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연은 지환에게 구원의 눈빛을 보냈다.지환은 두 손을 주머니에 꽂고, 차가운 눈빛을 하고 있었다. 그녀를 위해 나서 줄 것 같은 기미는 전혀 없어 보였다.나연은 화가 나서 발을 심하게 구르고 몸을 돌려 떠났다.이서는 여자의 뒷모습을 보며 입을 다물고 돈을 가방에 다시 넣었다.지환은 앞으로 나가 이서의 허리를 껴안았다.“우리 밥 먹으러 가자.”이서는 엘리베이터를 쳐다보았다.“올라가서 그들을 안 살펴도 될까요?”지환은 웃으며 말했다.“가서 뭐하게?”“그런데 걱정돼서…….”지환은 옆 식당으로 이서를 끌고 갔다.“두 사람 다 성인이야. 자신들의 일은 스스로 알아서 잘 처리할 거라고.”“…….”식당에 가서 밥을 먹고, 이서는 신경이 쓰여 두 사람을 대신해서 음식을 포장해서 민박집으로 걸어갔다.아래층에 도착하자마자 입구에 구급차 한 대가 서 있는 것을 보았다.이서의 마음속에 불길한 예감이 스쳐 지나갔다. 몇 걸음 빨리 걸어 갔더니 이상언이 임하나를 업고 위층에서 내려오는 것이 보였다.“왜 그래요?” 이서는 긴장하여 앞으로 나아갔다. 임하나가 고통스러운 듯 눈을 꼭 감고 있었다.“급성…… 위…… 위장염인 거 같아요.”이상언도 당황하여 말이 잘 나오지 않는 것 같았다.“나 먼저 하나 씨랑 병원에 갈게요.”“우리도 갑시다.”이서는 지환과 차에 타서 구급차를 뒤따라갔다.가는 내내 이서는 애간장이 탔다.병원에 도착하니 임하나는 이미 링거를 달고 병실에서 잠이 들었다.이서는 드디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저녁 내내 정신없이 바빴네요, 상언 씨 아직 저녁 식사도 못했죠? 먼저 들어가세요. 내가 여기서 하나 돌볼 게요.”“나 의사예요, 내가 남을 게요.” 이상언은 두 눈으로 임하나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두 사람을 지켜보던 이서는 뒤에 있는 지환을 바라보았다.지환이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두 사람이 함께 문밖으로 걸어갔다.“가서 먹을 것 좀 사올 테니 여기서 날 기다려 줘요.”“내가 갈게.” 지환은 이서를 의자에 눌러 앉혔다
이서는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 한달 여전쯤 휴대폰 발표회에서 연설하던 카리스마 넘치고 기풍이 우아하던 성공한 리더의 안목이라고는 믿을 수 없었다.그러나 기사는 그럴듯하게 적혀 있었다. 심지어 이서정이 결혼하기 전에는 극단에서 작은 단역정도의 배역을 맡았었는데, 지금은 서브 주인공 역할을 맡고 있다는 것이었다. 하은철 삼촌과 결혼하면서 하씨 집안 사람이 되었고 연기는 안 되지만 좋은 자원이 있으니 승승장구한다는 등등의 내용이었다.“뭐 보고 있어?”지환은 인기척도 없이 나타났다.고개를 든 이서는 하마터면 눈앞에 서 있는 사람이 하은철 삼촌이라고 생각할 뻔했다.얼굴 말고 지환의 몸매는 하은철 둘째 삼촌과 정말 많이 닮았다.“아니에요, 연예계 찌라시 보고 있었어요.” 이서는 지난번에 하은철 삼촌 때문에 말다툼을 벌인 일이 생각나서 지환에게 기사를 보여주지 않았다.“뭐 샀어요?”“전복 죽이랑 야채 죽.”지환은 이서가 핸드폰을 슬그머니 치우는 것을 내색하지 않고 바라보고는 죽을 들고 병실로 들어갔다.이상언은 축 처져서 힘도 없고 무기력해 보였다.“지환, 고마워. 하지만 난 먹고 싶지 않아.”“알아서 해.”말을 마치고는, 이서를 끌고 문밖에 앉아 기다렸다.