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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7화

당장이라도 도망치고 싶은 생각이 굴뚝 같았지만, 그랬다가는 도둑이 제발 저린 것과 다를 바 없는 행동이라는 걸 잘 알 기에 울며 겨자 먹기로 이서가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

그녀는 낮은 목소리로 이서의 귓가에 대고 물었다.

“저…… 저분은 여기 어떻게 왔어?”

이서는 입술을 오므리고 옅게 웃었다.

“이상언 씨 국내에 친구가 별로 없잖아. 그래서 같이 놀러 가면 재미 있을 거 같아서…….”

말을 마치고 임하나의 눈을 쳐다보며 물었다.

“하나야, 너 혹시 나한테 뭐 숨기는 거 있니?”

켕기는 게 있는 임하나는 얼른 시선을 돌렸다.

“아, 아니야. 없어.”

“그래? 그런데 난 왜 자꾸 너희 두 사람 이상한 거 같지?!”

“아니야!”

임하나는 극력 부인하였다. 곁눈질로 이상언이 다가오는 걸 본 그녀는 온 몸이 경직되었다.

이상언은 몸을 숙여 임하나의 손에 든 캐리어를 건네받으려 했다.

“주세요.”

“아니에요…….”

임하나는 감전된 것처럼 뒤로 한 발 물러섰다. 곧 자신의 행동이 너무 과했다는 것을 깨닫고 바로 말을 덧붙였다.

“나 혼자 들 수 있어요…….”

이서는 웃으며 난처해하는 임하나를 보았다.

“하나야, 너 상언 씨 차 타고 가. 나 먼저 간다.”

“…….”

이서가 차에 타자, 임하나와 이상언 두 사람만 덩그러니 남겨졌다.

이상언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사람처럼 임하나의 캐리어를 들었다.

“타세요.”

임하나는 제자리에 서서 타기도 뭐하고, 안 타기도 뭐하고 난처하기 그지없었다.

이상언은 웃으며 그녀를 보았다. 잘 생긴 이목구비는 이 동작으로 인해 더욱 얼굴이 환해 보였다. 방금 전까지 피곤이 역력했던 기색마저 말끔히 사라진 듯했다.

“왜 그래요?”

임하나는 똥 마려운 강아지마냥 안절부절 못했다.

“우리…….”

“하나 씨가 말했잖아요, 아무 일도 없었던 걸로 하자고. 아무 일도 없었으니, 우리는 여전히 친구잖아요……. 하나 씨는 친구랑 있을 때 어색한가요?”

임하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했다.

“우리…… 정말 아무 일도 없었던 걸로 할 수 있을까요?”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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