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환은 곧 전화를 받았다. 기분이 좋아 보였다.[우리 자기가 어쩐 일일까나?]전류에서 가늘게 들려오는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고막에서 메아리 치자, 이서는 자기도 모르게 팔에 소름이 돋았다.그녀는 마음을 다잡고 차분하게 말을 꺼냈다.“오늘 밤, 회사에서 환영 파티 하는데……, 저랑 같이 갈래요?”지환은 장난기 가득한 웃음을 지었다.“당신 회사 환영 파티인데, 내가 가서 뭐해? 난 자기 회사 사람도 아닌데……?”“…….”그녀는 왠지 지환이 일부러 이런다고 생각했다.“당연히…….”[뭔데?] 지환은 웃는 듯 마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어안이 벙벙해진 부하 직원을 뒤로하고, 낮은 목소리로 계속 물었다.[뭐긴…… 가족이지! 맞지?]이서는 어이가 없었다.지환의 목소리는 더 낮아졌고, 남자다운 중후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오늘 드디어 나를 가족으로 인정한 셈인가?]“암튼 올 건가요? 말 건가요?” 이서의 얼굴이 달아올랐다.[이렇게 좋은 기회에, 나도 당연히 가고 싶은데……, 오늘 선약이 있어 갈 수가 없네.]지환은 아쉬움을 내뱉었다.지환의 못 온다는 말에 이서는 살짝 실망감을 느꼈다. 그녀는 더 이상 캐묻지 않고 답했다.“응, 알겠어요.”전화를 끊고, 지환은 휴대전화 배경화면으로 설정한 이서의 사진을 보며 가볍게 웃었다.“이천…….”그는 일어나서 양복을 들고 밖으로 걸어 나가며 물었다.“사람 왔어?”“네, 이미 밑에 와있습니다. 지금 약속 장소로 가실 겁니까?”“응.” 지환은 긴 다리를 활보하며 눈 깜짝할 사이에 엘리베이터 앞에 도착했다. 이천은 바로 2층 버튼을 눌렀다.“하경철 어르신 쪽도 출발했다고 합니다.”지환은 속눈썹을 내리고 가볍게 ‘응’ 소리를 냈다.오늘 밤 하경철과 만나기로 했다.그의 아내를 보여줄 시간이다.환영 파티 장소는 사무실 반대편의 술집으로 정했다. 퇴근 후 이서와 심소희는 함께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이전에 이서를 멀리하던 때와 달리 오늘은 동료들이 하나 둘씩 열정적으로 이서의 곁에 둘러서서
성지영은 정곡을 찔린 듯 갑자기 손을 들어 이서의 얼굴을 때렸다.“내가 네 엄마라고, 너 언제부터 이렇게 말 함부로 했어?!”떠들썩한 주위 소리에 ‘찰싹’하고 뺨을 후려 소리는 망망대해에 던져진 자갈처럼 소리가 묻혀버렸다.갑작스러운 성지영의 손찌검에 이서도 당황했다. 그녀는 혀끝을 입천장에 올리고, 한참이 지나서야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녀는 차가운 눈빛으로 성지영을 째려보았다.성지영은 온몸에 한기가 느껴졌다.그녀는 겁에 질린 눈빛으로 이서를 바라보았다.마치 한 대 후려 맞은 사람이 그녀인 것 같았다.이서는 생면부지의 낯선 사람을 보는 눈빛으로 성지연을 바라보았다.“내 엄마라고요, 그럼 물어 볼게, 내 생일은 기억해요?”성지영은 깜짝 놀란 듯 한참이 지나서야 오물거리며 말했다.“물론…… 당연히 알고 있지.”이서는 한눈에 그녀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예전에는 매년 생일 때, 국내건 외국이건 상관없이 성지영과 윤재하가 해외까지 날아와 그녀의 생일을 축하해 주던 그때가 생각났다.그러나 부모의 바람대로 하은철과 결혼하지 않았다는 이유 하나로, 그들은 모두 잊어버렸다.