 기분 나쁘게 했을까?”이서가 박도양을 찾아간 걸, 지환은 이미 알고 있었다.그녀는 지환을 밀며 평소와 같은 표정을 지었다.“아니에요. 그런 거 없어요.”“근데 왜 세상 걱정을 다 짊어지고 있는 듯한 얼굴이지?” 지환은 이서의 손에 든 오이를 빼앗아 칼질하기 시작했다.“아니에요.” 이서는 욕실에 들어가 거울을 봤다. 주방으로 다시 돌아왔을 때 지환은 이미 오이를 다 썰었다.“또 날 놀렸죠?”지환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잠깐만 기다려, 밥 다 되면 부를 게.”이서는 가지 않고 벽에 기대어 주방에서 음식 하느라 바쁜 지환을 보며 입을 뗐다.“지환 씨 나랑 결혼한 거 후회한 적 있어요?”지환은 고개를 돌리지도 않고 되물었다.“왜 갑자기 그런 질문을……?”“전에 지환 씨가 아이 갖고 싶댔잖아요. 내가 싫다고 한 이후로, 한 번도 얘기를 안 꺼낸 거 같아서요…….”이서는 잠깐 뜸을 들이고는 계속 말했다.“만약 내가 계속 아이 가질 마음이 없다면, ……지환 씨 괜찮겠어요?”지환은 눈살을 찌푸리며 답했다.“난 자기와 결혼한 걸 한 번도 후회한 적 없어. 아이는…….”그는 시선을 음식 조리에 집중하며 말했다.“그 때도 아이 얘기 꺼낸 건…… 아이를 좋아해서 원했던 건 아니였어.”“네? 그게 무슨 말이예요?” 이서가 눈을 깜박였다.“내가 그때 자기와 아이를 갖자고 했던 건…….”지금 생각하니 그때 자신은 참으로 바보 같았다. 그 사실을 인정하는 게 싫어서 그는 애매모호하게 말했다.“아이가 있으면, 자기가 하은철 곁으로 돌아가지 않을 거로 생각했거든.”이서는 지환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지환은 이서의 시선에, 도둑이 제 발 저린 듯 얼른 말을 이었다.“자기야, 나 그때 정말 정신 나갔었나 봐. 화내지 마. 앞으로 다시 아이 얘기는 안 꺼낼 게. 자기가 원하면 낳고, 싫으면 안 낳는 거야
윤씨 그룹은 소기업으로, 주주가 6명에 불과했다. 윤씨 가문이 최대 주주이지만, 윤수정이 윤씨 가문의 후보자가 경선에 나오는 지라, 선임 CEO인 윤재하는 투표권을 행사할 수 없었다.즉 다른 다섯 명만이 차기 CEO가 될 사람을 결정하게 된다.그런데, 이 다섯 명 중, 두 명은 하은철의 사람이다. 즉, 틀림없이 윤수정의 손을 들어줄 것이다.이서가 해야 할 일은 다른 세 사람을 그녀의 편에 서도록 설득하는 것이다.이 또한 그녀가 반드시 진짜 장부를 손에 넣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했다.이 장부만 있으면 윤씨 부부가 빼돌린 돈을 회수할 수 있으니.머릿속으로 생각이 정리되자마자, 임하나한테서 전화가 걸려왔다.[이서야, 오늘 점심에 너 드레스 보러 가자.]“너 출근 안 해?”[점심 시간에 두시간 정도 시간 낼 수 있어.]“그러자.” 이서는 쿡이 소개한 그 드레스 샵에 대해 별 기대를 하고 있지 않았다. 워낙 고가의 드레스 샵으로 유명한 곳이라.[그럼 있다가 전화할게.]“OK.”곧 점심 시간이 다가왔다. 이서와 임하나는 메리 컬러에서 합류했다.이상언도 같이 온 것을 보고, 이서는 깜짝 놀랐다.“상언 씨도 어떻게……?”임하나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기어코 오시겠답니다. 네가 웨딩드레스 입은 모습을 미리 보고, 지환 씨 앞에서 자랑한대나 뭐래나…….”말을 마치고 이서 앞에 다가가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남자들은 정말 유치해.”이서는 웃으며 반박하지 않았다.가끔 보면, 정말 유치한 거 같긴 했다.세 사람은 함께 웨딩드레스 샵에 들어갔다. 곧 직원이 반갑게 마중 나왔다.“어서 오세요. 어느 분 드레스를 고르실 건가요?”“저요.”직원은 위아래로 이서를 한 번 훑어보고 나서 환하게 웃음을 지었다.“신부님 같은 몸매는 어떤 웨딩드레스를 입어도 예뻐요.”이서는 웃으며 직원의 안내에 따라 샵 안쪽으로 들어갔다.상류층 인사들에게 인기가 많은 드레스 샵답게 드레스의 원단이나 재단이 세련되고 고급지며 단조롭지 않은 것이,
그들의 이러한 모습에 이서와 임하나를 약속이나 한 듯이 눈살을 찌푸렸다.임하나는 이서의 귓가에 대고 낮은 소리로 말했다.“이렇게 큰 스케일이라니, 설마 Y국의 여왕이 온 건 아니겠지?”인기척을 듣고 나온 점장은 경호원들을 보며, 곧 업무적인 웃음을 지으며 물었다.“무슨 일이신가요?”“우리는 이서정 씨 경호원입니다. 있다가 이서정 씨가 여기로 드레스 피팅 올 겁니다. 혹시 당신이 여기 점장인가요?”경호원은 고개를 들고 시선을 아래로 점장을 보았다.“직원 외 기타 사람들은 내보내기 바랍니다. 만약 이서정 씨 개인 사진 등이 노출되기라도 한다면, 앞으로 이 샵도 문 닫게 될 겁니다.”“이서정 씨요, 혹시 배우 이서정 씨 말하는 겁니까?”“네.”이서정이라는 얘기를 듣고, 점장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직원에게 손님을 내보내라고 했다.점심 시간인지라 드레스 샵에 손님이 그리 많지 않았다. 이서와 임하나 외에 한 명의 손님이 더 있었다.그 손님은 이서정이 온다는 얘기를 듣고 곧바로 쓱 나가버렸다.샵 측의 요구에 임하나는 갑자기 욱했다.“이서정이 뭔데? 여기 사장이에요? 뭔데 우릴 가라 마라야?!”직원이 난처한 듯 말했다.“이서정 씨는 하 회장의 아내입니다. 우리도 어쩔 수 없어요. 죄송합니다. 고객님, 양해 부탁드립니다.”이서도 굳이 이 샵에서 웨딩드레스를 살 생각이 없었던 지라, 임하나에게 말했다.“직원한테 그러지 마. 우리처럼 월급쟁이들이 무슨 힘이 있겠어. 위에서 까라고 하면 까는 거지. 참으로 쉬운 게 하나도 없다. 하나야, 이분들 난처하게 하지 말고 우리 가자.”임하나는 마음속으로 불쾌했지만, 굳이 따지지 않고 이서랑 샵에서 나오려던 참이었다.“이서정 너무한 거 아냐? 뭐가 그리 잘났는데? 내가 보기에 그녀는…….”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마주 오는 이서정과 이하영이랑 하마터면 정면으로 부딪힐 뻔했다.이서를 본 이하영의 얼굴에 웃음기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녀는 손을 들어 이서의 얼굴을 후려치려고 했다.다행히 눈치 빠른 임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