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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6화

이서는 임하나의 맞은편에 앉았다.

“지금 뭐하시…….”

이서는 지갑에서 5만원권 지폐 몇 장을 꺼냈다.

“사장님, 영업 방해해서 죄송합니다.”

돈을 받은 사장은 더 이상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어차피 가게에 다른 손님이 없으니, 그의 휴식에도 영향을 주지 않았다. 그는 아예 카운터에 틀어박혀 휴대전화를 보기 시작했다.

“너 취했구나?”

이서는 임하나를 툭 쳤다.

힘겹게 눈을 치켜 뜬 임하나는 이서를 알아보고는 반갑게 얘기했다.

“이서야, 우리 이서 왔구나.”

평소와 별다를 바 없어 보였지만, 이서는 한눈에 그녀의 이상함을 눈치챘다.

“무슨 일이야?”

이서가 친절하게 물었다.

임하나는 코끝이 시큰거리더니 곧 눈물이 맺혔다. 그녀는 입술을 오므리며 말했다.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오늘 아침 커피를 사다가 이상언과 어떤 여자가 액세사리 가게에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이서는 임하나가 얘기하지 않자, 굳이 따져 묻지도 않고 곧장 냉장고에서 술 몇 병을 꺼내 왔다.

“더 마시고 싶어? 내가 같이 마셔 줄게.”

임하나는 마치 가슴에 구멍이 뻥 뚫린 것 같았다. 가슴 속에 묻어 두었던 괴로움이 이서의 말 한 마디에 모든 것이 흘러나왔다.

“이서야, 역시 너밖에 없다. 네가 최고야.”

이서가 술병을 따자 냉기가 뿜어져 나오면서 그녀의 갸름한 얼굴을 가렸다.

이서는 자신에게 한 잔 따르고 임하나에게도 한 잔 따라 주었다.

술이 몇 잔 들어가자, 임하나가 마침내 말문을 열었다.

“이서야, 사람 마음이라는 게 참 요상하지 않니?”

그녀는 술잔을 든 채 갈색 액체를 사이에 두고 이서를 보았다.

“내 친구 얘긴데, 그 친구가 어떤 남자와…… 술 먹고 잤어, 다들 성인이니 그러려니 했다. 그런데 그 남자가 다른 여자와 함께 있는 것을 보니 기분 나쁘고 짜증이 나는 거야. 네가 봤을 때, 그 여자 문제 있는 거 맞지? 딸꾹…….”

임하나는 딸꾹질을 했다. 그러고는 도둑이 제발 저린 듯 한 마디 덧붙였다.

“내가 말한 이 친구…… 내가 아니야. 나 절대 아니다.”

이서는 빙그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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