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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2화

이서는 아침 내내 마음이 뒤숭숭했다. 머릿속에는 어제 저녁 지환의 복근을 살살 매만지며 유혹하던 장면으로 가득했다. 그녀는 순간 지환이 미남계를 써서 정욕에 눈이 멀게 한 다음, 본질을 흐려 부부싸움을 얼렁뚱땅 넘기려는 게 아닌지 의구심이 들었다.

그의 이 작전이 매우 성공적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녀는 더는 못 버틸 것 같았다.

이서가 이런저런 헛된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유령처럼 지나가는 심소희를 보았다.

처음에 눈치 못 챘다가 그녀가 지나간 후에야 비로소 이상함을 깨달았다.

“소희 씨.”

몇 초 뒤, 심소희가 혼비백산한 모습으로 문 앞에 나타났다.

눈시울이 빨갛고 머리카락이 축축하게 볼에 달라붙어 있었다.

“무슨 일이에요?”

심소희는 고개를 숙이고 입술을 오므리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서는 일어서서 책상을 받치고는 말했다.

“말해!”

이서의 몸에서 강한 카리스마가 느껴졌다. 놀란 심소희는 부들부들 떨며 더듬더듬 말했다.

“제…… 제가 방금 탕비실에 물 마시러 갔다가 뒤에서 총괄님 뒷담화 하는 거 듣고…… 한 마디 했더니, 강수지가 들고 있던 커피를 내 얼굴에 뿌렸어요. 총괄님이…….”

“뭐라는데?”

“총괄님 그 정도 실력 가지고는 절대 케빈 선생의 인정을 못 받을 거라고……. 이번 디자인 경합에서 틀림없이 질 거라고……, 총괄님이 회사의 웃음거리가 될 거라고…….”

여기까지 말하고는, 울음을 터뜨렸다.

이서는 안색이 어두워지며 담담하게 말했다.

“울지 마! 따라와!”

심소희는 영문도 모른 채 이서를 따라 장지완의 사무실로 갔다.

강수지가 한창 신나게 심소희에게 커피를 뿌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주인이 능력 없으니 밑에 사람들이 고생할 수밖에…….”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문이 ‘쾅’하고 열렸다.

강수지는 놀라서 몸을 곧게 폈다. 하지만 들어온 사람이 윤이서와 훌쩍거리는 심소희라는 것을 보고 무시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언니, 나 먼저 갈게요.”

“잠깐.”

이서는 차가운 얼굴로 의자 옆에 가서 앉았다.

강수지는 장지완을 한 번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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