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언은 다시 한번 소녀의 뇌회로에 심하게 놀라, 손을 빼는 것조차 깡그리 잊어버렸다.“나연아, 진짜 도와줄 거야? 어떻게 도와줄 건데?”“쉿!” 나연이 이상언에게로 몇 걸음 다가갔다.“오빠, 지금 언니가 이쪽 보고 있어요.”이상언은 미간이 올라가며 놀라워했다.“정말?”“음.”“그럼 지금 무슨 표정이야, 기분이 안 좋아?”“얼굴에 먹구름이 잔뜩 끼었어요. 기분이…… 좋아 보이지는 않아요.”“그렇다면, 지금 효과가 있는 거네?”“그렇죠.” 나연은 이상언의 눈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수줍게 웃었다.이서는 눈썹을 비틀어 다정하게 얘기를 주고받는 두 사람을 보고, 또 한쪽으로 혼자서 멀리 앞서 가는 임하나를 보며, 옆에 있는 지환에게 물었다.“상언 씨 지금 대체 뭐하는 거예요?”지환은 이서의 손을 잡고 간만에 둘만의 오붓한 시간을 기분 좋게 즐기고 있었는데, 갑자기 이서의 입에서 다른 남자의 이름을 들자 불쾌한 듯 눈살을 찌푸렸다. 설사 그 사람이 둘도 없는 절친이라고 해도 마찬가지였다.“내가 어찌 알겠어?”“그럼 가서 좀 물어봐 줘요. 네?”지환은 고개를 숙여 이서를 쳐다보며 약간 거친 손으로 이서의 작은 손을 가볍게 어루만지다가 갑자기 장난기 섞인 웃음을 지었다.“그래, 그런데 조건이 있어.”“조건이요?” 이서는 좋은 일이 아닐 것이라고 직감했다.“여보, 자기라고 한 번 불러봐.”“…….”지환은 손을 들어 이서의 부드러운 귓불을 어루만지며 진담 반 농담 반으로 얘기했다.“아님 애기를 가져도 좋고…….”이서의 안색이 눈에 띄게 변했다.이서의 상황을 살핀 지환은, 가슴 한 쪽이 순식간에 당황했다. 막 입을 열어 농담이라고, 장난이라고 막 설명하려는데 이서가 고개를 들었다. 맑은 눈동자는 지환의 당황한 눈동자를 마주했다.“나 생각해 봤는데, 아이 안 낳을 거예요.”지환은 심장이 바닥으로 푹 꺼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눈빛은 더없이 어둡고 무거웠다.“나와 아이를 갖고 싶지 않다는 거야?”이서는 이 말의 핵심이 ‘나와
민박집 근처에 바로 술집이 하나 있었다.겨우 5시가 넘은 시간이라 손님이 몇 명 없었다.이상언은 구석진 자리를 찾아 술을 잔뜩 시켜 놓고는 혼자서 들이키다가 지환을 보며 말했다.“설마 하나가 정말 나한테 아무런 느낌이 없는건가?”지환은 머리도 들지도 않고 손에 든 태블릿을 터치하고 있었다.“넌 왜 임하나가 너한테 호감이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당연히 나의 소탈하고 호방한 천재 의사의 신분…….”이상언은 관자놀이를 짚으며 괴로워했다. 지환이 온 정신을 집중하여 태블릿을 보고 있는 걸 보고 호기심에 고개를 내밀었다.“뭘 그렇게 열심히 보고 있는 거야?”지환은 굳이 덮거나 가리지 않았다. 곧 이상언도 알아차렸다.그는 안색이 약간 변했다.“이서를 메리아트 호텔로 데려간 게, 이서 씨 엄마라는 사람이 시킨 짓이었어?!”호랑이도 제 새끼는 안 잡아먹는데, 이런 대단한 ‘진상’ 엄마는 처음이었다.지환은 이상언의 질문에 바로 회답하지 않고 계속 자료를 보았다.이상언은 지환을 몇 초 동안 보고 나서야 입을 열었다.“너 설마 손쓸 거야?”지환은 눈을 들어 마치 바보를 바라보는 듯한 눈빛으로 이상언을 바라보았다. “그럼 어떻게 할 건데? 설마…….”이상언은 목을 긋는 듯한 동작을 했다.지환은 느긋하게 입을 열었다.“알면서 일부러 묻는 거지?”