임하나는 링거를 반 병 넘고 맞고 나서야 깨어났다. 눈앞의 사람이 이상언인 것을 보고 무의식중에 중얼거렸다.“내가 왜 여기에 있죠?”이상언은 흥분했다.“깼군요.”이서와 지환은 인기척을 듣고 병실로 들어왔다.“하나야, 좀 어때? 의사 불러올까?”임하나는 입술을 움직였다.“아니…… 목…… 말라.”이상언은 즉시 일어나 임하나에게 물을 따라 주었다.그러고는 조심스럽게 임하나를 부축하여 앉혔다.“자, 물 마셔요.”임하나는 어깨에 놓인 큰 손바닥을 한번 보고 긴 속눈썹이 가볍게 떨렸다.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물을 마셨다.이서는 이 장면을 보고 옅은 웃음을 지었다“하나야, 이번에는 상언 씨 덕분에 살았어, 상언 씨에게 감사인사 제대로 해야겠다.”이상언은 어리숙하게 말했다.“아니에요
아파트 단지에 도착한 이서는 엘리베이터에서 나오자마자 고약한 냄새를 맡았다.아파트 집 문은 계란과 페인트 범벅이 되어 있었고, 벽에는 페인트로 ‘불효녀, 윤이서'라는 큰 글자가 적혀 있었다.깨진 달걀이 벽을 타고 흘러내렸다.아파트 관리 사무실 직원들이 이미 문어귀에서 이서를 기다리고 있었다.이서가 코를 막고 걸어오는 것을 보고 다가와서 말했다.“윤이서 씨, 경찰이 이미 CCTV 영상을 가져갔습니다.”이서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문을 열었다.문 안에는 윤수정이 난장판을 만들기 전과 똑같이 깨끗이 정리되어 있었다.다시 문밖을 한 번 확인한 이서는, 시간이 거꾸로 흐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윤수정이 그녀의 집을 부순 그날로 다시 돌아간 것 같았다.“윤이서 씨, 저희는 이만 내려가보겠습니다.”이서는 눈을 돌려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며 관리사무소 직원을 엘리베이터까지 배웅하러 갔다.엘리베이터 문이 막 열리자 하얀 그림자가 갑자기 비상구에서 뛰쳐나와 이서의 배를 향해 칼을 겨누었다.다행히 반응이 빠른 이서는 상대방이 달려드는 순간 즉시 그의 반대 방향으로 달려갔다.달려든 사람은 허탕을 치고 한순간 멍때리다가 다시 칼을 들고 이서를 향해 달려갔다.관리사무소 직원들도 그제야 반응하여 재빨리 달려들어 그 사람의 손에 든 칼을 빼앗았다.칼이 떨어지자, 그 사람은 순간 당황하여 비상구 쪽으로 도망갔다.이서가 뒤쫓아갔다.그러나 상대방의 속도는 너무 빨랐다. 이서가 쫓아갔을 때 그는 이미 복도에서 사라졌다.관리사무도 직원도 뒤쫓아 나왔다.“윤이서 씨, 쫓지 마요.”이서는 고개를 끄덕였다.“감사합니다.”“괜찮아요, 수고라고 할 것도 없어요. 아파트 주민을 보호하는 게 저희의 임무이기도 하지요.”두 사람은 잠시 기다린 후에야 경찰을 만나러 아래층으로 내려갔다.관리사무소 직원이 경찰에게 방금 일어난 일을 말했다.경찰이 입을 열기도 전에 소파에 앉아 있던 남자가 오히려 먼저 입을 열었다.“여기 아파트 보안 시스템이 너무 구린데요.”이 말을
