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사람이 어떻게 그래? 늙은 부모님 등골 빼먹는 등골 브레이커라니……!”“결혼하고 나서 바로 부모를 나몰라라 했대. 남자가 그리 좋을까?”“택시 기사 남편때문에 굳이 이럴 필요 있을까?”“…….”이서가 하이힐을 신고 디자인부에 들어왔을 때, 마침 사람들이 숙덕거리는 것을 들었다.그녀는 아무런 기색을 내지 않고 사무실 쪽을 지나갔다. 눈치 빠른 사람들은 이서를 보고 얼른 동료들의 옷깃을 잡아당겼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수군거리던 사무실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말해 봤자, 아무 소용없기 때문이다.차라리 사실로 증명하는 것이 백배 낫다.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안에 앉아 있는 장지완을 보고는 깜짝 놀라서 눈썹을 치켜 떴다.“당연히 우리 총괄님을 보러 왔지요. 실검에 올랐던데, 어떻게 처리할 예정이에요?”“그건 내 사적인 일이라…….”이서는 의자가 매우 불편하게 느껴졌다.“굳이 얘기 안하고 싶은데…….”장지완은 이서의 표정을 주의 깊게 살폈다. 이서가 컴퓨터를 켜지 않는 것을 보고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돌렸다. 곧 일어나 책상 앞으로 가서 두 손으로 책상을 받치고 비웃듯 이서를 바라보았다.“비록 총괄님의 사적인 일이긴 하지만, 회사의 이미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니 하는 말이죠…….”이서는 냉소하면서 물었다.“아니, 계속 위 상사에게 대드는 부총괄님은 잘릴까 봐 두렵지도 않나 봐요?”“네가 감히……!”이서는 웃으며 말했다.“못할 건 없는 거 같은데……. 심심하면 와서 트집 잡고 시비 걸고 하니, 회사 업무에 방해가 되는데? 계속 이런 식이면 내가 당신을 자르지 않더라도 사장님도 좌시하지 않을 겁니다…….”장지완은 입꼬리를 부자연스럽게 올렸다. 그리고 뭔가 생각난 듯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윤이서, 잘난 척할 날도 얼마 남지 않았으니 마음껏 즐겨.”말을 마치고는 허리를 비틀며 나갔다.이서는 동영상 얘기를 하는 줄 알고 별로 마음에 두지 않았다.컴퓨터를 켤 때도 자리가 불편한 건 마찬가지였
그러나 명성이 자자한 만큼 골드 킹과 작업하는 것조차가 힘든 일이었다.이서는 지환의 능력이 이렇게 대단한지 몰랐다. 글쎄 골드 킹 쪽 사람이 직접 전화를 걸게 하다니…….게다가 상대방은 매우 공손했다.[안녕하세요, 윤이서 씨 되십니까?]“네.”[혹시 언제쯤 시간이 될까요? 우리 쪽에서 직접 찾아 뵙고 상담 드리고 싶은데요…….”이서는 잠깐 생각한 뒤 답했다.“1시 정도 괜찮을까?”[그럼요.]“그래요, 그럼 있다가 봅시다.”이서는 전화를 끊자마자, 즉시 지환에게 전화를 걸었다.“방금 골드 킹에서 나에게 전화 왔어요. 당신 파워 대단한데요?”지환은 기분이 좋았다.[맛난 저녁 사준다는 거 잊지 말고…….]그는 일부러 ‘맛난’저녁이란 글자를 강조하며 얘기했다.이서의 볼이 뜨거워졌다.그녀는 왠지 지환이 ‘음담패설’ 하는 것 같았다.하지만 곧 마음을 다 잡았다.‘맛난 음식이 뭐가 음담패설이야? 윤이서, 정신 차리자.’“알았어요.” 이서는 계속 말을 이었다.“그럼 퇴근하고 장 좀 더 봐서 갈게요.”이서가 자기 말 속에 담긴 뜻을 이해하지 못한 것을 눈치챈 지환은 소리 없이 입술을 치켜 올렸다.