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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3화

케빈은 의심의 눈초리로 다시 되물었다.

“방금 그 여자랑 정말 모르는 사이야?”

지환은 휴대전화를 한 바퀴 돌리더니 다시 앉아 두 손을 머리 뒤로 깍지를 꼈다.

“어떻게 정의 내리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죠.”

“네가 그녀를 보는 눈빛이 남달랐어. 솔직히 말해봐, 둘이 사귀고 있는 거지? 오늘 네가 나를 찾아온 것도 그녀 대신 사정하러 온 거지? 우리 오랜 지기이긴 하지만 그래도 해야 할 말은 분명히 해야겠네. 내가 친구의 체면을 안 봐주는 게 아니라, 자네도 알듯이 난 공사가 분명한 사람이네. 네가 그녀를 위해 왔다고 해고, 이번 건은 어쩔 수 없어. 봐주지 없네.”

지환은 웃으며 말했다.

“내일 건에 대해 난 한 마디도 안 했는데…….”

“정말 아까 그 여자 때문에 온 거 아니야?”

“아닌데요.”

케빈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둘이 정말 생판 모르는 사이?”

지환은 침묵하며 말을 하지 않았다.

케빈은 그가 묵인했다고 생각하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난 네가 그 여자를 좋아하는 줄 알았네. 하긴, 너처럼 일에 미쳐 사는 녀석이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 리가 없지. 됐어, 이제 가 봐도 돼.”

지환은 외투를 팔뚝에 걸치고 케빈과 손을 흔들며 작별을 고하고 총총 걸음으로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아래층에 도착했는데 이서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지환이 씨익 웃었다.

‘이 녀석, 아직도 화가 나 있나 보군.’

이서에게 막 전화를 하려고 하는데, 이천의 전화가 먼저 들어왔다.

[회장님, 전에 사모님을 메리아트 호텔로 데려간 사람을 알아냈습니다.]

지환은 미간을 찌푸렸다.

“누구야?”

[그게…….]

이천은 자료를 보며 머뭇거리다 입을 뗐다.

[사모님의 어머님이 보낸 사람들입니다.]

지환은 온몸의 피가 거구로 솟는 것 같았다.

“확실해?!”

[사람은 이미 잡았고, 그 놈들의 은행 계좌에 찍힌 송금자 이름이 성지영이었습니다…….]

이천은 망설이다 물었다.

[회장님, 이제 어떻게 할까요?]

‘사모님도 참 안 됐다.’

‘그녀를 납치하라고 시킨 사람이 글쎄 친 엄마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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