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이천이 말하지 않아도 지환은 알 수 있었다.태블릿을 켜자 대형 스크린에 곧 성지영이 이서를 폭로하는 기사가 떴다.클릭하여 확인해보니 동영상이었다.영상에서 화장기 없고 꾸미지 않은 성지영은 전체적으로 초췌해 보였다.입을 열자마자 울음을 터뜨렸다.[다들 가족 험담은 누워서 침 뱉기라고 하는데, 우리도 정말 별다른 방법이 없었어요. 이서가 이미 나랑 지 아빠 연락처를 모두 차단했습니다. 그래서 이런 방식으로 대화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먼저 공공 자원을 이런 식으로 이용하게 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성지영은 눈물을 닦고는 카메라를 향해 마치 이서를 보는 듯 자애로운 표정을 지었다.[이서야, 엄마는 네가 듣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너도 이제 어른이고 결혼까지 했잖아. 엄마로써, 충고를 한 마디 하자면, 난 네가 이렇게 오만 방자하게 살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건 자신을 망치는 지름길이야. 태어나서 지금까지, 우리에게 해준 거 없어도 괜찮아, 널 먹이고, 입히고, 키운 건 엄마로서의 당연한 의무야……. 그런데 너 어떻게 결혼하자마자 엄마, 아빠랑 인연을 끊을 수 있니? 지금은 우리가 아직 젊어서 괜찮은데 우리가 더 늙으면 어떡해……. 우리에게 자식이란 딸인 너 하나밖에 없는데……!]성지영의 눈물겨운 호소가 사무실에서 메아리 치고 있었다.이천은 듣기만 해도 괴로웠다.‘사모님 참 안 됐네, 이건 부모가 아니라 악마야.’‘왜 차단했는지는 본인들이 더 잘 알고 있을 텐데……?’지환의 팔 핏줄이 미친 듯이 뛰었다.댓글을 보니, 온통 불쌍한 부모의 처지를 동정하는 내용들과 이서를 파렴치하고 몰상식한 배은망덕한 년으로 치부하는 댓글뿐이었다.“왜 이제야 말하는 거야?”그는 눈을 들어 이천을 쳐다보았다.이천의 작은 몸이 바들바들 떨리며, 울먹거리는 목소리로 말했다.“회장님, 사모님이 실검 2위에 올랐지만, 회장님의 기사가 워낙 핵폭탄 급이어서, 거의 90%의 관심도가 이쪽에 쏠려 있었습니다. 현재 가장 시급한 것은 대중의 의향을 살
“이서정 씨, 오늘 먼저 들어가 쉬세요.” 이서정을 취재하고자 촬영현장을 방문한 기자들을 힘겹게 막아고 있는 경비원을 본 감독은 웃는 얼굴로 이서정에게 말했다.이서정이 감독님을 흘겨보았다.갑자기 이렇게 많은 사람이 치켜세우니 우쭐해졌다. 그러나 그녀도 바보는 아니었다. 일전에 지환이, 그녀에게 아낌없이 지원해 줄 테지만 절대 두 사람의 관계를 폭로해서는 안 된다고 분명히 말했다.지금 둘의 관계가 폭로된 건 그녀의 소행이 아니라 그녀와는 무관하였다. 하지만, 지금 나가서 취재에 혈안이 된 기자들을 마주했다가 말실수라도 하면 가까스로 잡았던 황금 동아줄이 썩은 동아줄이 될 수도 있을 테니.“감독님, 촬영현장에 온 이상 저도 그냥 일개 일꾼입니다. 저를 특별 대우하실 필요 없습니다. 우리 계속 촬영하시죠.”감독은 이마에 흐르는 식은 땀을 닦으며, 뭐라고 말하기도 애매해서 울며 겨자 먹기로 촬영을 계속했다.이서정은 성형한 얼굴이라 표정이 부자연스러운데다 연기도 썩 잘하는 편이 아니라 예전 같았으면 재활영을 진행했을 텐데, 오늘은 모두 ‘패스’시켰다.이서정은 자신의 연기가 마침내 감독의 눈에 들었다고 의기양양했다.촬영이 끝나자 매니저는 휴대전화를 들고 종종걸음으로 달려왔다.