소지엽은 이서가 그를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을 안 듯 화제를 돌렸다.“보상 관련 사항은 비서가 연락할 겁니다. 혹시 요구사항 같은 게 있습니까?”이서는 다소 의외였다.“관리사무소에서 저에게 보상을 해준다……고요?”“저희 관할 범위 내에서 재산 손실이 발생했으니, 당연히 보상해 드려야죠.”이서는 이제야 대충 감이 왔다. 소씨 집안은 부동산 관리나 주택 관리 쪽 분야에서 가장 많은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그룹이었다. H국의 크고 작은 오피스텔과 아파트단지, 별장 관리까지 입주자를 위한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모든 CCTV를 확보한 경찰이 다소 난감해하며 이서에게 말했다.“윤이서 씨, 인원수가 너무 많은 관계로 한 명씩 찾아서 소환하고 조사하는데 경찰인력으로는 어느 정도 한계가 있습니다.”이서는 CCTV에서 격분하여 그녀를 인간의 탈을 쓴 짐승이라고 욕설을 퍼붓는 얼굴을 보며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이건 괜찮아요. 다만 저를 습격한 그 놈은 반드시 잡아주세요.”“물론입니다.”경찰은 이서와 다시 한번 확인한 후에야, 복사된 감시카메라를 가지고 떠났다.“그 사람들 그냥 둔다고요?” 소지엽은 이서의 곁으로 가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여 그녀를 보았다.“잡아서 며칠이라도 가둬 놓아야 정신 차리죠.”“그럴 필요 없어요.” 이서는 계속 말을 이었다.“그들도 속아 넘어간 거니까요.”진정한 주범은 인터넷에서 그녀를 ‘불효녀’로 만든 성지영이었다.이서의 일이 크게 번지면서, 소지엽도 이에 대해 조금 알고 있었다.그의 시선은 다시 한번 이서에게 떨어졌다. 그는 흥미진진하게 그녀를 훑어보았다.“결혼했다면서요? 남편은 직장인이라고 하던데?”“네. 맞아요.”“하경철 어르신은 이서 씨가 하은철과 결혼하기를 그렇게 바랐는데…… 조금만 더 기다렸으면 하은철과 결혼할 수 있었을 텐데……. 이서 씨도 이전에 하은철을 많이 좋아했잖아요, 근데 왜 포기했어요?”이서는 소지엽을 보며 웃었다.“소씨 가문 둘째 도련님께서 이렇게 오지랖이 넓은 줄은
굳이 이천이 말하지 않아도 지환은 알 수 있었다.태블릿을 켜자 대형 스크린에 곧 성지영이 이서를 폭로하는 기사가 떴다.클릭하여 확인해보니 동영상이었다.영상에서 화장기 없고 꾸미지 않은 성지영은 전체적으로 초췌해 보였다.입을 열자마자 울음을 터뜨렸다.[다들 가족 험담은 누워서 침 뱉기라고 하는데, 우리도 정말 별다른 방법이 없었어요. 이서가 이미 나랑 지 아빠 연락처를 모두 차단했습니다. 그래서 이런 방식으로 대화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먼저 공공 자원을 이런 식으로 이용하게 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성지영은 눈물을 닦고는 카메라를 향해 마치 이서를 보는 듯 자애로운 표정을 지었다.[이서야, 엄마는 네가 듣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너도 이제 어른이고 결혼까지 했잖아. 엄마로써, 충고를 한 마디 하자면, 난 네가 이렇게 오만 방자하게 살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건 자신을 망치는 지름길이야. 태어나서 지금까지, 우리에게 해준 거 없어도 괜찮아, 널 먹이고, 입히고, 키운 건 엄마로서의 당연한 의무야……. 그런데 너 어떻게 결혼하자마자 엄마, 아빠랑 인연을 끊을 수 있니? 지금은 우리가 아직 젊어서 괜찮은데 우리가 더 늙으면 어떡해……. 우리에게 자식이란 딸인 너 하나밖에 없는데……!]성지영의 눈물겨운 호소가 사무실에서 메아리 치고 있었다.이천은 듣기만 해도 괴로웠다.‘사모님 참 안 됐네, 이건 부모가 아니라 악마야.’‘왜 차단했는지는 본인들이 더 잘 알고 있을 텐데……?’지환의 팔 핏줄이 미친 듯이 뛰었다.댓글을 보니, 온통 불쌍한 부모의 처지를 동정하는 내용들과 이서를 파렴치하고 몰상식한 배은망덕한 년으로 치부하는 댓글뿐이었다.“왜 이제야 말하는 거야?”그는 눈을 들어 이천을 쳐다보았다.이천의 작은 몸이 바들바들 떨리며, 울먹거리는 목소리로 말했다.“회장님, 사모님이 실검 2위에 올랐지만, 회장님의 기사가 워낙 핵폭탄 급이어서, 거의 90%의 관심도가 이쪽에 쏠려 있었습니다. 현재 가장 시급한 것은 대중의 의향을 살
