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야.”지환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보며 웃었다.“기밀이라고 하기엔 너무 평범한 정보지. 일반 사람들에게 알아도 그만 몰라도 그만한 정보지만 배시영한테는 아주 중요한……?”“진짜에요?”지환은 그녀의 입술에 키스했다.“내가 자기한테 거짓말하는 거 봤어?”곰곰이 생각해 보니 정말 없었다.이서의 눈에 강한 믿음이 내비쳤다. 지환은 만감이 교차했다. 이서의 절대적인 신임에 기뻐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몰랐다.“자, 커피 한 잔 마실까?”지환이 이서를 놓아주었다.이서는 그제야 주위에 많은 사람들이 그들을 보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그녀는 부끄러워 얼굴을 붉히며, 방금까지도 지환의 품에 안겨 운 걸 생각하니, 너무 창피해서 땅굴이라도 파고 숨고 싶었다.지환은 곧 커피 두 잔을 들고 돌아와 이서 옆에 앉았다.“조금 있다가 내가 데려다 줄게.”“아니요.”이서는 붉은 입술을 살짝 내밀고 지환의 몸 옆에 기대어 낮은 소리로 말했다.“나 속이지 마요, 알았죠?”지환은 긴 손가락을 한 번 치켜세우다가 잠시 뒤에야 가볍게 ‘응’ 소리를 냈다.이서는 눈을 들어 맑은 눈동자로 지환을 바라보았다.“나를 속이면 어떡할 거예요?”지환은 이서의 손을 잡고 키스를 하며 떠보듯 물었다.“어떻게 하면 좋을까?”“음…….” 이서는 끝소리를 길게 끌며 생각하다가 고개를 가로 저은 후 다시 웃으며 말했다.“난 당신이 나를 속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요.”“그렇게 날 믿어?” 지환이는 이서의 코를 가볍게 문질렀다.이서는 생각할 필요도 없다는 듯 바로 답했다.“물론이죠.”지환은 갑자기 그녀의 눈을 볼 수 없어 피했다.그는 손 옆에 있는 커피를 저으며 몸이 경직되었다.“만약에 말이야, 만약에 내가 너를 속였다면?”“당신은 나를 속이지 않을 거라고 했잖아요.”이서는 지환의 이상한 점을 눈치채지 못했다. 시간을 확인하고는 가방을 들었다.“시간이 늦었네요, 나 서둘러 돌아가야 해요!”지환은 이서의 손목을 잡아당겼다.“그냥 이대로 가려고?”“
“그런데 삼촌왜 왜 배시영에게 이서를 도우라고 부탁해요?” 하은철은 이해할 수 없는 듯한 표정으로 하경철에게 물었다.하경철은 눈치 없는 손자가 언짢긴 했지만, 그조차도 지환과 이서가 부부라는 확실한 증거가 없기에 참을 수밖에 없었다.“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하은철은 잠시 진지하게 생각했다.“왜냐하면…… 삼촌이 이서를 좋아하니까?”할아버지는 흐뭇하게 고개를 끄덕이다가 하은철의 다음 얘기에 화가 나서 피를 토했 뻔했다.“하지만 그것도 지극히 정상이예요. 어른들이 특히 이서를 예뻐하더라고요. 할아버지도 이서를 좋아하잖아요?”“…….”손자와 말이 통하지 않자, 하경철은 아예 말을 하지 않았다.“가서 배시영 불러와, 직접 물어 봐야겠어.”배시영은 방금 이천으로부터 앞으로 이서 앞에서 언행을 조심하라는 전화를 받았다.충격에서 벗어나기도 전에, 또 하경철이 그녀를 만나고 싶어한다는 하은철의 전화를 받았다.배시영은 핸드폰을 쳐다보며 입술을 살짝 찡그렸다.‘윤이서가 정말 대단한 인물이구나.’배시영은 하경철을 만나러 갔다.하경철은 단도직입적으로 그녀에게 물었다.“자네가 이서의 일을 대행한다고 들었네만, 내가 좀 궁금한 게 있어 자네를 불렀네. 