이상언은 지환의 팔을 잡았다.“정말 그렇게 할 작정이야?”“무슨 문제라도 있어?”“물론이지.”이상언은 몸을 지환 앞으로 좀 더 가까이 갔다.“어쨌던 이서 씨 엄마잖아.”“이런 사람이 엄마가 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그의 품에서 온몸을 바들바들 떨던 이서를 생각하면, 성지영을 일찍 처리하지 못한 것이 한스러웠다.“지환아.” 이상언은 지환의 일처리가 과감하고 잔인하며 게다가 세상 물정에 별로 개의치 않는 성격의 소유자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이번엔 달라. 이서 씨 어머니야. 물보다 진한 혈육관계라고……. 네가 정말 그녀의 어머니를 처리해버리면, 넌 뭐가 되는 거야? 이서 씨
내용을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이서의 표정에서 지환은 대충 짐작이 갔다.그는 손을 들어 이서의 뒷목을 가볍게 쓰다듬었다.“왜? 무슨 일이야?”이서가 지환에게 핸드폰을 건네주었다.지환은 힐끗 쳐다보았다.“당신은 조금도 놀라지 않는 것 같군.”이서는 웃으며 말했다.“그날, 내가 호텔로 끌려가서 민예지를 만났을 때, 엄마가 나에게 전화했어요. 단지 이 두 가지 일을 연결시키지 않았을 뿐이에요. 지금 이 자료를 보니, 왜 그때 민예지가 그렇게 당당했는 지 알겠네요. 믿는 구석이 있었던 거였죠. 왜냐하면 나를 데려간 건 자기 쪽 사람이 아니니까요. 설령 내게 무슨 사고가 난다고 하더라도 그녀는 깔끔하게 모르쇠로 일관할 수 있으니까요.”다만 후에 왠지 모르지만 민예지가 정신이상 환자가 되었다.지환은 그녀를 품에 안았다.“괴로워? 힘들어?”이서는 편안하게 머리를 지환의 어깨에 기댄 채 흔들었다.“며칠 전에 엄마가 날 찾아와서 나더러 할아버지 찾아 뵙고 하은철과 윤수정이 함께 있도록 설득하라고 얘기하더라고요. 난 그때 어떻게 사람이 갑자기 신념이 바뀌었는지 의아하고 있었는데…….”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핸드폰을 보며 자조 섞인 말투로 말을 이었다.“만약 내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면, 그 때 아마 윤수정이 전화를 걸어 엄마에게 하은철이 메리아트 호텔에 있다고 말했을 거예요. 그래서 엄마, 아니 성지영이 날 납치하는 방식으로 나를 호텔로 데려간 거죠. 성지영이 날 찾아온 건 윤수정이 이 일을 빌미로 그녀를 협박했을 가능성이 커요. 그렇지 않았다면 지금까지 하은철과 결혼하기를 바라던 성지연이 갑자기 생각이 바뀌었을 리가 없죠…….”진지하게 상황을 분석하는 이서를 보며, 지환은 하얗게 질린 그녀의 손을 애틋하게 잡았다.“여보…….”지환의 걱정 어린 눈빛을 보며 이서는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제게 이 문자를 발송한 사람 알아봐 줄 수 있어요? 이분에게 감사드리고 싶어서요…….”“감사 인사한다고?”“응, 어떤 목적으로 나에게 이 메일을 보냈든 상관없이,
