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엄마는, 남편이 사흘이 멀다 하고 밖에서 바람을 피워도 남편과 이혼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전통적 가치관의 소유자였다.지금까지도 두 사람은 불륜-발각-이혼 제기-부결의 수렁에서 허덕이고 있다.매번 쫓아다니던 잘 생긴 남자가 자기에게 넘어왔다 싶으면, 그녀는 상대방과 연락을 끊거나 잠수를 타고 헤어지는 루틴을 반복했다. 임하나는 쓴웃음을 지었다.“너도 확실하지는 않잖아. 난 그렇게 운이 좋은 사람 아니야. 게다가, 누군가에게 구속당하는 것도 싫고……. 나는 내가 좋아하는 남자들을 쫓아다니는 게 더 좋아.”이서는 안쓰러운 눈빛으로 임하나를 바라보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임하나는 애써 밝은 척했다.“내 얘기는 그만하고, 너랑 지환 씨는 어때? 이제 진짜 화해한 거야?”이서는 가볍게 대답했다.“응, 나도 한번 잘 해 보려고…….”임하나는 부러워하며 이서를 바라보았다.“이서야, 넌 나보다 훨씬 용감하고 씩씩해.”이서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난 용감한 게 아니라, 상처를 받는 것보다 그를 잃는 게 더 두려운 거야…….”임하나는 순간 멍해졌다. “너…… 정말 지환 씨 사랑하는구나?”이서는 창밖을 내다보았다.“예전에는 하은철에 대한 내 감정이 사랑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야 알겠어. 그건 사랑이 아니라 최면 같은 거였어.모든 사람들이 나와 하은철은 결혼할 운명이라고 얘기했어. 그래서 내가 처음 하은철을 만났을 때, 내 마음속 깊은 곳에서 이 사람이 내 미래의 남편이니 그를 사랑해야 한다는 생각이 내 머리속에 뿌리 깊이 박혀있었어.8년 동안 나는 두려움도 없었고, 미래를 생각해 본 적도 없었다. 물론 사랑의 즐거움도, 고통도 느껴본 적이 없었어.나는 마치 결혼이라는 임무를 완수하는 위한 기계처럼, 매일 실제행동으로 하은철을 사랑하는 임무를 완수했어.근데 지환 씨랑 함께 하면서, 모든 게 다 변했어.지환 씨를 잃을 까봐 노심초사하고 걱정돼. 심지어 작은 달콤함이 나를 세상 행복하게 만들고, 작은 응어리가 나를 오래동안 신경
지환의 안색이 어둡고 침울해지자, 이상언은 자기가 말 실수했다는 것을 깨닫고 얼른 수습에 나섰다.“그러나 속담에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했던가, 이서도 언젠가는 너의 진심에 감동하여, 네가 하씨 집안 사람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도 있을 거야.”지환의 안색은 상언의 위로로 인해 좋아지지는 않았다.계속 그 자리에 있다가는 한 대 얻어 맞을 것 같은 분위기라 이상언은 슬그머니 꽁무니를 뺐다.“나 먼저 간다.”말을 마치고 얼른 빠져나왔다.마침 옆방에서 나온 이서는 이상언의 뒷모습을 보며 지환에게 물었다.“방금 상언 씨 왔었어요?”지환은 딸기 주스를 쳐다보며 말을 하지 않았다.이서가 가까이 다가와서야 그의 몸에서 차갑다 못해 싸늘한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는 것을 알았다.그녀는 조심스럽게 물었다.“왜 그래요? 무슨 일이에요?” 지환은 눈을 들어 이서를 보자 눈 밑의 난폭한 기운이 물안개처럼 흩어졌다.“딸기 주스 다 됐다.”이서는 그를 자세히 살폈다.“정말 괜찮아요?”지환은 딸기 주스를 컵에 부었다.“응, 괜찮아.”이서는 그제야 걱정하던 마음을 쓸어내리며 다시 물었다.“상언 씨 왜 왔어요?”지환은 갑자기 고개를 돌려 이서의 눈동자를 쳐다보았다. 갑작스러운 그의 행동에 이서는 몸이 움찔했다.“도대체 무슨 일이에요?”“아니야.” 지환시는 딸기 주스를 이서에게 건네며 말했다.“먹어봐.”이서가 입을 오므리고 한 모금 마셨다.선홍색의 주스 거품이 입술에 남아 있었다.지환은 눈동자가 흐려지며 침이 입안을 구르다 목젖을 지나 식도로 내려갔다.그는 몸을 숙여 그녀의 입술을 머금었다.갑작스럽게 닥친 폭풍우 같은 약탈에 이서는 무의식적으로 두 손으로 지환의 목을 껴안았다.한참이 지나서야 지환은 비로소 이서를 놓아주며 손가락으로 입술을 스쳤다.“이렇게 먹으니까 주스가 몇 백배는 더 맛있네.”이서는 부끄러워 빨개진 얼굴로 그를 노려보았다.지환은 이서의 허리를 감고 귓가에 낮게 속삭였다.“더 먹고 싶어?”이서는 다소곳하게 말을 더듬었다.