“그래, 포도 좀 많이 사와.”……하씨 가문 저택.아침 일찍 일어나 옷차림을 단정히 하고 아침을 먹은 하경철은 지팡이를 들고 천천히 문가로 걸어갔다.주경모 집사가 마중을 나왔다.“어르신 외출하시겠습니까?”하경철은 웃으며 답했다.“그래.”“이서 아가씨한테 가는 거죠?”하경철 얼굴의 웃음기가 더 짙어졌다.“자네한텐 정말 아무 것도 숨길 수 없군!”주경모는 웃으며 말했다.“어르신, 제가 봤을 때 어르신께서 굳이 가실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어, 벌써 결과 나왔어?”“아니요,” 주경모는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아마 확인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그럴 리가? 지환의 결혼 소식이 언론에 퍼졌는데, 이서가 정말 지환의 아내라면, 분명히 기분이 안 좋겠지? 만약 아니라면 별 반응이 없을 테고…….”하경철은 주경모가
이서는 점심을 먹고 사무실로 돌아왔다.점심 휴식시간이라 식사를 마치고 사무실에 돌아와 삼삼오오 모여 얘기하고 있었다.이서가 사무실에 들어오는 것을 보고, 하나 둘씩 다시 신나게 이서의 일을 떠들어 대기 시작했다.“에이, 니들이 봤을 때, 이 일의 결말은 어떻게 될 거 같아?”“누가 알아?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윤이서가 공공의 적이 됐다는 거지. 가족들까지 나서서 폭로한다는 건 윤이서가 더 이상 하씨 집안 사람이 될 수 없다는 얘기 아니겠어? 그 말인즉 하씨 집안과 윤씨 집안 모두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 않겠다는 얘기지. 택시기사인 남편이 뭘 할 수 있겠어?”“내가 봤을 때, 윤이서는 자초한 거야. 좋은 하씨 집안 사모님을 고사하고 무슨 택시 운전 기사래?!”“전에 지완 언니가 얘기했잖아. 일부러 하은철을 엿 먹이려고 그런 거라고. 듣기로는 하은철이 사랑하는 사람이 윤이서 동생이래. 그래서 하은철이 이서와 결혼을 계속 미뤘던 거고…….”“근데 하은철은 왜 윤 총괄님을 찾아왔대? 온 사무실에 장미와 다이아몬드 반지도 또 뭐고?!”“아마도 할아버지 강요에 못 이겨서겠지, 그 집 어르신은 왜 그렇게 윤이서를 예뻐하는지 모르겠네?”사람들이 한창 떠들고 있는데, 문밖에서 갑자기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그들은 얼른 입을 다물고 밖을 내다보았다.온 사람이 하은철인 걸 보고 다들 깜짝 놀라서 어안이 벙벙해졌다.“하은철 씨?” 한 여직원이 얼굴을 붉히며 일어섰다.“어…… 어떻게 오셨습니까?”“이서 사무실에 있어요?”“네, 네, 있어요, 사무실에 있어요.”하은철은 가볍게‘응’ 하고 대답하고 이서 사무실 쪽으로 걸어갔다.그가 문을 두드리고 들어가는 것을 보고, 사람들은 서로 쳐다보며 어리둥절했다.‘하씨 집안 며느리…… 물 건너간 거 아니야? 근데 하은철은 왜 또 나타난 거지?’하은철을 보고 이서는 불쾌한듯 눈썹을 찡그렸다.“왜 또 왔어?”하은철은 하경철에게 등 떠밀려서 온 거였다. 그래서 지금 화가 잔뜩 나 있었다. 그러나 책상에 앉아 머
