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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8화

한참이 지나서야 이서는 정신을 차리고 그를 밀었다. 말투가 많이 수그러들었다.

“다리가 저려요.”

뒤로 물러선 지환은 허리를 굽혀 사람을 번쩍 안았다.

“집에 가자.”

이서는 희미한 가로등 아래에서의 지환을 모습을 살펴보았다.

우물처럼 깊은 눈동자, 탄탄한 바디라인, 어디 하나 흠잡을 데가 없었다.

‘만약 지환을 먼저 만났더라면, 틀림없이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그를 사랑했을 것이다.’

‘8년 전처럼, 후회 없이 사랑하고 헌신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야.’

‘더 이상 8년 전의 물불 안 가리고 사랑에 목 메던 소녀가 아니야.’

그녀는 지환의 품에 머리를 살짝 기대고 남자의 강력한 심장 박동 소리를 조용히 들으며, 더 이상 앞으로의 미래를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적어도, 이 순간만큼은 진짜이니까.

술을 마신 이서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잠이 들었다.

지환은 2층 안방에다 사람을 눕혔다.

이불을 덮어주며, 목덜미의 붉은 자국을 본 지환의 심장이 찌릿하게 아파왔다.

그는 곧 이천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은철 손봐줄 사람 좀 찾아봐.”

[……?]

[회장님 조카 얘기하는 거 맞죠?]

“음.”

이천은 잠깐 멈칫 했다가 곧바로 대답했다.

[네.]

이유가 궁금하긴 하지만, 묻지 말아야 할 건 묻지 않는 게 좋다는 걸 그는 잘 알고 있었다.

“찾으라고 한 사람은 찾았어?”

지환은 베란다에 서서 달빛을 만끽하고 있었다.

우뚝 솟은 그림자가 달그림자를 따라 흔들렸다.

이천은 곧바로 대답했다.

[이미 찾았고, 훈련 중에 있습니다.]

지환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곧바로 또 물었다.

“그 몇몇 엔터테인먼트 회사의 인수합병 건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어?”

[진행 중에 있으며 늦어도 다음 달이면 공식 홈페이지에서 입장문을 발표할 듯합니다.]

“알았다.”

지환은 전화를 끊고 다시 방으로 들어갔다.

달빛 아래, 소녀는 고요히 잠들어 있었다. 찌푸렸던 미간이 어느 정도 펴졌다.

지환은 입술을 올리며, 몸을 숙여 소녀의 붉은 입술에 키스했다.

……

같은 시각.

이상언에게 끌려 그의 집에 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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