내가 알기론 자넨 일류 대스타에다 국민적 지지도가 높은 사람들의 언론 대행만 맡는 걸로 알고 있는데……. 이서는 인지도도 없고 스타도 아닌데 왜……?”배시영은 웃으며 말했다.“어르신이 이렇게 물으시니 저도 숨기지 않겠습니다. 사실 저는 큰집 도련님께서 연예계에 진출할 계획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윤이서 씨가 비록 하씨 집안의 며느리는 아니지만, 어르신께서 매우 아낀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만약 제가 이서 씨를 도와준다면, 어르신도 틀림없이 저를 도와 큰집 도련님과 다리를 놓아주실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아닌가요?”하경철은 예리한 눈빛으로 배시영을 훑어보았다.“그러니까, 자네는 내가 자네를 도와줬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서를 도와줬다는 거네?”‘지환의 파워가 아니었던 겐가?’배시영은 표정 하나 변하지
“이 사람 장난이야.”임하나는 이상언을 째려보았다. 그녀의 귓불이 약간 뜨거워졌다.“우리 아직 연인사이 아니야…….”“응? 그럼?”“지금은 연애 인턴 기간이야. 3개월 수습기간이 끝나고 심사 기준에 도달해야만 정식으로 연인으로 발전할 수 있어.”“역시 노는 물이 다르구만.” 이서는 고개를 숙이고 채소를 썰었다. “다들 나가세요. 여기에 있으니 비좁고 거치적거려.”지환은 나가지 않았다.“난 오늘 자기 주방 보조할게!”이서는 그를 밀어냈다.“아니에요.”지환은 주방에 있겠다고 버텼지만, 결국은 이서에게 쫓겨났다.“자기야…….” 지환은 주방 벽 쪽에 붙어서 고개만 빼꼼 내밀며 말했다.“나, 질문 하나만 하고 바로 갈게.”“뭔데요?”“포도 샀어?”이서는 그 속에 담긴 깊은 뜻도 모르고 눈을 깜박였다.“샀어요, 왜요?”지환은 입술을 올리며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뒤돌아 갔다. 뒷모습에서 그의 기분이 좋다는 걸 알 수 있었다.‘남자란 본래 이렇게 단순한 동물인가? 포도 하나에 이렇게 기분이 좋다니…….’지환이 가고 얼마되지 않아 임하나가 들어왔다.“왜 들어왔어? 밖에서 기다리지?”임하나는 헤헤 두 번 웃고서야 이서의 곁에 다가가 걱정스럽게 물었다.“이서야, 동영상 그 일은……”이서의 표정은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응, 왜?”임하나는 그제야 시원하게 물었다.“혹시 내가 뭐 도와줄 거 없을까?”이서가 어떤 사람인지 십여 년지기 절친인 그녀가 가장 잘 알고 있다.이서가 나서서 해명하면 분명히 효과가 있을 텐데…….“고마워. 하지만 괜찮아, 내 쪽은 다 준비됐어.”“준비됐어?”임하나는 의외였다.“응…….” 이서는 말을 이었다.“너는 기다렸다가 좋은 구경이나 해.”임하나는 믿을 수 없었다. 이서가 그녀까지 연루될까 봐 걱정하는 게 아닌가 싶었다.“일이 지금 커져서 여론이 분분하잖아? 이서야, 혼자 다 떠안으려고 하지 마. 비록 나도 무슨 유명인사는 아니지만 그래도 우리 같이 힘을 합쳐 목소리 내면 그래도 우리 얘기