그러더니 갑자기 무슨 생각인지 한마디 덧붙였다.“겸사겸사 전 약혼녀가 도움이 필요한지 보러 왔는데?”이 ‘전’자가 내포하는 의미가 참으로 오묘했다.강수지는 그제야 이서의 존재를 알아차렸다. 그녀는 웃으며 말했다.“참으로 의리 있는 분이시네요. 전 약혼녀를 이렇게까지 챙기는 게 쉽지 않을 텐데…….윤 총괄님이 지금 난처한 건 맞아요. 속담에 남의 자식 고운 데 없고 내 자식 미운 데 없다는데, 부모가 나서서 비난하고 폭로하는 거 보면, 없는 일을 지어낸 거 같지는 않아요.지금 같은 최악의 상황에서 당신의 출현은 아마 구세주의 강림이나 다름없을 거예요.분명히 당신의 도움이 절실할 겁니다!”하은철은 입꼬리를 치켜들려 말했다.“그런데 필요 없다고 하던데.”강수지는 바보를 보는 듯한 눈빛으로 이서를 쳐다보았다.“윤 총괄님, 이제 콧대 그만 세워요. 자식이 부모와 인연을 끝는 건 잘못된 일이에요. 이런 일은 사석에서 얘기하면 끝이지, 뭐 하러 남의 입방아에 오르게 해요. 윤 총괄 명성에도 좋지 않게……. 도련님이 돕지 않으면, 아마 큰 코 닥칠 거 같은데…….”듣기에는 구구절절 이서를 생각해서 하는 말인 것 같지만, 실제로는 오히려 그녀를 사리 분별 못하는 사람으로 매도하고 있었다.이서는 책상 위의 시계를 한 번 보았다.“그만 가!”하은철은 이서가 다른 사람 앞에서 자기를 쫓아내자 안색이 보기 좋지 않았다.“윤이서, 작작해! 눈치 챙겨.”“우린 이미 끝났어. 근데 왜 자꾸 와서 나를 귀찮게 해? 눈치 없는 사람이 누군데?”이서가 휴대전화를 들고 말했다.“둘 다 나가. 안 나가면 아래층 경비 부를 거야!”하은철은 눈썹을 찌푸리며 안쓰러운 표정을 지었다.“윤이서! 정신 차려, 내 도움 없으면 넌 평생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받으며 살게 될 거야!”“신경 쓰지 마. 이미 언론 홍보 대행사에 찾았거든.”하은철은 입가에 조롱이 섞인 웃음을 지었다.“대행사를 찾았다고? 뭐 얼마나 대단한 대행사를 찾았는지 모르겠는데, 설마 사기당한 건 아니겠지
배시영은 그제야 하은철을 보고 다소 의외인 듯 눈썹을 올려 떴다.“하은철 씨도 여기 계셨네요.”“네.” 잠깐 딴 생각을 하던 하은철은 곧 다시 배시영을 바라보았다.“여긴 어쩐 일이세요?”그의 마음속에는 이미 답이 나와 있었지만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윤이서 씨 언론 홍보 대행을 의뢰받았습니다.”이 말을 들은 강수지는 믿을 수 없는 듯한 표정으로 이서를 바라보았다.하은철은 대충 직감했지만 그래도 안색이 한순간 어두워졌다.“하지만 내가 알기로는 배시영 씨가 웬만해선 직접 나서지 않는 걸로 알고 있는데…….” 하은철은 이서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오늘 이렇게 오신 것은 설마…… 제 안면 때문인가요? 사실, 저와 이서는 이미 끝났어요. 그러니 굳이 그러실 필요……”배시영은 나름 하은철에게 공손했지만, 그래도 듣다 못해 그의 말을 끊었다.“아닙니다, 오늘 온 건 온전히 개인적으로 윤이서 씨를 좋아하기 때문이에요.”“…….”“별일 없으면 먼저 나가 주시겠습니까? 윤이서 씨와 따로 할 얘기가 있어서요?”하은철과 강수지는 배시영 일행에 떠밀려 사무실을 나갔다.사무실 밖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이서 사무실 쪽을 기웃거리고 있었다.모두 배시영이 왔다는 소식을 듣고 사실인지 확인차 온 것이었다.하은철과 강수지가 나온 것을 보고 모두 의론이 분분했다.“무슨 일이야?”“윤이서가 배시영을 섭외한 거야?”“윤이서 완전 쩐다. 배시영이 직접 출마하다니.”“그러게. 듣기로는 배시영은 일류스타나 유명인사들만 상대한다고 들었는데?”“인맥이 개 쩐다라는 얘기밖에 할 게 없네! 완전 부럽!”“…….”밖의 수군거림에 배시영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문을 닫아 모든 것을 차단했다.“윤이서 씨, 시작해도 될까요?” 배시영이 물었다.이서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심소희더러 손님들에게 물을 한 잔씩 따라주라고 했다.업무 모드에 들어간 배시영은 완전히 다른 사람 같았다.“이서 씨 일은 대충 알고 있습니다. 당신 수중에 부모를 고발할 수 있는 증거가