하경철은 어두운 얼굴로 혼잣말을 하는 것 같았다.“지환이 결혼한 지 어느덧 3개월이 다 되어 가는데, 왜 이제야 여자 측에 집을 사줬을까? 저기 주 집사, 설마 그 여자 짝퉁 아닐까? 우리에게 보여주기 위한?”“그런데…… 왜 굳이 그렇게 할 이유가……?”하경철은 지팡이를 잡고 한참이 지나서야 마음을 진정시켰다“왜냐면, 진짜 아내가 이서이기 때문이지!”주경모는 냉기를 한 모금 들이마셨다.“어르신, 그게 어떻게 가능합니까? 이서 아씨와 큰집 도련님은 만난 적도 없는데…….”하경철은 긴 한숨을 내쉬었다.“나도 내 추측이 틀렸으면 하네.”“어르신, 큰집 도련님이 정말 이서 아씨와 결혼한 거 라면, 직접 아가씨에게 물어보면 되지 않습니까?”“안돼!” 하경철은 한마디로 거절하셨다.지난번 만남은 이미 경솔했다.만약 이서에게 직접 물었다면 분명히 지환의 경각심을 불러일으켰을 것이다.하경철은 매섭게 눈을 감았다.활옷을 입고 화관을 쓰고 있는 소녀의 이미지가 머릿속에 떠올랐다.소녀는 이서와 닮았다.소녀의 옆에는 사모 관대한 젊고 잘생긴 소년이 서있었다. 소년의 눈매는 지환과 매우 비슷했다.이 장면을 본 하경철은 눈을 번쩍 뜨고 숨을 크게 내쉬었다.주경모는 상황을 살피고 얼른 하경철이 숨을 고를 수 있도록 가슴을 쓸어주었다.“어르신, 가정의를 불러오겠습니다.”“아니다…….” 하경철은 손을 흔들어 막았다.“인과응보야, 전부다 인과응보야, 주 집사, 가…… 가서 언론홍보 담당자 불러와!”주경모는 의아한 눈빛으로 하경철을 바라보았다.하경철은 은퇴한 후로, 지금까지 회사 일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이건…….’“빨리 안 가?!”“네!”……유채 꽃밭은 민박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도보로 십여 분만에 바로 도착했다.목적지에 도착하자 이서는 고개를 돌려 몇 미터 뒤떨어져서 걸어오고 있는 이상언과…… 민박집 딸래미를 보았다.두 사람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여자는 싱글벙글 웃었다.계획에 없던 여자의 등장으로 분위기는 더욱 어색
이상언은 다시 한번 소녀의 뇌회로에 심하게 놀라, 손을 빼는 것조차 깡그리 잊어버렸다.“나연아, 진짜 도와줄 거야? 어떻게 도와줄 건데?”“쉿!” 나연이 이상언에게로 몇 걸음 다가갔다.“오빠, 지금 언니가 이쪽 보고 있어요.”이상언은 미간이 올라가며 놀라워했다.“정말?”“음.”“그럼 지금 무슨 표정이야, 기분이 안 좋아?”“얼굴에 먹구름이 잔뜩 끼었어요. 기분이…… 좋아 보이지는 않아요.”“그렇다면, 지금 효과가 있는 거네?”“그렇죠.” 나연은 이상언의 눈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수줍게 웃었다.이서는 눈썹을 비틀어 다정하게 얘기를 주고받는 두 사람을 보고, 또 한쪽으로 혼자서 멀리 앞서 가는 임하나를 보며, 옆에 있는 지환에게 물었다.“상언 씨 지금 대체 뭐하는 거예요?”지환은 이서의 손을 잡고 간만에 둘만의 오붓한 시간을 기분 좋게 즐기고 있었는데, 갑자기 이서의 입에서 다른 남자의 이름을 들자 불쾌한 듯 눈살을 찌푸렸다. 설사 그 사람이 둘도 없는 절친이라고 해도 마찬가지였다.“내가 어찌 알겠어?”“그럼 가서 좀 물어봐 줘요. 네?”