“언니, 하 대표님 비서가 언니 찾는데요?”이서정의 심장박동이 갑자기 빨라지기 시작했다. 그녀는 안절부절못하며 물었다.“뭐래?”“저녁에 예쁘게 차려 입고, 하 대표님 만나러 오라는데요?”매니저는 일부러 큰소리로 이야기를 전했다.수줍게 얼굴을 붉힌 이서정은 지환의 얼굴과 몸매를 생각하며 몸을 배배 꼬며 말했다.“아우, 진짜…… 부끄럽게?” 다들 부러운 눈길로 이서정을 쳐다보며, 속으로는 이서정이 땡잡았다고 생각했다하지만 면전에서는 이서정에게 아부하기 바빴다.……이서는 관리사무실에서 나오면서 차단한 성지영의 전화번호를 해지하고 전화를 걸었다.“한번 만납시다.”“드디어 나랑 얘기할 마음이 좀 드니?”“장소는?”이서는 쓸데없는 소리 없이 간단명료하게 얘기했다.“집
“언니, 이건 별개의 문제지.”윤수정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윤씨 집안이 하씨 집안의 도움으로 오늘날의 발전을 이룬 건 맞아. 하지만 그거랑 연로하신 부모님을 내팽기치고 나몰라라 하는 건 별개의 문제 아닌가……?”“내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는 나보다 저 사람들이 더 잘 알고 있겠지!” 이서는 윤수정을 째려보았다.“윤수정, 네가 옆에서 부채질하면서 부추인 걸 내가 모른다고 생각하지 마. 방금 콩밥 먹고 나왔는데, 또 먹고 싶지 않으면 잠자코 있을래?”윤수정의 안색이 어두워졌다가 다시 밝아지며 가식적인 웃음을 지었다.“언니, 입은 비뚤어져도 말은 똑바로 해, 암튼 작은아빠와 작은엄마는 해명동영상을 올리지 않을 거야.”이서는 세 사람을 번갈아 가며 훑어보다가 문득 깨달았다. 그녀는 눈동자를 가늘게 뜨고 비웃는 말투로 얘기했다.“그 동영상, 네가 찍어 올리라고 시킨 거지?”윤수정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유언비어를 퍼뜨리는 건 범죄행위인데?!”이서는 피식 웃으며 성지영과 윤재하를 다시 보았다.“나 분명히 얘기했어요. 3일 시간 줄게요. 그 때까지 해명 동영상을 올리지 않을 경우에, 날 피도 눈물도 없는 무정한 사람이라고 탓하지 마세요.”이서는 말을 뱉고는, ‘또각또각’ 하이힐 소리를 내며 떠났다.성지영과 윤재하는 카리스마 넘치는 이서의 강경한 태도에 겁을 먹고 윤수정을 쳐다보았다.“수정아, 이제 어떡하면 좋겠냐? 아무래도 이서가 우리한테 불리한 증거가 갖고있는 것 같다.”윤수정은 웃으며 자신 있게 말했다.“작은아빠, 작은엄마, 걱정 마세요. 기우예요. 윤이서가 무슨 증거를 갖고 있겠어요? 게다가 두 분이 윤이서를 키운 건 사실이잖아요. 언니를 키우면서 얼마나 애쓰고, 마음고생 많았는지 하늘이 알고 땅이 알아요. 댓글 보면 다들 결혼하고 나서 안면몰수하고 부모님을 버린 윤이서 비난하고 욕하지, 두 분을 나무라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성지영은 수정의 얘기가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여 맞장구를 쳤다“그래, 맞아. 이서가 우리 돌보기는커녕,