“왜? 무슨 일이야?”이상언이 물었다.임하나도 지환이 기분이 좋지 않다는 것을 눈치챘다.“혹시 이서 일인가요?”지환은 눈을 들어 두사람을 담담하게 쳐다보고는 무덤덤하게 얘기했다.“별일 아니야. 오늘 저녁 인터넷에서 뭘 봤거나 혹은 누군가에서 무슨 소리를 들어도 절대 이서에게 입도 뻥긋하지 마. 하루 종일 힘들었을 텐데 그냥 푹 쉬게 하고 싶어.”임하나와 이상언은 눈을 마주보고는 둘 다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이서가 식사 준비가 다 되었다고 밥 먹자고 하자, 두 사람은 상차리는 걸 도와주었다.“자, 맛있게 드세요.”이서가 마지막에 자리에 앉았다지환이 가장 먼저 젓가락을 들었다. 그는 생선살 한 점을 집어 가시를 발라내서 이서 그릇에 올려주었다.“자기야, 수고했어.”이서는 그를 째려보았다.“상언 씨와 하나도 있는데.”임하나와 이상언은 이구동성으로 말했다.“우리 신경 쓰지 마. 둘이 실컷 꽁냥꽁냥하셔.”둘의 호흡에 이서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상언 씨 수습 기간이 곧 끝날 것 같은데요.”이상언은 득의양양했다.“봐봐, 지환, 형수님 얘기 들었지?”식사는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마쳤다.저녁을 먹고 임하나와 이상언은 설거지와 뒷정리를 마치고 갔다.집을 나서기 전에 임하나는 이서에게 도움이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얘기하라고 말할 생각이었지만 지환이 한 말이 생각나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이상언의 차에 올라탔다.별장에서 이서는 지환의 품에 누워 3층 베란다에서 별을 보았다.지환은 포도를 씻어 왔다.따스한 형광색의 베란다 조명은 밤하늘 아래에서 유난히 낭만적이게 느껴졌다.“왜 이렇게 오래 걸렸어요?”이서는 하늘의 별을 가리키며 물었다. “저기 저 두 별이 바로 견우와 직녀성이죠?”지환은 손은 분주히 움직이며 그녀의 시선을 따라 바라보고는 답했다.“아닌 거 같은데?”고개를 돌린 이서는 지환이 포도의 껍질을 까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지환의 길쭉길쭉한 손가락에서 풍기는 우아하고 고귀한 멋에 왠지 모르게 색기까지 느껴졌다.이
지환은 이서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마음이 아팠지만 손을 놓았다.이서를 곁에 두려면, 그녀를 강하게 만들어야 했다.비슷한 결의 사랑만이 오래 갈 수 있다.지환은 그녀의 이마에 키스를 했다.“이 일이 끝나면 자기 원하는 거 있으면 말해. 내가 다 들어 줄게.”이서는 잠깐 생각한 뒤 말했다.“뭘 갖고 싶은지는 아직 모르겠어요. 생각나면 알려 줄게요.”“그래.”이서는 웃으며 집을 나섰다. 그러나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마스크를 꺼내 쓰고 어두운 얼굴을 하며 힘들어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지환은 창문에서 그녀의 옆모습을 보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이서는 차 옆에 도착해서야 임현태의 차 뒤에, 차량 두 대가 더 있는 것을 발견했다.경계하며 차에 탄 그녀는 임현태에게 물었다.“임현태 씨, 뒤에 있는 저 차들은?”임현태의 거짓말이 많이 늘었다.“동영상 사건 이후 회사에서 아가씨 신변에 해를 끼칠까 봐 보호차원에서 차량 두 대를 더 보냈습니다.”이서가 좀 감동했다.‘서우의 직원 복지가 이렇게 빈틈없다니…….’그러나 이서는 여전히 수시로 주위를 살펴보면서 이상이 없는지 신중을 기했다.듣는 말에 의하면 실력 있는 파파라치들은 창문만 찍힌 사진 한 장으로, 그 장소와 인물을 찾아낼 수 있다고 한다.이서는 인스타에 사진 올리는 것조차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혹시라도 파파라치들이 별장까지 찾아올까 봐 걱정되었다.