“이서정 씨, 오늘 먼저 들어가 쉬세요.” 이서정을 취재하고자 촬영현장을 방문한 기자들을 힘겹게 막아고 있는 경비원을 본 감독은 웃는 얼굴로 이서정에게 말했다.이서정이 감독님을 흘겨보았다.갑자기 이렇게 많은 사람이 치켜세우니 우쭐해졌다. 그러나 그녀도 바보는 아니었다. 일전에 지환이, 그녀에게 아낌없이 지원해 줄 테지만 절대 두 사람의 관계를 폭로해서는 안 된다고 분명히 말했다.지금 둘의 관계가 폭로된 건 그녀의 소행이 아니라 그녀와는 무관하였다. 하지만, 지금 나가서 취재에 혈안이 된 기자들을 마주했다가 말실수라도 하면 가까스로 잡았던 황금 동아줄이 썩은 동아줄이 될 수도 있을 테니.“감독님, 촬영현장에 온 이상 저도 그냥 일개 일꾼입니다. 저를 특별 대우하실 필요 없습니다. 우리 계속 촬영하시죠.”감독은 이마에 흐르는 식은 땀을 닦으며, 뭐라고 말하기도 애매해서 울며 겨자 먹기로 촬영을 계속했다.이서정은 성형한 얼굴이라 표정이 부자연스러운데다 연기도 썩 잘하는 편이 아니라 예전 같았으면 재활영을 진행했을 텐데, 오늘은 모두 ‘패스’시켰다.이서정은 자신의 연기가 마침내 감독의 눈에 들었다고 의기양양했다.촬영이 끝나자 매니저는 휴대전화를 들고 종종걸음으로 달려왔다.“언니, 하 대표님 비서가 언니 찾는데요?”이서정의 심장박동이 갑자기 빨라지기 시작했다. 그녀는 안절부절못하며 물었다.“뭐래?”“저녁에 예쁘게 차려 입고, 하 대표님 만나러 오라는데요?”매니저는 일부러 큰소리로 이야기를 전했다.수줍게 얼굴을 붉힌 이서정은 지환의 얼굴과 몸매를 생각하며 몸을 배배 꼬며 말했다.“아우, 진짜…… 부끄럽게?” 다들 부러운 눈길로 이서정을 쳐다보며, 속으로는 이서정이 땡잡았다고 생각했다하지만 면전에서는 이서정에게 아부하기 바빴다.……이서는 관리사무실에서 나오면서 차단한 성지영의 전화번호를 해지하고 전화를 걸었다.“한번 만납시다.”“드디어 나랑 얘기할 마음이 좀 드니?”“장소는?”이서는 쓸데없는 소리 없이 간단명료하게 얘기했다.“집
“언니, 이건 별개의 문제지.”윤수정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윤씨 집안이 하씨 집안의 도움으로 오늘날의 발전을 이룬 건 맞아. 하지만 그거랑 연로하신 부모님을 내팽기치고 나몰라라 하는 건 별개의 문제 아닌가……?”“내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는 나보다 저 사람들이 더 잘 알고 있겠지!” 이서는 윤수정을 째려보았다.“윤수정, 네가 옆에서 부채질하면서 부추인 걸 내가 모른다고 생각하지 마. 방금 콩밥 먹고 나왔는데, 또 먹고 싶지 않으면 잠자코 있을래?”윤수정의 안색이 어두워졌다가 다시 밝아지며 가식적인 웃음을 지었다.“언니, 입은 비뚤어져도 말은 똑바로 해, 암튼 작은아빠와 작은엄마는 해명동영상을 올리지 않을 거야.”이서는 세 사람을 번갈아 가며 훑어보다가 문득 깨달았다. 그녀는 눈동자를 가늘게 뜨고 비웃는 말투로 얘기했다.“그 동영상, 네가 찍어 올리라고 시킨 거지?”