업계에서는 그녀를 수단방법 안 가리고 업무를 진행하는 악랄하고 독한 년이라고 하지만, 눈앞의 이 가냘프고 연약해 보이는 이 여자야말로 진정한 ‘악녀’다.배시영은 이서에 대해 좀 알고 있었다. 하은철 뒤꽁무니만 따라다니며 고분고분하고 순둥순둥한 착한 이미지였는데, 겨우 반년도 안되는 사이에 완전히 딴 사람으로 변했을 줄 누가 생각이나 했겠는가?하지만 그녀는 지금 눈 앞의 이 여자, 윤이서가 마음에 들었다.“그럼 내가 뭘 어떻게 도와주면 될까요?”“그날 제가 아파트 관리 사무실에 갔다가 공격을 받았어요. 경찰이 지금 조사 중인데, 곧 용희자가 잡힐 거 같아요.”이서는 마치 다른 사람인 듯 가볍게 얘기를 꺼냈다.“용희자가 잡히면 그때 증거를 인터넷에 올립시다.”“만약 경찰이 계속 사람을 잡지 못한다면요?”이서는 당황하지 않고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3일이요, 만약 3일 안에 경찰이 용의자를 잡지 못한다면, 그때는 절차를 밟읍시다.”배시영은 진심 어린 웃음을 지었다.“제가 오기 전에 이서 씨는 이미 어떻게 일을 진행해야 할지 다 생각해 놨네요.”그녀는 오기전에 걱정 아닌 걱정을 했었다. 윤이서가 문외한인데다 신분이 특별하다 보니 그녀에게 이래라저래라 할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이렇게 일련의 절차를 다 생각해 둘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그녀가 해야 할 일이…… 아무것도 없는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지금까지 배시영이 진행했던 업무 중에 가장 수월한 건이었다.수월할 뿐만 아니라…… 돈도 많고!이 사모님에 대한 호감도가 급상승했다.“그럼…… 얘기 끝난 건가요?” 배시영이 일어섰다.이서가 직접 배시영을 엘리베이터 입구까지 배웅하였다.“배시영 씨…….” 이서는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습니다. “왜 저를 도와주시는지 여쭤봐도 될까요?”이 일은 지환이 연줄을 대준 것인 걸 이서는 잘 알고 있다.그런데 방금 배시영과 하은철의 모습을 보면, 하은철 따윈 배시영의 안중에도 없었다.지환은 하씨 산하의 중간 책임자일 뿐인데, 지환이 배시영을 섭외할 수
“그럼 기도해. 혹시 뽀록난 거라면 강운도에 가서 감자 캘 생각해.”“…….”“얼른 아래층 카페 가서 무관한 사람들 내보내지 않고 뭐해?”이천은 반 박자 느린 반응으로 황급히 대답했다.“네, 네!”이천이 떠난 후에야 지환은 초조하게 넥타이를 풀고 실눈을 뜨며 먼 하늘을 바라보았다.겉으로서는 별일 없는 듯 침착한 얼굴을 하고 있지만, 마음속은 이미 혼란의 도가니였다.심지어 만약 이서가, 그의 신분을 알았다면, 어떻게 사죄를 해야 성의를 보일지 고민하기 시작했다.10분 뒤, 그는 아래층의 커피숍에 도착했다.카페 내 직원은 모두 내부 직원으로 교체하였다.지환은 창가 쪽 자리에 앉아 무의식적으로 책상을 톡톡 두드렸다.시간이 조금씩 흘렀다.매분 매초가 고문이었다.드디어 이서의 차가 주차장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그는 눈동자가 반짝거렸지만, 심장은 누군가에 의해 쥐어뜯긴 것 같았다.