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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0화

지환의 안색이 어둡고 침울해지자, 이상언은 자기가 말 실수했다는 것을 깨닫고 얼른 수습에 나섰다.

“그러나 속담에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했던가, 이서도 언젠가는 너의 진심에 감동하여, 네가 하씨 집안 사람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도 있을 거야.”

지환의 안색은 상언의 위로로 인해 좋아지지는 않았다.

계속 그 자리에 있다가는 한 대 얻어 맞을 것 같은 분위기라 이상언은 슬그머니 꽁무니를 뺐다.

“나 먼저 간다.”

말을 마치고 얼른 빠져나왔다.

마침 옆방에서 나온 이서는 이상언의 뒷모습을 보며 지환에게 물었다.

“방금 상언 씨 왔었어요?”

지환은 딸기 주스를 쳐다보며 말을 하지 않았다.

이서가 가까이 다가와서야 그의 몸에서 차갑다 못해 싸늘한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는 것을 알았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왜 그래요? 무슨 일이에요?”

지환은 눈을 들어 이서를 보자 눈 밑의 난폭한 기운이 물안개처럼 흩어졌다.

“딸기 주스 다 됐다.”

이서는 그를 자세히 살폈다.

“정말 괜찮아요?”

지환은 딸기 주스를 컵에 부었다.

“응, 괜찮아.”

이서는 그제야 걱정하던 마음을 쓸어내리며 다시 물었다.

“상언 씨 왜 왔어요?”

지환은 갑자기 고개를 돌려 이서의 눈동자를 쳐다보았다. 갑작스러운 그의 행동에 이서는 몸이 움찔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에요?”

“아니야.”

지환시는 딸기 주스를 이서에게 건네며 말했다.

“먹어봐.”

이서가 입을 오므리고 한 모금 마셨다.

선홍색의 주스 거품이 입술에 남아 있었다.

지환은 눈동자가 흐려지며 침이 입안을 구르다 목젖을 지나 식도로 내려갔다.

그는 몸을 숙여 그녀의 입술을 머금었다.

갑작스럽게 닥친 폭풍우 같은 약탈에 이서는 무의식적으로 두 손으로 지환의 목을 껴안았다.

한참이 지나서야 지환은 비로소 이서를 놓아주며 손가락으로 입술을 스쳤다.

“이렇게 먹으니까 주스가 몇 백배는 더 맛있네.”

이서는 부끄러워 빨개진 얼굴로 그를 노려보았다.

지환은 이서의 허리를 감고 귓가에 낮게 속삭였다.

“더 먹고 싶어?”

이서는 다소곳하게 말을 더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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