‘마치…… 친자식이 아닌, 그냥 1+1 덤으로 딸려온 존재처럼…….’‘쓸모가 있을 때에야 모든 걸 기억하고 챙길 가치가 있는 존재…….’이서는 문득 지환이 생각났다.갑자기 그의 품이 너무 그리웠다.그녀는 몸을 곧게 펴고, 아직도 주절주절 자기 얘기만 늘어놓는 성지영을 보며 몸을 돌려 망망한 인파 속으로 사라졌다.성지영은 쫓아가려 했지만 망망한 인파 속에서 이서의 뒷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메이아트 호텔.“할아버지…….”하은철은 밤새 마음이 불안했다.“삼촌 아직 안 오셨어요?”하경철은 하은철을 흘겨보며 가볍게 질책했다.“침착 좀 해라. 숙모 만나는 자리인데 뭔 그리 호들갑이냐?”하은철은 앉아서 웃었다.“할아버지, 저 정말, 정말 궁금해 미치겠어요. 도대체 어떤 마력을 가진 여자길래 삼촌이 기꺼이 결혼까지 했는지…….”하경철은 눈썹을 찌
하지만 보통 성형녀 느낌에 지적인 분위기가 더했다.“이쪽은…….”하경철이 떠보듯 물었다. “작은 아버님, 안녕하세요!” 여자의 눈동자에는 놀라운 기색이 역력했다.“제가 바로 지환 씨의 아내 되는 사람입니다. 오늘 드디어 만나 뵙게 되었네요!”그리고 고개를 돌려 하은철을 보고는, 놀라움은 더욱 감출 수 없었다.“도련님도 계셨었네요!”하은철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고 어리둥절해서 지환을 바라보았다.이 여자는 상상 속의 숙모, 작은 엄마의 이미지와 너무 달랐다.우아함도, 단아함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하경철도 이 여자가 마음에 안 들기는 마찬가지였지만 그래도 한 편으로는 안도의 한숨을 돌렸다.‘이서가 아니면 됐어.’“앉으세요.”여자는 자리에 앉자마자, 익숙하게 자기소개를 했다.“안녕하세요, 이서정이라고 합니다. 편하게 정이라고 부르셔도 됩니다.”지환은 그녀를 흘겨보았다.이서정은 감전된 듯 책상 밑에 놓인 손가락은 불안한 듯 꼬며 말을 아꼈다.하은철과 하경철은 모두 이 작은 동작에 주의하지 않았다.“정이라고 했나?” 하경철은 주 집사에게 공용 젓가락을 가지고 이서정에게 음식 한 점을 집어 주라고 했다.“지환과 결혼한 지 얼마나 됐지?”“3개월이 다 되어 갑니다.”하경철은 내색하지 않고 질문을 계속 해댔다. 이서정도 잘 받아 넘겼다. 하경철은 그제야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하은철을 바라보았다.“은철아, 봐봐, 네 삼촌도 이제 가정을 이루었어. 너와 이서도 이제 사랑싸움 그만하고 빨리 혼사 치르자. 삼촌과 동반 결혼식을 올리는 것도 좋고……. 안 그러냐? 지환아…….”하경철은 이서를 언급하며 지환을 뚫어지게 보았다.지환은 별 반응 없이, 눈 밑에 가벼운 웃음기가 떠올랐다.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이서정을 보고 모든 흥미를 잃어버린 하은철은 아예 자리에서 일어섰다.“할아버지, 삼촌, 회사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에 갑자기 문제가 생겨서 먼저 일어나 봐야겠습니다.”지환은 눈도 들지 않고 말했다. “그래, 가봐.”그가