불빛 아래에 서 있는 다부지고 훤칠한 피지컬의 지환은, 입가에 행복의 미소가 번졌다.“가자.”그는 입을 열고 이서를 불렀다.이서는 고개를 들어 지환을 보고는 두, 세 걸음 다가와 지환의 팔짱을 꼈다.“네, 가요.”지환은 그녀를 슬쩍 보았다.“무슨 좋은 일 있어?”이서는 신비롭게 웃었다.“이따가 식사자리에서 알게 될 거예요.”말하면서 또 임하나의 방향을 향해 주먹을 불끈 쥐는 자세를 취했다.임하나는 긴장한듯 입술을 오므렸다.세 사람이 함께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이상언은 이미 아래층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식사장소는 바로 그 옆이었다.네 사람이 막 출발하려고 할 때 민박의 딸 나연이 뛰어나왔다.“오빠, 지금 식사하러 가는 건가요?”“응.”“나도 같이 가도 되요?” 나연은 이상언을 향해 눈짓했다.이상언은 무의식중에 임하나의 눈치를 봤다.임하나의 안색은 한순간 하얗게 되었고, 이상언과 눈빛이 마주쳤다.이 순간, 나연이 이미 이상언의 곁에 다가와 이상언의 옷깃을 가볍게 잡아당기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오빠, 내가 도와줄 수 있는데…….” 멀리서 보니 애교 부리는 것 같았다.임하나는 입술을 깨물고 말했다.“나…… 나 갑자기 몸이 좀 안 좋네. 밥생각이 없어.”말을 마치고, 그녀는 몸을 돌려 위층으로 올라갔다.1초 동안 멍때리던 이상언은 나연에게 고맙다는 말을 남기고는 임하나의 그림자를 쫓아 위층으로 올라갔다.이 장면을 본 나연은 매섭게 눈살을 찌푸렸다가, 이서 쪽에서 바라보는 눈길을 느끼는 순간, 또 천진난만한 모습으로 돌아왔다.“이서언니, 혹시 제가 말 실수했나요?”이서는 아무 내색하지 않고 되물었다.“말실수한 거 같아?”나연은 입술을 깨물었다.“그런데 하나 언니는 왜 화가 나서 갔을까요?”“몸이 안 좋다잖아.”“그런데 아까는 분명히 멀쩡했는데…….”이서는 소녀의 천진무구한 눈동자를 보며, 그녀와 빙빙 돌려 말하지 않았다.“너 방금 일부러 그랬지?”나연은 눈을 크게 뜨고 무고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언니
나연은 지환에게 구원의 눈빛을 보냈다.지환은 두 손을 주머니에 꽂고, 차가운 눈빛을 하고 있었다. 그녀를 위해 나서 줄 것 같은 기미는 전혀 없어 보였다.나연은 화가 나서 발을 심하게 구르고 몸을 돌려 떠났다.이서는 여자의 뒷모습을 보며 입을 다물고 돈을 가방에 다시 넣었다.지환은 앞으로 나가 이서의 허리를 껴안았다.“우리 밥 먹으러 가자.”이서는 엘리베이터를 쳐다보았다.“올라가서 그들을 안 살펴도 될까요?”지환은 웃으며 말했다.“가서 뭐하게?”“그런데 걱정돼서…….”지환은 옆 식당으로 이서를 끌고 갔다.“두 사람 다 성인이야. 자신들의 일은 스스로 알아서 잘 처리할 거라고.”“…….”식당에 가서 밥을 먹고, 이서는 신경이 쓰여 두 사람을 대신해서 음식을 포장해서 민박집으로 걸어갔다.아래층에 도착하자마자 입구에 구급차 한 대가 서 있는 것을 보았다.이서의 마음속에 불길한 예감이 스쳐 지나갔다. 몇 걸음 빨리 걸어 갔더니 이상언이 임하나를 업고 위층에서 내려오는 것이 보였다.“왜 그래요?” 이서는 긴장하여 앞으로 나아갔다. 임하나가 고통스러운 듯 눈을 꼭 감고 있었다.“급성…… 위…… 위장염인 거 같아요.”이상언도 당황하여 말이 잘 나오지 않는 것 같았다.“나 먼저 하나 씨랑 병원에 갈게요.”“우리도 갑시다.”이서는 지환과 차에 타서 구급차를 뒤따라갔다.가는 내내 이서는 애간장이 탔다.병원에 도착하니 임하나는 이미 링거를 달고 병실에서 잠이 들었다.이서는 드디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저녁 내내 정신없이 바빴네요, 상언 씨 아직 저녁 식사도 못했죠? 먼저 들어가세요. 내가 여기서 하나 돌볼 게요.”“나 의사예요, 내가 남을 게요.” 이상언은 두 눈으로 임하나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두 사람을 지켜보던 이서는 뒤에 있는 지환을 바라보았다.지환이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두 사람이 함께 문밖으로 걸어갔다.“가서 먹을 것 좀 사올 테니 여기서 날 기다려 줘요.”“내가 갈게.” 지환은 이서를 의자에 눌러 앉혔다