그녀는 지환의 안정된 생활에 영향을 주고 싶지 않았다.이서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짐작이 간 듯 임현태가 말했다.“아가씨, 이렇게 신중할 필요 없어요. 아무도 여기를 찾아오지 못할 거예요.”“왜요?”민호일의 사람들이 반달동안 뒤를 밟아도 이곳을 찾지 못했다고 말하려 했지만 지환이 여러차례 말조심하라는 경고했던 게 생각이 나 잠시 멈칫 했다가 다음과 같이 말했다.“여긴 보안시스템이 아주 완벽하게 잘 되어 있어서 이쪽을 찾아낸다고 해도 들어갈 수는 없을 겁니다.”이서가 생각해도 그런 것 같았다.그래서 차에 누워서 눈을 감고 정신을
[윤이서 씨, 그날 당신을 습격한 사람은 이미 잡았습니다.]“어, 벌써요?” 이서는 다소 의외였다. 그녀는 적어도 3일은 걸려야 사건이 해결될 거라고 생각했다.[네.]전화기 너머의 경찰이 웃었다. 위에서 이번 일이 중요한 사안이니 가능한 한 빨리 용의자를 체포하라는 명령이 떨어졌다.뭐가 중요한지는 잘 모르겠지만.“네, 감사합니다.”이서는 전화를 끊고 또 배시영에게 문자를 보내고서야 고개를 들어 윤수정을 보았다.“여기는 사무실이니 직원 외 무관한 사람은 가능한 한 빨리 나가주길 바랍니다.”장지완은 윤수정의 손을 잡고 말했다.“윤 총괄님, 참 무정도 하시지, 수정 씨는 어쨌든 당신 동생이고, 또 이렇게 아침부터 걱정되어서 달려온 사람을 꼭 이런 식으로 쫓아내야겠어?”이서의 얼굴에 웃음기가 가라앉았다.“이 일은 당신이 관여할 바가 아닌 것 같은데……. 한 두번도 아니고 계속 이런 식으로 주제 넘는 행동하는 걸 보니 제대로 주의를 줘야겠네요.”“주의?” 장지완은 냉소했다. “무슨 주의?”“소희 씨, 회사 규정에 업무와 무관한 외부 사람을 데리고 회사에 장시간 머물 경우 벌금이 얼마였더라?”심소희는 장지완을 한번 보고 침을 삼켰다.“10만원이요.”“응, 재무팀에 연락해서 이번 달에 부총괄 월급에서 10만원 공제하라고 해.”장지완의 얼굴이 파래졌다.10만원, 그녀의 월급으로 치면 새 발의 피였다.그녀가 정말 난감 한 건 이서가 사무실 전체 사람들 앞에서 이 일을 선포했다는 것이다.이는 곧 모든 사람에게 디자인팀의 수장은 윤이서이지 장지완이 아니라고 알려주는 것과 마찬가지였다.“윤이서!”화가 머리끝까지 난 장지완은 앞으로 나아가서 이서의 뺨을 한 대 후려치고 싶었지만 윤수정이 그녀를 붙잡았다.윤수정은 그녀를 한 번 보았다. 눈에 경고의 눈빛이 담겨 있었다.장지완은 순식간에 정신을 차리고 다시 전혀 화나지 않은 눈빛으로 이서를 쳐다보았.“까요, 까! 마음대로 까! 어차피 서우에 오래 붙어 있지도 못할 텐데…….”“왜 다들
[어쩐지 윤이서가 그들을 차단하더라니, 나 같으면 이미 여기를 떴다!][윤이서 정말 안쓰럽네. 지금에야 왜 윤이서가 일반인에게 시집갔는 줄 알 거 같아. 이런 미친 부모를 만났으니 결혼해서 그 불구덩이에서 벗어나려고 했던 거지…….][그래, 평범한 사람이지만, 적어도 그녀를 해치지는 않을 거 아니야!]“…….”사무실 안의 사람들도 이서를 동정의 눈빛으로 바라보았다.그들도 일이 이렇게 진전될 줄은 정말 생각하지 못했다.사무실의 분위기가 사뭇 달라지는 것을 예민하게 감지한 장지완은 급히 강수지의 휴대전화를 빼앗아 보았다. 마지막까지 영상을 다 확인한 그녀는 창백한 얼굴로 이서를 바라보았다.“아니야! 아닐 거야! 그럴 리 없어!”윤수정도 골드 킹이 올린 영상을 확인하였다. 그녀의 안색도 별로 좋아 보이지 않았다.“언니 정말 대단하다. 골드 킹 대행사에 의뢰하다니. 역시 골드 킹이야. 진실에 상관없이 이미지 쇄신 작업하는 데는 최고니까!”