지환은 고개를 숙여 이서를 쳐다보며 약간 거친 손으로 이서의 작은 손을 가볍게 어루만지다가 갑자기 장난기 섞인 웃음을 지었다.“그래, 그런데 조건이 있어.”“조건이요?” 이서는 좋은 일이 아닐 것이라고 직감했다.“여보, 자기라고 한 번 불러봐.”“…….”지환은 손을 들어 이서의 부드러운 귓불을 어루만지며 진담 반 농담 반으로 얘기했다.“아님 애기를 가져도 좋고…….”이서의 안색이 눈에 띄게 변했다.이서의 상황을 살핀 지환은, 가슴 한 쪽이 순식간에 당황했다. 막 입을 열어 농담이라고, 장난이라고 막 설명하려는데 이서가 고개를 들었다. 맑은 눈동자는 지환의 당황한 눈동자를 마주했다.“나 생각해 봤는데, 아이 안 낳을 거예요.”지환은 심장이 바닥으로 푹 꺼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눈빛은 더없이 어둡고 무거웠다.“나와 아이를 갖고 싶지 않다는 거야?”이서는 이 말의 핵심이 ‘나와
민박집 근처에 바로 술집이 하나 있었다.겨우 5시가 넘은 시간이라 손님이 몇 명 없었다.이상언은 구석진 자리를 찾아 술을 잔뜩 시켜 놓고는 혼자서 들이키다가 지환을 보며 말했다.“설마 하나가 정말 나한테 아무런 느낌이 없는건가?”지환은 머리도 들지도 않고 손에 든 태블릿을 터치하고 있었다.“넌 왜 임하나가 너한테 호감이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당연히 나의 소탈하고 호방한 천재 의사의 신분…….”이상언은 관자놀이를 짚으며 괴로워했다. 지환이 온 정신을 집중하여 태블릿을 보고 있는 걸 보고 호기심에 고개를 내밀었다.“뭘 그렇게 열심히 보고 있는 거야?”지환은 굳이 덮거나 가리지 않았다. 곧 이상언도 알아차렸다.그는 안색이 약간 변했다.“이서를 메리아트 호텔로 데려간 게, 이서 씨 엄마라는 사람이 시킨 짓이었어?!”호랑이도 제 새끼는 안 잡아먹는데, 이런 대단한 ‘진상’ 엄마는 처음이었다.지환은 이상언의 질문에 바로 회답하지 않고 계속 자료를 보았다.이상언은 지환을 몇 초 동안 보고 나서야 입을 열었다.“너 설마 손쓸 거야?”지환은 눈을 들어 마치 바보를 바라보는 듯한 눈빛으로 이상언을 바라보았다. “그럼 어떻게 할 건데? 설마…….”이상언은 목을 긋는 듯한 동작을 했다.지환은 느긋하게 입을 열었다.“알면서 일부러 묻는 거지?”이상언은 지환의 팔을 잡았다.“정말 그렇게 할 작정이야?”“무슨 문제라도 있어?”“물론이지.”이상언은 몸을 지환 앞으로 좀 더 가까이 갔다.“어쨌던 이서 씨 엄마잖아.”“이런 사람이 엄마가 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그의 품에서 온몸을 바들바들 떨던 이서를 생각하면, 성지영을 일찍 처리하지 못한 것이 한스러웠다.“지환아.” 이상언은 지환의 일처리가 과감하고 잔인하며 게다가 세상 물정에 별로 개의치 않는 성격의 소유자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이번엔 달라. 이서 씨 어머니야. 물보다 진한 혈육관계라고……. 네가 정말 그녀의 어머니를 처리해버리면, 넌 뭐가 되는 거야? 이서 씨