지환은 도장 찍듯이 그녀의 붉은 입술에 뽀뽀를 했다. 그녀의 얇은 입술에서 느껴지는 달콤함이 온 몸으로 만연했다.이서는 그의 유유자적한 표정에 더욱 긴장했다.지환은 음흉한 웃음을 지으며 그녀를 보았다.“착하지? 얌전히…….”그의 목소리에는 마력이 있는 것 같았다.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그녀를 끝없는 어둠 속으로 이끄는 것 같았다.이서는 지환의 팔을 껴안고 두 눈은 흐리멍덩하게 하늘의 달을 보았다.하늘의 달은 나뭇가지 끝에서 이서를 바라보고 있었다.……더 그레이트 지화.이서정은 벌써 여러 차례 손목을 들고 시간을 확인했다. 약속한 시간에 비해 무려 한 시간이나 지났는데 지환은 나타나지 않았다.그녀의 미간이 점점 찌푸려지기 시작했다.그녀는 핸드폰을 꺼내 매니저에게 전화를 할까 말까 망설였다.그녀는 지환의 번호가 없었다.그리고 계약 규정에 따르면, 지환만 필요에 따라 그녀에게 연락을 취할 수 있고, 그녀는 지환에게 연락해서는 안 되었다.바로 이때 그녀의 핸드폰이 울렸다.낯선 번호였다.이서정은 얼굴에 희색을 띄며 얼른 전화를 받았다.“하 대표님, 안녕하세요?”수화기 너머의 민호일은 이서정이 한 얘기를 제대로 듣지 못하고 웃으며 물었다.[안녕하세요, 저기 혹시 이서정 씨 되십니까?]이서정은 바로 전화기 너머의 사람이 지환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그녀는 경계하듯 물었다. “누구…… 시죠?”[아, 네, 민호일이라고 합니다.]이서정의 눈동자는 즉시 휘둥그레졌다.“4대 가문 중 하나인 민씨 가문의 수장이신, 그 민호일……이요?!”[네, 이서정 씨 안녕하세요.]이서정은 흥분을 가라앉히려고 노력했지만 목소리는 여전히 떨렸다.“안녕하세요.”[이서정 씨, 혹시 언제 시간 되세요? 우리 같이 커피나 한 잔 할까요?]이서정은 긴장한 나머지 손으로 허벅지를 비볐다. 전에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어, 저는…… 언제든지 괜찮습니다.”[네, 그럼 시간을 정해서 비서보고 모셔오라고 하겠습니다.]“아 네, 좋아요. 그래요”민
“아니, 사람이 어떻게 그래? 늙은 부모님 등골 빼먹는 등골 브레이커라니……!”“결혼하고 나서 바로 부모를 나몰라라 했대. 남자가 그리 좋을까?”“택시 기사 남편때문에 굳이 이럴 필요 있을까?”“…….”이서가 하이힐을 신고 디자인부에 들어왔을 때, 마침 사람들이 숙덕거리는 것을 들었다.그녀는 아무런 기색을 내지 않고 사무실 쪽을 지나갔다. 눈치 빠른 사람들은 이서를 보고 얼른 동료들의 옷깃을 잡아당겼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수군거리던 사무실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말해 봤자, 아무 소용없기 때문이다.차라리 사실로 증명하는 것이 백배 낫다.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안에 앉아 있는 장지완을 보고는 깜짝 놀라서 눈썹을 치켜 떴다.“당연히 우리 총괄님을 보러 왔지요. 실검에 올랐던데, 어떻게 처리할 예정이에요?”“그건 내 사적인 일이라…….”이서는 의자가 매우 불편하게 느껴졌다.“굳이 얘기 안하고 싶은데…….”장지완은 이서의 표정을 주의 깊게 살폈다. 이서가 컴퓨터를 켜지 않는 것을 보고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돌렸다. 곧 일어나 책상 앞으로 가서 두 손으로 책상을 받치고 비웃듯 이서를 바라보았다.“비록 총괄님의 사적인 일이긴 하지만, 회사의 이미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니 하는 말이죠…….”이서는 냉소하면서 물었다.“아니, 계속 위 상사에게 대드는 부총괄님은 잘릴까 봐 두렵지도 않나 봐요?”“네가 감히……!”이서는 웃으며 말했다.