다음 순간, 주차를 마친 이서는 차에서 내려 빠른 걸음으로 카페로 걸어왔다.지환이 일어나서 이서를 마중하려고 할 때, 그녀의 코가 빨개진 것을 보았다.그의 몸이 흔들리며 발걸음이 움직이지 않았다.그가 정신을 차렸을 때 이서는 이미 이서가 문을 밀고 들어왔다.코의 홍조가 아직 가시지 않았고, 눈가도 촉촉한 것이 방금 울었던 것 같았다.지환의 심장은 바닥에 떨어졌다.“이서야…….”그는 조심스럽게 그녀를 불렀다.이서는 엄숙한 표정으로 지환의 맞은편에 앉았다.“지환 씨, 내 질문에 솔직하게 대답해 주길 바래요.”지환은 책상 밑에 놓인 손가락을 살짝 오므렸다.“말해봐.”“배시영이랑 아는 사이예요?'지환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고개를 끄덕였다.“당신이 배시영에게 도와달라고 한 거예요.”지환은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그녀가 왜 나를 도와준다고 한 거예요? 당신은 그녀에게 뭐 해주기로 약속했나요?”여기까지 말하자, 이서의 목소리가 살짝 울먹였다.지환의 심장은 순식간에 찢어지는 것 같았다.“이서야, 내가 일부러 속이려고 했던 건 아니야…….”“나 때
“바보야.”지환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보며 웃었다.“기밀이라고 하기엔 너무 평범한 정보지. 일반 사람들에게 알아도 그만 몰라도 그만한 정보지만 배시영한테는 아주 중요한……?”“진짜에요?”지환은 그녀의 입술에 키스했다.“내가 자기한테 거짓말하는 거 봤어?”곰곰이 생각해 보니 정말 없었다.이서의 눈에 강한 믿음이 내비쳤다. 지환은 만감이 교차했다. 이서의 절대적인 신임에 기뻐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몰랐다.“자, 커피 한 잔 마실까?”지환이 이서를 놓아주었다.이서는 그제야 주위에 많은 사람들이 그들을 보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그녀는 부끄러워 얼굴을 붉히며, 방금까지도 지환의 품에 안겨 운 걸 생각하니, 너무 창피해서 땅굴이라도 파고 숨고 싶었다.지환은 곧 커피 두 잔을 들고 돌아와 이서 옆에 앉았다.“조금 있다가 내가 데려다 줄게.”“아니요.”이서는 붉은 입술을 살짝 내밀고 지환의 몸 옆에 기대어 낮은 소리로 말했다.“나 속이지 마요, 알았죠?”지환은 긴 손가락을 한 번 치켜세우다가 잠시 뒤에야 가볍게 ‘응’ 소리를 냈다.이서는 눈을 들어 맑은 눈동자로 지환을 바라보았다.“나를 속이면 어떡할 거예요?”지환은 이서의 손을 잡고 키스를 하며 떠보듯 물었다.“어떻게 하면 좋을까?”“음…….” 이서는 끝소리를 길게 끌며 생각하다가 고개를 가로 저은 후 다시 웃으며 말했다.“난 당신이 나를 속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요.”“그렇게 날 믿어?” 지환이는 이서의 코를 가볍게 문질렀다.이서는 생각할 필요도 없다는 듯 바로 답했다.“물론이죠.”지환은 갑자기 그녀의 눈을 볼 수 없어 피했다.그는 손 옆에 있는 커피를 저으며 몸이 경직되었다.“만약에 말이야, 만약에 내가 너를 속였다면?”“당신은 나를 속이지 않을 거라고 했잖아요.”이서는 지환의 이상한 점을 눈치채지 못했다. 시간을 확인하고는 가방을 들었다.“시간이 늦었네요, 나 서둘러 돌아가야 해요!”지환은 이서의 손목을 잡아당겼다.“그냥 이대로 가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