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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3화

민박집 근처에 바로 술집이 하나 있었다.

겨우 5시가 넘은 시간이라 손님이 몇 명 없었다.

이상언은 구석진 자리를 찾아 술을 잔뜩 시켜 놓고는 혼자서 들이키다가 지환을 보며 말했다.

“설마 하나가 정말 나한테 아무런 느낌이 없는건가?”

지환은 머리도 들지도 않고 손에 든 태블릿을 터치하고 있었다.

“넌 왜 임하나가 너한테 호감이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당연히 나의 소탈하고 호방한 천재 의사의 신분…….”

이상언은 관자놀이를 짚으며 괴로워했다. 지환이 온 정신을 집중하여 태블릿을 보고 있는 걸 보고 호기심에 고개를 내밀었다.

“뭘 그렇게 열심히 보고 있는 거야?”

지환은 굳이 덮거나 가리지 않았다. 곧 이상언도 알아차렸다.

그는 안색이 약간 변했다.

“이서를 메리아트 호텔로 데려간 게, 이서 씨 엄마라는 사람이 시킨 짓이었어?!”

호랑이도 제 새끼는 안 잡아먹는데, 이런 대단한 ‘진상’ 엄마는 처음이었다.

지환은 이상언의 질문에 바로 회답하지 않고 계속 자료를 보았다.

이상언은 지환을 몇 초 동안 보고 나서야 입을 열었다.

“너 설마 손쓸 거야?”

지환은 눈을 들어 마치 바보를 바라보는 듯한 눈빛으로 이상언을 바라보았다.

“그럼 어떻게 할 건데? 설마…….”

이상언은 목을 긋는 듯한 동작을 했다.

지환은 느긋하게 입을 열었다.

“알면서 일부러 묻는 거지?”

이상언은 지환의 팔을 잡았다.

“정말 그렇게 할 작정이야?”

“무슨 문제라도 있어?”

“물론이지.”

이상언은 몸을 지환 앞으로 좀 더 가까이 갔다.

“어쨌던 이서 씨 엄마잖아.”

“이런 사람이 엄마가 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

그의 품에서 온몸을 바들바들 떨던 이서를 생각하면, 성지영을 일찍 처리하지 못한 것이 한스러웠다.

“지환아.”

이상언은 지환의 일처리가 과감하고 잔인하며 게다가 세상 물정에 별로 개의치 않는 성격의 소유자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번엔 달라. 이서 씨 어머니야. 물보다 진한 혈육관계라고……. 네가 정말 그녀의 어머니를 처리해버리면, 넌 뭐가 되는 거야? 이서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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