내용을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이서의 표정에서 지환은 대충 짐작이 갔다.그는 손을 들어 이서의 뒷목을 가볍게 쓰다듬었다.“왜? 무슨 일이야?”이서가 지환에게 핸드폰을 건네주었다.지환은 힐끗 쳐다보았다.“당신은 조금도 놀라지 않는 것 같군.”이서는 웃으며 말했다.“그날, 내가 호텔로 끌려가서 민예지를 만났을 때, 엄마가 나에게 전화했어요. 단지 이 두 가지 일을 연결시키지 않았을 뿐이에요. 지금 이 자료를 보니, 왜 그때 민예지가 그렇게 당당했는 지 알겠네요. 믿는 구석이 있었던 거였죠. 왜냐하면 나를 데려간 건 자기 쪽 사람이 아니니까요. 설령 내게 무슨 사고가 난다고 하더라도 그녀는 깔끔하게 모르쇠로 일관할 수 있으니까요.”다만 후에 왠지 모르지만 민예지가 정신이상 환자가 되었다.지환은 그녀를 품에 안았다.“괴로워? 힘들어?”이서는 편안하게 머리를 지환의 어깨에 기댄 채 흔들었다.“며칠 전에 엄마가 날 찾아와서 나더러 할아버지 찾아 뵙고 하은철과 윤수정이 함께 있도록 설득하라고 얘기하더라고요. 난 그때 어떻게 사람이 갑자기 신념이 바뀌었는지 의아하고 있었는데…….”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핸드폰을 보며 자조 섞인 말투로 말을 이었다.“만약 내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면, 그 때 아마 윤수정이 전화를 걸어 엄마에게 하은철이 메리아트 호텔에 있다고 말했을 거예요. 그래서 엄마, 아니 성지영이 날 납치하는 방식으로 나를 호텔로 데려간 거죠. 성지영이 날 찾아온 건 윤수정이 이 일을 빌미로 그녀를 협박했을 가능성이 커요. 그렇지 않았다면 지금까지 하은철과 결혼하기를 바라던 성지연이 갑자기 생각이 바뀌었을 리가 없죠…….”진지하게 상황을 분석하는 이서를 보며, 지환은 하얗게 질린 그녀의 손을 애틋하게 잡았다.“여보…….”지환의 걱정 어린 눈빛을 보며 이서는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제게 이 문자를 발송한 사람 알아봐 줄 수 있어요? 이분에게 감사드리고 싶어서요…….”“감사 인사한다고?”“응, 어떤 목적으로 나에게 이 메일을 보냈든 상관없이,
불빛 아래에 서 있는 다부지고 훤칠한 피지컬의 지환은, 입가에 행복의 미소가 번졌다.“가자.”그는 입을 열고 이서를 불렀다.이서는 고개를 들어 지환을 보고는 두, 세 걸음 다가와 지환의 팔짱을 꼈다.“네, 가요.”지환은 그녀를 슬쩍 보았다.“무슨 좋은 일 있어?”이서는 신비롭게 웃었다.“이따가 식사자리에서 알게 될 거예요.”말하면서 또 임하나의 방향을 향해 주먹을 불끈 쥐는 자세를 취했다.임하나는 긴장한듯 입술을 오므렸다.세 사람이 함께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이상언은 이미 아래층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식사장소는 바로 그 옆이었다.네 사람이 막 출발하려고 할 때 민박의 딸 나연이 뛰어나왔다.“오빠, 지금 식사하러 가는 건가요?”“응.”“나도 같이 가도 되요?” 나연은 이상언을 향해 눈짓했다.이상언은 무의식중에 임하나의 눈치를 봤다.임하나의 안색은 한순간 하얗게 되었고, 이상언과 눈빛이 마주쳤다.이 순간, 나연이 이미 이상언의 곁에 다가와 이상언의 옷깃을 가볍게 잡아당기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오빠, 내가 도와줄 수 있는데…….” 