요 며칠 그녀는 대스타가 되는 꿈을 매일 꾸었다.오늘 저녁 하은철과 하경철을 만난 뒤, 이서정은 그녀의 꿈이 실현될 날이 멀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지환의 정체가 뭔지 모르겠지만, 하은철의 삼촌인 건 확실했다!하씨 가문은 국내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존재이다. 삼류 무명배우가 뿐만 아니라 무명감독을 유명한 대 스타, 대감독으로 치켜세우는 것도 말 한 마디에 불과했다.지환은 흥분해서 들떠 있는 이서정에게 차가운 찬물을 끼얹었다.“하지만…… 네 신분에 대해 의심하는 사람이 한명이라도 생기면 이번 생에 좋은 날은 끝날 줄 알아.”이서정은 몸이 으스스 떨리는 것 같았다. 그녀는 바삐 대답했다.“네. 주의하도록 하겠습니다.”“들어가.”지환이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고급 차량 한 대가 그들 앞에 섰다.이서정은 얌전히 고개를 끄덕이며 차에 올랐다.이천은 차가 멀리 떠나기를 기다렸다가 앞으로 나아갔다.“회장님, 마음에 드십니까?”“괜찮아, 아주 영리해. 하경철한테 정체를 들키지만 않으면, 어떤 요구사항도 다 충족시켜 줘.”“네.” 이천은 말을 마치고는, 지환을 바라보며 뭔가를 얘기하려다 멈추었다.그러고는 한참 뒤에야 물었다.“회장님, 왜 사모님께 회장님 신분을 직접 말씀드리지 않습니까?”지환은 그를 흘겨보았다.이천은 곧 바삐 사과했다.“죄송합니다. 제가 괜한 말을 했습니다.”지환은 그를 질책하지 않고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다.그는 드디어 두려움이라는 게 뭔지 알기 시작했을 뿐이다.그래서 모험을 할 수 없었다.……같은 시각 민씨 집안.여전히 이서의 거처를 찾지 못한 경호원들을 앞에 두고, 민호일은 더는 욕설을 퍼부을 힘도 없었다.“꺼져, 꺼져, 멍청이 새끼들 싹 다 꺼져.”부하들은 서로 쳐다보며 방을 나갔다.실내가 잠깐 조용해지나 싶다니 곧 문 밖에서 황급한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회장님, 좋은 소식입니다!”민호일은 용수철이 튀어 오르기라도 한 것처럼 벌떡 일어섰다.“윤이서 거처를 알아냈어?”“아니요!” 들어
지환은 사람을 품에 꼬옥 안았다.“아니, 많이 안 기다렸어, 배고파?”“아니요. 당신은?”“난 조금…….”아까 호텔에서 별로 먹지 않았다.“그럼 먹고 싶은 거 있어요?” 이서는 지환이 자기를 안도록 내버려두었다. 심지어 몸을 슬쩍 움직여 그의 품속으로 파고들었다.그의 품은 너무 따뜻했다.“너는?”이서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난 괜찮아요. 벌써 잊어버렸어요?”“어떠한 순간에도, 당신의 요구가 최우선이라는 것만 기억해.”이서는 멍해지더니 곧 자조하며 웃었다.“나는 그렇게 중요한 사람 아닌데……. 그나저나 뭐 먹고 싶어요?”지환은 이서의 어깨를 바로잡고 엄숙한 눈빛으로 이서를 바라보았다.“당신은 내가 가장 소중한 존재야! 당신이 있어서 살 맛이 나, 당신이 없으면 난 죽은 목숨이야.”이서는 온몸에 전율이 느껴졌다. 그녀는 지환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그의 두 눈은 바다처럼 깊고 맑았다.“나…… 정말 그렇게 중요한 사람이에요?”이서를 꼭 껴안은 지환의 몸은 약간 떨렸다. 아득한 밤하늘에 울려 퍼지는 목소리는 더없이 미묘하면서도 공허했다.“응, 아주 중요해. 그러니까 무슨 일이 있어도 나를 떠나지 마, 알았지?”지환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있던 이서는, 옷 속에 가려진 그의 탄탄한 복근과 쿵쾅거리며 미친 듯이 뛰는 그의 심장소리를 느낄 수 있었다.그녀는 손을 들어 지환을 꽉 안았다. 마치 세상 전부를 안은 것처럼 있는 힘을 다해.“네, 당신도 마찬가지예요!”잠시 뒤, 지환의 품에서 고개를 든 이서가 물었다.“자, 이제 우리 뭐 먹으러 갈까요? 나보고 정하라고 하지 말고…….”지환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이서를 바라보았다.“그럼 자기가 추천하는 걸로 먹으면 되겠네.”이서는 눈을 들어 사방을 둘러보았다.“보쌈은 어때요?”길 건너편의 보쌈집에 사람들이 줄 서서 기다리고 있는 게 보였다. 문전성시를 이루니 틀림없이 맛이 좋을 것이다.두 사람은 곧 식당으로 향했다.대부분 포장하는 손님들이라 가게 안에는 빈 자리가 몇 곳