“못할 건 없는 거 같은데……. 심심하면 와서 트집 잡고 시비 걸고 하니, 회사 업무에 방해가 되는데? 계속 이런 식이면 내가 당신을 자르지 않더라도 사장님도 좌시하지 않을 겁니다…….”장지완은 입꼬리를 부자연스럽게 올렸다. 그리고 뭔가 생각난 듯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윤이서, 잘난 척할 날도 얼마 남지 않았으니 마음껏 즐겨.”말을 마치고는 허리를 비틀며 나갔다.이서는 동영상 얘기를 하는 줄 알고 별로 마음에 두지 않았다.컴퓨터를 켤 때도 자리가 불편한 건 마찬가지였
그러나 명성이 자자한 만큼 골드 킹과 작업하는 것조차가 힘든 일이었다.이서는 지환의 능력이 이렇게 대단한지 몰랐다. 글쎄 골드 킹 쪽 사람이 직접 전화를 걸게 하다니…….게다가 상대방은 매우 공손했다.[안녕하세요, 윤이서 씨 되십니까?]“네.”[혹시 언제쯤 시간이 될까요? 우리 쪽에서 직접 찾아 뵙고 상담 드리고 싶은데요…….”이서는 잠깐 생각한 뒤 답했다.“1시 정도 괜찮을까?”[그럼요.]“그래요, 그럼 있다가 봅시다.”이서는 전화를 끊자마자, 즉시 지환에게 전화를 걸었다.“방금 골드 킹에서 나에게 전화 왔어요. 당신 파워 대단한데요?”지환은 기분이 좋았다.[맛난 저녁 사준다는 거 잊지 말고…….]그는 일부러 ‘맛난’저녁이란 글자를 강조하며 얘기했다.이서의 볼이 뜨거워졌다.그녀는 왠지 지환이 ‘음담패설’ 하는 것 같았다.하지만 곧 마음을 다 잡았다.‘맛난 음식이 뭐가 음담패설이야? 윤이서, 정신 차리자.’“알았어요.” 이서는 계속 말을 이었다.“그럼 퇴근하고 장 좀 더 봐서 갈게요.”이서가 자기 말 속에 담긴 뜻을 이해하지 못한 것을 눈치챈 지환은 소리 없이 입술을 치켜 올렸다.“그래, 포도 좀 많이 사와.”……하씨 가문 저택.아침 일찍 일어나 옷차림을 단정히 하고 아침을 먹은 하경철은 지팡이를 들고 천천히 문가로 걸어갔다.주경모 집사가 마중을 나왔다.“어르신 외출하시겠습니까?”하경철은 웃으며 답했다.“그래.”“이서 아가씨한테 가는 거죠?”하경철 얼굴의 웃음기가 더 짙어졌다.“자네한텐 정말 아무 것도 숨길 수 없군!”주경모는 웃으며 말했다.“어르신, 제가 봤을 때 어르신께서 굳이 가실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어, 벌써 결과 나왔어?”“아니요,” 주경모는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아마 확인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그럴 리가? 지환의 결혼 소식이 언론에 퍼졌는데, 이서가 정말 지환의 아내라면, 분명히 기분이 안 좋겠지? 만약 아니라면 별 반응이 없을 테고…….”하경철은 주경모가
이서는 점심을 먹고 사무실로 돌아왔다.점심 휴식시간이라 식사를 마치고 사무실에 돌아와 삼삼오오 모여 얘기하고 있었다.이서가 사무실에 들어오는 것을 보고, 하나 둘씩 다시 신나게 이서의 일을 떠들어 대기 시작했다.“에이, 니들이 봤을 때, 이 일의 결말은 어떻게 될 거 같아?”“누가 알아?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윤이서가 공공의 적이 됐다는 거지. 가족들까지 나서서 폭로한다는 건 윤이서가 더 이상 하씨 집안 사람이 될 수 없다는 얘기 아니겠어? 그 말인즉 하씨 집안과 윤씨 집안 모두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 않겠다는 얘기지. 택시기사인 남편이 뭘 할 수 있겠어?”