윤수정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유언비어를 퍼뜨리는 건 범죄행위인데?!”이서는 피식 웃으며 성지영과 윤재하를 다시 보았다.“나 분명히 얘기했어요. 3일 시간 줄게요. 그 때까지 해명 동영상을 올리지 않을 경우에, 날 피도 눈물도 없는 무정한 사람이라고 탓하지 마세요.”이서는 말을 뱉고는, ‘또각또각’ 하이힐 소리를 내며 떠났다.성지영과 윤재하는 카리스마 넘치는 이서의 강경한 태도에 겁을 먹고 윤수정을 쳐다보았다.“수정아, 이제 어떡하면 좋겠냐? 아무래도 이서가 우리한테 불리한 증거가 갖고있는 것 같다.”윤수정은 웃으며 자신 있게 말했다.“작은아빠, 작은엄마, 걱정 마세요. 기우예요. 윤이서가 무슨 증거를 갖고 있겠어요? 게다가 두 분이 윤이서를 키운 건 사실이잖아요. 언니를 키우면서 얼마나 애쓰고, 마음고생 많았는지 하늘이 알고 땅이 알아요. 댓글 보면 다들 결혼하고 나서 안면몰수하고 부모님을 버린 윤이서 비난하고 욕하지, 두 분을 나무라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성지영은 수정의 얘기가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여 맞장구를 쳤다“그래, 맞아. 이서가 우리 돌보기는커녕,
지환은 도장 찍듯이 그녀의 붉은 입술에 뽀뽀를 했다. 그녀의 얇은 입술에서 느껴지는 달콤함이 온 몸으로 만연했다.이서는 그의 유유자적한 표정에 더욱 긴장했다.지환은 음흉한 웃음을 지으며 그녀를 보았다.“착하지? 얌전히…….”그의 목소리에는 마력이 있는 것 같았다.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그녀를 끝없는 어둠 속으로 이끄는 것 같았다.이서는 지환의 팔을 껴안고 두 눈은 흐리멍덩하게 하늘의 달을 보았다.하늘의 달은 나뭇가지 끝에서 이서를 바라보고 있었다.……더 그레이트 지화.이서정은 벌써 여러 차례 손목을 들고 시간을 확인했다. 약속한 시간에 비해 무려 한 시간이나 지났는데 지환은 나타나지 않았다.그녀의 미간이 점점 찌푸려지기 시작했다.그녀는 핸드폰을 꺼내 매니저에게 전화를 할까 말까 망설였다.그녀는 지환의 번호가 없었다.그리고 계약 규정에 따르면, 지환만 필요에 따라 그녀에게 연락을 취할 수 있고, 그녀는 지환에게 연락해서는 안 되었다.바로 이때 그녀의 핸드폰이 울렸다.낯선 번호였다.이서정은 얼굴에 희색을 띄며 얼른 전화를 받았다.“하 대표님, 안녕하세요?”수화기 너머의 민호일은 이서정이 한 얘기를 제대로 듣지 못하고 웃으며 물었다.[안녕하세요, 저기 혹시 이서정 씨 되십니까?]이서정은 바로 전화기 너머의 사람이 지환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그녀는 경계하듯 물었다. “누구…… 시죠?”[아, 네, 민호일이라고 합니다.]이서정의 눈동자는 즉시 휘둥그레졌다.“4대 가문 중 하나인 민씨 가문의 수장이신, 그 민호일……이요?!”[네, 이서정 씨 안녕하세요.]이서정은 흥분을 가라앉히려고 노력했지만 목소리는 여전히 떨렸다.“안녕하세요.”[이서정 씨, 혹시 언제 시간 되세요? 우리 같이 커피나 한 잔 할까요?]이서정은 긴장한 나머지 손으로 허벅지를 비볐다. 전에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어, 저는…… 언제든지 괜찮습니다.”[네, 그럼 시간을 정해서 비서보고 모셔오라고 하겠습니다.]“아 네, 좋아요. 그래요”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