이서는 연거푸 물을 몇 모금 들이키며 목구멍까지 올라온 열을 꺾었다.지환은 그녀의 목덜미를 쓰다듬으며 일부러 물었다.“왜 그래?” 이서는 언짢은 기색을 내비치며 그를 힐끗 보았다.“나 바람 좀 쐬고 올게요.”말이 끝나자, 얼른 지환의 마수에서 벗어나 식당 밖으로 나와 임하나와 어디로 갈지 이야기를 나누었다.하지만 ‘딸기’를 얘기할 때마다 이서는 왠지 모르게 온몸이 꺼림칙했다. 지환은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바로 이때 이천의 메시지가 도착했다.[회장님, 민씨 가문에서 이서정 씨 뒷조사를 하고 있습니다.]지환은 눈동자를 약간 움츠리고 긴 손가락으로 답장을 보냈다.[조사하라고 해.]약 5분이 지나자, 이천에게서 다시 메시지가 왔다.[하경철 어르신 쪽도 이서정 씨에 대해 조사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양쪽에서 동시에 조사하고 있는데다 민씨 집안에서 사모님에 대한 조사를 계속 진행 중이라 우리 쪽의 일손이 부족할까 염려됩니다.]잠깐 고민하던 지환은 곧 답장을 했다.[걱정 마, 곧 민씨 집안에서 더 이상 이서를 귀찮게 하지 않을 테니까.]문자를 보내고, 지환은 휴대전화를 식탁에 엎어 놓고 밥을 먹기 시작했다.이 집의 보쌈 맛은 확실히 괜찮았다. 야들야들한 고기에 구수한 고기향이 더해지면서 느끼하지 않고 담백한 게 맛이 좋았다.예전의 지환이라면 절대 먹지 않았을 음식이었다.이천은 지환이 보내온 문자를 보고 아리송했다.‘민예지가 정신 이상장애를 보이면서 민호일이 사모님의 정보를 캐려고 혈안이 되어 있는데? 특히 회장님을 찾으려고……. 아직 하나도 캐낸 게 없는데 이렇게 쉽게 포기할 수 있다고?’임하나와 통화를 마친 이서는 문밖에서 잠시 바람을 쐬고 나서야 다시 식당으로 돌아왔다.마침 지환이 배불리 먹고, 우아하게 입을 닦고 있었다.그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이서는 눈과 마음이 즐거웠다. 지환의 집에 한번 다녀온 게 아니라면, 그녀도 임하나가 얘기한 것처럼 그가 정말 귀공자가 아닐까 의심했을 것이다.“다 드셨어요? 이
당장이라도 도망치고 싶은 생각이 굴뚝 같았지만, 그랬다가는 도둑이 제발 저린 것과 다를 바 없는 행동이라는 걸 잘 알 기에 울며 겨자 먹기로 이서가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 그녀는 낮은 목소리로 이서의 귓가에 대고 물었다.“저…… 저분은 여기 어떻게 왔어?”이서는 입술을 오므리고 옅게 웃었다.“이상언 씨 국내에 친구가 별로 없잖아. 그래서 같이 놀러 가면 재미 있을 거 같아서…….”말을 마치고 임하나의 눈을 쳐다보며 물었다.“하나야, 너 혹시 나한테 뭐 숨기는 거 있니?”켕기는 게 있는 임하나는 얼른 시선을 돌렸다.“아, 아니야. 없어.”“그래? 그런데 난 왜 자꾸 너희 두 사람 이상한 거 같지?!”“아니야!”임하나는 극력 부인하였다. 곁눈질로 이상언이 다가오는 걸 본 그녀는 온 몸이 경직되었다.이상언은 몸을 숙여 임하나의 손에 든 캐리어를 건네받으려 했다.“주세요.”“아니에요…….”