“내가 봤을 때, 윤이서는 자초한 거야. 좋은 하씨 집안 사모님을 고사하고 무슨 택시 운전 기사래?!”“전에 지완 언니가 얘기했잖아. 일부러 하은철을 엿 먹이려고 그런 거라고. 듣기로는 하은철이 사랑하는 사람이 윤이서 동생이래. 그래서 하은철이 이서와 결혼을 계속 미뤘던 거고…….”“근데 하은철은 왜 윤 총괄님을 찾아왔대? 온 사무실에 장미와 다이아몬드 반지도 또 뭐고?!”“아마도 할아버지 강요에 못 이겨서겠지, 그 집 어르신은 왜 그렇게 윤이서를 예뻐하는지 모르겠네?”사람들이 한창 떠들고 있는데, 문밖에서 갑자기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그들은 얼른 입을 다물고 밖을 내다보았다.온 사람이 하은철인 걸 보고 다들 깜짝 놀라서 어안이 벙벙해졌다.“하은철 씨?” 한 여직원이 얼굴을 붉히며 일어섰다.“어…… 어떻게 오셨습니까?”“이서 사무실에 있어요?”“네, 네, 있어요, 사무실에 있어요.”하은철은 가볍게‘응’ 하고 대답하고 이서 사무실 쪽으로 걸어갔다.그가 문을 두드리고 들어가는 것을 보고, 사람들은 서로 쳐다보며 어리둥절했다.‘하씨 집안 며느리…… 물 건너간 거 아니야? 근데 하은철은 왜 또 나타난 거지?’하은철을 보고 이서는 불쾌한듯 눈썹을 찡그렸다.“왜 또 왔어?”하은철은 하경철에게 등 떠밀려서 온 거였다. 그래서 지금 화가 잔뜩 나 있었다. 그러나 책상에 앉아 머
그러더니 갑자기 무슨 생각인지 한마디 덧붙였다.“겸사겸사 전 약혼녀가 도움이 필요한지 보러 왔는데?”이 ‘전’자가 내포하는 의미가 참으로 오묘했다.강수지는 그제야 이서의 존재를 알아차렸다. 그녀는 웃으며 말했다.“참으로 의리 있는 분이시네요. 전 약혼녀를 이렇게까지 챙기는 게 쉽지 않을 텐데…….윤 총괄님이 지금 난처한 건 맞아요. 속담에 남의 자식 고운 데 없고 내 자식 미운 데 없다는데, 부모가 나서서 비난하고 폭로하는 거 보면, 없는 일을 지어낸 거 같지는 않아요.지금 같은 최악의 상황에서 당신의 출현은 아마 구세주의 강림이나 다름없을 거예요.분명히 당신의 도움이 절실할 겁니다!”하은철은 입꼬리를 치켜들려 말했다.“그런데 필요 없다고 하던데.”강수지는 바보를 보는 듯한 눈빛으로 이서를 쳐다보았다.“윤 총괄님, 이제 콧대 그만 세워요. 자식이 부모와 인연을 끝는 건 잘못된 일이에요. 이런 일은 사석에서 얘기하면 끝이지, 뭐 하러 남의 입방아에 오르게 해요. 윤 총괄 명성에도 좋지 않게……. 도련님이 돕지 않으면, 아마 큰 코 닥칠 거 같은데…….”듣기에는 구구절절 이서를 생각해서 하는 말인 것 같지만, 실제로는 오히려 그녀를 사리 분별 못하는 사람으로 매도하고 있었다.이서는 책상 위의 시계를 한 번 보았다.“그만 가!”하은철은 이서가 다른 사람 앞에서 자기를 쫓아내자 안색이 보기 좋지 않았다.“윤이서, 작작해! 눈치 챙겨.”“우린 이미 끝났어. 근데 왜 자꾸 와서 나를 귀찮게 해? 눈치 없는 사람이 누군데?”이서가 휴대전화를 들고 말했다.“둘 다 나가. 안 나가면 아래층 경비 부를 거야!”하은철은 눈썹을 찌푸리며 안쓰러운 표정을 지었다.“윤이서! 정신 차려, 내 도움 없으면 넌 평생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받으며 살게 될 거야!”“신경 쓰지 마. 이미 언론 홍보 대행사에 찾았거든.”하은철은 입가에 조롱이 섞인 웃음을 지었다.“대행사를 찾았다고? 뭐 얼마나 대단한 대행사를 찾았는지 모르겠는데, 설마 사기당한 건 아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