이서는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 한달 여전쯤 휴대폰 발표회에서 연설하던 카리스마 넘치고 기풍이 우아하던 성공한 리더의 안목이라고는 믿을 수 없었다.그러나 기사는 그럴듯하게 적혀 있었다. 심지어 이서정이 결혼하기 전에는 극단에서 작은 단역정도의 배역을 맡았었는데, 지금은 서브 주인공 역할을 맡고 있다는 것이었다. 하은철 삼촌과 결혼하면서 하씨 집안 사람이 되었고 연기는 안 되지만 좋은 자원이 있으니 승승장구한다는 등등의 내용이었다.“뭐 보고 있어?”지환은 인기척도 없이 나타났다.고개를 든 이서는 하마터면 눈앞에 서 있는 사람이 하은철 삼촌이라고 생각할 뻔했다.얼굴 말고 지환의 몸매는 하은철 둘째 삼촌과 정말 많이 닮았다.“아니에요, 연예계 찌라시 보고 있었어요.” 이서는 지난번에 하은철 삼촌 때문에 말다툼을 벌인 일이 생각나서 지환에게 기사를 보여주지 않았다.“뭐 샀어요?”“전복 죽이랑 야채 죽.”지환은 이서가 핸드폰을 슬그머니 치우는 것을 내색하지 않고 바라보고는 죽을 들고 병실로 들어갔다.이상언은 축 처져서 힘도 없고 무기력해 보였다.“지환, 고마워. 하지만 난 먹고 싶지 않아.”“알아서 해.”말을 마치고는, 이서를 끌고 문밖에 앉아 기다렸다.임하나는 링거를 반 병 넘고 맞고 나서야 깨어났다. 눈앞의 사람이 이상언인 것을 보고 무의식중에 중얼거렸다.“내가 왜 여기에 있죠?”이상언은 흥분했다.“깼군요.”이서와 지환은 인기척을 듣고 병실로 들어왔다.“하나야, 좀 어때? 의사 불러올까?”임하나는 입술을 움직였다.“아니…… 목…… 말라.”이상언은 즉시 일어나 임하나에게 물을 따라 주었다.그러고는 조심스럽게 임하나를 부축하여 앉혔다.“자, 물 마셔요.”임하나는 어깨에 놓인 큰 손바닥을 한번 보고 긴 속눈썹이 가볍게 떨렸다.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물을 마셨다.이서는 이 장면을 보고 옅은 웃음을 지었다“하나야, 이번에는 상언 씨 덕분에 살았어, 상언 씨에게 감사인사 제대로 해야겠다.”이상언은 어리숙하게 말했다.“아니에요
아파트 단지에 도착한 이서는 엘리베이터에서 나오자마자 고약한 냄새를 맡았다.아파트 집 문은 계란과 페인트 범벅이 되어 있었고, 벽에는 페인트로 ‘불효녀, 윤이서'라는 큰 글자가 적혀 있었다.깨진 달걀이 벽을 타고 흘러내렸다.아파트 관리 사무실 직원들이 이미 문어귀에서 이서를 기다리고 있었다.이서가 코를 막고 걸어오는 것을 보고 다가와서 말했다.“윤이서 씨, 경찰이 이미 CCTV 영상을 가져갔습니다.”이서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문을 열었다.문 안에는 윤수정이 난장판을 만들기 전과 똑같이 깨끗이 정리되어 있었다.다시 문밖을 한 번 확인한 이서는, 시간이 거꾸로 흐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윤수정이 그녀의 집을 부순 그날로 다시 돌아간 것 같았다.“윤이서 씨, 저희는 이만 내려가보겠습니다.”이서는 눈을 돌려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며 관리사무소 직원을 엘리베이터까지 배웅하러 갔다.