임하나는 감전된 것처럼 뒤로 한 발 물러섰다. 곧 자신의 행동이 너무 과했다는 것을 깨닫고 바로 말을 덧붙였다.“나 혼자 들 수 있어요…….”이서는 웃으며 난처해하는 임하나를 보았다.“하나야, 너 상언 씨 차 타고 가. 나 먼저 간다.”“…….”이서가 차에 타자, 임하나와 이상언 두 사람만 덩그러니 남겨졌다.이상언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사람처럼 임하나의 캐리어를 들었다.“타세요.”임하나는 제자리에 서서 타기도 뭐하고, 안 타기도 뭐하고 난처하기 그지없었다.이상언은 웃으며 그녀를 보았다. 잘 생긴 이목구비는 이 동작으로 인해 더욱 얼굴이 환해 보였다. 방금 전까지 피곤이 역력했던 기색마저 말끔히 사라진 듯했다.“왜 그래요?”임하나는 똥 마려운 강아지마냥 안절부절 못했다.“우리…….”“하나 씨가 말했잖아요, 아무 일도 없었던 걸로 하자고. 아무 일도 없었으니, 우리는 여전히 친구잖아요……. 하나 씨는 친구랑 있을 때 어색한가요?”임하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했다.“우리…… 정말 아무 일도 없었던 걸로 할 수 있을까요?”“뭐…
이서는 이 모든 상황을 눈앞에서 지켜보았다.마음이 착잡해진 그녀는 지환을 보며 말했다.“우리 이제 올라가요.”이 말은 지환에게 한 말이기도 하지만, 이상언한테 들으라고 한 말이기도 했다.“응.” 지환이는 믹서기를 들고 말했다.“가자.”임하나는 앞장서서 맨 앞에서 걸었다.이서와 지환이 그 뒤를 이었다.맨 뒤에 있는 사람은 이상언이었다.엘리베이터에 들어서도 그는 여전히 자신의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귓가에 울리는 카톡 소리를 들으며 임하나는 짜증을 냈다.“요즘 여학생들, 정말 적극적이네.”말을 내뱉고서야 그녀는 자기 말에 질투의 냄새가 따분하다는 걸 깨달았다.그녀는 쥐구멍이라도 찾아 들어가지 못하는 것이 한스러웠다.이서는 가볍게 그녀의 손을 잡았다.“그래, 우리 때랑은 완전히 다르지. 그들이 받은 교육이 우리 때와는 다르니, 다를 수 밖에…….”임하나는 감격에 겨운 눈빛으로 이서를 한 번 보았다.더 이상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다행히 방이 3층에 있어서 곧 도착했다.네 사람이 갈라섰다.방에 들어서자마자, 지환은 이서를 손목을 잡고 문에 기대어 키스를 퍼부었다.오늘 그의 키스는 평소에 없던 인내심과 부드러움이 더해졌다.5분 뒤.지환은 이서를 놓아주며 자기 이마를 이서의 이마에 대고, 그윽한 눈으로 이서의 정욕에 가득 찬 눈빛을 보며 못된 웃음을 지었다.“원해?”이서는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저었지만 눈동자 속의 욕망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지환은 손가락으로 이서의 등을 위에서 아래로 쓰다듬었다.“언행 불일치는 좋은 품성이 아닌데…….”이서는 지환이 다음 액션을 취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생각 밖으로 그는 큰 손을 거두고 허리를 약간 굽혀 이서의 눈 밑에 다가갔다.“이것은 전채일 뿐이야. 먼저 딸기 주스 만들어 줄게.”말이 끝나기 바쁘게 그는 수도꼭지를 틀어 딸기를 씻었다.이서는 여유만만하게 딸기 주스를 준비하고 있는 지환을 바라보며 빨간 입술을 살짝 내밀었다.“그럼 하나한테 좀 다녀올 게요.”말을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