멀리서 보니 애교 부리는 것 같았다.임하나는 입술을 깨물고 말했다.“나…… 나 갑자기 몸이 좀 안 좋네. 밥생각이 없어.”말을 마치고, 그녀는 몸을 돌려 위층으로 올라갔다.1초 동안 멍때리던 이상언은 나연에게 고맙다는 말을 남기고는 임하나의 그림자를 쫓아 위층으로 올라갔다.이 장면을 본 나연은 매섭게 눈살을 찌푸렸다가, 이서 쪽에서 바라보는 눈길을 느끼는 순간, 또 천진난만한 모습으로 돌아왔다.“이서언니, 혹시 제가 말 실수했나요?”이서는 아무 내색하지 않고 되물었다.“말실수한 거 같아?”나연은 입술을 깨물었다.“그런데 하나 언니는 왜 화가 나서 갔을까요?”“몸이 안 좋다잖아.”“그런데 아까는 분명히 멀쩡했는데…….”이서는 소녀의 천진무구한 눈동자를 보며, 그녀와 빙빙 돌려 말하지 않았다.“너 방금 일부러 그랬지?”나연은 눈을 크게 뜨고 무고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언니
나연은 지환에게 구원의 눈빛을 보냈다.지환은 두 손을 주머니에 꽂고, 차가운 눈빛을 하고 있었다. 그녀를 위해 나서 줄 것 같은 기미는 전혀 없어 보였다.나연은 화가 나서 발을 심하게 구르고 몸을 돌려 떠났다.이서는 여자의 뒷모습을 보며 입을 다물고 돈을 가방에 다시 넣었다.지환은 앞으로 나가 이서의 허리를 껴안았다.“우리 밥 먹으러 가자.”이서는 엘리베이터를 쳐다보았다.“올라가서 그들을 안 살펴도 될까요?”지환은 웃으며 말했다.“가서 뭐하게?”“그런데 걱정돼서…….”지환은 옆 식당으로 이서를 끌고 갔다.“두 사람 다 성인이야. 자신들의 일은 스스로 알아서 잘 처리할 거라고.”“…….”식당에 가서 밥을 먹고, 이서는 신경이 쓰여 두 사람을 대신해서 음식을 포장해서 민박집으로 걸어갔다.아래층에 도착하자마자 입구에 구급차 한 대가 서 있는 것을 보았다.이서의 마음속에 불길한 예감이 스쳐 지나갔다. 몇 걸음 빨리 걸어 갔더니 이상언이 임하나를 업고 위층에서 내려오는 것이 보였다.“왜 그래요?” 이서는 긴장하여 앞으로 나아갔다. 임하나가 고통스러운 듯 눈을 꼭 감고 있었다.“급성…… 위…… 위장염인 거 같아요.”이상언도 당황하여 말이 잘 나오지 않는 것 같았다.“나 먼저 하나 씨랑 병원에 갈게요.”“우리도 갑시다.”이서는 지환과 차에 타서 구급차를 뒤따라갔다.가는 내내 이서는 애간장이 탔다.병원에 도착하니 임하나는 이미 링거를 달고 병실에서 잠이 들었다.이서는 드디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저녁 내내 정신없이 바빴네요, 상언 씨 아직 저녁 식사도 못했죠? 먼저 들어가세요. 내가 여기서 하나 돌볼 게요.”“나 의사예요, 내가 남을 게요.” 이상언은 두 눈으로 임하나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두 사람을 지켜보던 이서는 뒤에 있는 지환을 바라보았다.지환이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두 사람이 함께 문밖으로 걸어갔다.“가서 먹을 것 좀 사올 테니 여기서 날 기다려 줘요.”“내가 갈게.” 지환은 이서를 의자에 눌러 앉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