엘리베이터 문이 막 열리자 하얀 그림자가 갑자기 비상구에서 뛰쳐나와 이서의 배를 향해 칼을 겨누었다.다행히 반응이 빠른 이서는 상대방이 달려드는 순간 즉시 그의 반대 방향으로 달려갔다.달려든 사람은 허탕을 치고 한순간 멍때리다가 다시 칼을 들고 이서를 향해 달려갔다.관리사무소 직원들도 그제야 반응하여 재빨리 달려들어 그 사람의 손에 든 칼을 빼앗았다.칼이 떨어지자, 그 사람은 순간 당황하여 비상구 쪽으로 도망갔다.이서가 뒤쫓아갔다.그러나 상대방의 속도는 너무 빨랐다. 이서가 쫓아갔을 때 그는 이미 복도에서 사라졌다.관리사무도 직원도 뒤쫓아 나왔다.“윤이서 씨, 쫓지 마요.”이서는 고개를 끄덕였다.“감사합니다.”“괜찮아요, 수고라고 할 것도 없어요. 아파트 주민을 보호하는 게 저희의 임무이기도 하지요.”두 사람은 잠시 기다린 후에야 경찰을 만나러 아래층으로 내려갔다.관리사무소 직원이 경찰에게 방금 일어난 일을 말했다.경찰이 입을 열기도 전에 소파에 앉아 있던 남자가 오히려 먼저 입을 열었다.“여기 아파트 보안 시스템이 너무 구린데요.”이 말을
소지엽은 이서가 그를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을 안 듯 화제를 돌렸다.“보상 관련 사항은 비서가 연락할 겁니다. 혹시 요구사항 같은 게 있습니까?”이서는 다소 의외였다.“관리사무소에서 저에게 보상을 해준다……고요?”“저희 관할 범위 내에서 재산 손실이 발생했으니, 당연히 보상해 드려야죠.”이서는 이제야 대충 감이 왔다. 소씨 집안은 부동산 관리나 주택 관리 쪽 분야에서 가장 많은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그룹이었다. H국의 크고 작은 오피스텔과 아파트단지, 별장 관리까지 입주자를 위한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모든 CCTV를 확보한 경찰이 다소 난감해하며 이서에게 말했다.“윤이서 씨, 인원수가 너무 많은 관계로 한 명씩 찾아서 소환하고 조사하는데 경찰인력으로는 어느 정도 한계가 있습니다.”이서는 CCTV에서 격분하여 그녀를 인간의 탈을 쓴 짐승이라고 욕설을 퍼붓는 얼굴을 보며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이건 괜찮아요. 다만 저를 습격한 그 놈은 반드시 잡아주세요.”“물론입니다.”경찰은 이서와 다시 한번 확인한 후에야, 복사된 감시카메라를 가지고 떠났다.“그 사람들 그냥 둔다고요?” 소지엽은 이서의 곁으로 가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여 그녀를 보았다.“잡아서 며칠이라도 가둬 놓아야 정신 차리죠.”“그럴 필요 없어요.” 이서는 계속 말을 이었다.“그들도 속아 넘어간 거니까요.”진정한 주범은 인터넷에서 그녀를 ‘불효녀’로 만든 성지영이었다.이서의 일이 크게 번지면서, 소지엽도 이에 대해 조금 알고 있었다.그의 시선은 다시 한번 이서에게 떨어졌다. 그는 흥미진진하게 그녀를 훑어보았다.“결혼했다면서요? 남편은 직장인이라고 하던데?”“네. 맞아요.”“하경철 어르신은 이서 씨가 하은철과 결혼하기를 그렇게 바랐는데…… 조금만 더 기다렸으면 하은철과 결혼할 수 있었을 텐데……. 이서 씨도 이전에 하은철을 많이 좋아했잖아요, 근데 왜 포기했어요?”이서는 소지엽을 보며 웃었다.“소씨 가문 둘째 도련님께서 이렇게 오지랖이 넓은 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