이서는 웃으며 말했다.“이 일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아마 너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을 거 같은데.”윤수정은 안색이 사색이 되어 이서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녀는 이서가 마치 무엇을 알고 있는 것 같다고 느꼈다.“나는 언니가 무슨 말하는지 모르겠는데, 어쨌든 작은아빠와 엄마는 모두 언니 부모님이잖아. 설령 일을 잘못했다 하더라도 이런 식으로…….”이서는 몸을 숙여 윤수정의 귓가에 담담하게 말했다.“이제 곧 아니거든!”윤수정의 몸은 다시 한번 흔들렸다.그녀는 믿을 수 없는 눈빛으로 이서를 바라보며, 자신이 마치 이서가 정성껏 준비한 함정에 빠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이서는 미소를 지으며 곧장 일어나 김청용에게 말했다.“사장님, 디자인 팀에는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김청용은 윤수정을 힐끗 보고는 이서를 바라보며 웃으며 말했다.“별일은 아니구요. 핑크리본 국제 디자인 공모전이 있는데 혹시 알고 있었어요?”이서는 고개를 저으며 김청용과 어깨 나란히 사무실로 들어갔다.장지완은 두 사람의 뒷모습을
이번에는 이서가 어리둥절 해졌다.“임현태 씨가 회사에서 파견했다고 하던데요?”“임현태? 그게 누군데요?”“저한테 차량이랑 기사 보내주셨잖아요?”“…….”“사장님이 보낸 거 아니에요?” 이서는 눈썹을 찌푸렸다.김청용은 지금 얼떨떨했다. 그는 이서가 하지환의 조카며느리라는 것만 알고 다른 것은 전혀 몰랐다. 이리저리 생각해 보니 이 일은 분명 지환과 관련이 있는 것 같은데, 이서는 막후 배후가 누군지 전혀 모르는 상황인 듯했다.아마 하지환이 의도적으로 조카며느리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것 같았다.사건 맥락은 명확한데 어떻게 상황을 넘겨야 할지 몰라서 뻔뻔하게 말했다.“아이고, 내 정신 좀 봐, 기사는 회사에서 파견한 거 맞아요. 임현태라고 해서, 갑자기 누군지 떠오르지 않았어요. 이름이 임현태였구나.”김청용의 변명은 나름 그럴싸했다.이서도 아무 말 하지 않았다.“별일 없으면 나 먼저 갑니다?” 김청용은 조심스럽게 이서를 쳐다보았다.이서가 미소를 지었다.“네, 가세요.”그녀가 의심하지 않는 것을 보고 김청용은 그제야 떠났다.그러나 그가 떠나자, 이서는 생각에 잠긴 듯 의자에 앉았다.바로 이때 전화가 울렸다. 배시영이 걸어왔다.[이서 씨, 그 괴롭힘 당하는 동영상 내보내도 될까요?]“네.”[알겠습니다.]배시영은 핸드폰으로 부하들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전화를 끊고, 그녀는 갑자기 이서야말로 그녀의 상사라는 느낌이 들었다.오랜만에 느껴보는 느낌이었다.이서의 집이 페인트와 오물을 뿌리는 동영상이 올라오자, 네티즌들이 이서의 처지를 동정하고 안타까워했다. 부모에게 납치되고 된 통으로 당한 것도 모자라 영상을 찍어 비난까지 하다니…… 정말 불쌍했다.경찰이 이서의 집 앞에서 이서를 해치려는 시도가 있었다고 발표함에 따라 성지영과 윤재하에 대한 비난 여론이 최고조에 달했다![한 명의 엄마로서 이 장면을 보고 정말 열불이 나서 미치는 줄 알았다. 윤씨 부부가 동영상 유포할 때는 오늘 같은 일이 있을 줄은 생각하지 못했겠지?][난 그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